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5/01/05 19:53:13
Name 당근매니아
Subject [일반] 어술라 르 귄의 2014 미국 도서상 수상 소감


2014년 11월 19일 어스시 연대기 등으로 유명한 르 귄이 미국 도서상을 수상하고 한 소감 영상입니다.
소감 전문은 여기(http://parkerhiggins.net/2014/11/will-need-writers-can-remember-freedom-ursula-k-le-guin-national-book-awards/)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번역문은 여기(http://gwenzhir.keithskim.com/3120607)에 되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전문을 퍼오는 것은 번역한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싶어서 링크만 남깁니다.
그렇다고 부분부분 발췌하기에는 소감 전체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망가뜨릴 수 없더군요.

다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제가 가장 꽂혔던 지점들 중 하나만을 가져오자면 이렇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 안에 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힘은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요.
하지만 절대왕정 시절 왕의 권력도 그랬습니다. 사람이 만든 그 어떤 권력도 사람이 저항하고 바꿀 수 있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저항과 변화는 예술에서 출발합니다. 그 중에서도 많은 경우, 그것은 우리의 예술, 즉 [말의 예술]에서 출발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통찰이라니!

할머니 오랜만에 보니 참 많이 늙으셨네요. 그리고 여전히 참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나온 세월이라는 것이 연륜으로 쌓이고,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말과 글들입니다.
한번 꼭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제발 오래오래 살아서 서부해안연대기 더 내주세요ㅠ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5/01/05 21:09
수정 아이콘
빼앗긴 자들을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두꺼워 여러번 포기했네요.
르귄 입문하는 책으로 어떤 걸 추천하시나요?
당근매니아
15/01/05 21:15
수정 아이콘
르귄은 판타지하고 SF 쪽의 작법이 되게 다른 편입니다. 문체는 둘 다 여유롭고 상세하지만, 판타지 쪽은 그야말로 어느정도 동화적이면서 환상적인 세계를 그린다면 SF 작품들은 소설의 형태를 빌려 가상사회실험을 한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SF 쪽보다는 판타지 작품들로 첫발을 떼는 게 비교적 말랑말랑하니 좋지 않을까 싶네요. 전 서부해안연대기 첫 작품인 '기프트'로 입문했는데, 대표작인 어스시의 마법사로 시작하는 것도 괜찮지 싶습니다.
랜덤여신
15/01/05 21:16
수정 아이콘
날짜가 잘못 나왔군요. 12월 29일이 아니라 11월 19일입니다. 몇 달 전에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봤었거든요.

저는 예술가 특유의 오만(?) 내지는 우월감 같은 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문학을 냄새 제거제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부분이요. 외부인인 제가 느끼기로는 예술적 가치 못지않게 냄새 제거제의 가치도 소중하다고 생각하거든요. responsible authorship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문학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도 존재해야 마땅하겠죠. 작가가 작가 상대로 말하는 거니까 충분히 이해는 갑니다만...

저기서 말하는 부당 이득자(profiteer)는 아마존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말이 있더군요. 아마존에 대해서는 칭찬도 나오고 비판도 나오는데, 요즘은 비판쪽 의견이 좀 더 힘을 얻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당근매니아
15/01/05 21:24
수정 아이콘
아 감사합니다. 날짜 수정했어요.

데오드란트와 소설의 차이가 있다면, 데오드란트의 가치는 수치로 입증될 수 있는 반면 후자의 것은 그렇지 않다는 거겠죠. 이건 사실 넓게 보자면 예술 쪽에서 오히려 라인 타는 게 더 중요한 뭐 그런 문제들과도 뿌리를 같이할 겁니다. 그 창작물 자체의 가치의 측정이 쉽지 않고, 오로지 다른 사람들의 평가에 의해 ㅡ 평론가 혹은 시장, 독자평 기타 등등 ㅡ 규정된다는 점요. 지금은 그 가치의 평가가 오로지 상업적인 성과의 크기로 이루어지고 있는 판이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우려겠지요.
Go2Universe
15/01/05 21:39
수정 아이콘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문제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은 별개의 문제 같습니다.
다른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고결함에 대한 것들이 그렇게까지 오만(?)한 일인가 싶어요.
만드는 사람이라면 냄새제거제의 가치보다 자신의 작품이 더 가치있다 느껴야, 그게 응당 옳은 것이라 생각되거든요.
저런 것 없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동력을 또 어디서 얻어내겠습니까.
저 신경쓰여요
15/01/05 21:56
수정 아이콘
전후의 맥락을 보면 - 작가들이 기업 율법에 의해 협박 당하고 있다, (출판사가) 무엇을 쓸지 명령하고 있다 - 책을 쓰는 행위에 있어서는 상업적인 가치 추구와는 다른 방향에서의 접근이 보장 받을 필요가 있는데, 요즘 출판사들이 작가들에게 예술을 위한 집필이 아닌 상업을 위한 집필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기 위해 데오도란트의 예를 든 것 같습니다. 데오도란트도 물론 소중한 가치를 지닌 물건이지만, 소설을 쓰는 행위와 공산품을 생산하는 행위에는 다른 작법이 필요한데 출판사가 데오도란트를 생산해서 파는 자세에 소설을 집필해서 파는 자세를 무리하게 끼워 맞추려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석되더군요.
영원한초보
15/01/05 22:05
수정 아이콘
르귄이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말의 예술에 취하네요. 최근 마신 술 중 제일 좋네요.
리블은무큐
15/01/05 22:28
수정 아이콘
판타지에서는 세계 3대 판타지(반지의제왕, 나니아연대기)인 어스시 시리즈를 쓰셨고, SF에서도 특유의 문체와 다양한 실험으로 패러다임을 이끄셨지만 관련한 영화나 드라마가 나오지 않아 장르소설에 관심있는 사람 아니면 잘 모르긴 합니다...

아, 애니메이션으로 지브리에서 만들었던 "게드전기" 가 있긴 한데.. 이건 모두에게 잊혀져야 할 망작입니다;
랜덤여신
15/01/06 00:19
수정 아이콘
저는 다들 망작 망작 하니까 오히려 더 보고 싶은데, 볼 기회가 없었네요. 3류작 리뷰를 핑계로 이번 주말에라도 한번 구해 봐야 하나;;
다크나이트
15/01/06 14:51
수정 아이콘
최근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몰아서 보고 있는지라 이 문제작도 이주 전에 보았는데요.
하.. 정말 망작입니다. 내용 전개도 산만하고 무슨 얘길 하고싶은지도 미스테리고 재미라고는 정말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어쩌다 천하의 지브리에서 이딴 작품이 나온건지..
제 애니메이션 시청 사상 원더풀 데이즈와 함께 망작으로 묶을 수 있는 작품을 또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원더풀 데이즈보단 조금 낫습니다.(!!)
신의와배신
15/01/06 16:00
수정 아이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믿고 지브리에 맡겼는데, 감독은 자기 아들을 믿고 애니메이션을 맡겼습니다.

영화가 완성되고 내부 시사회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중간에 자리를 떴다고 합니다. 그 뒤로 (물론 많은 우여곡절이 있지만 댓글은 짧아야 하므로) 결국 지브리는 후계자를 얻지 못해 폐업에 이르게 됩니다.

만일 실사 판타지로 만들었다면 전쟁신이 없어서 대박은 불가능했을지 모르지만, 명작의 반열에 올랐을 작품이 3대 판타지란 명성에 걸맞지 않게 대중성 없는 작품이란 불명예를 안게 되었지요.

영화 자체로도 망작이고 관계자에게도 뼈 아픈 이야기가 된 작품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5825 [일반] 애벌레 햄버거와 손주바보 [5] Dj KOZE3629 15/01/06 3629 0
55824 [일반] SpaceX CRS-5 발사까지 10분 [12] 랜덤여신3130 15/01/06 3130 0
55823 [일반] [야구] 2016년부터 한국시리즈 중립구장 경기 폐지, 올스타전 팀구성은 유지 [25] 정지연5651 15/01/06 5651 0
55822 [일반] 메시-엔리케 불화, 메시 첼시행 루머? [149] 발롱도르12051 15/01/06 12051 1
55821 [일반] 타자의 욕망과 열등감으로부터의 해방에 대하여 [28] 하루의일기5934 15/01/06 5934 9
55820 [일반] 윤하(피노키오OST)/종현/더 씨야/월세 유세윤/풍뎅E의 MV가 공개되었습니다. [7] 효연광팬세우실3236 15/01/06 3236 0
55819 [일반] (푸념) 실패는 언제나 쓰네요... [26] HBKiD5477 15/01/06 5477 0
55818 [일반] [EPL] FA컵 4라운드(32강) 대진이 나왔습니다 [8] pioren3344 15/01/06 3344 0
55817 [일반] 뉴넥서스7을 보내면서 쓰는 사용기 [49] 카스트로폴리스7610 15/01/06 7610 0
55816 [일반] 그럴만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냐 [31] 조홍7128 15/01/06 7128 3
55815 [일반] CES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습니다. (업데이트 계속) [8] 2막4장5349 15/01/06 5349 0
55814 [일반] 2015년 20대들의 트렌드 읽기. [21] 탐이푸르다10084 15/01/06 10084 9
55813 [일반] 오늘의 역사 - 01월 05일 [7] 카슈로드2819 15/01/05 2819 0
55812 [일반] 노예의 쇠사슬 자랑 [124] 동해원짬뽕밥20705 15/01/05 20705 11
55811 [일반] 임진왜란 해전사 - 12. 구국 [30] 눈시BBand6956 15/01/05 6956 8
55810 [일반] EXID 위아래 역주행 스토리 [45] B와D사이의C26953 15/01/05 26953 4
55809 [일반] 어술라 르 귄의 2014 미국 도서상 수상 소감 [11] 당근매니아4932 15/01/05 4932 6
55808 [일반] 서비스업이 만만한가? [56] 성동구10495 15/01/05 10495 2
55807 [일반] 가요톱텐으로 살펴본 92~98년 [56] 人在江湖14998 15/01/05 14998 2
55806 [일반] 저기 죄송한데요. 더 작은 사이즈는 없나요?... [22] Neandertal12314 15/01/05 12314 1
55805 [일반] "신사동 노예 12년" 의 전설 [45] Dj KOZE11497 15/01/05 11497 1
55804 [일반] 시를 감상해 봅시다. (1) [13] Ataraxia13115 15/01/05 3115 0
55803 [일반] 이병헌과 협박녀들의 카톡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159] Ahri21948 15/01/05 2194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