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일요일에 극적인 추가 시간 골로 첼시로부터 승점 1점을 얻어냈다. 그러나 맨유는 여전히 수비 불안을 노출했으며 왜 첼시가 리그 선두에 있는지 경기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양 팀 모두 데헤아와 쿠르트와라는 젊지만 월드 클래스인 골키퍼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들을 보호해줘야 했을 양 팀의 수비라인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쿠르트와는 잘 조직된 수비라인 뒤에서 플레이했지만, 맨유의 4백은 경기 내내 불안했으며, 이는 특히 실점했던 세트피스 장면에서 잘 드러났다.
익숙함이 전진을 만든다.
맨유의 센터백 라인 로호와 스몰링은 이번 시즌 반할 감독이 내세운 8번째 센터백 조합이다.
첼시는 언제나 그랬듯 테리와 케이힐을 내세웠고 이들은 지금까지 리그에서 810분의 경기를 소화했다. 그리고 아즈필리쿠에타가 지난 수정궁전에서 퇴장 당할 때까지 첼시의 4백은 모든 경기에 같은 조합으로 출장하고 있었다.
맨유의 골키퍼였던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안정적으로 확정된 수비라인은 수비시에 정말 큰 차이를 불러온다고 생각한다. 이는 단순히 4백의 조합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골키퍼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골키퍼의 시점에서 풀백 1명과 센터백 1명 내지 센터백 2명은 삼각형을 형성하게 되는데, 골키퍼는 보통 이 중 가장 좋은 시야를 확보한 위치에 있게 된다. 이 때 함께 호흡을 맞추던 선수들의 경우에는 골키퍼가 그 선수들의 장단점을 꿰고 있다.
나는 수비라인들과 함께 수비를 할 때 누가 빠르고 누가 헤딩을 잘하고, 누가 태클을 잘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수비 선수들 역시 내가 각을 좁히러 나오는 것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전진해 공격수들을 상대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다.
첼시는 맨유를 상대로 후반전에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쿠르트와가 반 페르시의 슛을 막았던 장면을 생각해보면 쿠르트와가 먼저 나와서 그 자리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상황을 자주 맞이했었는데, 그 자리에 있으면 내가 당연히 공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수비에 의해서 상대의 슛팅 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조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함께 꾸준히 경기를 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게 최고의 팀들도 공격 라인에서는 로테이션을 많이 가동하되 수비 라인에서는 안정된 조합을 가져가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맨유의 수비라인은 아직 한참 멀었다.
수비진의 리더가 필요한 맨유
데헤아는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전체적인 박스 장악과 공중볼 처리에 있어서 맨유의 수비라인에 큰 안정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수비라인에 누가 나오건 데헤아는 아직 수비라인을 조율하는 데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데헤아에게 지금 필요한 선수는 확실한 수비라인의 리더로서 다른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선수지만, 그런 선수는 지금 없다. 내가 맨유에 있을 때에는 항상 수비라인에 리더로서 책임감을 갖고 동료들을 지휘하는 선수가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로호와 스몰링은 첼시전 이전까지 한번도 호흡을 맞춘적이 없었지만, 이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로호가 좋은 센터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로호는 센터백으로서 필요한 냉정함이 부족하다. 로호는 굉장한 적극성을 띠는 왼쪽 풀백이나 왼쪽 미드필더에 더 적합한 선수고, 실제로 그렇게 플레이하고 있다.
로호는 오늘 거침없이 경기장 중앙에서 전진패스를 뿌렸는데, 이건 풀백들이나 하는 일이다. 센터백으로서 중앙에서 전진패스를 자주 시도하는 것은 실패했을 때 그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로호의 짝이었던 스몰링도 센터백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내내 불안한 모습이었고, 스몰링은 자신에게 지시를 내려줄 리더인 선수와 함께 뛰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수비라인의 리더와 함께라면 스몰링은 정말 좋은 센터백이 될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스몰링은 리더가 아니고, 로호와 같이 불안정한 선수와 함께 뛰게 하는 것은 절대 상책이 아니다. 게다가 하파엘이 전반 12분 만에 경고를 받으면서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경기 전부터 무리뉴가 아자르로 하여금 하파엘을 괴롭히게 할 것임은 명백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하파엘은 경고를 받고 난 후부터 과감하게 플레이할 수 없었고, 이는 맨유의 수비진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맨유 수비진들부터가 하파엘이 아자르를 상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자르를 막는 건 스몰링의 짐이 되었는데, 스몰링은 아자르 말고도 막을 선수가 많았다는 것이 문제였고.
이런 수비 불안은 전방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좋은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비라인부터 견고하게 하는 것이 정석이다. 적어도 맨유에 내가 있을 때는 항상 이 부분이 우선순위에 있었다. 수비라인을 견고하게 하는 것과 수비적인 팀을 만드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고, 단단한 수비라인이 있어야만 거침없이 공격적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맨유는 언제나 공격적인 스타일의 축구를 추구해왔고 위험을 무릅쓴 전진패스를 즐기는 팀이었다. 그러나 이런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서는 먼저 선수들에게 자신들이 공을 잃더라도 수비라인에서 이걸 막아주겠지하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맨유 선수들에게는 그런 확신이 없어보인다. 맨유 선수들은 분명히 공의 소유권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데헤아는 월드 클래스 골키퍼가 되었다.
반 할 감독이 부임한 이래로 맨유의 수비라인에서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긍정적인 점이라면 데헤아의 폼이 최고에 있다는 것이다. 선더랜드, 에버튼을 상대로 데헤아는 정말 좋은 선방을 보여줬고 이번에도 아자르와의 1:1을 막아내면서 승점을 따는데 공헌했다.
데헤아와 쿠르트와는 1살 차이고 정말 공통점이 많은 선수들이다. 둘 모두 꼬마에서 플레이했고, 리그 우승, 유로파리그 우승을 경험했으며 어린 나이에 1군 경기를 200경기나 소화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물론 쿠르트와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뛰어봤고, 이미 벨기에 국가대표로서 활약하고 있다. 이런 경험을 갖고 쿠르트와는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지만, 데헤아는 올드 트래포드에 도착한 그 순간부터 많은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해야 했다. 이적 초기에 데헤아는 많은 비판을 받았으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순간들 덕분에 지금의 데헤아가 있는 것 같다.
그는 골키퍼로서 모든 부분에 있어 성장했다. 멋진 선방은 데헤아의 최고 강점이지만, 나는 데헤아가 다른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보고 싶다. 지금보다 더 수비진에게 강하게 의견을 어필하고 선수들을 전진시키는 것을 보고 싶다는 거다. 그리고 오늘 첼시전에서 그는 이런 모습을 보여줬다.
실점 장면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실점이 나온 코너킥이 만들어지는 장면에서 맨유의 수비진은 많은 실책을 범했다. 스몰링은 아자르에게 태클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로호는 스몰링의 뒤를 커버할 생각은 안하고 멀뚱멀뚱 이걸 보고만 있었다. 데헤아가 1:1을 막아내면서 이들을 구해냈지만, 그 직후의 코너킥 상황에서 여전히 수비라인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결국 하파엘이 드록바를 마크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제 정신인 감독이라면 그런 명령을 내릴 리가 없다.
결국 첼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했지만, 이건 좀 다른 상황이다. 비슷한 위치에서 20분 전에 프리킥이 나왔을 때 첼시는 단신 선수들을 앞으로 보내고 장신 선수들인 드록바, 이바노비치, 케이힐, 마티치로 하여금 수비를 맡겼다. 맨유가 득점한 프리킥에서 헤딩이 나온 자리는 이바노비치가 마크하고 있던 곳이었고, 아마 이바노비치가 퇴장당하지 않았다면 맨유의 득점은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