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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12/19 15:05:44 |
Name |
치키타 |
Subject |
[일반]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
"경찰서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나는 태어나서 30살까지 살면서 어제 처음 경찰서를 가보았다. 평범하게 살았던 나에게 경찰서는 꽤나 낯선 곳이였다.
내가 경찰서를 가야했던 이유는 그랬다. 때는 바로 어제 7시 50분, 5시 정시퇴근을 자랑하는 회사의 업무시간이 끝나고,
올 한해를 마무리 하는 부서회식이 있었다. 부서 막내인 나는 차를 끌고 부장님과 차장님, 과장님을 태우고 갈매기구이 집에 갔고
장사가 엄청 잘되고 갈매기 집에서 술을 마시며 인천 앞바다의 갈매기 씨가 마르겠네 어쩌내 하는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면서
어느 때와 다름없이 회식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5시에 퇴근하여 식당에 도착한 것은 5시 30분 정도, 7시 50분까지 식사를 했다면
대랭 2시간 10분은 떠들고 마셨으니 1차로는 충분했다. 조금 멀리 사는 사람들은 먼저 자리를 일어났고 나는 부,차,과장님을 모시고
동네에서 한잔 더 하고 헤어질 요량으로 대리기사를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리기사가 도착하였고, 부장님은 상석인 조수석에 모시고 차,과장님과 나는 뒷자리에 구겨져 앉아서 올 겨울은
정말 춥네 어쩌네 하고 있었고, 차는 사거리에서 빨간색 정지신호에 대기하고 있었다.
지금은 기억도 안나는 잡담을 나누던 차에 차가 점점 앞으로 슬금슬금 나가는 것이 아닌가? 연말 대목이니 대리기사가 마음이 급해
신호가 바뀌면 바로 달리려고 하나보다라고 생각하느 찰라에 차가 계속 앞으로 가는 것이었다.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대리기사를 보니
머리가 EXID의 히트곡처럼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이 아저씨가 설마 조는건가 하면서 급하고 브레이크 밟으세요라고 외쳤다.
하지만 차는 계속 앞으로 조금씩 나가는 것이었다. 순간 이상함을 감지한 나머지 동승객들과 아저씨를 보니 고개가 넘어가 있었고
호흡이 곤란해보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순간 사이드브레이크를 올렸고, 사거리에서 앞으로 가고 있던 차량의 앞 범퍼와 내 차의
번호판이 살짝 접촉을 하였다. 그렇게 이 추운 날씨에 사거리 한가운데 두 차량이 서있게 되었다.
비상등을 키고 우리고 모두 내려 대리기사 아저씨를 확인해보았는데 호흡을 안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과장님 한분이 바로 119에 전화를
하였고, 상대편 차주는 112에 나는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하였다. 모두 술을 먹고 대리기사가 아는 길로 가는 사거리 한가운데에서
이런 급박한 상황에 쳐하니 여기가 어딘지 전혀 알수가 없었고 특이한 건물도 없어 다들 위치 설명을 하는데 곤혹을 격고 있었다.
하늘이 도왔을까? 과장님이 앞에 있는 식당 간판의 전화번호를 119에 말하고 있는 사이, 우연히도 정말 우연히도 사거리에 119차량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차량을 세웠고 119대원들이 대리기사 아저씨는 차에서 내리게 하여 응급실로 후송을 하였다.
한시름 놓을 시간도 없이 주변을 보니 렉카는 어느 사이에 도로변에 도착해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도 도착하였다.
경찰은 오자마차 타이어 주변에 마킹을 하였고, 우리들은 상황설명을 하였다. 그런데 경찰관들이 살짝 웅성웅성하더니,
그 실려간 대리기사님이 죽었다고 무전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순간 우리는 너무 깜짝놀라 얼어있을 수 밖에 없었다.
기사님이 정신을 잃고 119가 온 시간은 정말 하늘이 도았는지 내 생각에는 2분 이내였다. 그런데 사람이 그렇게 쉽게 죽는다니 이해가 안되었
다. 먼저 온 경찰들은 사람은 죽은 사고기 때문에 교통조사계인지 뭔지 하는 다른 경찰들이 와야한다고 하였고, 우리는 그 사거리에 1시간 정도
를 덜덜 떨며 패닉 상태에 빠져있었다. 또 다른 경찰관들이 오고 우리는 또다시 상황설명을 하고, 대리운전회사에서도 사람이 나와서
우리는 또 다시 상황설명을 하고, 나중에 나온 경찰들은 우리 일행에게 경찰서로 가서 진술을 해야한다고 하였다.
내 차는 그 경찰관이 운전을 하였고, 우리는 그렇게 경찰서로 가게 되었다.
대기실에서 꽤나 대기하다가 진술을 다시 정확하게 하게 되었다... 연말에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있는 사이에
담당경찰관에게 다시 전화가 왔는데 대리기사가 죽은게 아니라 살아계시고 의식은 없지만 호흡을 하고 있고 보호자도 와있다는 것이였다.
경찰서에 잠깐 있었던 것 같았는데 집에 돌아와보니 11시가 넘어있었다. 경찰서에는 부,차,과장님들과 다 같이 가게 되었는데
조수석에 타셨던 부장님과 차주였던 나만 진술서를 썼고 진술 끝나고..모두 나를 버리고 택시를 타고 귀가를 하셨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집에 가기 위해 또다시 대리를 불러야 하는지....나는 결국 다른 대리회사에 전화를 하였고, 젊고 건강하신 분으로
보내달라고 말을 했는데 피크시간대라 가까운 분이 가게 될 거라고 지금 사람 있는 것도 다행이라고 하였다.
아무튼 정말 다행인게 2가지가 있었다.
빠른 속도로 주행중에 대리기사가 정신을 잃은게 아니란 점.
구급차가 우연히도 정말 빨리 도착해서 대리기사의 생명에 지장이 없는 점
연말에 액땜을 한건지 뭐지 모르겠다.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했던 스펙타클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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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길어지니 두서도 없어지고 재미가 없네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어제 사건이고 정말 심장이 덜컹했습니다.
연말이지만 술 조금씩만 드시고 차는 정말 놓고 가시고 가져가시더라도 대리기사님이 건강하신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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