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verybody's changing (2004년, from Hopes & Fears / 작사 작곡 Keane)
: 대중들에게 가장 알려진 킨의 노래. 원래 히트 싱글이기도 했지만 KBS 개그콘서트의 코너 '패션 7080'에서 박준형의 등장씬 BGM으로 사용되어 더 전파가 되었다. 미디엄템포보다 좀 더 느린 BPM을 갖고 있지만 패션 워킹을 하기엔 적절한 스피드였다. '모든 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은 것 같아'라며 자신의 삶에서 방황하는 이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노래 주제다. 스튜디오 버전은 상당히 힘을 뺀 채로 채플린이 노래하지만 라이브에서는 좀 더 힘을 줘서 부른다. 링크는 첫 내한 공연인 09 ETP 페스티벌 영상이다. 노래 중간에 많은 사람들이 원을 그리며 워킹을 했던 것이 화제이기도 했다. 외국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며 왜 저리 도는지 이해를 못하기도 했다. 뭐든 상관없다. 채플린은 굉장히 감격했다.
: 릴리 알렌이 부른 버전이다. 원곡 가수들은 백밴드 역할을 해주고 (보컬까지) 다른 이가 노래를 대신 부르는 일은 흔치 않다. 릴리 알렌이 부르는 이 곡도 매력이 있었다. 또한 Somewhere only we know를 정식 리메이크하여 싱글로 발매하기도 했다.
- Snowed under (2004년, from Somewhere only we know / 작사 작곡 Keane)
: 그들의 싱글 Somewhere only we know의 B-side 트랙. 그들의 데뷔 앨범은 영국 내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최고의 데뷔 앨범으로 찬사받았다. 그만큼 킬링 싱글이 많았고 B-side 트랙에도 보석들이 많았다. 특히 Snowed under는 전형적인 1집의 사운드를 갖고 있으면서 한 방의 훅과 유기적인 멜로디 연결을 잃지 않고 있었다. 가사 내용은 좀 특이하다. '너랑 끝나서 정말 기뻐'. 너에게 모든 걸 뺏겨버렸던 마음이 다시 내게 돌아오는 걸 느낀 사람의 즐거운 마음이 가득 실려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에 나온 4집도 좋아하지만 2004년 시즌에 나온 킨의 노래들은 그들의 창작력을 악마에게 샀던 것 마냥 하나같이 흡입력 있었다.
- A bad dream (2006년, from Under the iron sea / 작사 작곡 Keane)
: 두 번째 내한 공연은 단독 콘서트였다. A bad dream은 당시 공연에서 단연 베스트 트랙이었다. 스튜디오 버전이나 2집 발매 당시 라이브 버전과 최근 버전의 차이는 후주에 있다. 원래 후주가 그리 짧지 않은 노래지만 이 버전에서는 그 부분의 소리들을 더 극대화했고 감정도 더 실어서 연주했다. 사실 원곡도 좋았다. 중반부 내내 힘을 모으다가 후반에 가서 터뜨리는 구조를 사용하고 있고 This is the last time과 더불어 그 구조가 잘 만들어진 노래에 속한다. 가사는 이별 후 누구나 한 번씩 찾아오는 악몽의 밤을 그리고 있다. 영상도 당시 내한 공연의 것으로 링크한다.
- Sovereign light cafe (2012년, from Strangeland / 작사 작곡 Keane)
: 4집에서 킨은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흔히 하는 말, 초심으로 돌아왔다. 악기 구성도 그렇고 곡의 느낌도 1집과 유사하다. 하지만 좀 더 밝은 느낌의 곡이 많았고 이 노래가 그 핵심이었다. Keane의 멤버들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고 함께 어울렸던 동네들의 지명이 이 곡에 많이 등장한다. 곡의 제목도 그들의 동네에 있던 카페 이름이다. 노래 가사도 옛 추억을 떠올리며 변해버린 관계에 대한 작은 아쉬움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곡은 시종일관 밝은 기운에 차있다. 멜로디가 다소 단조롭고 반복적인 탓에 큰 히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채플린의 나날이 성장해 가는 보컬을 듣기엔 더 없이 좋은 트랙이다. (노래에 언급된 지명들에 대한 설명 :
http://blog.naver.com/decay_dk/220076998449)
- Atlantic (2006년, from Under the iron sea / 작사 작곡 Keane)
: 킨의 노래 중에 가장 무거운 감성을 갖고 있는 곡 중 하나일 것이다. 거대한 바다처럼 다른 소리를 받춰주는 베이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를 재현한 듯한 키보드, 그 바다를 걷는 한 사람의 어지러운 마음을 표현한 피아노가 한 데 어울어져 청자들을 밤의 대서양으로 데려다준다. 2집의 타이틀 곡 Is it any wonder은 킨이 변신에 대한 강박적 변화로 신디사이져를 강하게 사용한 느낌이었지만 이 곡은 그들의 다른 재능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지금 킨은 당분간 활동 중단 상태에 들어갔지만 후에 브라이언 이노 같은 프로듀서를 만나서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가 걸었던 길을 가는 것도 기대해본다.
- Silenced by the night (Alesso remix) (2012년, from Strangeland / 작사 작곡 Keane, Remix : Alesso)
: 둘만의 조용한 밤에 관한 노래다. 원 버전은 Somewhere only we know와 내용도 사운드도 상당히 공통점이 있다. 그만큼 밴드 소리에 충실한 곡이다. 원곡도 굉장히 멋졌지만 내가 더 좋아하는 건 Alesso 리믹스 버전이다. 킨의 노래가 클럽 리믹스로 과연 어울릴까 반신반의한 상태로 이 곡을 처음 들었는데 제대로 한 방 먹었다. Alesso의 줬다 뺏다 애간장을 녹이는 소리들과 원곡이 갖고 있던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조금 단순하게 끝이 난 후주를 제외하고는 대단히 성공적인 리믹스 사례로 꼽고 싶다.
- This is the last time (2004년, from Hopes & Fears / 작사 작곡 Keane 외)
: 스튜디오 버전보다 라이브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는 노래. 킨이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그 서정적 멜로디와 목소리에 있겠지만 기타 없이 강력한 감성을 표출할 줄 알기에도 그 이유가 있다. 이 곡도 그렇다. 특히 후반부가 시작되기 전 소리를 점층시켜 쌓아올리는 방법은 듣는 이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충분했다. 당시 내한 공연 때도 폭발하는 채플린의 보컬과 연주가 참 감동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반면 스튜디오 버전은 Everybody's changing과 마찬가지로 좀 더 힘을 빼고 불렀다. 어느 버전이 더 좋은 지는 개인 취향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Best 3. Early winter : Gwen Stefani (2006년, from The sweet escape / 작사 작곡 팀옥슬리, 그웬스테파니)
: 그웬 스테파니의 두 번째 앨범 수록곡. 작곡 크레딧에는 옥슬리와 그웬의 공동 작곡으로 돼있지만 사실상 옥슬리가 거의 다 만든 노래기도 하다. '우리 사이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주제인 이 노래는 어쿠스틱 악기들과 뉴웨이브적인 소리들로 채워져있다. 그웬의 원망스러운 창법이 쓸쓸한 겨울송과 드러맞았고 옥슬리가 만든 기동성있는 전개가 곡에 힘을 더했다. 이 리스트에 이 곡을 집어넣을 수 있는 이유는 멤버의 자작곡일 뿐 아니라 실제 킨도 이 노래를 스튜디오 버전으로 불러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다만 채플린의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았고 밴드 곡으로도 덜 어울렸다. 원곡만한 리메이크 없다는 속설을 스스로 증명시켜주었다.
- Best 2. Bedshaped (2004년, from Hopes & Fears / 작사 작곡 Keane)
: 킨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발라드. 물론 소리의 측면에서 그렇다. 가사는 이별 후의 그리움과 멘붕 상태를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앞에서 채플린의 보컬에 대한 얘기를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 곡에서의 주인공은 분명 채플린이다. 도입부와 후렴부, 후반부 등 대부분 Verse에서 자유자재로 감성을 조절한다. 특히 초반부의 음색은 예쁘면서 느끼하지 않은 소리의 전형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다른 영국 밴드들보다도 킨이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념이 풍부한 한국인들에게 킨의 음악은 청량하면서도 아름다운 감성을 들려주었고 그것이 우리의 입맛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 Best 1. Somewhere only we know (2004년, from Hopes & Fears / 작사 작곡 Keane)
: 킨의 음악에 대해 처음 물어보는 사람에게 젤 먼저 들려주고 싶은 노래면서 가장 오래 듣게 되는 곡이다. 따라부르기 쉬우면서 기억하기도 용이한 멜로디, 이성을 꼬실 때 사용하고픈 달달한 가사에 깔끔한 채플린의 목소리까지. 옥슬리가 세운 자신만의 창작 문법에서 첫 번째 챕터를 장식하는 노래다. 처음 이 곡이 나왔을 때는 제법 강한 드럼 소리 위에 얹은 피아노의 청명함에 반했었다. 밴드 음악에서 이렇게 서정적인 노래가 나올 수 있구나란 감탄과 함께 누굴 흉내내지 않은 그들만의 소리로 데뷔 앨범이 채워져있다는 것에 놀랐었다. 이 밖에 데뷔 앨범에는 Bend & break, Allemande, We might as well be strangers, She has no time 등 자리가 없어 넣지 못하는 안타까움 가득한 곡들이 즐비하다.
자리가 없어 못넣은 노래 : Bend & break, The lovers are losing, Disconnected, Perfect symmetry Allemande, We might as well be strangers, She has no time, In your own time, You are young, Under pressure, The starting line, My shadow, Myth, Fly to me, Wolf at the door, Is it any wonder, Put it behind you, Nothing in my way, Hamburg song, 크리스탈볼, Spiralling, The iron sea.
다음 편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군 문제들을 보며 떠오른 이현도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