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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1/05 12:10:24
Name Ataraxia1
Subject [일반] 시를 감상해 봅시다. (1)
안녕하세요, 스타2, 롤, 하스스톤, 이 모든 게임을 다 하는 (하지만 정작 재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Ataraxia라고 합니다. 이런 겜덕에, 가끔, 아주 가끔 애니도 보는, 어쨋건 덕후가 어쩌다보니, 어머님을 도와 약국알바를 하게 되었지만, 약국에 손님이 없는 관계로 (개인적으로 없는 시간대에 알바를 하고 있다고 믿고 싶네요) 무언가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하는데, 하스스톤을 깔면 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닐거고, 웹툰을 보자니 눈치가 보여서 결국 나름 지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핑계라도 대려고 이런 내용의 (?) 글을 써 봅니다. 사실 한 번쯤은 자유게시판에 적고 싶은 내용이었기에 좀 적어보려 합니다.

주의! 이 글을 작성하는 사람은 국어국문전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어교육과를 다니지도 않는, 그저 중등교육만을 이수한, 그마저도 교양이 의심되는 사람이므로, 이 글의 내용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서는 안됩니다. 네, 절대 안되요. 그냥 한 대한민국의 중등교육 이수자가, 어떻게 시를 감상하고, 이해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그거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정도로 글을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 글의 내용은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보셔야 합니다. 절대적 수용을 하시면 안되요.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1. 시라는 것은?
-자신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 및 생각을 운율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나타낸 문학 형태. [네이버 지식백과][詩] (두산백과)
뭐 시라는 것은 어쩌구 저쩌구 말하려다, 역시 네이버에 검색하니, 개인적으로 아주 정확하다고 생각하는 정의가 있기에, 이 정의를 인용하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문학이라는 것은 '예술'입니다. 그리고 예술이라는 것은 다른 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문학, 음악, 미술 등등은 표현의 매개체만 언어, 음률, 그림으로 다를 뿐이지, 결국 자신이나, 외부 상황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뭐 시의 정의에 따르면 이런 것도 시가 될 수 있겠죠?

정말 사람 드릅게 안 온다.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을까.
아! 고대노 카드 까야하는데.

이 시는 나름 생계위협(?)을 받는 필자의 심리상태를 심지어 잘 보시면 형식에 맞춰서 표현한 시입니다. 쉽...... 쉽지 않나요? 저거 쓰는데 30초 걸렸습니다. 30초. 하지만, 제 심리를 운율에 맞게 표현했으니 어쨋건 시인겁니다. 사실 시라는 놈은 '쉬운' 놈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시를 아주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 시가 어려워 지는데에는 2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1) 표현하려는 마음이나 자연, 사회 현상이 아주 난해한 것이다.
2) 표현하려는 마음이나 자연, 사회 현상에 비해 그것을 담는 그릇, 다시 말해 시어가 너무 어렵다.

보통 1)에 해당한다면 2)가 보너스로 따라 붙습니다. 내 마음이 복잡하다면 복잡한 말로 내 마음을 표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간혹가다, 2)만 해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저 같은 경우에는 좋은 시라고 보지 않습니다. 시가 '아름다운'것과 '읽기에 어려운 것'은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대표적으로 꼽자면, 같은 내용을 표현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다른 시가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좀 태클이 필요합니다. 같은 내용이 아닐 수 있거든요, 드는 예시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나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 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국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를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뿐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 매던 그 들이라 다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 다오.
살진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짬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웃어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 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출처]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다음 시는 아주, '괴랄'하기로 유명한 시입니다. 근데, 이 시가 워낙 괴랄하여, 인터넷으로 찾아봐야 겨우 있을 정도고, 그 마저도 복사가 안되는 터라, (심지어 받아 적을 수도 없습니다.)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 하고, 원작의 괴랄함을 느끼실 분들을 위해 작가랑, 시명만 적어놓고, 참조하시기를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0123456789
0.123456789
01.23456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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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3.456789
01234.56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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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5678.9
123456789.
진단 0:1
26.10.1931
이상 책임의사 이상
[출처] 이상 -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사실 이상의 시는 저 보이는 숫자들이 전부 거울에 비친 것 처럼 좌우가 역전되어 보여야 합니다. 그게 원래 시의 내용이었고요,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라는 작품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만 다녔다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시이기도 하고, 일제 강점기라는 외적 상황만 안다면, 이 시가 '빼앗긴 조국에 대한 슬픔'을 표현한 시라는 것 까지는 쉽게 알 수있습니다. 하지만, 이상의 저 숫자로 이루어진시는 정말 주제를 찾기 조차 어렵습니다. 혹자는 이상 자신의 폐결핵으로 인한 신체적 상황이 악화된 것을 표현한 시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결국 점점 안좋아 지는 조국의 현실을 표현한 시라고도 하는데, 저는 일제 강점기라는 외적 상황을 고려해, 후자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어짜피 시라는 건 제가 해석하기 나름이거든요 하하. (근데 농담이 아니고, 실제로 무지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렇다면, 둘 다 일제 강점기의 조국의 현실을 노래한 시지만, 정말 시의 난이도가 천지차이가 납니다. 표현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리고 뒤의 시 같은 경우를 저는 그다지 좋지 않게 여깁니다. 예술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건 '접근성'이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그 표현에 공감을 하면 할 수록 그 가치가 올라가게 되고, 훌륭하다고 인정을 받게 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거의 혼자서만 이애할 수 있는 난해한 작품이 있다면, 그 작품은 당연히 공감도 얻지 못하고, 아얘 사람들이 보지를 않겠죠. 그렇다면 그건 그냥 일기장에 적은 일기나 다름없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 말하건데 요즘 흔히 접할 수 있는 시들에서 저렇게 시어가 난해해서 해석하기 어려운 시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시가 어려워서 많은 사람들이 시를 즐기지 못한다기 보다는, 시를 즐길 줄을 몰라서 어려워 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제가 앞으로 쓸 글의 목적은 (사실 글이 연재 될지가 의문인게 함정......) 여러분들이 시에 대한 공포를 없에고, 시를 보고, 시의 주제를 알 수 있는 단계부터, 마지막에는 시어들을 보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준비를 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긴 한데...... 뭐 이번 글에서 많이 까이거나, 귀찮아지면 아마 안 할 것 같습니다. 이거 적는 와중에 손님들 많이 오셔서 최저임금은 받을 것 같거든요.

지금까지 미천한 필자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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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주
15/01/05 13:03
수정 아이콘
요즘은 '시어'라는 단어 자체가 어렵다긴 보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걸린, 메시지의 간극이 커서 이해하기 어렵더라고요. 일반 산문이 개울에 길게 놓인 나무 다리라면, 보통 시는 징검돌정도, 그리고 간극이 더 큰 시는(요즘 소위 말하는 미래파는) 메시지를 배에 태우기도 하고 물속에 가라앉혔다 징검돌을 걷게 하는 느낌이랄까요. 그 간극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어떤 경우는 재기 발랄의 모범과 시적 상상력의 진폭이 크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뭐라고 하는 거야?'와 같은 이해불가의 입장을 만나기도 하겠죠. 여기서 일반 대중은 교과서에 실린 타입의 시에 익숙하기 때문에, 요즘 시들은 이게 뭐야, 라는 평가를 받는 듯해요.

시를 꼭 이해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요즘 많은데요. 시를 예술로 보자면, 그중에서도 미술로 보자면, 피카소나 추상파의 난해한 작품 같은 것들이 요즘의 시와 같지 않을까 싶어요. 미술을 보고 꼭 어떤 해석이 필요한 게 아니듯, 요즘의 시도 어떤 명쾌한 해석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독특한 감수성을 있는 그대로, 두루뭉술하더라도 받아들이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시는 해석이 아니라 어떤 인상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조금 더 독특해지고 싶고, 지금의 낡은 것으로부터 어떤 것이든 벗어나고 싶은 작가의 욕망과는 별개로, 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니, 작가들 사이에서도 마스터베이션좀 그만 하자는 말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요즘 현대시가 독자와 거리를 두고, 자꾸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가는 것 같아, 시에 무심해지는 와중에, 아직도 시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반가워서 주저리 주저리 댓글 남깁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Ataraxia1
15/01/05 14:50
수정 아이콘
사실 예술이라는 놈은 개개인이 '알 필요가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 부딪히게 됩니다.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느끼거든요. 실제로 예술이란 결국 '즐거움'을 위해서 향유하는 성격이 강한데, 현대에는 굳이 저 놈들을 즐기지 않아도, 다른 즐길 것들이 많거든요. 게다가 상업주의랑 결합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은 음악 (사실 대중가요겠죠.)은 대중적으로 널리 즐길 수 있는 예술이 되고, 반면에 미술이나, 문학, 특히 시는 거의 선택받지 못하면서 엄청 마이너한 성격을 가지게 되었죠. 물론 미술은 요즘 디자인, 시각영상쪽이랑 결합해서 많이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요.

사실 거창하게 이해시키려고 하기 보다는, 중등교육 수준에서 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적으려고 합니다. 어쩌면 pgr에 공부 안하고, pgr눈팅을 즐겨하는 고등학생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5/01/05 13:08
수정 아이콘
며칠전 택시를 타고 가는데 라디오에서 김용택 시인이 나오셔서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요즘 시는 예전시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어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김용택 시인은,
예전에는 경험이라는게 있었다. 그리고 시에 이 경험이 녹아내려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시였다, 하지만 요즘은 경험이란게 없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받고 기교에 목을매는 시가 많으니 그들만의 세상이 되었다...라는 의미를 말을 하시더라교요.
꽤 공감가는 이야기였습니다.
Ataraxia1
15/01/05 14:54
수정 아이콘
결국 제가 위에서 말했던,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비해 말이 어려운'시들이 대부분 인거죠. 그리고 김용택 시인 (저는 교대생이라 선생님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어울리지만) 께서는 그 이유를 '니들이 받은 교육이 다 거기서 거기니,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말씀 하고 계신겁니다. 제가 현대시를 막 찾아서 보고 그러지는 않아서 현대시들이 기교에 목을 매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못하겠지만,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받는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싶습니다. '창의,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대한민국에 창의력을 가진 학생들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걸 가르치는 제가 창의력이 없기 때문이지요.
피지알누리꾼
15/01/05 13:09
수정 아이콘
내 머리속에눈 내일, 너, 로맨틱, 성공적...
일간베스트
15/01/05 13:18
수정 아이콘
시상이 마구 떠오르네요.
Ataraxia1
15/01/05 15:05
수정 아이콘
내일은 너에게 고백하는날. 이 세상 누구보다 로맨틱한 사람이 되고 싶다. 성공적인 고백이 되어야 할텐데...... 내 머리속에는 내일 생각밖에 없다.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같은 시를 원하신 건가요 크크크.
슈퍼집강아지
15/01/05 17:59
수정 아이콘
이병헌이 어린여자에게 보냈던 카톡 내용이죠 흐흐
대구생막장
15/01/05 18:39
수정 아이콘
크크크 상황이 막장이여서 그렇지 꽤나 멋진 멘트인거 같습니다크크
python3.x
15/01/05 21:35
수정 아이콘
저한테는 노랫말을 곱씹는 것이 가벼운 시를 한편 읽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15/01/05 22:47
수정 아이콘
네이버의 정의는 너무 크네요. 크크.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개는 동물입니다 라고 설명하는 것과 비슷하네요.

거칠게 표현해서, 시의 기교란 은유와 이미지의 활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회화에서 붓질의 숙련도가 있듯이, 시에서는 은유와 이미지를 잘 활요하는 것이 잘 쓴다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단순히 감정을 진술하는 걸 시라고 한다면, 시의 의미가 너무 넓어지게 되겠네요.

한국의 2000년대 시는 미래파가 주도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래파 시는 어렵습니다. 던지고자 했던 주제의식이 절대로 가볍지는 않았습니다만, 불필요하게 어려웠다는 측면에서는 동의합니다. 미래파 시인들은 현대인들의 감수성이 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졌다고 판단했을 수 있겠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지적은 지엽적으로 맞는 말입니다만 미래파는 현란하기만 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문단의 흐름은 다시 정갈하고 담백한 언어의 시인들이 각광 받고 있습니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시인들, 황인찬, 박준 등을 살펴보시면 느끼실 겁니다. 현대시가 어렵다는 것도 한 때의 유행에 불과하지 않을까 싶네요.
마스터충달
15/01/06 08:41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시상이 마구 떠올라
한 수 적고 나니
다음날 이불킥
Ataraxia1
15/01/06 09:19
수정 아이콘
키야. 멋진 시입니다. 크크크. 수줍게 종이를 찢든, 파일을 지우든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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