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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21 16:18:41
Name 폭풍허세
Subject [일반] 아이스버킷 챌린지 - 어떻게 진행되었나
안녕하세요, 우리나라에서도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SNS를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모금 금액이 3000만달러를 넘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얼만큼 모금이 진행되었을지 궁금하네요. 아래 글에 댓글로 달려고 했으나, 기존 글과는 주제가 약간 다른 감이 있고 조사하다 보니 흥미로운 점들도 있어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별개의 글로 올립니다.

제가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게 된 것은 두 가지 의문점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인 것이고, 하나는 과학적인 것인데

첫째,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모금을 하는 것은 ALS (루게릭병) 재단에서 고안한 것일까?
역대 많은 모금 활동이 있었지만 이렇게 간단하고, 확산력이 있고,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킨 운동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ALS 재단에서 이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라면 그 기획력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금 운동을 하면서 '얼음 바가지를 뒤집어 쓰지 않으면 우리 재단에 100달러를 기부해라' 라고 대놓고 말할 비영리 재단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기원이 무엇인지가 궁금해졌죠.

둘째,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은 루게릭 환자들의 통증을 체험하기 위함이라고 하는데 정말일까?
우리 몸의 신경을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운동신경과 감각신경입니다. 운동신경은 근육이나 장기를 움직이는 신경이고, 감각신경은 말 그대로 감각을 느끼게 하는 신경이죠. 루게릭병은 전신의 운동신경이 점차 소실되는 병입니다. 팔다리를 못 움직이게 되다가 말하고 삼키는 근육도 점차 마비되어 말을 하지도 음식을 삼키지도 못하게 되다가, 결국에는 숨쉬는 근육까지 약해져서 호흡 곤란이 오는 병이죠. 하지만 감각신경은 손상되지 않기 때문에 통증이 주된 증상은 아닙니다. 오히려 파브리 병 같이 감각신경이 손상되는 병에서 전신의 심한 통증을 호소합니다. 만약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ALS 재단에서 만든 것이라면, 누구보다 ALS에 대해 잘 알고있는 재단이 그런 식으로 표현을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운동의 기원이 더더욱 궁금해졌죠.

사실 2013년 겨울부터 2014년 초부터 cold water challenge라는 소소한 유행이 있었다고 합니다. 겨울에 차가운 물에 뛰어들거나, 아니면 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운동이었는데, 이 당시에는 루게릭병 재단이 아닌 암 환자 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운동이었다고 합니다. 겨울에 찬 호수에 뛰어들다가 학생이 숨진 일도 있었다네요. 이렇게 풀쩍풀쩍 찬물에 뛰어드는 것이 유행이었다가, 위험해서 그랬는지 힘들어서 그랬는지 찬물을 뒤집어쓰는 양상으로 유행이 바뀐 것 같습니다.

2014년 6월 말부터 모닝 드라이브라는 미국의 골프 채널에서 이런 유행을 보도합니다. 그러면서 골프 선수들이 생방송으로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 때 까지도 규칙은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자신이 원하는 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것이었습니다. 세 명을 지목하는 것도 없이 그냥 원하는 만큼 사람을 지목했습니다.

2014년 7월 15일에는 Chris Kennedy 라는 골프 선수가 얼음물을 뒤집어 쓴 다음에 Jeannette Senerchia라는 친척을 다음 순서로 지목하는데, 이 Jeannette Senerchia의 남편이 ALS 환자였습니다 (두둥). Chris Kennedy 라는 골프 선수가 친척을 지목한 것도 ALS라는 병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고, Chris Kennedy는 처음으로 ALS 재단에 기부금을 내게 됩니다.

이 때부터 운동이 페이스북 및 트위터를 타고 ALS 환자 및 환우회 사이에서 급속도로 호응을 얻습니다. ALS 환우 사이에서 운동이 확산되면서 그 이전까지는 본인이 원하는 재단에 돈을 기부하는 운동에서 ALS 환자를 위한 운동으로 크게 방향이 전환됩니다. 하지만 이 때 까지도 100달러라는 금약이 정해져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을 뒤집어 쓰지 않으면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만약 물을 뒤집어 쓰면 그보다 적은 돈을 기부하는 형식이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이 운동이 흘러흘러 Pete Frates 라는 사람까지 전해지게 됩니다. Pete Frates는 대학 야구 선수였는데 2년 전에 ALS를 진단받은 상태였습니다. 병이 진행되어 거동도 못하고, 음식을 삼키지도 못해 튜브를 통해 식사를 하고 있었죠. 이 사람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도전합니다 (두둥). 혼자 힘으로 물통을 들 수도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전직 야구 선수라는 경력이 있어서 그랬는지 Red Sox가 이 운동에 동참합니다. (참고로 승일희망재단에서 얼음물 샤워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다고 언급한 사람이 이 사람입니다. 농구 선수라고 되어있는데 야구 선수입니다 하하)

링크 : http://www.mtv.com/news/1900335/ice-bucket-challenge-origin/
앞에 앉아서 물을 맞는 사람이 Pete Frates 같습니다. 왼쪽 팔의 근육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 같네요. 얼음물을 뒤집어 쓰고도 크게 움직이지도 못하는군요.

이 때부터 운동선수 인맥을 통해서 운동이 급속도로 확산됩니다. 정말로 붐이 일어난 것이죠. 그리고 이후 유명인들 사이에서 유행이 퍼지는 과정에서 100달러라는 금액이 알게 모르게 정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최초 의도가 ALS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재단에 기부를 하기 위한 것이었고, 애당초 ALS 재단에서 시작한 운동이 아니기 때문에, 루게릭 환자의 통증을 느껴보자는 취지도 운동이 만들어 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뭐, 그런 기분을 느껴보면서 물을 뒤집어 쓰면 보람찬 경험이 될 수 있겠습니다만 최초 취지가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네요. 사실 루게릭 환자들도 많은 경우 근육통이나 관절통을 느끼긴 합니다. 점점 몸이 마비되면서 근육과 관절에 통증이 생기게 되는데, 보다 힘든 것은 통증이 생겨도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고통입니다. 아파도 움직일 수 없고, 숨을 쉬고 싶어도 숨을 쉴 수 없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참 간단해 보이네요. 검색에는 꽤 시간이 걸렸는데 뭔가 허전합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을

1.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ALS 재단에서 처음 시작한 운동이 아닌 자생적인 운동이다.
2. 처음에는 ALS 환자와 그 가족들을 타고 급속히 전파된 것으로 초기에 실제 ALS 환자들이 많이 참여했다.
3. 얼음물을 뒤집어 쓰는 것이 ALS 환자의 통증을 경험하기 위해 고안된 것안 아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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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김
14/08/21 16:22
수정 아이콘
폭풍정리 감사합니다.
MLB류현진
14/08/21 16:35
수정 아이콘
방식도 재미있고 의미도 있는 운동이어서 다들 유쾌하게 받아들이는것 같네요.
폭풍허세
14/08/21 16:36
수정 아이콘
류현진선수 방금 유게에서 잘 보고 왔습니다
노던라이츠
14/08/21 16:45
수정 아이콘
폭풍허세님덕분에 잘 이해했습니다. 궁금한게 많았는데 이 글이 많은걸 알려주네요.
홍수현.
14/08/21 16:46
수정 아이콘
와 좋은 글이네요. 좋은 일인만큼 계속 되는게 보기 좋네요.
王天君
14/08/21 16:54
수정 아이콘
음 저도 이거 흥미생겨서 찾아봤어요. 유튜브로 유명인들 모아놓은 거 보고 있는데 재미있으면서도 신기하더라구요. 어떻게 기부 운동이 이렇게 확산될 수 있는지.
라라 안티포바
14/08/21 17:23
수정 아이콘
깔끔하게 궁금했던 부분 잘 설명해주셨네요.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낭만토스
14/08/21 17:23
수정 아이콘
저한테 차례가 온다면 북쪽의 통통하신 님을 지목해보고 싶습니다.
The HUSE
14/08/21 17:26
수정 아이콘
글 감사합니다.

근데 요즘은 솔직히 오버한다는 느낌도 들고...
더령이
14/08/21 17:29
수정 아이콘
한때의 유행 정도에 지나지 않은것 같지만 그런 유행으로도 사람을 돕는다는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뉴타입
14/08/21 17:39
수정 아이콘
오버든 뭐든간에 예년에 비해 몇십배는 모금이 늘었다는데 그러면 된거죠.취지 생각안하고 웃고 떠들며 즐기는 사람보다 새롭게 취지 알아서 기부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건데요.
데자와
14/08/21 18:21
수정 아이콘
안그래도 궁금했는데 정리 감사합니다.

그리고 ALS뿐 아니라 원래 취지인 원하는 기부로 돌아가서
기부가 필요한 여러 곳에 기부되어지면 좋겠네요.
어리버리
14/08/21 18:57
수정 아이콘
연예인들도 이런걸 전혀 모르고 있어서 다들 잘못 설명하더군요. 영향력 있는 누군가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서 혹은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위해서 등등 다른 이유로 기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상최악
14/08/21 19:08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관련 내용의 기사보다도 훌륭한 글이네요.
계속 퍼지는 게 재밌긴 한데, 기사를 봐도 물벼락 맞았다는 내용과 누구 지목했는 얘기만 있고 기부했다는 얘기는 없어서
뭔가 취지와는 다르게 사실상 초유의 [기부 거부 릴레이]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네요.
잠잘까
14/08/21 19:11
수정 아이콘
저 이거 퍼가도 될까요? 너무 좋은 글이네요.
폭풍허세
14/08/21 20:12
수정 아이콘
물론입니다. 출처 pgr21이라고만 해주세요.
시끄러운이웃
14/08/21 20:53
수정 아이콘
이렇게 속시원한 정리글이....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배우 이켠씨가 얼음물 뒤집어 쓰는게 루게릭병 체험하는 행위인데 너무 즐기는 거 아니냐고
비난글 올린거 보고 그렇구나 했는데 아니였군요 허허
폭풍허세
14/08/21 21:16
수정 아이콘
검색하다가 얼핏 지나친 글이 있었는데, 찬물을 뒤집어 쓰지 않으면 돈을 더 내는 것은 '당신이 재미없는 사람임에 대한 벌금' 이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미국식 농담인데 어감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원문을 보여드리면 좋겠는데 못찾겠습니다 (좌절)
아무튼, 이런것이 미국의 기부 문화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볍고 재미있게 웃으면서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거죠.
아이유라
14/08/21 21:23
수정 아이콘
술자리에서 재미없는 농담한 사람한테 벌주멕이는 그런 분위기가 연상되네요 크크크크
폭풍허세
14/08/21 21:24
수정 아이콘
정말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아이유라
14/08/21 21:19
수정 아이콘
오오오 정말 궁금했는데 찾을 생각은 못하고 있던 중에 깔끔한 정리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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