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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0/30 00:55:37
Name 토요일에만나요
Subject [일반] 나는 그것이 왜 좋은가
'그것'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주 보는 얼굴이지만 먼저 걸려온 전화는 역시 반갑다. 학교 건물 6층에서 보잔다. 나는 공강이라 어딘가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시간이고, '그것'은 수업중인 시간이다.

"니 수업은?? 한시간 남았잖아.나중에 출석체크 한번 더 할걸?"

하고 물으니, 도저히 못 듣겠단다. 영어 회화수업인게다. 외국인 교수의.

이것은 영어 바보다. 한시간만 있어 달란다.

"으이그...쯔쯔 크크크"

하며 그러겠노라 했다(그 시간에 내가 6층에 계속 있었는지 무언가 하다 그리로 간건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2시간의 수업시간을 반으로 끊어서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었다. 6층에서 그것을 만났다. 뭐라 투덜거렸던 것 같다. 쓸데없는 신변잡기를 주고 받는다. 물론 좋았다. 수업듣기 싫을때 불러서 같이 시간을 보내주는 편한 사람으로 한걸음 더 들어섰어 하는 기분이 들었다. 복도를 같이 걷다 복도의 꺾인 모퉁이를 돌다 한 외국인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쉬는 시간인, 이것의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다. 나도 몇번인가 수업을 들은 터라 면은 익힌 터였다.

어설프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고 받아주더라. 이것과 나는 당황한 채로 좀더 빨리 걸었고, 그 외국인이 지나고 한참 후에야 물어보았다.

"야, 니 지금이라도 빨리 들어가는게 안 낫겠나, 그냥 드가라, 이러다 F 받는디 크크크"

라고 했던것 같다. 아쉽지만 뭐 어쩌겠냐. 하고 또 고마운 소릴 한다. 아마도 아마 자기 얼굴은 모를 거란다. 안들어갈래 이런다. 그러냐. 알았다. 내려가서 뭐좀 마실까 하며 어디론가 향했고, 기억안나는 시간을 보냈다.

짧은 한시간이 지나갔다. 아마 나한테는 할 말을 찾아야 하는 짧지 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저쪽에서 같은 수업을 듣는 내 친구들이 걸어온다. 내 옆에 있던 이것에게 이런저런 말을 해댄다. 교수는 쉬는 시간에 없어진 이것을 눈치 챘으며, 나와 있었던 것도 알았단다. 이야기 끝에 붙였던 한마디는 내가 듣기에 참말 참 참 좋았다.

"교수가 그라드라,
I saw her, with a man, and she looks so happy.라드라 크크"

오우. 해피?? 정말???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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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말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것'은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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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0/30 01:04
수정 아이콘
I saw him 이었더라면 so happy하게 읽고 응원해드렸을텐데..
14/10/30 01:40
수정 아이콘
이제 남은 과정은 가서 당당하게 본인의 닉을 외치는 것만 남았네요
tannenbaum
14/10/30 02:22
수정 아이콘
레이드공대 모집합니다~~
각오하세요

대신 추천은 드립니다
14/10/30 03:46
수정 아이콘
수업을 쨌는데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지요!!!

그래야만 해....
초식성육식동물
14/10/30 10:34
수정 아이콘
그렇지요. 잠깐의 일탈은 지루한 하루의 활력소!
에바 그린
14/10/30 05:34
수정 아이콘
달달한 이야기를 달달하게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물론 글재주가요. 진전 있으면 더 써주시고, 차여도 써주세요?! 크크
더미짱
14/10/30 08:58
수정 아이콘
파흑 자리 있나요? 치명 관통 만땅 찍었습니다...는 농담이고 달달하네요 좋은결과 기다릴께요
14/10/30 10:14
수정 아이콘
운영진!!! 운영진!!!!!!!
14/10/30 10:23
수정 아이콘
굳이 그녀를 그것, 이것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의미를 모르겠지만,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요 ㅠ)
어쨌든 글에 그것(?)과 함께하는 글쓴분의 행복이 한 껏 묻어나는건 느껴지네요 크크, 아이고 좋을 때다..
흑백수
14/10/30 10:49
수정 아이콘
땡땡이는 원래 기쁜거죠.
열역학제2법칙
14/10/30 11:14
수정 아이콘
에라이... 그럴 줄 알았어...
자주 보는 남자의 전화가 반가울 리가 없잖아...
어제내린비
14/10/30 12:16
수정 아이콘
그녀가 행복해 보였다는 것 뿐이지.. 그시간에 실제로 행복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모를일이 맞을 겁니다. 아마 그럴걸요.. ㅠ.ㅠ
코우사카 호노카
14/10/30 12:19
수정 아이콘
나는 이글이 왜 싫은가
내장미남
14/10/30 12:32
수정 아이콘
네 표정에서 행복을 읽었으니, 너에겐 F를 읽게 해주겠다는 교수님의 생각.
토요일에만나요
14/10/30 12:48
수정 아이콘
오-래전 썸 비슷한 간보기 시절의 에피소드입니다. 예상외로 댓글이 많아서 기분좋으네요 흐흐흐
제 머리에 남은, 이쁘게 편집된 그림일 수도 있고요.
'그것'은 '그녀'쯤으로 읽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다른 에피소드 끄적여 놓은게 있는데 풀까말까 생각 중 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크크크....
14/10/30 16:36
수정 아이콘
제 마음이 다 설레네요 ^^
14/10/30 23:32
수정 아이콘
솔로부대 복귀 준비중이라서 그런지...
이런 달달한 글에 왜 이렇게 화가 날까요 ㅠㅠ
그 설렘을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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