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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18 04:03:32
Name 한아
Subject [일반] <아메리칸 스나이퍼>, 미군 베테랑 문제를 지목하는 이스트우드의 연출


영화 전반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관람하신 분을 대상으로 쓰여진 글이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한국 관객들과 거리가 있는 영화입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기묘한 거리감은 미국 바깥의 모든 관객들에게도 적용됩니다. 미국은 해외 파병과 참전 용사의 이야기를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올 수 있는 곳이니까요. 그리고 이 몇 걸음 떨어져 있는 듯한 묘한 거리감은 저로써 다른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차후에 조금 더 설명드리겠지만, 두괄식으로 일반 관객들에겐 비추랄까요.



American Sniper. ‘미국 저격수’로 직역되는 촌스러운 영화 타이틀은 말 그대로 ‘미국’ 군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리고 예고편과는 다르게 ‘저격수’라는 포인트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습니다. 최고의 저격수 영화를 보고 싶으시면 <허트 로커>를 보세요. 걸작 <에너미 앳 더 게이트> 후속작 <더블 타겟> 영화 예고편은 믿지 마시구요. 물론 예고편이 사람 낚는 게 하루이틀 일이 아니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전쟁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전에도 PGR에 <스카이폴> 이야기(클릭)를 쓰며, 제가 좋아하는 장르에 대하여 나열했던 기억이 있네요. <아메리칸 스나이퍼>도 이 전쟁 영화긴 합니다만, 일반적인 전쟁 장르와는 좀 다릅니다. 이 작품을 전쟁 영화로 말하기보단 그 하위에 ‘군인 영화’ (이런 장르가 있기나 할지…)로 말하는게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제가 전쟁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관에서 간접적으로 – 감독에 의해 연출된 - 전투를 느낄 수 있다는 체험적인 면이 있기 때문인데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는 그런 맛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의 이런 간접 경험에 관련해서는 구밀복검님의 <그래비티> 리뷰(클릭)가 생각나네요.(그것만 다룬 글은 아닙니다만) 같은 이유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합니다. 뻔한 권선징악 스토리지만 일시적으로 스크린 속 영웅과 동일시되는 경험은, 마치 테마파크에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유희적 요소가 있거든요. (이런 경험은 극장에서 봐야 극대화됩니다. 이런 점만 강조된 영화들 – 예를 들면 호러 영화 – 을 집에서 TV나 모니터로 보면 재미가 떨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구요.) 이런 체험적인 측면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나 <허트 로커>는 제게 있어서 굉장한 영화들입니다.(그런 면만 있는 영화들은 아닙니다만) 그리고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이런 부분을 기대하면 반드시 낚인 기분이 들겁니다. 뭐, 애초에 이스트우드 영화에서 그런걸 바라면, 실망할 수 밖에 없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전쟁 영화의 카테고리 안에 단순하게 넣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전쟁 영화가 아닌건 아니니, 애매하죠. 그래서 저는 이 영화를 좀 더 세분화된 전쟁의 하위 장르, ‘군인 영화’라고 부르고 싶어요.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모습은 전기 영화입니다. 주인공 카일(브래들리 쿠퍼)의 어린시절부터 죽음까지 삶 전체를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이런 일대기 형식도 다른 일대기 영화가 인물을 다룰 때와는 다릅니다. 전기 영화의 특징은 한 인물이 서서히 성장해가면서 인생의 각 단계 마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에 따른 주인공의 선택이 인생 전체에서 어떻게 영향을 끼치고, 인물이 변화해가는지, 이런 것들을 관찰하는게 주요 포인트인데, 이 영화에서 주인공과 주요한 관계를 맺는 인물은 그의 아내, 타야(시에나 밀러) 뿐이거든요. 그래서 일반적인 ‘전기 영화’도 아니예요.



초반부에 비중있게 등장한 아버지나 동생은 중간에 사라져버리고, 그가 네이비 씰에서 만나는 동료들도 사실상 곁다리에 불과합니다. (절친한 전우 비글스가 얼굴에 총상을 입는 사건은 카일을 움직이게 하는 결정적인 동기가 됩니다만, 감독은 전우애나 그런 인간관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거든요.) 이 영화는 타야(시에나 밀러)를 만나는 순간부터 시작해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카일 개인의 과거를 다루는 부분은 중간중간 플래쉬 백 처리를 하는게 훨씬 더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연출이 되었을 겁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봐도, 카일이 동생과 함께 로데오하는 장면, 옛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바람피우는 장면은 그 정도로 러닝타임을 소모할 필요가 없거든요. 카일 개인의 과거는 상당부분 생략이 되어있고, 이런 부분을 특별한 설명없이 그냥 점프해 버리니, 영화의 초반부는 중간중간 끊겨보이는 느낌이 강해요. 초보 감독이 각색을 잘못한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스트우드의 클래식한 표현 스타일이, 어설프게 끊겨보여도 뚝심있게 이야기를 밀어부치는 것도 스타일처럼 보이도록 미묘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래도 애초에 전기 영화라는 형식이 여기에 썩 잘 어울리진 않아요. 전기영화의 형식을 띄면서 전기영화가 아니니, 이 지점도 참 애매합니다.



다른 시선으로 보죠. 저는 이 영화를 ‘전기 영화’로 볼 수 없다면, 다큐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실화를 차용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다큐멘터리는 아니죠. 하지만, 엔딩의 실제 장례식 장면도 그렇고, 다큐적 요소가 분명히 있어요. 그리고 주인공 카일은 생각보다 영화적으로 극화된 인물이 아닙니다. 그가 접하는 상황들은 실제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극적이고, 마치 영화같습니다. (실존인물 크리스 카일이 처음 저격한 사람이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이었다니, 이 작품 속에 나온 것보다 더 영화같은 일이죠.) 그런데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극적 상황들을 시종일관 철저하게 덜 영화적으로 그려내요. (그렇다고 ‘사실적’으로 그려내진 않았습니다. 영화적으로 극화시킨건 맞는데 ‘덜 영화적’이에요.) 일반적인 헐리우드 영화와 비교할때, 결정적인 조미료가 빠진 것 같은 밋밋한 맛이에요.



조금 더 세밀한 부분을 짚어서 이야기해 볼까요. 후반부, 카일의 마지막 파병 중에 분명히 격렬한 전투 씬이 있습니다. 그런데 굉장히 지루하게 느껴져요. 영화 속 촬영/편집적인 면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듭니다. 서로 치열하게 총격전을 하고, 아무도 맞지 않죠. 단 두 컷만으로도 이런 정보 설명이 가능한데, 이런 과정이 여러번 반복됩니다. 일반 영화라면 벌써 다음 상황으로 넘어갔을텐데요. 요즘같이 빠른 편집이 유행하는 시대에는 더욱이요. 컷이 넘어가도 서로 번갈아가면서 쏘고, 아무도 맞지 않고, 반복. 그것만이 아닙니다. 고립된 카일의 팀에게 서서히 적들이 포위망을 좁히며 다가옵니다. 그런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도 다가오고 있습니다. 분명히 영화 속 군인은 코앞에 적들이 있어서 위치가 발각되었다고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적들은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는 중이에요. 관객의 입장에선 '이미 알고 있다고! 그러니까 빨리 다음 상황으로 넘어가줘!'를 외치고 싶을 정도에요. 하지만 질질 끕니다. 지루하고, 힘겹습니다. 나름의 긴장감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헐리우드의 특제 양념 맛이 아닙니다. 그저 팀이 고립되어 적이 다가오는 그 상황 자체가 긴박하니 느껴지는 긴장감이죠.



그런데 이것은 실제 전투의 ‘사실성’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이 장면은 다큐와는 달라요. 분명히 극화되어 있는 전투인데, 두어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는 느낌이죠. 맷 데이먼이 출연한 <그린 존>에서처럼 핸드헬드를 사용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카일이 숙적 ‘무스타파’를 향해 저격할때 노골적으로 CG처리된 총알이 천천히 날아가면서, 이후 '무스타파'의 피격 장면과 총을 쏜 후의 카일의 반응 샷도 슬로우 모션을 활용해 시간도 느려집니다. 무척이나 영화적이고 작위적인 장면이죠. 전혀 다큐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막 정신없이 군인들이 뛰어다니지만, 그 상황 속에 놓인 군인 개개인의 표정은 담지 않아요. 전투 씬에서 관객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업햄(암유발 고문관) 상병처럼 두려움에 떤다거나, <허트 로커>의 제임스 상사(폭탄중독 전쟁광)처럼 폭발 해체에 집중한다는 식의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가 없어요. 가장 큰 이유는 넓은 샷 사이즈를 많이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 있는 주인공 카일의 모습은 뒷 모습이에요. 심지어 이것도 수차례 반복됩니다. 그는 카메라와는 멀찍이 떨어진 저 건너 옥상 벽에 밀착하고 엎으려서, 더 먼 건너편을 향해 지향사격하고 있는 뒷 모습만을 보여줍니다. 카일이 어떤 표정과 생각을 하며 적들에게 사격하고 있는지 보여주지 않거든요. 관객은 저게 카일인지 아닌지 판단하기도 어렵습니다. 군인들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으니, 이런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관객들이 스크린 속에서 뭘 읽어내야 할지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후에 닥치는 모래폭풍은 아예 관람을 방해하죠. (탐 크루즈가 출연한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 나오는 모래폭풍 씬과 비교를 해보면 ‘방해를 한다.’는 의미가 어떤건지 이해되실 겁니다. MI4의 모래폭풍 씬의 화면은 그 상황 속에서도 관객이 어디를 봐야할지 정확히 제시해주거든요. 그리고 그게 일반적인 것이고, 당연한 겁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은 그저 모래 폭풍의 황갈색과 뭐라 외치는지 모를 병사들의 외침만 보고 들을 수 있죠.(물론 자막이 애매한 외침까지 다 친절하게 설명해 버려서 김빠집니다만) 그리고 그마저도 길이가 너무 깁니다. 관객이 다음 상황이 뭐가 될까, 어떤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거지, 설명을 바라지만 너무 늦게 설명해줘서 지쳐버리거든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영화 전체의 몰입감이 심하게 떨어집니다. 드라마틱하고 극적인 전쟁물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죠. 주요 사건들은 왠지모르게 축소되어 극화되어있고, 전반부에 쓸모없어 보이는 부분들은 꽤 많은 러닝타임을 소모합니다. 이런 점들이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 장르로 넣을 수 없음이 자명한데도, 떨어지는 몰입감 때문에 너무 다큐적인 느낌이 들게 만들어요. 다큐도 아니면서 다큐적. 이것도 너무 애매합니다.



애매하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애매하다고 돌려 말하고 있지만, 이런 점들은 이렇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영화 너무 못 만들었다.’ 초반부의 전개는 툭툭 끊겨있는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있고, 카일은 행동 동기가 뚜렷하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단지 동료가 희생되는걸 복수하고, 미국이 위협받는 걸 막기 위해 파병간다는 이 단순명료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명분은, 그가 가족도 외면하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160명(비공식 250여명)씩이나 쏴 죽이기엔 탐탁치 않거든요. 그렇다고 그가 영웅이 되고픈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레전드’라는 별명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거든요. 한마디로 관객이 주인공을 볼때 어딘가 멍청하고 나사빠져있는, 전혀 공감하기 힘든 인물로 느낀다는 겁니다. 게다가 박진감이 넘쳐야할 전투 장면도 앞서 설명했든 어딘가 맥빠져보입니다.







왜 이럴까요? 도대체 이스트우드는 왜 이런 ‘영화 못찍었네’라고 오해받기 딱 좋은 엉성한 연출을 한 것일까요? 물론 정답은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바라보는 한 가지 시점을 제시해보고 싶어서 글을 썼습니다.



먼저 영화의 주인공이 정말로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크리스 카일’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카일이란 인물을 수도없이 언급합니다만, 관객은 그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어째서일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그를 이해하도록 돕는 장면을 넣지 않았거든요. 관객은 오히려 시에나 밀러의 ‘타야’라는 인물에 더 공감하기 쉽습니다. 카일이 파병가야 하는 이유는 그의 입을 통해서 수도 없이 언급됩니다. ‘9.11과 희생당한 전우들에 대한 보복’, ‘미국을 수호하기 위해’, ‘과거 아버지의 양 치는 개가 되라는 주입의 효과’ 등등… 하지만 그 어떠한 명분에게도 관객이 공감하도록 강요하지 않습니다. 브래들리 쿠퍼의 크리스 카일은 이스트우드의 전작 <아버지의 깃발>처럼 철저하게 애국주의에 둘러싸이고 그 가치관에 맹목적으로 휩싸여서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인데, 감독은 그런 주인공의 가치관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그런 가치관에 따라서 철저하게 움직이고, 그 안에서 적을 160명이나 사살하는 대성공을 거둔 영웅 '레전드’에게 결코 그 ‘영웅’의 타이틀을 넘겨주지 않습니다. 미국에 돌아온 그는 너무 초라하고 병약하며, 무능력한 가장일 뿐입니다. 주인공은 카일인데, 감독은 관객이 마치 3인칭 시점으로 보듯, 저런 무의미한 명분만 기계처럼 읊어대는 그를 바라만 보게 방치합니다.



‘바라만 보게’



이것이 이 영화의 주요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처음에 언급한 ‘한국 관객에게 이 영화가 어필하기 힘든 이유’도 이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서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카일이 아닌 겁니다. 이스트우드가 이 영화를 통해 가장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참전용사나 퇴역 군인이 아니라 ‘그러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인 겁니다. 영화 속 인물로 표현하자면 카일의 아내 타야인 것이고, 더 거시적으로 바라볼때 ‘참전 용사를 바라보는 그의 주변인, 혹은 미국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군인의 입장에서 전투는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과격하고 격렬하게 과장되어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참전 용사의 가족의 입장에서 그런 전투는 어떻게 느껴질까요? 일단, 전혀 관계없는 제3세계의 일은 아닐겁니다. 남편 혹은 아들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나 그들에게 실제 전투가 상황 속에 있는 군인만큼 생생하게 다가올까요? 그것도 아닐겁니다. 아까 위에서 따져본 전투 씬도 다큐는 아니지만, 어딘가 밋밋한, 그런 느낌이 드는 이유는, 그 전투가 그 상황 속 당사자가 아닌 누군가가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그려져서 그렇습니다. 참전 용사의 가족들은 미국 사회 내에서 누구보다도 이런 전투에 예민하고, 그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된 집단이지만, 실제 상황은 경험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투가 어땠는지에 대한 상세한 상황과 에피소드들은 속속들이 알고 있지만, 그 병사들의 세밀한 표정이나 그들이 느끼는 중압감, 긴박함, 절박함은 느껴 본 적이 없죠. 이 영화에서 카일이 작전 중인 상황 임에도 아내에게 위성 전화를 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시선을 끌어내기 위해서 입니다. 군인 와이프가 바라보는 전투는 어떨지 느껴지도록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개봉 후 가장 많이 보이는 평은 양면성이 있다는 겁니다. '무언가 애국주의, 미국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지만, <아버지의 깃발>에서처럼 노골적이진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정 반대의 입장에서 그런 면을 철저하게 비판하는 장면들도 내재되어 있다.' 라는 식의 평이요.



이 영화가 애국주의, 미국주의를 강조하는 것 같은 이유는 맹목적으로 그런 사상을 숭배하는 캐릭터가 단독 주인공이고 그를 중심으로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비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러한 사상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만 하기 때문에, 관객은 관찰자로써 그의 가치관을 객관화가 된 채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죠. 애국주의에 점철된 인물이 그 가치관 속에서 대성공을 하고 결국 그가 속한 그룹, 네이비 씰에서 ‘레전드’로 추대되지만, 영화는 그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런 별명으로 불리는 카일을, 그저 보여줄 뿐이죠.



이 영화를 바라봐야 하는 시선을 관통하는 타야의 결정적인 대사가 있습니다.





‘You're my husband, you're the father of my children. Even when you're here, you're not here. I see you, I feel you, but you're not here.’



다른 대사에서도 언급되지만, 참전 용사의 가족들에게는 네이비 씰은 이라크에서처럼 영웅들의 집단이 아니라 남편과 아들을 데려가, 그들에게는 제3국의 전투보다 더 중요한 가족으로써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악마 집단에 불과한 것이죠.



이런 비극적인 현실은 그저 ‘전쟁은 나쁜 것이다.’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나 범위가 넓고, 첨예한 딜레마를 낳고 있습니다. 이스트우드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대상을 맹목적으로 비난함으로써, 다른 모든게 용납되는 걸 바라지 않았습니다. 미국인들 사회 속에서 적지 않은 가정들이 중동 참전과 그 후유증으로 매우 현실적인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스트우드는 애꿎은 전쟁탓만 하지말고, 전쟁은 전쟁으로써 그대로 두고, 조금 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참전 용사들을 안고 가야하는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목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 영화의 엔딩, 그러니까 미국으로 돌아온 생활을 적응하지 못한 또다른 베터랑이 카일을 살해하는 것으로 끝나버리는 엔딩은, 이러한 문제들을 너무나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이러한 지점은 한국 관객들이 갖고 있는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공감대입니다. 아마 미국인이라면 이 영화가 훨씬 더 무게감있고 현실적으로 다가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사회 문제니까요. 그래서 한국 관객들이 이 영화를 단순히 전쟁 영화로 본다면 굉장히 어리둥절하고 밋밋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예고편을 그따위로... 에휴...)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1차적으로 군인 당사자의 이야기가 아닌 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국 관객들은 그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미국 사회를 또다시 ‘바라보는’ 입장이니까요. 이렇게 이중의 필터를 끼고 이 작품을 접하게 되니 이 영화가 실질적으로 내포한 강력한 힘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겁니다.(저도 미국인이 아니다보니 추측할 뿐입니다.)



이 영화의 가장 성공적인 부분은 이스트우드가 집요하게 지키려고 노력한 중립 포지션입니다. 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봐야만 이해가 가능한 영화에서, 자국 군인들을 자꾸만 죽이는 적들을 어떠한 편견도 없이 중립적으로 그려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그 때문에 발생하는 정치적인 논란 때문에 정작 본 주제인 ‘참전 이후 고통받은 군인들과 그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때문에 이스트우드는 여기서 철저하게 중립적인 포지션을 지켜냅니다. 미군도 절대 선이 아니며, 적들도 절대 악이 아닌 것으로요. 적들은 미 해병들을 잔인하게 사살하지만, 그건 미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게 전쟁이고, 전쟁은 그저 영화에서 벌어지고 있는 하나의 사실이자 배경일 뿐입니다. 이스트우드는 이 작품이 전쟁이 가져오는 도덕적 논란이나 윤리적 지향점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고, 그러려면 철저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물론 과도하게 애국주의에 몰입되어 있는 카일의 모습은, 자칫 이 영화 자체도 그것을 강요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습니다만, 잠시 생각해 본다면 그건 그저 카일 개인의 사상일 뿐입니다. 이스트우드는 카일의 가치관 중 어떤 것도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죠. 그저 냉담하게 카일을 바라볼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서 이스트우드가 왜 이렇게 전쟁영화를 밍밍하고 애매하게 그려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 영화가 단순히 애국주의에 함몰되거나, 다 늙은 감독이 어설프게 연출한 영화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저는 영화를 본 직후에 이스트우드가 드디어 노망난 줄 알았습니다. 한국 신인 감독도 이렇게 안찍을 거 같은데 싶어서요.) 일반적인 한국 관객들에겐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확실히 떨어지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미국 사회나 미군 베터랑들에 대해 관심있다면 살펴보셔야 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이 영화를 오늘 대한극장 3관에서 봤는데, 대한극장을 많이 이용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매우 실망했습니다. 세부적인 요소는 모르겠습니다만, 주요 스피커 중 하나가 꺼져있었는지 음향이 좀 떠 있는 상태였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중의 필터를 끼고 봐야하는 영화인데, 이스트우드의 클래식한 연출 스타일도 요즘의 빠른 편집 스타일과는 대비되어 옛날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고, 거기에 사운드까지 엉성하니 극장에서 보는데도 집에서 토렌트로 캠버전 다운받아 보는 것 같은 열악함을 느끼고 왔습니다. (프로젝터의 각도 세팅과 실제 스크린 위치가 미묘하게 어긋나 마스킹처리가 안된 것처럼 보이는건 굉장히 사소한 문제니깐 빼더라도 말이죠. 전문 영사팀이 없는 저희 학교에서도 이렇게 안합니다. 관람하는데 심각한 문제는 없었지만 굉장히 아마추어적인 세팅이에요.)



++ 게다가 장례식장 장면이 끝나고, 이제 막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상영관 전체에 불이 들어오더군요. 불이 들어오는 것까지는 그런 사례가 많으니 그런가보다 했는데, 크레딧을 보고 있는 저에게 청소 아주머니가 제 얼굴을 보며 직접적으로 말했습니다. “앞쪽으로 나가세요.” 올바른 출구를 안내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말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곧이어 빗자루로 들고 제가 앉아있던 열을 청소하기 시작했으니까요. 결국 상영관 앞쪽에 서서 크레딧을 보고 나와야 했습니다. 안그래도 엉망진장이었던 사운드 때문에 기분이 상해있었는데, 이건 매우, 심각하게 불쾌했습니다. 앞으로 대한극장 이용은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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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차야
15/01/18 04:35
수정 아이콘
이라크군 저격수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일의 가족과 똑같이 그 저격수의 부인이 아기를 안고 남편 가는길을 지켜보는 장면과, 올림픽 메달리스트임을 알려주는 사진등 전쟁에 참여한 사람의 배경적인 요소들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인상깊었습니다.
15/01/18 05:56
수정 아이콘
굉장히 작위적이면서도,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보입니다.
가족은 미군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후 그 저격수는 카일에 의해 죽어버리죠.
샌안드레아스
15/01/18 04:51
수정 아이콘
걱정 하신 거처럼 한국인이 보기에 감정이입이 안되진 않았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 의도는 명확 했으니까요.
전쟁의 죄악이나 애국심이 아니라 실제로 그 속에서 희생 당하는 군인과 고통받는 그 가족, ,어렵기만한 전쟁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참전 군인의 사후 처리등 미국 내 사회 문제에 대해서 충실하게 그린 영화 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엉터리로 했다고 보여지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이라고 생각 하구요.
마지막 장면은 미국인 이었다면 담담하게 보았겠지만 아예 아무 정보도 모르고 본
한국인 입장에선 극장 내가 술렁이는 충격이었습니다.
15/01/18 05:46
수정 아이콘
제 글에서 그런 부분이 조금 덜 보여진 것 같은데,
기존 전쟁 장르의 굴레를 씌우면 어설퍼 보이고 맥이 빠져보이는 것 같은 연출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려하고 보면, 거기에 부합하도록 매우 의도적이고 정교하게 연출된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주변에서의 평은, 마치 남자들 군생활 얘기하는거 듣고 있는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는게 많아서,
1. 기대했던 스나이퍼 장르가 아니라 실망했고, 2. 나와는 상관없는 미국의 참전 용사 이야기라 흥미가 떨어졌다. 로 정리되더라구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반전영화라고 보기에는 이스트우드가 지목하는 범위가 매우 좁다고 느껴져서요.
마스터충달
15/01/18 05:15
수정 아이콘
저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한아님 말씀대로 영화가 '중립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메시지는 중립적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라는 매체는 보다 가치 중립적일수록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심리는 매우 편향되거든요. (활자보다 그런 경향이 강한 이유는 아마도 시청각의 생생함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중립적 포지셔닝을 통해 전쟁을 배경으로 만들고, 참전용사나 그들의 가족 같은 지켜보는 자들의 시각을 그려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영화는 가치판단에 있어 한참 편향적이라고 봅니다. 크리스 카일의 비극적 일생을 짧은 활자로만 접하더라도 '아 전쟁 뭣 같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관념을 논의의 중심에서 치워버렸다는 점에서 이미 어느 쪽의 편(물론 공화당)을 들고 있는가가 분명하게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제가 이스트우드가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미국인이라거나 애국주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고민해야할 것이니까요. 단지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편향된 주장을 중립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 영화가 아니라 군인 영화라는 말씀을 들으니 <7월 4일생>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참전용사의 전쟁 후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영화적 결론이 다르게 나온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뭐 철저히 제3자에 해당하는 한국인의 시각에선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변명같고, <7월 4일생>에 더 공감이 가네요. 월남전이나 이라크전이나 미국이 깡패짓을 했다는 점 때문에 위정자에 대한 독설이 더 공감이 가니까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부시 나쁜놈'이라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정말 중립적인 영화가 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어쨌든 올해 꼭 보고 지나가야 할 영화가 될 것 같네요.
저는 오늘 <오늘의 연애>를 보고 왔는데... 한아님이 그저 부럽습니다. ㅠ,ㅠ
15/01/18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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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밖으로 나가 이스트우드의 기존 성향과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 그리고 정치적인 맥락을 들이대본다면 '보수적인 영화'가 맞습니다.
(그리고 물론 이런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이 영화의 정치적 성향을 이야기 할 수는 없겠죠.)
그런 모든 맥락을 알아야만 그 보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최근에 개봉한 몇 편의 메이저 전쟁 영화들과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단순 비교만 해봐도 이런 점들은 쉽게 보이거든요.
미국이 참전한 전쟁과 그것을 주도했던 정당 및 대표들을 다각도로 날카롭게 비판해왔던 기존의 전쟁 영화들과는 다르게,
그런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이미 보수적인 시선이고, 그런 색채가 담겨있으니까요.
딱히 문제 회피를 한다고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만, 회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특정 정당과 대표자가 밀어부쳐 생겨난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거기에 동의하지 않았던 모든 사회계층에서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건, 매우 불편한 점이죠.
이 영화를 보고 '그러니깐 전쟁 하지 말자고 했잖아.'라고 말해봤자 닥쳐온 문제들은 이미 현실이니까요.

단지 제가 '중립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영화의 특정 정치적 성향을 논하고자는 것이 아니라,
댓글에서 말씀하신대로 영화 내부에 '중립적 서술'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거지,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요.(그럴만한 통찰력도 없습니다. 하하...)
제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딱히 변명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이제 비판은 그만하고 문제나 해결하자는, 한국 정치판에서도 매우 자주 보여지는 전형적이고 근시안적이며 답없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오늘의 연애>.... 는 문채원만 감상하고 나와도 이득 아닌가요?
마스터충달
15/01/18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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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들으니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노골적인 정치 영화라는 우려가 드네요;;

글구 전 문채원보다 이뿐 여친이 있어서 별로 감흥이 없더라구요.(자랑 아님. 이럼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습니.. ㅜㅜ)
15/01/18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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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 자꾸 말을 바꾸는것 같은 느낌이라 죄송한데,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관람하기 힘들정도로 색깔이 짙은 정치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댓글에 언급한 '이제 비판은 그만하고 문제나 해결하자는~'의 구절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으신 것 같은데,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해석이 잔뜩 들어간 채로 바라봤을때 나오는 결론이구요.

'이제 비판은 그만하고'와 문제'나' 해결하자라는 부분은 영화 내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노골적이진 않아요.
영화를 마무리 지으며 '이런 문제가 담긴 이야기가 있는데, 이게 실화가 바탕이다.', 라면서 문제제기 하는 수준이랄까요.

단지 영화 전체에 드러나지 않지만 깔려있는 분위기가 보수성을 담아내고 있으며(보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건 아닙니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영화 밖에서 여러 맥락을 가져와 해석할때 보수적으로 읽힐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작품이라서,
제가 위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죠.
영화만 보고 직접적으로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끌림을 받을 정도로 메세지가 강력하고, 시종일관 방향이 뚜렷한 선동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노골적이진 않지만 교묘한 정치 영화냐?'고 묻는다면, 뭐 '그렇다.'고 말할 수는 있겠죠.
마스터충달
15/01/1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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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던가 생명이라던가 하는 인간적 가치보다 애국이 위에 올라가는 순간 그것은 전체주의이고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랜토리노>나 <포레스트 검프> 정도가 지켜야 할 선 위에 걸쳐있는 작품으로 보고 있고요.

그 선을 넘었느냐 아니냐는 저도 영화를 보고나서 말씀을 나눠야 할 것 같네요.
15/01/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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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선에서는 교묘하다는 점이 계속 적용될 것 같습니다.
카일은 거기에 함몰된 인물이라 계속 노출되지만, 영화가 그 방향으로 몰고가지 않거든요.
영화가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결국 애국보수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꽂아넣지 않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해석차이가 있겠지만 제 관점에서는요.)
GreeNSmufF
15/01/18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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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미국에서 개봉해서 밤에 보고왔습니다. 나오면서 재밌었다 재미없었다 판단할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고 조금 무거운 영화였어요. 물론 영화는 전쟁이란 것이 얼마나 무섭고 허무한것인지 나름 중립적인(특히 엔딩에서 많이 느꼈습니다) 시선으로 보여주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가서 거기 사회에 편입되서 사려고 하는 제 입장에서는 마지막 크레딧장면은 과연 내가 미국사회에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수 있을까 하는 큰 의문이 들었고 이민자로서 그 큰 벽(보수진영의 가치)같은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해볼것이 많은 좋은 영화였습니다.
15/01/1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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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반대로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같은 사람들이 미래에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그래도 요즘 테러때문에, 반무슬림 감정도 매우 격해지는 것 같고,
뭔가 연결점이 없어서 생뚱맞지만, 카일의 극우스런 모습 때문에 괜스레 그런 생각을 했나봅니다.
방구차야
15/01/18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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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른 영화 그란토리모 추천합니다. 베트남(?)에서 건너온 이민자 가족의 삶과 노쇠한 백인남자의 삶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영화인데 특히 이발소에서 껄렁하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씬이 인상깊었습니다
자전거도둑
15/01/18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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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은 좀 충격적이더군요.. 좋은일을 하는데 왜 그런일이 생겼을까..
15/01/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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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작이나 실화를 몰랐는데 마지막 씬에서 예측이 되더군요.
제게는 영화의 반전포인트가 좀 덜 뚜렷한 상태에서 조금 일찍 다가온 셈입니다.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마지막 시퀀스에서 갑자기 2013년이라는 특정한 날짜가 소개되고는,
카일이 불안불안한 모습으로 아내에게 리볼버를 들이대면서 등장하죠.
그 장면이 참 생뚱맞은 엉뚱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그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카일의 PTSD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명확히 모르는 관객으로서 불길한 예감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리볼버로 아내를 게속 겨누고 있을때,
'아, 이건 아내나 가족이 죽든지, 카일이 최소 팔다리를 잃는 것 이상의 전개가 있겠구나.'는걸 직감했습니다.

이후 영화 관련 자료를 보니 전모를 좀 알게 되었는데,
그런 불안한 느낌의 묘한 연출과 함께 여태 이 영화는 2013년 X일을 띄워주는 식의 명확한 날짜를 언급하는 진행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생뚱맞은 진행방식으로 엔딩이 들어간 이유가 이 영화의 준비단계에선 카일이 생존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촬영 직전,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단계에서 카일이 그런 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고,
결국 사망하게 된 이유도 영화에서처럼 (본인이 아닌 타인의) PTSD가 그 트리거가 되었기 때문에 영화에 넣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 장례식 장면의 영상 기록이 마치 연출한 것처럼 다각도로 촬영되고 생생하게 있다는 점도,
(물론 홈비디오가 보편화되어 보편적인 미국 가정이 가족 이벤트에 영상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상적이고, 크게 이슈된 사회적 행사였음에도)
영화 제작진에서 접촉하여 작품 속에 넣기 위해서 촬영했을 것 같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초기 기획 단계에선 카일의 실제 사망이 주된 아이템은 아니었을 겁니다.

영화에선 생략된 사고 재현 애니메이션: http://youtu.be/oEN1_V8PDWk
생존당시 저서 발간 직후 인터뷰: http://youtu.be/LbWim-QCSDI (고인의 모습이 직접 등장합니다. 참고하시고 클릭하시길.)

저서도 그렇다고 합니다만, 인터뷰에서도 크리스 카일은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카일보다 훨씬 기괴해 보입니다.
카일은 영화 속에서 가치관 형성에 여러가지 고뇌를 거치지만, 그건 우리에겐 브래들리 쿠퍼의 외모를 갖춘 카일이고
우린 그 모습에만 익숙할 뿐, 실제 인물이 과연 저런 고민을 거쳤는지는 관객이 모르기 때문에,
그의 인터뷰 모습은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의 인터뷰 내용은 한 손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을 처음 타겟으로 쏴 죽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정확히 그 지점부터 무표정하던 실제 크리스 카일이 미소를 띄기 시작합니다. (?!!)
마치 어제 옆집 아줌마가 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미끄러진 에피소드 이야기 하듯 가볍게 말합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껴야할 포인트 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전혀 느끼지 않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싸이코패스같기도 하면서, 묘하게, 이 크리스 카일이라는 인물은 우리와는 다른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줍니다.
언젠가 아내나 가족을 살해할 것 같은 비정상적이고, 사회부적응자 같은 포텐이 느껴진달까요.
그리고 결국 너무나 영화적이지만, 본인의 PTSD가 아닌 타인의 PTSD로 인해 그가 사망하게 되는 실제 사건이 터지게 되죠.

본인의 실제 인터뷰 영상은 제게 있어서 애국주의에 함몰된 인간이
나와 같은 약속이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문명인으로써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양심과 죄책감마저
깔끔하게 뭉개버릴 수 있구나라는걸 깨닫게 되는 섬뜩한 영상이었습니다.
어제내린비
15/01/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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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이 영화를 안 봤기에 다른 내용엔 그닥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일반적인 전쟁영화를 기대하게 되나요?
전 예고편 보고 딱 군인 개인에 대한 영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들으니 제가 생각했던 내용하고 살짝 다르긴 하지만.. 이 영화의 예고편은 그닥 사람 헷갈리게 만들만한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전 이 글을 보고도 아직도 이 영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전거도둑
15/01/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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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봤을때 오 스나이퍼? 에너메앳더게이트류인가.. 뭐 그런생각은 들었습니다. 예고편은 안보고 봤어요.
15/01/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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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이 강조된 부분은 전장 속 극한의 순간에서 카일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앞서 제가 언급한 '미국 저격수'라는 타이틀에서 '저격수'라는데 온갖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영화로 들어가보면, 이 영화는 저격수 영화가 아닙니다.
저격수로써 가지게 되는 윤리적인 갈등들과 선택들에 대해 그렇게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거나, 그 상황을 집중하여 조명하지 않거든요.
영화에서 '저격수'라는 역할은 카일이 네이비 씰에서 '영웅'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는,
160명을 죽이는게 가능해지는 실제 역할로써 배경설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저격수가 극한에 전투 속에서 갖는 딜레마와, 거기에서 그려지는 갈등들을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단조롭고, 감독이 여기서 어떠한 윤리적인 답이나 대안, 아니면 사회적으로 언급될만한 논란등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베터랑들의 PTSD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장상황보다는 참전 후 복귀 장면들이 더 심도깊게 비춰지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은 저격병만 갖고 있는게 아닙니다. 카일의 동생도 이런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잠시 지나가죠.
저격수에 대한 고증은 매우 잘 되어있다고 합니다만, 딱 거기까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을 포함하여 예고편은 저격수가 짧은 순간에 내려야하는 갖가지 윤리적 고민과
저격병 특수의 생활과 그 고뇌, 갈등들을 다루는 것처럼 표현했으니까요.
예고편과 본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내린비
15/01/1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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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그렇게 보셨군요.
저는 전쟁중인데 다른 교전장면 같은게 거의 안나오고 저격장면에서의 개인의 갈등, 바에서 술마시면서 고민하고 있는 장면,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등이 나오는걸 보고 이건 전쟁을 하고있는 스나이퍼의 개인의 대한 영화라고 이해했습니다. 실제 내용은 좀 다르더라도요.
예고편을 보고 '저격수'라는 직업에 대한 영화가 아니고 저격수를 하고있는 한 '개인'에 대한 영화라는걸로 알았습니다.
15/01/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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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보셨다면 어제내린비 님에게 예고편이 본 주제와 동떨어져있지 않게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제가 '저격수'와 '전쟁영화'가 습관적으로 주는 인상으로 인해, 편견이 있는 상태에서 예고편을 바라봤는지도 모르겠군요.
녹용젤리
15/01/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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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영화참 좋아하고 즐겨보는편이라 처음에 이 영화 예고편을 보면서 [우와 쩌는 전쟁영화 하나 나오려나?]였습니다.
그러다 감독의 이름을 보고나선 바로 절대 그런 영화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보고 싶어졌어요.

전작들보다 좀 실망스런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전 꽤나 괜찮게 감상한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보고나서 생각났던건 캐서린 비글로우가 이영화를 만들면 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까 였습니다.
허트로커도 꽤나 인상깊었지만 작년의 제로다크서티도 장난아니었거든요.
검은책
15/01/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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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에 함몰 될 수 밖에 없는 인물을 그릴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윤리나 사랑 등의 이름으로 인물의 존재론에 같이 함몰되는 영화를 많이 보게 되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그런 관점이 강요되구요.
이 영화는 아마도 그런 뻔한 휴머니즘적 태도에서 한 발 벗어난, 전쟁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려낸 인물 중심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한편으로는 한아님 말씀대로 [바라만보게] 영화를 만들면 관객은 영화가 계속해서 자신을 '튕겨내는'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죠.
그 누구에게도 몰입이 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상정된 가치관에도 대입할 수 없게 만드니까요.
훌륭한 리뷰 잘 보았습니다.
전쟁물은 관심이 없는데 리뷰를 보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15/01/1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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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제3국의 관객 입장에서 미국영화라는 태그를 떼버릴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스트우드의 정교한 연출력과 소재 자체의 흥미로운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는데,
그러한 속성들이 범국가적으로 관통한다기보다는, 미국의 사회상을 벗어버리고 온전히 이해되기 힘든 것 같아요.

실제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아메리칸 스나이퍼>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로인한 이슈가 어떤 것들이 있었고,
크리스 카일이란 고유명사가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따른다면
지금 본 영화랑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몰랐는데 제가 자주 즐겨보는 Conan O'brien 쇼에도 출연했더군요.(http://youtu.be/IiVDtNjORbY)
코난은 그를 영웅으로 대접하고, 크리스 카일도 160명을 살인한 사람이라고 보기엔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신사적이며 좋은 사람입니다.
검은책
15/01/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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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국의 관객 입장에서]라는 태그의 불편함(?)은 우리가 지금까지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많이 길들여진 탓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말하자면 미국식의 영웅주의가 되었든, 반영웅주의가 되었든 한국의 관객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이죠.
솔직히 저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미국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요.
말하자면 저희가 제3국으로 일컬어지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영화를 볼때
그들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완전히 소거시킬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한아님께서 말씀하신 [범국가적으로 관통되는 코드][식상한 휴머니즘] 하나 밖에는 남아있는 것이 없겠죠.
미국이 그 나라를 이끄는 동력으로 이런 '영웅주의'를 상정하는 것에 저는 그다지 불편함을 못느낍니다.
그저 '더 이상 영화로는 만나고 싶지는 않다. 마니 무따 아니가.' 이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이것은 인도의 카스트가 언젠가는 없어져야겠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인것과 그다지 다른 맥락이 아닙니다.
제가 한아님 리뷰를 읽기로는 [역사적 맥락]의 개인을 [존재론적 물음]앞에 세우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부분은 영화를 보고 나야 확답이 나올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를 봤으니 꼭 봐야죠.
15/01/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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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15/01/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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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는 얼마전에 제이크 질렌할,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브라더스> 봐서 그런지 더 감정이입이 잘 됬습니다.
물론 파병은 안다녀왔지만 그들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었어요.

저는 영화 연출이 지루했다기 보다는 담담하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재미 위주로 연출했다면 영화 끝나고 찾아온 먹먹한 감정이 왔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저는 상암 CGV 개봉 첫날에 봤는데 대단히 만족했어요. 6관인가 그랬는데 스크린도 작고 사람도 혼자온 사람이 대부분이더군요..마지막 장례식 장면은 물론이고 엔딩크레딧 올라갈때까지 모두 조용히 묵묵히...오랫만에 영화 진짜 편하게 본거 같아요 흐흐
15/01/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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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브라더스>를 못 봤습니다. 언급해주셔서 그런지 몰라도 찾아보니 꼭 보고 싶은 영화네요.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한국 관객에게 어떠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그 폐쇄되고 강압적인 집단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기간 소속되며, 전역 후 트라우마가 생긴다고 표현하잖습니까.
그 범위가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을 포함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기보단 문화적 특수성으로 이해될정도로 광범위하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간접적이지만 이 영화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니면 차라리 해병대 전우회나 어버이연합의 모습과 더 맞닿아 있으려나요.)
영원한초보
15/01/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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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이영화 보려고 했는데 친구는 복잡한 영화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복잡해도 스토리 진행이 재미있게 진행되면 괜찮을 것 같은데
허트로커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허트로커보다 재미면에서 떨어지나요?사색적인 장면이 자주 나오면 좀 지루할 것 같은데
15/01/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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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트 로커> 정도의 재미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제 입장에선 <허트 로커>를 능가한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허트 로커>도 오직 재미만 강조된 영화는 아니라서요.)

제가 글에 언급한 전쟁 '체험'의 기대감은 좀 덜어내시고,
밀덕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장비나 네이비 씰의 훈련과정, 스나이퍼의 행동양식 등의 고증같은건 상당히 잘 되어있는 편이니까요.
전투는 기존 전쟁물보다 지루하게 연출되어 있다고 표현했지만, 바꿔말하면 사색하는 장면은 자주 나오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미군 최고의 영웅이 전쟁을 경험하며 가치관들이 충돌하고, 사색하는 것이 중요한 영화라서요.

딱히 복잡할 것은 없는 영화입니다. 오히려 이스트우드의 뚝심있고 클래식한 스타일은 간단명료하게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는 많이 배제된, 조금 무거운 전쟁물이라고 말하면 이해하시기 쉬울거 같습니다.
분명히 <허트 로커>보다 재밌진 않습니다만,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그 정도라면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고 딱히 실망하진 않으실 것 같아요.
jagddoga
15/01/1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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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장면은...저격수 영화인줄 알았는데 저격 보다는 개돌(...)이 더 많이 나온듯한 느낌입니다.
15/01/18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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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투에서 저격도 도심 중앙에서 한 발 쏘면 바로 저격수의 위치가 발각되어서,
해당 위치에서 방어 라인을 구축하고 대응팀을 호출하거나, 즉시 안전한 존으로 돌파해야한다고 하네요.
(그걸 250번이나 넘게하다니 대단하긴 하네요.)
그런면에서 고증은 잘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스나이퍼물에 대한 기대와는 조금 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15/01/18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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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밤 10시에 봤는데(놀랍게도 매진)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이스트우드의 연출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며, 파병이라는 낯선 소재지를 미국인의 시각에서 그들의 가치관의 한 면을 영화라는 창을 통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덧붙여, 저에게는 마지막 크레딧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감정이 복받히는 시점이었는데 대한극장의 일은 정말 유감이네요(...)
아르카디아
15/01/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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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기인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미국에서 읽었을 때. 외국인에게 이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좋게 받아들여지기는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참전군인으로서 무장이었는지 비무장이었는지에 애매한 사람을 쐈다는 걸 시인하면서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합리화하고 거기다가 그런 동료를 지키기 위해 윤리적 딜레마를 겪어야 했던 전쟁의 이유를 '9.11로 먼저 당했다.'라고 축약시켜버리다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베테랑 군인이 '이라크전 개전'의 이유를 '9.11'이라고 착각하고 있고 그런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팔리다니.. 그가 지속적으로 이라크인들에게 '야만인'이라는 수식을 했을 때 명예로운 군인은 둘 째치고 전장에서 자신을 야만인이라 여기는 레드넥에게 도살당했을 이라크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스치더군요. 또 크리스쳔이라 주장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를 놔두고 맥주와 함께 포르노를 보는 걸 담담하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PTSD 이전에 정말 전쟁영웅의 마초성을 저질스럽게 소비하고 또 팔아재끼는 구나 싶더군요.

수 많은 군인들의 전기를 읽었으나 이 책은 그 어떤 전기보다 얕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부적절하고, 도덕적으로나 교육적으로는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전미 도서관 협회는 이 책을 유해도서로 지정해야만 했습니다.

아무튼 그런 책과 인물을 바탕으로 전기영화가 만들어진다 했을 때 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 인간을 철저하게 해체하여 모욕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면 만족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였는데 생각보다 영화로 보니 나쁘지 않더군요. 그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를 우상화된 현대판 남부카우보이라 생가하는 사람들에게도 서로가 원하는 해석의 기회를 준 것에 감사했습니다.
노련한곰탱이
15/01/1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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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전쟁을 대하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벌여놓다가 결국 수습을 못하고 끝나버린 영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라크전쟁이 어떤 성격의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영화가 주지 않기 때문이죠. 전쟁을 겪는 개인과 그 주변인들의 비참함을 이야기 하지만 그들을 힘들게 만든 이 전쟁이 정녕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성전이었는지, 더러운 침략전쟁이었는지, 아니면 외교적인 충돌이었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전우들, 주인공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희생이 어떤 것인지 규명되지 않는 가운데, 주인공은 카센터에서 만난 옛 전우의 대사와, 엔딩신의 관에 가득 박힌 씰 대원들의 문장과 성조기의 물결 속에서 아무런 설명없이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아메리칸 히어로]가 되어버리죠. 그렇다고 이 모순을 모순으로써 그려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는 실로 미국의 영웅이었다..'는 식입니다.

사실 영화 종반부에 바비큐 파티장에서 개를 죽이려고 한 장면-이 장면은 초반에 나온 양치기 개의 비유와 합쳐져서 주인공을 지탱해오던 가치관이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까지는 기존의 이스트우드 특유의 리버테리언 적인 면모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뭔지 모르겠는 상담장면과 보훈청에서의 다른 상이군인들과 만남 이후에 별 설명도 없이 다시 치유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벙쪄버렸습니다. 거기에 마지막의 엔딩씬은 '숭고한 희생을 밑바탕으로 세워진 위대한 미국'이라는 전형적인 애국주의 클리셰라고 밖에 보이질 않구요. 더불어 이라크인들에 대한 묘사-특히 무스타파(시리아인이라고 나오지만)-는 중립적으로 영화를 그려냈다는 걸 티내기 위한 억지장치로 밖에 보이질 않았습니다.

덧붙여 이 할아버지가 정말 총을 좋아하는구나(총덕후?) 하는 것도 느꼈습니다.
총기규제? 안될거야..
마스터충달
15/01/18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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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 어떤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이 영화는 확실히 누군가의 편을 드는 영화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것은알기싫다
15/01/1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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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많은 부분들이 지난해 보았던 빵형의 '퓨리'에서 봤던 모습과 유사했습니다.
본문이나 윗 댓글들에서 언급됐듯이.. 적(이라크인/독일인)을 야만인 혹은 악마로 규정짓는 것 하며
조국과 아군을 지키기 위해 조금이라도 위협이되면 무참히 쏴서 죽여버려야 하는 살인의 정당화같은 것이 말이죠.
적을 쏘지 못해 아군의 탱크가 피격되는 걸 방지하지 못해
워대디에게 신나게 얻어터지고, 마침내는 '뻐킹 나치'를 연발하면서 기관총을 갈기게 된 '머신'이 생각나네요.
두 영화 모두 배경과 시점, 네러티브나 연출방식,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바가 모두 다르지만
결국 미국이 어떤 이유에서든 치렀던, 미국이 참전한 전쟁에서 전장의 미군병사들이 겪는 고통은 공통적이었지 않나 싶네요.
결국엔 'hero'로 마무리 되는 것 역시 비슷했습니다.
군인의 고뇌와 고통을 그렸지만 결국 헐리우드 영화고, 결국 주인공들은 모두 미군의 전쟁영웅이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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