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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3/18 13:55:42
Name 스타슈터
Subject [일반] 집이 여러개 있습니다.
저에게는 집이 여러개 있습니다.
재벌 2세라는 말이 아니라요...>_<;

흔히들 말하시는 "고향"이라는 곳이 저에겐 여러곳에 위치합니다.

유년기를 한국에서,
소년기를 말레이시아에서,
청년기를 지금 싱가폴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지만, 그래서 가끔 "집에 간다" 라는 표현이 조심스럽습니다.
당장 "우리 집에 뭐뭐가 있는데" 라고 말하면, "어느 집?" 이라는 질문부터 받는게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내가 진정 집이라고 느끼는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라는 생각이요.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를 다 다른 곳에서 보냈는데,
도대체 어디를 가장 집 같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이 말입니다.

예전엔 자연스럽게 한국이 고향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국은 집이라고 불리기에는 공유한 기억이 좀 적다는 느낌도 듭니다.
한국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게 고작 3개월이거든요 (...)

그 예로, 한번은 어린 시절 지내던 곳을 잠시 들릴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알던 곳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그 위화감을 쉽게 감당하지 못한 기억이 납니다.
노스탈지아를 자극하는, 집만이 줄수있는 그 특별한 느낌이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는 생각과,
한편은 제가 바라고 있던, 옛 집에 대한 향수가 채워지지 못해 약간은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그 결과 태어난 곳과 집이라고 느끼는 곳은 동일한 기준이 아니라는걸 느꼈고,
추억 보정이라는 말이 몸소 체감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소년기를 보낸, 말레이시아에서 지내던 곳이 가장 집 같냐면,
답은 "예, 그런데 아니요." 입니다.
가장 추억이 많고, "고향"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기도 하지만,
다방에서 써먹는 이야깃거리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곳은 아닙니다.

가장 친구도 많고, 추억거리도 많지만,
다들 제 살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가족마저도 한국으로 귀국해버린 시점에서,
저로 하여금 "돌아가고 싶다" 라는 욕구를 강력히 자극하지는 못하는 곳입니다.
물론 동창회마다 한번씩 들르긴 하는 곳이지만,
역시 제가 생각하는 집의 모습과는 어느새 멀어진 느낌입니다.

그리고 꿈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해외에서 유학 후 취직을 한 지금,
저에겐 또 새로운 집이 생겼습니다.
방 3개짜리 아파트를 4명이서 나눠쓰며,
저만의 공간이라고는 3~4평 남짓의 방 한칸,
심지어 그것도 두명이서 나눠쓰는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게 월세 40만원이 넘습니다...헐.)

별볼일 없지만 피곤해 지친 몸을 쉬게 하는 목적으로는 최적의 장소이자,
제가 지금 "집에 간다" 라는 말을 할때 암묵적으로 지칭하는 장소입니다.

며칠 전 감기 몸살을 앓게 되어 병가를 내고 침대 위에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침엔 옆방 친구가 출근 전에 포장해온 국수 한그릇을 먹고,
하루종일 약먹고 자기를 반복하며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거실에 나가보니,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일부러 방에 불을 켜지 않고,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룸메가 있습니다.

비록 가족들과는 멀리 있지만,
이런 소소한 배려들이 느껴지는 휴식처가 바로 집이구나 싶습니다.
피곤하고 힘들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휴식처가,
바로 마음이 인정하는 진정한 집이 아닐까 합니다.

출근후 시간이 반쯤 지난 점심시간에 그냥 떠오른거 몇자 끄적여 봅니다. 크크
결론은:
어서 집가서 눕고싶다...

p/s: 혹여나 외국에서 혼자 생활 하시는 분들이 더 계신다면 항상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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첸 스톰스타우트
15/03/18 14:11
수정 아이콘
그래도 글쓴이님은 집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있으시네요.. 저또한 유년기와 청소년기 그리고 현재를 각각 다른곳에서 보내고있는데.. 어디를 집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딜가던지 항상 외지인이었거든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절름발이이리
15/03/18 14:16
수정 아이콘
pgr2.. 아 아닙니다.
스타슈터
15/03/18 14:36
수정 아이콘
저도 한동안 비슷한 느낌이다가, 요샌 마음이 갑자기 바뀌었는지 가는곳마다 집처럼 느껴지네요.
힘내세요! 우리의 집은 pgr2... 아 아닙니다.
첸 스톰스타우트
15/03/18 15:28
수정 아이콘
주변사람들은 다 동기 동문 동창 선배 후배가 있는데 저는 그런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인간관계가 제한적이다 못해 아예 없는 수준이다보니 그런 느낌이 더 드는것 같습니다. 이미 형성되어있는 인간관계 안에 들어가는것도 매우 힘들고. 그렇다고 어디로 도망치자니 도망칠 곳도 없습니다. 전 어딜가나 마찬가지거든요.

역시나 저의 도피처이자 집은 pgr2.. 아 아닙니다.
Je ne sais quoi
15/03/18 14:31
수정 아이콘
다른 얘기지만 말레이시아 좀 살았었는데 다시 가서 살고 싶네요. 싱가폴... 계속 거주하실진 모르겠는데 거기서 집 살 정도로 돈 버시길 빕니다 ^^;
스타슈터
15/03/18 14:34
수정 아이콘
말레이시아 좋은곳이죠. 싱가폴도 다른 의미로 좋은곳이지만 때로는 말레이시아가 그립네요. 흐흐
패닉바이
15/03/18 15:22
수정 아이콘
감기 걸리셨군요... 뜨끈한 빠꾸테 한그릇하시고 푹 쉬세요 크크
스타슈터
15/03/18 15:34
수정 아이콘
요새 감기가 정말 독하더군요.
찬물을 마시면 어느새 기침하고 있는데 날씨는 덥고 뜨거운물은 싫고 ㅠㅠ
15/03/18 15:46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때까지는 그 흔하다는 이사한번도 없었고, 해외 여행, 비행기 타본적 한번도 없었는데...
이제 캄보디아 온지 2년 반정도 되었네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좋아서 크게 외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얼마전 허리를 다쳐서 (휴일중에..) 한걸음도 밖으로 못나가고 있으니까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는게 갑자기 서럽더라구요 ㅜㅜ
그러고 보니 처음 여기 와서 퇴근 하면서 숙소가 아니라 집으로 가자 했을때
'아 여기가 이제 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흐흐..

태국이랑 베트남은 자주 다녔는데 말레이랑 싱가폴은 아직도 못가보고 있네요. 다녀온 친구들이 다들 좋다고 하는데...
특히 싱가폴은 커플(...)로 가면 재미있을거라 하는데 같이 갈 사람도 없고 흑... 화이팅입니다.
스타슈터
15/03/18 16:00
수정 아이콘
캄보디아는 한번 가봤는데 여기보다 더 심심할것 같아 보이긴 하더라구요 ㅠㅠ
싱가폴은 커플로 와도 좋고 싱글로 와도 좋아요.
왜냐면 놀것보다는 먹을것이나 볼것 위주가 많아서 혼자 돌아다니기 좋은것 같네요.
혼자 다녀서 위험할것도 절대 없을만큼 치안도 좋구요. 크크;
15/03/18 16:04
수정 아이콘
어딜가든 발뻗고 잘 수있으면 거기가 집이죠
군시절 훈련이 끝낫을 때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제일 먼저한말이 집에가자!!!였습니다 그때되니 상활관이집처럼느꺄지더라고요
기아트윈스
15/03/18 20:3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해외거주자 화이팅 ㅠ.ㅠ
python3.x
15/03/18 23:23
수정 아이콘
국내긴하지만 저도 6년째 가족들과 떨어져서 외지 생활 중이네요.
고향에 대한 애착은 별로 없어서 그런지
고향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뭔가 특별한 감정은 없어요.
그냥 지금 살고있는 곳이 집이죠.
근데 그렇다고 외로움을 안타는건 아니더라구요.
원래 안그랬는데 얼마 전부터 가족영화만 보면 눈물이 펑펑...
15/03/19 23:36
수정 아이콘
저도 싱가폴에 있어요 온지 한달정도됐는디 엄청 덥네요.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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