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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2/03 17:44:17
Name 사악군
Subject [일반] 나는 갑질을 하고 있나, 아니면 호구인가.
최근 이사를 했습니다.

집에 창틀 두개를 바꾸고, 일부 도배를 하고, 포장이사를 했네요.

도배공사후 잔금을 줘야 하는데 잔금을 현금으로 지급할만큼 가지고 있지는 않아서
계좌이체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와이프가 잘했다고 그러네요. 며칠 보고 문제 없으면 주는게 좋다고.
사실 일이 끝났으면 바로 주는게 맞고 저는 단순히 당장 현금이 없어서 그랬던 거였긴 합니다.
일 시키고 대금 지급 끄는 것도 일종의 갑질 아닐까 싶고요.

....다용도실 쪽 도배를 했는데 선반이 내려져있길래 어차피 세탁기 들어올 자리니까 선반을 안올려 놨나
했었습니다. 이삿짐 아저씨가 선반 끼려다 얘기하네요. 이거 원래 도배지를 안뜯고 위에다 도배한 모양이라고.
선반이 벽에 딱맞는 사이즈였는지 도배지 두께 차이 때문에 선반이 안들어간답니다. 억지로 넣으면 찢어질거 같다고.
보니까 이미 시도하다가 벽지가 좀 상했네요. 새로 도배한 거긴 하지만 뭐 다용도실이니까..넘어갑니다.

이삿짐아저씨들은 쇼파를 옮기다가 현관 벽지를 두군데 찢어먹었습니다. 어제 도배했으니 화나긴 하지만
뭐 고의는 아니시죠. 다만 와이프가 와서 발견하기 전에 저한테 얘기를 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요.
쇼파가 커서 어쩔수 없었다, 도배업자한테 얘기하면 보수 된다. 뭐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이사대금 잔금 드리는데 80은 바로 드리고 20은 도배 찢어진게 어떻게 보수가 잘 될지 좀 확인해보고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빨리좀 부탁한다고 하셔서 사실 이삿날이 추워서 고생하시기도 했기에
90드리고 10만 나중에 드리겠다고 했죠.

보니까 현관 찢어진건 뭐 그런데 안방새로 도배한 벽지에 장식장 설치 표시 잡는다고 검은 매직으로 점을 찍어놓으셨네요.
아니..지워지는 걸로 표시를 하셔야지.... 이게 무슨? 점도 점이 아닙니다. 직경 3~4mm정도 되겠군요.
솔직히 애기도 있고 집 도배상태도 나쁘지 않아서 도배 새로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와이프의 의향에 밀려 도배 새로 했는데 기분이 몹시 나쁘네요. 덤으로 냉장고 수평을 안맞춰주고 가셨네요. 좌우 높이차이가
1.5cm정도 됩니다. 본사에 클레임을 해놨는데 답이 안오는군요. 10만원으로 퉁치기로 생각한건지.

제가 집에 없는동안 인테리어 아저씨는 와서 현관찢어진 도배 수리와 선반을 달아주고 가셨습니다.
도배수리는 새것같진 않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눈에 안띄게 되었습니다. 선반은 조금 잘라서 폭을 맞췄다고 하시네요.
잔금 보내드리고 선반쪽을 좀 보니까.. 아...인테리어 아저씨도 선반 안자르고 어떻게 해보려고 하셨던건지
조금 상해있던 벽지가 엄청 까져있네요.

골치가 아프지만 아무튼 이사라는 나름 큰일 끝났고.. 기념일이라서 와이프와 식사하러 갔습니다.
발레를 맡기는데 차열쇠뭉치에 사무실 열쇠고리 뭉치가 엉켜서 잘 풀리질 않네요. 뒤에서 차가 빵빵대서
발레아저씨에게 아이고 이게 안풀리네요 하고 통째로 맡겼습니다. 식사후 차량 받아서 가던 중에
키박스에 키를 보니..얼라 차키만 있고 사무실 열쇠뭉치가 없네요.

어 풀려서 별개의 열쇠인 줄 알고 걸려있나? 에고 귀찮게.. 식당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한 15분정도 걸렸겠네요.

..열쇠가 없답니다.. 아저씨도 저한테 엉켜있는 열쇠뭉치 두개를 받은 건 기억하시는데..
아니 사실 잃어버릴래야 잃어버릴만한 시간과 공간 자체가 없는데 말이죠..
키박스 한번 들여다 보시더니 없는데요 연락처 주시면 찾으면 연락드릴께요 하고 어딘가로 휙 사라지시네요.
여기서 1차 짜증이 납니다. 아니 좀 찾아보는 척이라도 해보시던가..
그리고 본인 연락처도 알려주던가 해야지 그냥 가서 언제 올지 모르는 연락만 기다리고 있으라구요?
식당에서 큰 소리내면서 소란을 피워야만 좀 대응을 해주는 건가. 좀 조용히 일처리하면 안되나.
라는 취지로 식당 카운터에서 아저씨좀 다시 불러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아저씨를 다시 불렀는데 밥먹는 중이라네요? 언성을 조금 높여서 오시라 하니 와서
일단 주머니좀 찾아보라고 하니 신경질을 내네요. 누가 일부러 훔쳤겠냐며
아니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열쇠가 있을만한 장소가 그런데밖에 없으니까 그런거 아니냐고
얘기하고, 아저씨 동선을 좀 생각해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뭐 동선 자체가 얼마 되지가 않죠.
차량-주차장-대기실까지 총 거리가 20m도 안되요. 키가 없어졌다면 걷는중에 떨어졌거나
(소리도 들리고 뭐 뻔히 보이는 장소니 아웃)
가능성은 주머니안 + 키박스안 + 제 차안+ 다른 발레차량안...-_-밖에 선택지가 없는데
3은 확인했고 4는 확인불가능이고 1, 2나 아저씨가 식사했다는 주방쪽에라도 있나 보는거죠.
그 동선좀 같이 움직이면서 찾아보자니 투덜대네요. 아 진짜 점잖게 얘기하면 호구가 되나 봅니다.

언성이 좀 높아집니다. 꼴이 찾기는 틀린거 같네요. 못 찾으면 어떻게 해줄거냐 라니
원하는 게 뭐냐고 하더니 이게 자기 실수인거냐고 물어보네요?

아 그럼 아저씨 실수죠. 저한테 열쇠는 받으셨는데 주지는 않으셨잖아요.
됐고 부장님 불러주세요. 제가 뭘 원하는지는 어떻게 해주실지 들어보고 이야기할테니까.

발레파킹 하는 분들 대단한 돈을 버시는 것도 아닐테고,
어차피 제 열쇠+usb는 잃어버리면 저는 곤란하지만 이게 환가가치가 큰 물건도 아니고.

제가 원한 건 좀 열심히 찾아보는 거였거든요. 사실 꼴을 보니 찾기는 틀렸고 아마 누군가 다른 차의
키박스에 섞여 들어간 거 같은데 그 사람이 가게에 반납하면 저한테 연락할 정도의 의무감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날 일정 다 깨진거 약속시간 망쳐진거 그런거야 둘째치고요.

부장이란 분도 빨리 안나타나서 5분정도 더 기다리다가 어디냐고 제가 찾아가 들어갔네요.
화를 내고 짜증을 내야 일처리가 되는 이 상황 자체가 짜증이 났습니다.
내가 짜증을 내야만 하나? 부장이란 분이 죄송하다 배상해주시겠다 하더군요. 열쇠 두개, usb해서
뭐 usb애매한 물건 값 정하기도 뭐하고 3만원으로 하자 했습니다.

3만원 손에 받았다가 아저씨한테 도로 줬습니다. 내가 여기서 이거 받자고 실랑이 하고 있던 거 아니라고.
좀 1주일간이라도 열쇠좀 찾아보시고 다음주에 찾든 못찾든 연락한번 하라고.

마음속으로 말했습니다. 내가 원했던 건 당신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배상해준다고 하는거라고.
그렇다고 내가 그걸 받아갈 건 아니고, 내가 바란 건 어차피 손해는 내가 보는 거지만
'내가 당신들을 봐줬다'는 과정이지 당신들이 잘못이 없어서 내가 손털고 가는 모양새가 아니라고.
지금 실질은 똑같아도 내가 나를 대인배로 자평할지 호구로 자평할지 내 기분이 다르다고.
그런데 내가 원하는 이걸 말로 하면 이미 내가 원하는 과정과 나를 대인배로 자평할 자존감은 사라져버린다고.

그래서 저는 열쇠도 잃어버리고 시간도 1시간 추가로 잃어버리고 왔습니다.
그 대가로 챙긴 자존심?은 이후 일정 약속시간 못지켜서 약속 늦추고 사과하느라 써버린 것 같네요.

그동안 아이 어린이집 하교 시간 놓쳐서 장모님께 급작스럽게 부탁드렸네요.
이사 관련해서 휴가내서 오늘은 아빠가 데리러 가기로 했었는데 장모님께 신세+ 아들과 약속을 못지킨 불쾌감은 덤입니다.

갑질도 잘놈잘인듯 합니다.
천생 호구는 이렇게 그래도 내가 인격적으로 괜찮은 사람인거지 라고 정신승리를
시도하지만 오늘은 내상이 깊네요. 호구호구..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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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토스
15/02/03 17:49
수정 아이콘
그래도 나쁜놈 보단 호구가 좋더라구요 잘하셨어요.
HYBRID 500H
15/02/03 17:50
수정 아이콘
..글 읽다가....작성자분.. 부처님인줄..
말하는대로
15/02/03 17:54
수정 아이콘
호구보다는 대인배로 보이시네요. 만약 제가 사악군님이었으면 직업적 지식을 살려서 분위기 조성을 좀 했을텐데.. 안하무인에 적반하장이면 정말 참기 힘든데 말이예요.
김촉수
15/02/03 17:57
수정 아이콘
발렛하라고 열쇠 맡겼는데 잃어버려놓고 어쩌라고 배째 하는데 항의한건 지극히 당연한일 아닌가요.. 갑질이란건 받은 돈대로 서비스 완벽히 했는데도 괜히 트집잡거나 낮은 가격 내고 비싼거 안해준다고 생떼쓰는거죠. usb에 넣어서 다닐 정도면 그 개인에게 있어서은 유의미한 자료인데 그따구로 취급하고도 할말이 있다는게 전 더 아이러니하네요
15/02/03 17:59
수정 아이콘
열쇠 내용은 저도 읽다보니 혈압이...
그런데 참 저도 이런 저런 자잘한 공사를 많이 했는데 제대로 해 주는 곳 찾기가 어렵더군요. 다 눈속임이고... 참 그렇다고 돈을 안 줄 수도 없고. 미루는 것도 찝찝하고... 뭐 당연히 다신 그 업체 안 부르겠지만 또 부를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고 -0-
15/02/03 18:04
수정 아이콘
아 나였으면....이라는 말이 읽으면서 계속 나왔습니다.

나였으면 너넨 진짜 와.....착한분 만나서 저분들은 인생 잘살고있네요.

저같은 더러운놈 만났으면.....

작성자분 진짜 보살이네요
15/02/03 18:06
수정 아이콘
딱 봐도 호구시네요. 저도 비슷한 타입이라 그 맘 압니다. ㅠ
절대 갑질을 못하는게 아닌데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닥치면 막상 꼭 그래야만 하나? 라는 생각에 중간에 가로막혀요.
강용석
15/02/03 18:22
수정 아이콘
저는 정말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미안해하면 통상적인 잘못은 무조건 이해하고 나쁜소리 안하는 사람인데 배째라식으로 나오면 정말 못참겠더군요.
15/02/03 18:25
수정 아이콘
머리로는 '아오 나한테 걸려봐 그냥...'이지만 실제 행동은 저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공감이 가네요.
때린놈은 발 뻗고 못 자도 맞은 놈은 발 뻗고 잔다라는 말로 스스로 위안삼으며 그냥 그렇게 지냅니다. 때리고 발 뻗고 자는 것도 능력이더라구요.
켈로그김
15/02/03 18:55
수정 아이콘
혼수 장만할 때, 장모님 고향친구 가구점 사장한테서 맞췄다가 제대로 화병걸릴뻔 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공장에서 가구 수령하는데 짐차를 안 쓰고 suv를 쓸 때부터 이상하더니,
인부가 따로 없어서 저한테 들라고 해.. 옮기면서 다 긁어먹고.. 6인용 식탁인데 의자 4개만 줘.. 장농 세팅 안하고 도망가려고 해..

언성 높아지고, 이따구로 할거면 도로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돈은 못준다고.
안가져가면 부숴서 장작으로 쓸거니 알아서 하라고.
장모님한테도 당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저런 인간하고 상종 못한다고 했습니다.
육두문자랑 주먹질 빼고는 간만에 시원하게 화를 냈지요 ㅡㅡ;

결과는.. 처형들이 중재하고 따로 사람 불러서 어찌저찌 간신히 쓸만하게는 만들긴 했는데..

그 때, 느낀 점이 있다면.
'참다 참다 화를 내면 내 마음은 편안해지지만, 얻는게 없구나.. 한타임 화 실컷 내고 돈 버리는 거구나..
화를 낼 상황까지 갈게 아니라,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바로 짚고 넘어가야 하는구나..' 였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화를 좀 일찍 냅니다 ㅡㅡ;;
15/02/03 20:01
수정 아이콘
전 호구 입니다. 그게 정신 건강에 좋은듯 합니다.
사악군
15/02/03 20:04
수정 아이콘
댓글 모두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사실 내가 좀 손해보고 넘어가지 하고 기분좋게 넘어갔을 때는 스스로 내가 대인배라능 하면서
기분이 좋은 편인데 요 며칠새 연타를 맞다보니 기분이 나쁘고 내 기분이 나쁜데도 여전히 적극적으로 항의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하는 나는 호구구나 싶어서 pgr에 하소연 징징글을 올렸네요.

적다보니 발레아저씨가 되게 적반하장 안하무인이 되었는데 사실 그정도는 아니었고
저쪽에서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 직업상 세상에 진상이 많다는 걸 알고 있으니
죄송하다 배상해드리겠다 했을 때 제가 어떤 요구를 할 지 몰라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는 식당측 입장도
이해가 가는 면이 있긴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강하게 화를 내거나 어필하지 못했던 거기도 하고요.

또 직업상 공사하고 미비한 부분 핑계로 대금 지급 미루거나 깎거나 하다가 싸워서 소송하는 것도
많이 보기도 보고, 그 싸우는 꼴이 아름답지 못하다는 걸 아니까 대금 지급 조금 미루고 있는 나도
비슷한 폼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괴롭기도 하고 그렇더라구요..

뭐 그리고 만약 진짜 이거가지고 소송한다고 하면 입증책임이 나한테 있는건데 지금은 아저씨가 열쇠 받은거 인정해도
소송하면 안 받았다 그러면 제가 입증할 방법도 사실상 없는거고..크크크 직업적 지식은 이럴 때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참다참다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조금 일찍 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합니다. 알면서도 그게 잘 안되니 이건 호구가 맞는 것 같아요...
15/02/05 12:10
수정 아이콘
뭐 이 업계 종사자들이 다 그렇잖아요. 머리속에서 주르륵 돌아가는 화면이 따로 있으니...
평균인만큼 화내면 아마 제대로 살지를 못할걸요^^
yangjyess
15/02/03 20:36
수정 아이콘
호구 하려면 부처님처럼 완전히 욕심을 버리고 갑질 하려면 마음 독하게 먹고 미친 악마처럼 상대 짓밟아 놔야죠. 어중간하면 본인만 힘들어집니다. 좋은 마음 가지고도 욕 먹어요.
후마니무스
19/01/11 13:32
수정 아이콘
이건 저 분이 usb를 가져가신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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