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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05 13:03
요즘은 '시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다긴 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걸린, 메시지의 간극이 커서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일반 산문이 개울에 길게 놓인 나무 다리라면, 보통 시는 징검돌정도, 그리고 간극이 더 큰 시는(요즘 소위 말하는 미래파는) 메시지를 배에 태우기도 하고 물속에 가라앉혔다 징검돌을 걷게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 간극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어떤 경우는 재기 발랄의 모범과 시적 상상력의 진폭이 크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뭐라고 하는 거야?'와 같은 이해불가의 입장을 만나기도 하겠죠. 여기서 일반 대중은 교과서에 실린 타입의 시에 익숙하기 때문에, 요즘 시들은 이게 뭐야, 라는 평가를 받는 듯해요.
시를 꼭 이해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요즘 많은데요. 시를 예술로 보자면, 그중에서도 미술로 보자면, 피카소나 추상파의 난해한 작품 같은 것들이 요즘의 시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미술을 보고 꼭 어떤 해석이 필요한 게 아니듯, 요즘의 시도 어떤 명쾌한 해석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독특한 감수성을 있는 그대로, 두루뭉술하더라도 받아들이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시는 해석이 아니라 어떤 인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조금 더 독특해지고 싶고, 지금의 낡은 것으로부터 어떤 것이든 벗어나고 싶은 작가의 욕망과는 별개로, 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니, 작가들 사이에서도 마스터베이션좀 그만 하자는 말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 현대시가 독자와 거리를 두고, 자꾸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것 같아, 시에 무심해지는 와중에, 아직도 시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가워서 주저리 주저리 댓글 남깁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15/01/05 14:50
사실 예술이라는 놈은 개개인이 '알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부딪히게 됩니다.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느끼거든요. 실제로 예술이란 결국 '즐거움'을 위해서 향유하는 성격이 강한데, 현대에는 굳이 저 놈들을 즐기지 않아도, 다른 즐길 것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상업주의랑 결합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은 음악 (사실 대중가요겠죠.)은 대중적으로 널리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되고, 반면에 미술이나, 문학, 특히 시는 거의 선택받지 못하면서 엄청 마이너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죠. 물론 미술은 요즘 디자인, 시각영상쪽이랑 결합해서 많이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요.
사실 거창하게 이해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중등교육 수준에서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적으려고 합니다. 어쩌면 pgr에 공부 안하고, pgr눈팅을 즐겨하는 고등학생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5/01/05 13:08
며칠전 택시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김용택 시인이 나오셔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요즘 시는 예전시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어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김용택 시인은, 예전에는 경험이라는게 있었다. 그리고 시에 이 경험이 녹아내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였다, 하지만 요즘은 경험이란게 없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받고 기교에 목을매는 시가 많으니 그들만의 세상이 되었다...라는 의미를 말을 하시더라교요. 꽤 공감가는 이야기였습니다.
15/01/05 14:54
결국 제가 위에서 말했던,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비해 말이 어려운'시들이 대부분 인거죠. 그리고 김용택 시인 (저는 교대생이라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어울리지만) 께서는 그 이유를 '니들이 받은 교육이 다 거기서 거기니,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말씀 하고 계신겁니다. 제가 현대시를 막 찾아서 보고 그러지는 않아서 현대시들이 기교에 목을 매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못하겠지만,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받는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싶습니다. '창의,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에 창의력을 가진 학생들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걸 가르치는 제가 창의력이 없기 때문이지요.
15/01/05 15:05
내일은 너에게 고백하는날. 이 세상 누구보다 로맨틱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성공적인 고백이 되어야 할텐데...... 내 머리속에는 내일 생각밖에 없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같은 시를 원하신 건가요 크크크.
15/01/05 22:47
네이버의 정의는 너무 크네요. 크크.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개는 동물입니다 라고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거칠게 표현해서, 시의 기교란 은유와 이미지의 활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회화에서 붓질의 숙련도가 있듯이, 시에서는 은유와 이미지를 잘 활요하는 것이 잘 쓴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히 감정을 진술하는 걸 시라고 한다면, 시의 의미가 너무 넓어지게 되겠네요. 한국의 2000년대 시는 미래파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래파 시는 어렵습니다. 던지고자 했던 주제의식이 절대로 가볍지는 않았습니다만, 불필요하게 어려웠다는 측면에서는 동의합니다. 미래파 시인들은 현대인들의 감수성이 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졌다고 판단했을 수 있겠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지적은 지엽적으로 맞는 말입니다만 미래파는 현란하기만 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문단의 흐름은 다시 정갈하고 담백한 언어의 시인들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시인들, 황인찬, 박준 등을 살펴보시면 느끼실 겁니다. 현대시가 어렵다는 것도 한 때의 유행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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