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는 당시 로마 사람들에게 "남자도 생리(!)를 하는 땅"으로 알려졌었다고 합니다. 이집트가 이런 요상 망측한 이름을 얻게 된 데는 그곳에서 유행하던 한 질병 때문이었는데요 이 질병에 걸리면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이 바로 혈뇨를 보는 것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그 병의 이름은 바로 주혈흡충병(schistosomiasis)이라는 것인데 이 역시 미생물이 일으키는 고약한 병이었습니다. 이집트의 오래 된 파피루스에는 이 질병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 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은 주혈흡충(schistosome)이라는 놈인데 이놈들이 서식하고 있는 물속에 사람이 들어갔을 때 해당 미생물들이 다리 피부 같은 곳을 통해서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오고 암수가 사람의 몸속에서 조우하여 장이나 방광에다 알을 낳고 그 알들은 소변이나 대변을 통해서 다시 사람의 몸 밖으로 배출되어 다음 사이클을 시작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놈들의 중간 숙주는 민물에 사는 민달팽이류인데 사람의 몸에서 나온 알들이 일단 민달팽이 몸속으로 들어갔다가 어느 정도 커서 성충이 되면 다시 민달팽이로부터 물속으로 나오고 그리고 사람이 물에 들어오면 다시 사람 몸속으로 들어오고 암수가 만나서 알을 낳고...이런 식으로 무한 사이클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주혈흡충병 사이클...


이 미생물에 감염되면 만성적인 설사나 혈뇨에 시달리게 되고 방광염, 방광암, 신부전까지 일으키게 되는 무서운 놈들이라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혈뇨를 누게 되는 이 병의 특이한 증상 때문에 이 병이 요도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요도를 보호하기 위해서 남성의 주요 부위를 감싸는 보호대를 착용하게 했는데 그게 바로 밑에 나와 있는 이미지 같은 것이었다고 하네요.





방금 화장실 갔다가 와서 이 이미지를 보고나니 왠지 기분이 급다운 되면서 의욕이 사라지네요. 이게 꼭 주혈흡충병이라는 병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글은 Dorothy H. Crawford의 책 [Deadly Companions: How Microbes Shaped Our History]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