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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16 04:51:53
Name No.42
File #1 방송탐2.jpg (251.7 KB), Download : 58
Subject [일반] [MLB] 닉네임 인증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No.42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지만, 제 닉네임인 42번은 전설적인 두 메이저리거의 등번호 입니다.

첫번째로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였던 재키 로빈슨입니다. 재키 로빈슨에 대해서는 영화 '42'가 제작되어 널리 알려졌고,
저도 부족하나마 피지알에 글을 적은 일이 있습니다. (https://ppt21.com../?b=8&n=36774)

재키의 등번호 42번이 1997년 메이저리그 전구단에서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어, 97년 이후에 데뷔한 선수들은 더 이상 42번을
달고 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97년 이전에 42번을 달고 데뷔한 이들은 계속 그 번호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렇게 남아있던
선수들 중에 42번을 다시 한 번 유의미하게 만든 이가 있었으니, 그는 뉴욕 양키스의 뒷문을 19시즌동안 철벽같이 수호했던
'Mo' 마리아노 리베라입니다.

메이저리그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도 야구를 좋아하신다면 리베라에 대해선 들어보신 일이 있으시라 생각합니다. 그는
라루사이즘으로 인해 1이닝 마무리가 도입된 이후, 세계 최강, 최고의 마무리투수였습니다. 19시즌을 모두 양키스에서 뛴
그는 양키스 팜에서 데뷔한 성골 프랜차이즈입니다. 통산 652세이브로 메이저리그 올타임 세이브 1위입니다. 그의 통산
ERA는 2.21, WHIP 1.00, 1115게임을 등판하여 1283.2이닝동안 1173탈삼진을 기록한 엽기적인 성적의 주인공이죠.
그보다도 더 찬란한 것은 포스트시즌 기록입니다. 명문 양키스의 수호신으로서 많은 가을 무대를 경험한 그는 포스트시즌
98경기에 등판, 141이닝을 던지며 8승 1패, 42세이브, 110탈삼진의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16번의 포스트시즌 동안 기록한 성적입니다. 저 1패는 한국 야구팬이 모두 기억하시는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디백스에게 당한 1패입니다. 통산 42세이브는 포스트시즌 최다 기록이며, 47번의 SVO에서 단 5회 실패입니다.)

역대 세이브 2위인 '지옥의 종소리' 트레버 호프만의 트레이드마크가 환상적인 체인지업과 AC/DC의 Hells Bells라면, 리베라는
지금 수많은 투수들이 배워 던지고 있는 컷 패스트볼, a.k.a. 커터와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을 떠오르게 합니다. 전성기에
95마일의 불같은 강속구와, 이와 구속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커터를 던지며, 그는 수많은 배트를 부러뜨렸습니다. 예리하게
꺾이는 그의 커터는 타자의 히팅포인트를 어긋나게 해서 배트를 자주 부러지게 했지요. 그래서 그의 커터는 배트 브레이커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미네소타 트윈스에서는 리베라의 은퇴선물로 그가 부러뜨린 배트를 모아 흔들의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각 구단의 은퇴기념 선물을 모아둔 블로그 포스팅입니다. http://blog.naver.com/spee0/30181423264)

리베라에 대해서는 수많은 글과 정보가 공개되어서 제가 부족한 글솜씨로 뭘 더 적어봐야 뱀다리 빚어내는 것 이상은 되지 않을
듯 합니다. 그저 말이 필요 없는 최고의 선수이자, 한 명의 사람으로서도 훌륭한, 저의 올타임 넘버원 피처가 되겠습니다.

그런 그가 11일 한국에 방문했습니다. 평생 얻기 힘든, 맨 눈으로 그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42번이 새겨진 그의
은퇴 기념 져지를 챙겨입고 그의 방한일정을 열심히 따라다녔습니다. 제 모든 일정을 다 미뤄두고 입국현장, 팬미팅 현장을 돌며
그의 모습을 보고, 한 마디 한 마디를 새겨 들었습니다. 언론이나 초청사에서 그에게 던진 질문이나 요구한 일정이 실로 한심한
수준이었으나, 언제나 친절한 미소를 잊지 않고 말 한 마디도 신중하고 상냥하게 해주는 그를 보며 19년간 그를 동경하고 또
존경했던 것에 대해 정말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삼엄한(!) 경호로 인해서 사인을 요구하거나 할 여유도 많지
않았거니와, 그렇게 그를 따르다보니 챙겨갔던 그의 모자며 져지, 액자에 사인을 받으려던 생각도 조금씩 사라지더군요. 그가
던지는 공들을 화면으로나마 지켜보았고, 그의 행적을 글로나마 따라왔던 시간이 자그마치 19년입니다. 모르는 영단어
찾아가며 기사 하나 읽자고 몇 시간을 들이던 중학생 시절부터 집에서 편하게 인터넷으로 경기보고 온갖 기사를 다 찾아볼 수
있는 지금까지 그가 던져왔던 공들과 그의 언동 하나하나가 다 남아있습니다. 독실한 신앙심과 성실한 자세로 늘 다른 이의
모범이 되었던 그를 바라보며,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덕목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는 제게 살아있는 경전이자
위인전이었으며, 스승이자 롤모델이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받아서 머리와 몸에 익히고 있으니 그의 사인 정도는 굳이
남기지 않아도 될 듯 했습니다. (...그래도 지나가는 길에 악수와 하이파이브는 했습니다... 왼손 한 번, 오른손 한 번...)

농구팬으로서 마이클 조던과 같은 시대를 공유한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겠지요. 저도 야구팬, 메이저리그 팬으로서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의 시대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마스터 그렉 매덕스, 빅 유닛 랜디 존슨, 켄 그리피 주니어... 그래도
역시 오랜 양키스 팬으로서 가장 사랑하는 선수들은 핀 스트라이프를 더욱 빛내고 구단의 찬란한 역사 속에 한 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한 이들입니다. 버니 윌리엄스와 이른바 코어4로 불리는 데릭 지터, 호르헤 포사다, 앤디 페팃 그리고
마리아노 리베라. 그들이 95년에 데뷔한 이후로 양키스는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에서 다시 한 번 리그를 호령하는 명문으로
올라설 수 있었지요. 이제 저는 내년에 그들이 모두 떠나간 양키 스타디움을 보아야 합니다. 올시즌을 끝으로 캡틴 데릭
지터가 은퇴했기 때문입니다. 양키스 경기를 본 이후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전망은 어둡습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지만,
각설하고 내년 양키스의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갸우뚱입니다. 팬으로서 그저 최선을 다해 응원해주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네요. 리베라와 지터와 함께 뛰었고, 핀 스트라이프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선수들이라면 분명히 팀과
팬을 위해서 열심히 달려서 좋은 결과를 내주리라 믿습니다. (A롸드 넌 제외다, 나쁜 놈. -_-+)

짧은 방한 일정이었지만, 오랜 팬인 제게 큰 의미가 되어주었습니다. 19년의 오랜 활약도 모자라 이런 추억까지 만들어준
그에게 새삼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리아노 리베라 선수, 정말 감사합니다. 영원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P.S. 넋놓고 기뻐하는 제 모습이 MBC 카메라에 잡히는 바람에 전국구로 빠돌이 인증했습니다... 자막까지 넣어준 MBC...
       잊지 않겠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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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6 08:57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한국시리즈 시구도 하고 가셨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이 남네요.
지금뭐하고있니
14/11/16 12:19
수정 아이콘
우와 정말 부럽네요..
사티레브
14/11/16 14:07
수정 아이콘
우와 인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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