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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18 04:35
이라크군 저격수의 마지막 장면에서 카일의 가족과 똑같이 그 저격수의 부인이 아기를 안고 남편 가는길을 지켜보는 장면과, 올림픽 메달리스트임을 알려주는 사진등 전쟁에 참여한 사람의 배경적인 요소들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인상깊었습니다.
15/01/18 05:56
굉장히 작위적이면서도, 의도적인 연출이라고 보입니다.
가족은 미군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후 그 저격수는 카일에 의해 죽어버리죠.
15/01/18 04:51
걱정 하신 거처럼 한국인이 보기에 감정이입이 안되진 않았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출 의도는 명확 했으니까요.
전쟁의 죄악이나 애국심이 아니라 실제로 그 속에서 희생 당하는 군인과 고통받는 그 가족, ,어렵기만한 전쟁 트라우마로 시달리는 참전 군인의 사후 처리등 미국 내 사회 문제에 대해서 충실하게 그린 영화 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엉터리로 했다고 보여지지 않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출이라고 생각 하구요. 마지막 장면은 미국인 이었다면 담담하게 보았겠지만 아예 아무 정보도 모르고 본 한국인 입장에선 극장 내가 술렁이는 충격이었습니다.
15/01/18 05:46
제 글에서 그런 부분이 조금 덜 보여진 것 같은데,
기존 전쟁 장르의 굴레를 씌우면 어설퍼 보이고 맥이 빠져보이는 것 같은 연출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고려하고 보면, 거기에 부합하도록 매우 의도적이고 정교하게 연출된 작품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주변에서의 평은, 마치 남자들 군생활 얘기하는거 듣고 있는 여자가 된 기분이었다는게 많아서, 1. 기대했던 스나이퍼 장르가 아니라 실망했고, 2. 나와는 상관없는 미국의 참전 용사 이야기라 흥미가 떨어졌다. 로 정리되더라구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반전영화라고 보기에는 이스트우드가 지목하는 범위가 매우 좁다고 느껴져서요.
15/01/18 05:15
저는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한아님 말씀대로 영화가 '중립포지션'을 취하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메시지는 중립적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러니 하게도 영화라는 매체는 보다 가치 중립적일수록 이를 지켜보는 관객의 심리는 매우 편향되거든요. (활자보다 그런 경향이 강한 이유는 아마도 시청각의 생생함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중립적 포지셔닝을 통해 전쟁을 배경으로 만들고, 참전용사나 그들의 가족 같은 지켜보는 자들의 시각을 그려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영화는 가치판단에 있어 한참 편향적이라고 봅니다. 크리스 카일의 비극적 일생을 짧은 활자로만 접하더라도 '아 전쟁 뭣 같은 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관념을 논의의 중심에서 치워버렸다는 점에서 이미 어느 쪽의 편(물론 공화당)을 들고 있는가가 분명하게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렇다고 제가 이스트우드가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미국인이라거나 애국주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고민해야할 것이니까요. 단지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편향된 주장을 중립적으로 서술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 영화가 아니라 군인 영화라는 말씀을 들으니 <7월 4일생>이라는 영화가 생각나네요. 참전용사의 전쟁 후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선 동일하지만 영화적 결론이 다르게 나온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뭐 철저히 제3자에 해당하는 한국인의 시각에선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변명같고, <7월 4일생>에 더 공감이 가네요. 월남전이나 이라크전이나 미국이 깡패짓을 했다는 점 때문에 위정자에 대한 독설이 더 공감이 가니까요. <아메리칸 스나이퍼>에 '부시 나쁜놈'이라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다면 정말 중립적인 영화가 될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어쨌든 올해 꼭 보고 지나가야 할 영화가 될 것 같네요. 저는 오늘 <오늘의 연애>를 보고 왔는데... 한아님이 그저 부럽습니다. ㅠ,ㅠ
15/01/18 05:38
영화 밖으로 나가 이스트우드의 기존 성향과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 그리고 정치적인 맥락을 들이대본다면 '보수적인 영화'가 맞습니다.
(그리고 물론 이런 부분을 따로 떼어놓고 이 영화의 정치적 성향을 이야기 할 수는 없겠죠.) 그런 모든 맥락을 알아야만 그 보수성을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최근에 개봉한 몇 편의 메이저 전쟁 영화들과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단순 비교만 해봐도 이런 점들은 쉽게 보이거든요. 미국이 참전한 전쟁과 그것을 주도했던 정당 및 대표들을 다각도로 날카롭게 비판해왔던 기존의 전쟁 영화들과는 다르게, 그런 비판을 하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로도 이미 보수적인 시선이고, 그런 색채가 담겨있으니까요. 딱히 문제 회피를 한다고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만, 회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특정 정당과 대표자가 밀어부쳐 생겨난 전쟁의 참혹한 결과를 거기에 동의하지 않았던 모든 사회계층에서 책임져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건, 매우 불편한 점이죠. 이 영화를 보고 '그러니깐 전쟁 하지 말자고 했잖아.'라고 말해봤자 닥쳐온 문제들은 이미 현실이니까요. 단지 제가 '중립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 영화의 특정 정치적 성향을 논하고자는 것이 아니라, 댓글에서 말씀하신대로 영화 내부에 '중립적 서술'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거지,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었으니까요.(그럴만한 통찰력도 없습니다. 하하...) 제 개인적으로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딱히 변명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만, 이제 비판은 그만하고 문제나 해결하자는, 한국 정치판에서도 매우 자주 보여지는 전형적이고 근시안적이며 답없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오늘의 연애>.... 는 문채원만 감상하고 나와도 이득 아닌가요?
15/01/18 05:59
말씀 들으니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노골적인 정치 영화라는 우려가 드네요;;
글구 전 문채원보다 이뿐 여친이 있어서 별로 감흥이 없더라구요.(자랑 아님. 이럼 무슨 말인지 아시리라 믿습니.. ㅜㅜ)
15/01/18 06:22
음, 뭐, 자꾸 말을 바꾸는것 같은 느낌이라 죄송한데, 영화 자체만 놓고 보면 관람하기 힘들정도로 색깔이 짙은 정치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댓글에 언급한 '이제 비판은 그만하고 문제나 해결하자는~'의 구절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으신 것 같은데, 이건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경험과 주관적인 해석이 잔뜩 들어간 채로 바라봤을때 나오는 결론이구요. '이제 비판은 그만하고'와 문제'나' 해결하자라는 부분은 영화 내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렇게 노골적이진 않아요. 영화를 마무리 지으며 '이런 문제가 담긴 이야기가 있는데, 이게 실화가 바탕이다.', 라면서 문제제기 하는 수준이랄까요. 단지 영화 전체에 드러나지 않지만 깔려있는 분위기가 보수성을 담아내고 있으며(보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건 아닙니다.)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영화 밖에서 여러 맥락을 가져와 해석할때 보수적으로 읽힐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작품이라서, 제가 위처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죠. 영화만 보고 직접적으로 보수적인 방향으로 이끌림을 받을 정도로 메세지가 강력하고, 시종일관 방향이 뚜렷한 선동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 <아메리칸 스나이퍼>는 노골적이진 않지만 교묘한 정치 영화냐?'고 묻는다면, 뭐 '그렇다.'고 말할 수는 있겠죠.
15/01/18 08:29
정의라던가 생명이라던가 하는 인간적 가치보다 애국이 위에 올라가는 순간 그것은 전체주의이고 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랜토리노>나 <포레스트 검프> 정도가 지켜야 할 선 위에 걸쳐있는 작품으로 보고 있고요. 그 선을 넘었느냐 아니냐는 저도 영화를 보고나서 말씀을 나눠야 할 것 같네요.
15/01/18 09:11
그 선에서는 교묘하다는 점이 계속 적용될 것 같습니다.
카일은 거기에 함몰된 인물이라 계속 노출되지만, 영화가 그 방향으로 몰고가지 않거든요. 영화가 중립이라는 명분으로 결국 애국보수에 대해 통렬한 비판을 꽂아넣지 않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건 해석차이가 있겠지만 제 관점에서는요.)
15/01/18 05:34
어제 미국에서 개봉해서 밤에 보고왔습니다. 나오면서 재밌었다 재미없었다 판단할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고 조금 무거운 영화였어요. 물론 영화는 전쟁이란 것이 얼마나 무섭고 허무한것인지 나름 중립적인(특히 엔딩에서 많이 느꼈습니다) 시선으로 보여주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가서 거기 사회에 편입되서 사려고 하는 제 입장에서는 마지막 크레딧장면은 과연 내가 미국사회에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며 살수 있을까 하는 큰 의문이 들었고 이민자로서 그 큰 벽(보수진영의 가치)같은것을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생각해볼것이 많은 좋은 영화였습니다.
15/01/18 05:49
저는 반대로 한국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같은 사람들이 미래에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안그래도 요즘 테러때문에, 반무슬림 감정도 매우 격해지는 것 같고, 뭔가 연결점이 없어서 생뚱맞지만, 카일의 극우스런 모습 때문에 괜스레 그런 생각을 했나봅니다.
15/01/18 06:39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다른 영화 그란토리모 추천합니다. 베트남(?)에서 건너온 이민자 가족의 삶과 노쇠한 백인남자의 삶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영화인데 특히 이발소에서 껄렁하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씬이 인상깊었습니다
15/01/18 09:44
저는 원작이나 실화를 몰랐는데 마지막 씬에서 예측이 되더군요.
제게는 영화의 반전포인트가 좀 덜 뚜렷한 상태에서 조금 일찍 다가온 셈입니다. 기억나실지 모르겠는데, 마지막 시퀀스에서 갑자기 2013년이라는 특정한 날짜가 소개되고는, 카일이 불안불안한 모습으로 아내에게 리볼버를 들이대면서 등장하죠. 그 장면이 참 생뚱맞은 엉뚱한 긴장감을 자아내는데, 그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카일의 PTSD가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명확히 모르는 관객으로서 불길한 예감이 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리볼버로 아내를 게속 겨누고 있을때, '아, 이건 아내나 가족이 죽든지, 카일이 최소 팔다리를 잃는 것 이상의 전개가 있겠구나.'는걸 직감했습니다. 이후 영화 관련 자료를 보니 전모를 좀 알게 되었는데, 그런 불안한 느낌의 묘한 연출과 함께 여태 이 영화는 2013년 X일을 띄워주는 식의 명확한 날짜를 언급하는 진행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런 생뚱맞은 진행방식으로 엔딩이 들어간 이유가 이 영화의 준비단계에선 카일이 생존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영화의 촬영 직전,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단계에서 카일이 그런 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되었고, 결국 사망하게 된 이유도 영화에서처럼 (본인이 아닌 타인의) PTSD가 그 트리거가 되었기 때문에 영화에 넣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실제 장례식 장면의 영상 기록이 마치 연출한 것처럼 다각도로 촬영되고 생생하게 있다는 점도, (물론 홈비디오가 보편화되어 보편적인 미국 가정이 가족 이벤트에 영상 기록을 남기는 것이 일상적이고, 크게 이슈된 사회적 행사였음에도) 영화 제작진에서 접촉하여 작품 속에 넣기 위해서 촬영했을 것 같습니다.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초기 기획 단계에선 카일의 실제 사망이 주된 아이템은 아니었을 겁니다. 영화에선 생략된 사고 재현 애니메이션: http://youtu.be/oEN1_V8PDWk 생존당시 저서 발간 직후 인터뷰: http://youtu.be/LbWim-QCSDI (고인의 모습이 직접 등장합니다. 참고하시고 클릭하시길.) 저서도 그렇다고 합니다만, 인터뷰에서도 크리스 카일은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카일보다 훨씬 기괴해 보입니다. 카일은 영화 속에서 가치관 형성에 여러가지 고뇌를 거치지만, 그건 우리에겐 브래들리 쿠퍼의 외모를 갖춘 카일이고 우린 그 모습에만 익숙할 뿐, 실제 인물이 과연 저런 고민을 거쳤는지는 관객이 모르기 때문에, 그의 인터뷰 모습은 생소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의 인터뷰 내용은 한 손에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을 처음 타겟으로 쏴 죽였다는 것이죠. 그리고 정확히 그 지점부터 무표정하던 실제 크리스 카일이 미소를 띄기 시작합니다. (?!!) 마치 어제 옆집 아줌마가 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미끄러진 에피소드 이야기 하듯 가볍게 말합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껴야할 포인트 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걸 전혀 느끼지 않는 그의 모습은 마치 싸이코패스같기도 하면서, 묘하게, 이 크리스 카일이라는 인물은 우리와는 다른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줍니다. 언젠가 아내나 가족을 살해할 것 같은 비정상적이고, 사회부적응자 같은 포텐이 느껴진달까요. 그리고 결국 너무나 영화적이지만, 본인의 PTSD가 아닌 타인의 PTSD로 인해 그가 사망하게 되는 실제 사건이 터지게 되죠. 본인의 실제 인터뷰 영상은 제게 있어서 애국주의에 함몰된 인간이 나와 같은 약속이 이루어진 사회 속에서 활동하는 문명인으로써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양심과 죄책감마저 깔끔하게 뭉개버릴 수 있구나라는걸 깨닫게 되는 섬뜩한 영상이었습니다.
15/01/18 09:27
저는 아직 이 영화를 안 봤기에 다른 내용엔 그닥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고 일반적인 전쟁영화를 기대하게 되나요? 전 예고편 보고 딱 군인 개인에 대한 영화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설명을 들으니 제가 생각했던 내용하고 살짝 다르긴 하지만.. 이 영화의 예고편은 그닥 사람 헷갈리게 만들만한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전 이 글을 보고도 아직도 이 영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15/01/18 10:00
예고편이 강조된 부분은 전장 속 극한의 순간에서 카일이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앞서 제가 언급한 '미국 저격수'라는 타이틀에서 '저격수'라는데 온갖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영화로 들어가보면, 이 영화는 저격수 영화가 아닙니다. 저격수로써 가지게 되는 윤리적인 갈등들과 선택들에 대해 그렇게 깊은 성찰을 보여준다거나, 그 상황을 집중하여 조명하지 않거든요. 영화에서 '저격수'라는 역할은 카일이 네이비 씰에서 '영웅'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는, 160명을 죽이는게 가능해지는 실제 역할로써 배경설정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저격수가 극한에 전투 속에서 갖는 딜레마와, 거기에서 그려지는 갈등들을 다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단조롭고, 감독이 여기서 어떠한 윤리적인 답이나 대안, 아니면 사회적으로 언급될만한 논란등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베터랑들의 PTSD에 굉장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실제 전장상황보다는 참전 후 복귀 장면들이 더 심도깊게 비춰지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 나오는 문제점들은 저격병만 갖고 있는게 아닙니다. 카일의 동생도 이런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잠시 지나가죠. 저격수에 대한 고증은 매우 잘 되어있다고 합니다만, 딱 거기까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런데 영화 제목을 포함하여 예고편은 저격수가 짧은 순간에 내려야하는 갖가지 윤리적 고민과 저격병 특수의 생활과 그 고뇌, 갈등들을 다루는 것처럼 표현했으니까요. 예고편과 본 영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15/01/18 10:10
예고편을 그렇게 보셨군요.
저는 전쟁중인데 다른 교전장면 같은게 거의 안나오고 저격장면에서의 개인의 갈등, 바에서 술마시면서 고민하고 있는 장면,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등이 나오는걸 보고 이건 전쟁을 하고있는 스나이퍼의 개인의 대한 영화라고 이해했습니다. 실제 내용은 좀 다르더라도요. 예고편을 보고 '저격수'라는 직업에 대한 영화가 아니고 저격수를 하고있는 한 '개인'에 대한 영화라는걸로 알았습니다.
15/01/18 10:14
그렇게 보셨다면 어제내린비 님에게 예고편이 본 주제와 동떨어져있지 않게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제가 '저격수'와 '전쟁영화'가 습관적으로 주는 인상으로 인해, 편견이 있는 상태에서 예고편을 바라봤는지도 모르겠군요.
15/01/18 10:34
저도 영화참 좋아하고 즐겨보는편이라 처음에 이 영화 예고편을 보면서 [우와 쩌는 전쟁영화 하나 나오려나?]였습니다.
그러다 감독의 이름을 보고나선 바로 절대 그런 영화가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보고 싶어졌어요. 전작들보다 좀 실망스런 부분이 많았지만 그래도 전 꽤나 괜찮게 감상한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보고나서 생각났던건 캐서린 비글로우가 이영화를 만들면 대체 어떤 영화를 만들게 될까 였습니다. 허트로커도 꽤나 인상깊었지만 작년의 제로다크서티도 장난아니었거든요.
15/01/18 10:34
역사 속에 함몰 될 수 밖에 없는 인물을 그릴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이 윤리나 사랑 등의 이름으로 인물의 존재론에 같이 함몰되는 영화를 많이 보게 되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그런 관점이 강요되구요. 이 영화는 아마도 그런 뻔한 휴머니즘적 태도에서 한 발 벗어난, 전쟁이라는 도구를 통해 그려낸 인물 중심의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한편으로는 한아님 말씀대로 [바라만보게] 영화를 만들면 관객은 영화가 계속해서 자신을 '튕겨내는'듯한 인상을 받을 수 있죠. 그 누구에게도 몰입이 되지 않고, 일반적으로 상정된 가치관에도 대입할 수 없게 만드니까요. 훌륭한 리뷰 잘 보았습니다. 전쟁물은 관심이 없는데 리뷰를 보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15/01/18 12:27
개인적으론 제3국의 관객 입장에서 미국영화라는 태그를 떼버릴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스트우드의 정교한 연출력과 소재 자체의 흥미로운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는데, 그러한 속성들이 범국가적으로 관통한다기보다는, 미국의 사회상을 벗어버리고 온전히 이해되기 힘든 것 같아요. 실제 미국 사회에서 어떻게 <아메리칸 스나이퍼>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그로인한 이슈가 어떤 것들이 있었고, 크리스 카일이란 고유명사가 미국인들에게 어떻게 기억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따른다면 지금 본 영화랑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몰랐는데 제가 자주 즐겨보는 Conan O'brien 쇼에도 출연했더군요.(http://youtu.be/IiVDtNjORbY) 코난은 그를 영웅으로 대접하고, 크리스 카일도 160명을 살인한 사람이라고 보기엔 굉장히 유머러스하고 신사적이며 좋은 사람입니다.
15/01/18 13:16
[제3국의 관객 입장에서]라는 태그의 불편함(?)은 우리가 지금까지 헐리웃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많이 길들여진 탓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말하자면 미국식의 영웅주의가 되었든, 반영웅주의가 되었든 한국의 관객이 너무나 익숙하다는 것이죠. 솔직히 저는 그런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어야 진정한 미국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는 편인데요. 말하자면 저희가 제3국으로 일컬어지는 인도나 동남아시아의 영화를 볼때 그들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완전히 소거시킬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지요. 한아님께서 말씀하신 [범국가적으로 관통되는 코드]란 [식상한 휴머니즘] 하나 밖에는 남아있는 것이 없겠죠. 미국이 그 나라를 이끄는 동력으로 이런 '영웅주의'를 상정하는 것에 저는 그다지 불편함을 못느낍니다. 그저 '더 이상 영화로는 만나고 싶지는 않다. 마니 무따 아니가.' 이 정도의 느낌이랄까요. 이것은 인도의 카스트가 언젠가는 없어져야겠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인것과 그다지 다른 맥락이 아닙니다. 제가 한아님 리뷰를 읽기로는 [역사적 맥락]의 개인을 [존재론적 물음]앞에 세우기 위한 감독의 노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부분은 영화를 보고 나야 확답이 나올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를 봤으니 꼭 봐야죠.
15/01/18 10:34
흠..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는 얼마전에 제이크 질렌할, 토비 맥과이어 주연의 <브라더스> 봐서 그런지 더 감정이입이 잘 됬습니다. 물론 파병은 안다녀왔지만 그들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었어요. 저는 영화 연출이 지루했다기 보다는 담담하게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재미 위주로 연출했다면 영화 끝나고 찾아온 먹먹한 감정이 왔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저는 상암 CGV 개봉 첫날에 봤는데 대단히 만족했어요. 6관인가 그랬는데 스크린도 작고 사람도 혼자온 사람이 대부분이더군요..마지막 장례식 장면은 물론이고 엔딩크레딧 올라갈때까지 모두 조용히 묵묵히...오랫만에 영화 진짜 편하게 본거 같아요 흐흐
15/01/18 12:34
저는 아직 <브라더스>를 못 봤습니다. 언급해주셔서 그런지 몰라도 찾아보니 꼭 보고 싶은 영화네요.
<아메리칸 스나이퍼>가 한국 관객에게 어떠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그 폐쇄되고 강압적인 집단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장기간 소속되며, 전역 후 트라우마가 생긴다고 표현하잖습니까. 그 범위가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을 포함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기보단 문화적 특수성으로 이해될정도로 광범위하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간접적이지만 이 영화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아니면 차라리 해병대 전우회나 어버이연합의 모습과 더 맞닿아 있으려나요.)
15/01/18 12:01
친구랑 이영화 보려고 했는데 친구는 복잡한 영화 별로 안좋아하거든요.
복잡해도 스토리 진행이 재미있게 진행되면 괜찮을 것 같은데 허트로커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허트로커보다 재미면에서 떨어지나요?사색적인 장면이 자주 나오면 좀 지루할 것 같은데
15/01/18 12:15
<허트 로커> 정도의 재미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제 입장에선 <허트 로커>를 능가한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허트 로커>도 오직 재미만 강조된 영화는 아니라서요.) 제가 글에 언급한 전쟁 '체험'의 기대감은 좀 덜어내시고, 밀덕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장비나 네이비 씰의 훈련과정, 스나이퍼의 행동양식 등의 고증같은건 상당히 잘 되어있는 편이니까요. 전투는 기존 전쟁물보다 지루하게 연출되어 있다고 표현했지만, 바꿔말하면 사색하는 장면은 자주 나오지만 지루하지 않도록 연출되어 있습니다. 미군 최고의 영웅이 전쟁을 경험하며 가치관들이 충돌하고, 사색하는 것이 중요한 영화라서요. 딱히 복잡할 것은 없는 영화입니다. 오히려 이스트우드의 뚝심있고 클래식한 스타일은 간단명료하게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는 많이 배제된, 조금 무거운 전쟁물이라고 말하면 이해하시기 쉬울거 같습니다. 분명히 <허트 로커>보다 재밌진 않습니다만, '재미'에 대한 기대감이 그 정도라면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보고 딱히 실망하진 않으실 것 같아요.
15/01/18 12:39
실제 전투에서 저격도 도심 중앙에서 한 발 쏘면 바로 저격수의 위치가 발각되어서,
해당 위치에서 방어 라인을 구축하고 대응팀을 호출하거나, 즉시 안전한 존으로 돌파해야한다고 하네요. (그걸 250번이나 넘게하다니 대단하긴 하네요.) 그런면에서 고증은 잘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스나이퍼물에 대한 기대와는 조금 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15/01/18 14:53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저도 어제 밤 10시에 봤는데(놀랍게도 매진) 대체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하는 이스트우드의 연출이라는 표현에 공감하며, 파병이라는 낯선 소재지를 미국인의 시각에서 그들의 가치관의 한 면을 영화라는 창을 통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말 좋은 영화였다고 느꼈습니다.
덧붙여, 저에게는 마지막 크레딧 장면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감정이 복받히는 시점이었는데 대한극장의 일은 정말 유감이네요(...)
15/01/18 15:26
그의 전기인 '아메리칸 스나이퍼'를 미국에서 읽었을 때. 외국인에게 이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좋게 받아들여지기는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참전군인으로서 무장이었는지 비무장이었는지에 애매한 사람을 쐈다는 걸 시인하면서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합리화하고 거기다가 그런 동료를 지키기 위해 윤리적 딜레마를 겪어야 했던 전쟁의 이유를 '9.11로 먼저 당했다.'라고 축약시켜버리다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베테랑 군인이 '이라크전 개전'의 이유를 '9.11'이라고 착각하고 있고 그런 책이 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팔리다니.. 그가 지속적으로 이라크인들에게 '야만인'이라는 수식을 했을 때 명예로운 군인은 둘 째치고 전장에서 자신을 야만인이라 여기는 레드넥에게 도살당했을 이라크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스치더군요. 또 크리스쳔이라 주장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면 아내를 놔두고 맥주와 함께 포르노를 보는 걸 담담하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PTSD 이전에 정말 전쟁영웅의 마초성을 저질스럽게 소비하고 또 팔아재끼는 구나 싶더군요.
수 많은 군인들의 전기를 읽었으나 이 책은 그 어떤 전기보다 얕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부적절하고, 도덕적으로나 교육적으로는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전미 도서관 협회는 이 책을 유해도서로 지정해야만 했습니다. 아무튼 그런 책과 인물을 바탕으로 전기영화가 만들어진다 했을 때 저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 인간을 철저하게 해체하여 모욕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면 만족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였는데 생각보다 영화로 보니 나쁘지 않더군요. 그를 영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를 우상화된 현대판 남부카우보이라 생가하는 사람들에게도 서로가 원하는 해석의 기회를 준 것에 감사했습니다.
15/01/18 15:59
이 영화는 전쟁을 대하는 국가와 개인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벌여놓다가 결국 수습을 못하고 끝나버린 영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가장 큰 원인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라크전쟁이 어떤 성격의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메시지를 영화가 주지 않기 때문이죠. 전쟁을 겪는 개인과 그 주변인들의 비참함을 이야기 하지만 그들을 힘들게 만든 이 전쟁이 정녕 조국을 수호하기 위한 성전이었는지, 더러운 침략전쟁이었는지, 아니면 외교적인 충돌이었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과 전우들, 주인공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과 희생이 어떤 것인지 규명되지 않는 가운데, 주인공은 카센터에서 만난 옛 전우의 대사와, 엔딩신의 관에 가득 박힌 씰 대원들의 문장과 성조기의 물결 속에서 아무런 설명없이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아메리칸 히어로]가 되어버리죠. 그렇다고 이 모순을 모순으로써 그려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그는 실로 미국의 영웅이었다..'는 식입니다.
사실 영화 종반부에 바비큐 파티장에서 개를 죽이려고 한 장면-이 장면은 초반에 나온 양치기 개의 비유와 합쳐져서 주인공을 지탱해오던 가치관이 완전히 파괴되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까지는 기존의 이스트우드 특유의 리버테리언 적인 면모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뭔지 모르겠는 상담장면과 보훈청에서의 다른 상이군인들과 만남 이후에 별 설명도 없이 다시 치유되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벙쪄버렸습니다. 거기에 마지막의 엔딩씬은 '숭고한 희생을 밑바탕으로 세워진 위대한 미국'이라는 전형적인 애국주의 클리셰라고 밖에 보이질 않구요. 더불어 이라크인들에 대한 묘사-특히 무스타파(시리아인이라고 나오지만)-는 중립적으로 영화를 그려냈다는 걸 티내기 위한 억지장치로 밖에 보이질 않았습니다. 덧붙여 이 할아버지가 정말 총을 좋아하는구나(총덕후?) 하는 것도 느꼈습니다. 총기규제? 안될거야..
15/01/18 17:58
이라크 전쟁이 어떤 전쟁이었는지에 대한 반성이 없다면 이 영화는 확실히 누군가의 편을 드는 영화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15/01/19 00:24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많은 부분들이 지난해 보았던 빵형의 '퓨리'에서 봤던 모습과 유사했습니다.
본문이나 윗 댓글들에서 언급됐듯이.. 적(이라크인/독일인)을 야만인 혹은 악마로 규정짓는 것 하며 조국과 아군을 지키기 위해 조금이라도 위협이되면 무참히 쏴서 죽여버려야 하는 살인의 정당화같은 것이 말이죠. 적을 쏘지 못해 아군의 탱크가 피격되는 걸 방지하지 못해 워대디에게 신나게 얻어터지고, 마침내는 '뻐킹 나치'를 연발하면서 기관총을 갈기게 된 '머신'이 생각나네요. 두 영화 모두 배경과 시점, 네러티브나 연출방식,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바가 모두 다르지만 결국 미국이 어떤 이유에서든 치렀던, 미국이 참전한 전쟁에서 전장의 미군병사들이 겪는 고통은 공통적이었지 않나 싶네요. 결국엔 'hero'로 마무리 되는 것 역시 비슷했습니다. 군인의 고뇌와 고통을 그렸지만 결국 헐리우드 영화고, 결국 주인공들은 모두 미군의 전쟁영웅이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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