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먼저 걸려온 전화는 역시 반갑다. 학교 건물 6층에서 보잔다. 나는 공강이라 어딘가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시간이고, '그것'은 수업중인 시간이다.
"니 수업은?? 한시간 남았잖아.나중에 출석체크 한번 더 할걸?"
하고 물으니, 도저히 못 듣겠단다. 영어 회화수업인게다. 외국인 교수의.
이것은 영어 바보다. 한시간만 있어 달란다.
"으이그...쯔쯔 크크크"
하며 그러겠노라 했다(그 시간에 내가 6층에 계속 있었는지 무언가 하다 그리로 간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2시간의 수업시간을 반으로 끊어서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었다. 6층에서 그것을 만났다. 뭐라 투덜거렸던 것 같다. 쓸데없는 신변잡기를 주고 받는다. 물론 좋았다. 수업듣기 싫을때 불러서 같이 시간을 보내주는 편한 사람으로 한걸음 더 들어섰어 하는 기분이 들었다. 복도를 같이 걷다 복도의 꺾인 모퉁이를 돌다 한 외국인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쉬는 시간인, 이것의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다. 나도 몇번인가 수업을 들은 터라 면은 익힌 터였다.
어설프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받아주더라. 이것과 나는 당황한 채로 좀더 빨리 걸었고, 그 외국인이 지나고 한참 후에야 물어보았다.
"야, 니 지금이라도 빨리 들어가는게 안 낫겠나, 그냥 드가라, 이러다 F 받는디 크크크"
라고 했던것 같다. 아쉽지만 뭐 어쩌겠냐. 하고 또 고마운 소릴 한다. 아마도 아마 자기 얼굴은 모를 거란다. 안들어갈래 이런다. 그러냐. 알았다. 내려가서 뭐좀 마실까 하며 어디론가 향했고, 기억안나는 시간을 보냈다.
짧은 한시간이 지나갔다. 아마 나한테는 할 말을 찾아야 하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저쪽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내 친구들이 걸어온다. 내 옆에 있던 이것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댄다. 교수는 쉬는 시간에 없어진 이것을 눈치 챘으며, 나와 있었던 것도 알았단다. 이야기 끝에 붙였던 한마디는 내가 듣기에 참말 참 참 좋았다.
"교수가 그라드라,
I saw her, with a man, and she looks so happy.라드라 크크"
오우. 해피?? 정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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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말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것'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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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썸 비슷한 간보기 시절의 에피소드입니다. 예상외로 댓글이 많아서 기분좋으네요 흐흐흐
제 머리에 남은, 이쁘게 편집된 그림일 수도 있고요.
'그것'은 '그녀'쯤으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다른 에피소드 끄적여 놓은게 있는데 풀까말까 생각 중 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