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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2/28 12:34:57
Name Go2Universe
Subject [일반]  <마미>, 요즘 애들의 레오까락스, 혹은 왕가위 (약스포)

<블로그 글을 옮겨서 어울리지 않는 문체와 단어가 섞였을지 모릅니다.>




반발심리였다는걸 인정해야겠다. 

호사가들의 필요이상으로 보이는 호들갑에 거부반응을 느껴서였다고 말하고 싶을뿐이다. 만약 이런 이유로 이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안았다면 오랜만에 느끼는 이런 기묘한 기분 역시 계속 느끼지 못했었겠다. 


언젠가부터 애들의 치기어린 영화로 보이는 것들에 관심이 없어졌었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이런 영화들에 흥미를 느기지 못했던 건 이미 내가 어렸을때 봐왔던 그런 영화들로 겪었던 경험들을 굳이 반복해야할 필요가 있겠냐는게 첫번째겠고, 다음은 그런 치기어린 영화들이 시간이 흘러 영속성을 가지지 못할때의 비루한 기분을 느끼기 싫어서가 두번째다.


보지 않았던 두가지 이유를 보태어 한마디로 이 기분을 요약해보자면

'자비에 돌란은 요즘 애들의 왕가위, 아니면 레오 까락스.'

요즘애들이란 말을 붙이는건 내 경직됨에 대한 약간의 자조와 반성.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자비에 돌란의 인터뷰 영상이 주는 유치함은 내가 이 영화를 거부했던 이유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소재였을거다. 하지만 영화를 봤으니 그건 이제 다른 이야기. 감독이 인터뷰영상에서 했던 


"이 영화를 보고 어머니에게 전화한통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말은 겸손함이나 가식이 아니라 진짜로 자신의 영화를 정확히 설명해주는 말이다. 가족간의 사랑이 가진 '맹목적'에 대해 이 만큼이나 정확하고 감정적으로 설명해줬던 영화를 언제 봤었나 싶다. 포스터 카피처럼 감정의 불꽃놀이가 펼쳐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스크린기자가 쓴 저 문구처럼 영화는 상영시간내내 감정을 계속해서 뿜어낸다, 쉬지 않고. 그리고 그게 지글지글한 삶속에 있음에도 찌질하고 추하지 않고 숭고하다. 정확히는 다 보여주고 마지막의 숭고함과 쾌감을 그냥 막 다보여준다 해야할까.



아픈 아들과 그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뻔함을 극복하는건 쉽지 않다. 이 뻔뻔함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식은 진정성, 깊이같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데 <마미>는 이 뻔함을 다른 방식으로 돌파해낸다. 그 것은 '진폭', 정확히는 '감정의 진폭'.  138분에 이르는 긴 시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빠른속도로 진행된다여겨지는 것은 속도를 만들어내는 것이 이야기의 진행속도가 아닌 감정의 강약에서 기인한다 보인다. 앞(상황)과 뒤(상황)의 감정의 대비를 강하게 하면서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대비'들이 영화를 매우 빠르고 강하게 전진시킨다해야할까. 이성을 버리고 감정의 흐름에 따라 "꼴리는대로" 만들어낸 영화는 내용의 부족함(부실함이라기보다는 부족함이라는게 더 정확할듯하다)을 '형언하기 힘든 감정' 으로 메꿔내며 관객의 마음을 흔들고, 더 나아가 영화 결말에 이르러 '최고의 쾌감'을 전달한다. 강력한 내러티브를 가진 영화들이 어려운 수학증명같은 플롯을 통해 해내는 그 쾌감을 이 영화는 마치 이게 숨쉬는 것처럼 본능,그러니까 당연히 알고 있는거 아니냐는 듯한 태도로 해내고 있다. 



감정에 기여하는 것은 독특한 화면비율. 영화의 형식에 너무 강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은 영화를 답답하고 고리타분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라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는 영화를 자유롭지 못하게 억압하는 이 일차원적이며 편협한 형식주의는 내러티브가 전달하지 못하는 것들을 강제로 형식으로 전달하려 들때, 그러니까 내용과 양식의 시너지가 일어나지 않을때에 영화를 감독만 만족할 수 있는 세계로 가장먼저 이끄는 것이 되기 딱 좋아서다. 그런데 <마미>의 형식미는 감독의 치기로 보이면서도 또 그렇지 않다. 화면비에 대한 단순한 생각이 이리도 효과적으로 쓰일줄이야! <마미>의 화면비는 인물들의 감정이다. 1:1비율의 화면은 시종일관 답답하고 해소되지 못하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하고 아들인 스티브가 도로에서 화면을 열어제껴 2.35:1의 비율로 바뀔때의 시원함은 인물들이 맞이하는 첫번째 행복감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좋을수가 없다. 그리고 곧장 이어지는 아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로 넘어가 다시 1:1비율로 돌아오는 순간은 형식이 영화에서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냐를 잘 보여준다. 후대에 길이 인용되진 못하더라도 동시대에 어필하는바는 매우 클듯. 그러니까 후배말을 빌리자면 이성의 힘으로 형식을 재단하는 고다르와 같아 보이면서도 정반대에 있는 감독이 나타났다 봐도 되겠다. <마미>와 <언어와의 작별> 모두에게 칸에서 심사위원상을 준건 그래서 아주재미있는 일. 이성과 감정.



관객의 주의를 확실히 사로잡아 감독이 만든 세계로 확실히 끌여들이는가가 영화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척도라 생각하다보니 이 영화에 언제 빠져들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이 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지점은 바로 이야기의 셋업이 완료되는 스티브가 어머니 디안을 목조르는 시퀀스. 그 전까지는 말과 단편적인 상황들로만 제시되던 문제들이 처음으로 현실로 나타나는 이 시퀀스는 영화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부분중 하나. 인상적인 시퀀스야 훨씬더 많지만 이 장면이 가장 훌륭한 것은 내 판단기준에 아주 잘 부합하는 장면이어서. 덤으로 이 상황이 나오는 영화상 위치가 아주 중요한 곳이다는 거까지 포함해서. 이 장면 이후에 옆집에 사는 카일라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확장되는 것에 주목해보면 확장이 힘을 받기 위해 모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명시가 필요했을텐데 그걸 아주 적당한 순간에 배치시켜준거다. 앞부분의 수많은 대사들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던 나에게(혹은 관객에게) 스티브를 기르기위해 필요한건 뻔한 용기가 아닌, 어쩌면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그런 위협적인 아이를 어머니란 이유로 보호해야만한다는 디안의 감정을 잘 전달한다. 아들은 엄마를 목조르고 엄마는 유리액자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찍고 책장을 쏟아부어 못움직이게 한 다음 어두운 골방으로 도망가 아들과 대화한다는 것. 이 상황에서 이런 행동보다 더 잘 표현하는 법을 찾는건 좀 힏르어보인다. 그리고 그 장면을자유로운 움직임과 어느 위치에서건 이들을 바라볼 수 있게 핸드헬드로 만든 것도 굉장한 플러스. (영화내내 헨드헬드긴 하지만) 이 장면때문인지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내내 감독만이 보이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겟다.



연출력이 너무 돋보여서 그렇지 배우 연기가 후지거나 뒤떨어지는건 절대 아니다. 아주 독특하게 '아픈' 아들을 연기한 스티브의 넘치는 에너지와 그 에너지를 감싸는 어머니 디안의 애정의 버티기는 매우 놀라운 수준. 특히 영화 결말에서 슬픔을 속으로 삼키는 디안의 모습은 어떤 힘든상황에서도 무너지지않고 버텨온 어머니의 모습을 한호흡으로 아주 잘 보여준다. 아마 여기서 영화속 인물인 디안이 세상 모든 어머니로 바뀌는 순간이 아니었나도 싶다. 매순간 감정의 진폭이 계속 오고가는 스티브를 연기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 그 것들을 어색하지 않게 연기해낸 아들 배우도 놀랍고 거기에 이 문제가족과 이야기할때만 말을 더듬지 않는 옆집여자 카일라도 좋고. 



나오는 음악들도 좋은편. Oasis음악은 너무 뻔한 클리셰라 많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셀린디온의 <on ne change pas>가 이렇게 대단하게 쓰일수도 있는걸 보면 감독의 선곡은 매우 좋더라. 특히나 요즘 많이 들었던 Lana Del Rey의 노래가 나올때는 묘한 기분이 들더라. 가사가 너무 영화와 어울리더라. 영화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결말의 여운을 제대로 길게 해주는 선곡이 아니었을까 싶네.

"차피 죽기 위해 태어았으니 우리 즐겁게 살자."




<마미>는 오랜 시간 넘어서는 고전은 못되더라도 이 정도여도 충분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주더라.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기분을 이리 충만하게 들게 한다면 그 자체로도 굉장한 의미라는거. 나이 들면서 아니었던 부분에서 생기는 편협함은 커지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편협함이 줄어드는게 신기하네. 



그리고

영화보는내내 3번 눈물이 나더라. 

아들에게 날아온 고소장 보면서 묘한 표정을 짓는 디안.

평범하게 성장하는 스티브와 함께하는 디안의 이루지 못할 꿈.

모두 떠나갔지만 슬픔을 이겨내며 버텨내는 디안.


이제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자.






<엔딩곡은 서비스>


뱀발
이 영화가 요즘 애들의 레오까락스, 왕가위 인 것은
감정으로만 영화를 진행하던 내 어린시절의 신기했던 감독이어서.
그리고 이 사람들 영화가 지금 보기에 굉장히 촌스러운게 많기도 해서.
그런데 좀 촌스러우면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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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FictionMovie
14/12/28 12:41
수정 아이콘
레오 카락스가 촌스럽다니요, 동의할 수 없습니다 크크크.
Go2Universe
14/12/28 12:42
수정 아이콘
소년 소녀를 만나다를 다시보다가 손발이 오그라들어 십몇분 보고 꺼버렸던 기억이 나서 말이죠크크크.
동시대 신선한 표현력이 강했던 감독들이 다 겪는 통과의례같은거죠.
덕분에 왕가위는 화양연화를 만들었습니다. 응!
마스터충달
14/12/28 12:46
수정 아이콘
<중경삼림> 올해 다시 봤었는데, 오글거리더군요...
몽중인이 나올때 '읔... 머지?' 했습니다.
도들도들
14/12/28 13:22
수정 아이콘
자비에 돌란 저도 궁금했었는데.. 마침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구밀복검
14/12/28 14:52
수정 아이콘
결말이 많이 아쉬웠고 - 아마 이견의 여지가 없지 않나 싶으며 - 카밀라라는 인물을 다루는 데에도 약간은 미숙함이 느껴졌습니다. '왜 어머니와 아들의 2원 체제가 아니라 어머니 - 카밀라 - 아들의 3원 체제를 택했느냐'에 대해 충분한 답변을 해주지 못했다는 생각이네요. 카메라 비율이 바뀌는 장면은 좋았어나 이후 힘이 많이 빠지지 않았나 싶고. 전반적으로 재기는 발랄하나 깊이는 얕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원체 젊은 감독이고, 그에 걸맞는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장동민 曰 : 얘가 지배하질 못했어...어리다고 리더가 못되고 그런 게 아니라.
Go2Universe
14/12/28 17:04
수정 아이콘
카밀라에게 신경안쓴것은 영화가 따라가는 감정의 방향에 따른 선택이었을거라 생각하네요. 이 것보다 더 엉망으로 소비되는 인물 등장하는 영화중에도 걸작, 혹은 수작은 많아왔으니 그게 중차대한 흠만 아니라면 무슨문제인가 싶네요. 그리고 깊이가 얕다 느끼는걸 보면 저 어렸을때 등장한 하루키를 보고 이전 세대들이 했던말이 생각나요. "글빨은 좋은데 깊이가 없어." 근데 하루키는 하루키만의 세상과 그만의 깊이가 있거든요. 사람의 내면으로 침잠해들어가는 그 변태스러운 깊이요. 때문에 전 <마미>를 보고 깊이가 얕다고 부르는 것에 대해선 반대해요. 수많은 단점이 있겠지만 그게 깊이없음의 문제는 아니라 보거든요. 자신만의 세상을 확실히 만들고 그 세상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쉴샐틈없이 감정폭탄을 날리는건 이미 자기 세상을 만들고 뛰놀줄 아는 훌륭한 리더라 생각하는거구요.
구밀복검
14/12/29 00:28
수정 아이콘
카밀라의 경우 극적 기능은 대단찮은데 비중은 주연급인지라. 그냥 익스큐즈하고 자체 필터링 해버리기에는 영화의 3할을 담당하는 인물이죠. 해서 꽤나 중차대한 흠이었다고 보네요. 스티브 두들겨 팬 그 신 하나만 가지고 홀랑 넘어가고 납득해주기엔 좀...차라리 아예 엉망으로 소비만 하는 식이었다면 나았을 것 같은데, 이도저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카밀라의 역할을 그냥 디안에게 몰빵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스티브가 카밀라의 젖가슴이 아닌 디안의 젖가슴을 찌르고 카밀라가 아닌 디안이 스티브를 줘패서 오줌 지리게 하는 식의 근친스러운 방향으로 나갔어도 재미있고 야망있는 시도였을 것 같고.
매트리스맨
14/12/28 16:19
수정 아이콘
<마미>는 아직 보지 않았는데 돌란의 경우 지나치게 형식미를 강조한 테크닉때문에 그다지 좋아하는 감독은 아닙니다.
이런 자의식 넘치는 연출력이 저는 과잉이라 생각하는데에는 그가 20대라는 것이 한 몫한다고 생각하는 이 꼰대마인드...
다른데도 아니고 깐느가 사랑한 영화에 박찬욱도 엄청 빨아주던데 궁금하긴 하네요.
그나저나 이친구 캐나다 친구로 알고 있는데 최근 만드는 영화는 전부 프랑스영화네요. 깐느를 노린건가..
Go2Universe
14/12/28 17:06
수정 아이콘
돌란 영화를 다 본건 아니지만 이 영화의 형식미는 기존의 형식미와는 그 근간을 달리해요.
글에도 쎃지만 단순히 형식미를 가지고 장난치는 영화가 아니거든요. 형식과 이야기 감정의 삼위일체를 훌륭하게 성취해내는 영화에요.

그리고 캐나다 퀘백은 프랑스어를 쓰는거고 감독이 그쪽 출신이라 프랑스어로 영화를 만들겁니다.
덕분에 칸에서 편안하게 호평하고 밀어줄수도 있는 것일테구요.
매트리스맨
14/12/28 17:26
수정 아이콘
이번 마미 국내 홍보 인터뷰도 그렇고 북미쪽 매거진 인터뷰 기사에도 영어를 능숙하게 써서 북미쪽 영화를 만든줄 알았더니 이제까지 전부 프랑스어로 만들었네요.
돌란 작품은 로렌스 애니웨이만 봤는데 생각보다 별로였던데다 그 전의 작품들은 더 안좋다길래 보지 않았는데 이번 마미는 한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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