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만 쓰다가 자게에 처음으로 글을 써 봅니다.
지난달, 북미 게임 블로그중 하나인 조이스틱( www.joysiq.com )이 문을 닫았습니다(
http://www.joystiq.com/2015/02/03/there-is-no-end/ ). 비즈니스모델을 인터넷 망 공급자에서 온라인 미디어회사로 태세전환 했던 AOL에서 엔가젯과 더불에 회사를 먹여살렸으며, 북미 온라인 게임 저널리즘의 르네상스를 불러일으킨, 10년여의 역사를 가진 유서깊은 매체였던지라 게임 커뮤니티에서 게이머, 개발자, 비평가를 가리지않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했던 큰 사건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조이스틱 재팬이 오픈했을때 일본어와 영어가 둘다 된다는 이유로 첫 필자로 참여해서 일년 반정도 졸고를 보냈던 적이 있어 마음이 좀 많이 쓰이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연락 안하던 조이스틱 재팬시절의 담당자랑 이 건에 대해서 오랜만에 옛날 이야기도 좀 하고, 근황도 묻고 하며 조이스틱을 떠나보낸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좀 더 큰 이별에 대해서도요.
조이스틱이 문을 닫기 불과 며칠 전, 저의 미국인 친구 하나가 사고로 세상을 뜬 일이 있었습니다. 심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시기에 룸메이트로 같이 살면서 물심양면 많은 도움을 주고, 영어를 가르쳐 주었으며, 처음만난지 7년이 지나서도 가장 친한 사이로 서로를 돌보아주던 든든한 친구였죠. 게임 저널리스트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조이스틱에도 몸담은 적이 있고, 어린 나이에 다른 게임 매저긴에서도 치프 에디터의 자리까지 올라간 아주 유능하고 재기넘치는 글쟁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사망을 기리는 포스팅이 상당히 많이 올라오기도 했고요. 작년에 회사를 그만두면서 게임저널리즘에서는 이제 손을 털고 게임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서, 단 두달만에 기가막힌 보드게임을 제작해 킥스타터에서 성공적인 펀딩을 이끌어 내고, 나중에 이 회사 커지면 자기 친구들 다 고용해서 일 재미있게 할거라면서 사업 말아먹을 인재 채용 정책에 대해 벌써부터 생각하고 있던 친구. 남들보다 배 이상 사교적이었고, 미국 전역 어디를 가나 친구가 있었으며, 친구를 돕는것도, 도움을 받는것도 거리낌이 없던 존재감이 큰 친구였기에, 킥스타터 캠페인 성공 이후 떠났던 휴가에서 절벽 다이빙을 하다가 익사했다는 비보는 정말,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그래서 급하게 잡힌 장례식에 참석하러 뉴욕으로 날아가, 관에 놓인 그의 얼굴을 보기전까지 이게 다 무슨 장난이겠거니 하는 생각은 머리 한켠에서 떨쳐지질 않았습니다.
그의 장례식에는 정말 많은 친구들이 와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서로간에 파티, 페이스북, 모임, 행사에서 이 친구를 중심으로 모였다가 서로 안면만 트고 헤어진 사이들이 많았죠. 그리고 이 많은 친구들이, 마치 밀린 숙제를 하는 양 서로에게 인사를 하며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야, 우리 저번에 거기서 만나지 않았냐. 아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냈니. 등등의. 사교의 나라 미국에서도 드문정도의 빈번함으로 이런 대화가 쉬지 않고 오갔고, 우리는 모두 죽은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며 서로가 몰랐던 그 친구의 이야기를 필사적으로 나누었습니다. 그의 20년지기 소꿉친구부터, 바로 반년전에 그를 알게 된 사람들까지, 모두 서로에게 말해줄 제각각의 추억이 있었고,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쉼 없이 나누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장례식은 시장바닥마냥 엄숙함과는 좀 거리가 있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친구를 잃은 안타까움도 크지만, 남겨진 저의 더 큰 두려움은 이 친구를 제가 언젠가는 잊게 되리라는 사실입니다. 친구의 목소리와 몸짓, 친구와 나누었던 대화는 벌써 희미해져 가고있으며, 아무리 이 친구가 저에게 소중한 존재였다고 한들 제 인생에 남은 시간은 이 친구와 보낸 시간의 몇배는 더 많이 남았습니다. 제가 눈을 감는 그날까지 이 친구에 대해 기억할 수 있을까요. 물론 그러기는 어렵겠지만, 저는 그러고 싶습니다. 그리고 장례식에서 만났던 많은 친구들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듯 했고요. 그것이 죽은 친구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고간 무언가일 것이고, 그것이 슬픔이건, 추억이건, 아련함이건 남겨진 우리들은 소중히 지켜가는 수밖에 별 다른 선택지가 없네요. 언젠가 다시 보게 될 그날, 가슴펴고 말하고 싶습니다. 네놈 기억해가면서 살나내느라 힘들어서 죽는줄 알았다고.
뉴욕 게임 비평가 커뮤니티에서 진행하는 뉴욕 비디오 게임 어워드에서는 죽은 친구의 이름을 딴 상을 만들어 그를 기렸습니다( Andrew Yoon Memorial Legend Award 라는 낯뜨거운 이름으로
http://nygamecritics.com/2015/02/17/ny-game-awards-winners/ ). 오랜 친구들과 장례식장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들이 관여되어있는 행사에서 죽은 친구가 기억되는 것을 보니 기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