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타입니다.
오랜만이군요, 연재글로 찾아오는 건..
아마추어인 제게 주기적인 집필의 압박은 너무나 싫기에,
뭔가 쓸 건덕지가 생기거나 마음가짐이 잡혀야 글을 쓸 수 있는 것 같네용..
하여,
영화 <변호인>을 너무나 감명깊게 본 기념으로, 12편을 짧게나마 달립니다..
걍... 그러려니..하세요...흐흐..
12. [일상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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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불끄고누워서 전화해줘요
오빠목소리로 꼭듣고싶은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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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머야머야 그냥톡으로하면 안되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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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되요 오빠빠 혹시
시작되는연인들을위해 라는노래 알아요??
그거 불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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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해.... 이원진이라는 가수와 어떤 여자의 듀엣.....
이 노래 잘 압니다.
갑자기 이 가사가 생각납니다.
= 이제는 걱정하지마 한땐 나도 너만큼 두려워 한적도 많았으니
= 조금씩 너를 보여줘 숨기려 하지 말고 내가 가까이 설 수 있도록..
- 12편 시작
어제 민선이와 강원도를 다녀오고,
오늘은 토요일,
오랜만에 늦잠을 잤습니다..
일어나니 시간은 거의 10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고,
폰은 진동으로 해두고 잤으나,
보통은 폰의 진동으로도 조금은 예민하게 반응하기에 꺠기도 하는데,
오늘 아침도 아무도 찾는이가 없었는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주말아침을 맞이했죠.
역시 폰을 보니, 저를 찾는 메세지는 없었습니다...
'잉? 민선이도 아직 자나..?'
하는 생각에, 먼저 카톡을 보내볼까말까 잠시 고민한 뒤, 안보내기로 합니다..하핫
먼저 보내기 싫더군요..
아주 약간, 공부를 하고 있으면 어떡하나...는 생각도 들었고,
서로간의 연락의 주도권을 우선은 민선이가 가지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이게 좀 웃긴게,
얘는 엄마아빠동생들과 함께 살고 있어서, 언제든지 민선이의 전화기를 부모님이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는데서 스스로는 좀 처량하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
12시가 다 되었습니다..
연락을 하고 싶은걸 참을 수가 없었으나, 굳게 참았습니다..
딱히 할일없는 주말 아침이 지나가고, 서서히 제 배가 고파지더군요..
냉장고를 열어보니, 엄마가 해 준 밑반찬들 뿐...
으흠.....
심심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민선이를 처음 만났던 그 마트에 장을 보러 가게됩니다..
밖은 아주 청명했지만 바람도 약간 불고 있었고,
공기도 아주 차가웠기에 기모가 들어있는 운동복 바지와 두터운 양말과 운동화,
그리고 바람막이와 결합할 수 있는 패딩을 입고,
한 손에는 진동이 느껴지기만을 기다리는 전화기를,
한 손에는 지갑을 쥐고 마트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손에서 기다리던 진동이 이이~~잉~~~ 울리는게 아니겠습니까,
누군지도 확인안 한 상태이지만,
저는 절로 미소를 짓고 전화기를 꺼내 확인합니다..
그새 눌러놓은 엘리베이터가 도착했고, 저는 폰을 들여다보며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을 눌렀고,
카톡을 열자마자 내 웃음이 가식이 아니었다는 걸 뇌가 다시한 번 확인해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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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나 이제일어났어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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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하핫!!
이제 일어났답니다!!
공부는 개뿔, 거의 12시간을 자고
무려 낮 12시에 일어나다니 이건 뭐 잠신이 든건지.. 순간 거짓말이 아닐까 싶었습니다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았고,
지금도 12시간의 잠은 길지만 10시간은 거뜬히 자는 아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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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느라 수고했어~
난너공부하는줄 알고
일부러카톡안했던건데
넌어떻게12시간을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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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어으어허헝
그래도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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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그만일어나라~
오빤 지금마트에장보러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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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배고파..
나만놔두고 다들나갔어요..힝
장보러간다고?
음료수는사지마요~
누가와서또부딪친다~크크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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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자기도 저따라 장보러 간다고 따라나오길 살짝 바랬는데,
나온다는말은 없네요..흐흐..
음료수는 사지말라는 건 또 뭔소린지, 귀여운 것..
아.... 여전히 어렵습니다.. 얘는 뭐지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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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혼자야??
그럼밥먹고 톡해
오빠도밥먹고
커피마시러나갈생각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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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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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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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통하는게 보이시나요??
크흐흐..
마침 마트에 가니까 주말할인이라고 한우 부채살(?)을 50%나 할인하고 있길래
아줌마들 틈에 끼어서 얼른 반근이나 사고,
야채도 조금.. 두부도 두 모... 우유도 한 통... 등등
적지않은 양을 주섬주섬 쓸어담아 계산하고 나와 총총 뛰어서 얼른 집에갔습니다..
사온 한우는 고이 냉장고 속으로 넣어두고, 우선 두부를 후라이팬에 부쳐 밑반찬이랑 밥이랑 해서 먹고 있는데,
카톡이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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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 장다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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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압,
지금사온두부 부쳐서
열심히 먹고있어
말걸지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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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쳇쳇 언제다먹어요??
나먼저 베네가있어요??
나 기다리는거 그런거
비슷한거 잘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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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다먹고 나갈때
톡할테니까 그 때 나오면되자너~
집에있어 먼저나오지말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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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 잉??
그런방법이있었네~
난이미배가불러요~
커피가땡겨요홍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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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얼른 밥을 먹고싶은데 자꾸자꾸 톡이 옵니다..
답장하랴 밥 퍼넣으랴 바쁩니다..
그러다 대뜸, 나도 모르는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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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빠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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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내고 말았습니다..
뭔 자신감인지 생전 지어보지 않은 미친실소를 띄우며 보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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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빠는 나안보고싶은거에요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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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직 반공기나 남은 밥을 거의 두 숟갈에 입으로 퍼넣고,
서둘러 나갈 채비를 또 합니다..
아, 근데 머리를 감고 나가고 싶었습니다..
모자를 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더군요..
희한하게도 말이죠..
이 날 아직 민선이에게 모자를 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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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뒤에 나와
오빠도 그때나가께
베네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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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따 베네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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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만에 머리를 감았습니다..
보통 5분이면 머리 다 감거든요..하핫
원래 드라이로 말리지 않아 수건으로 탁탁 털고는 운동복바지가 아니라 청바지로만 갈아입고,
그대로 베네베네로 향해 나갔습니다..
너무 급하게 먹었는지, 걸어가는 도중에 꺼억꺼억 트름이 자꾸 나오더군요..
흐흐..
이전 글들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베네베네와 저의집은 그닥 멀지 않습니다..
저는 집을 나서면서,
정말이지 오랜만에 토요일 낮 1시경에 집을 나선다는 느낌을 받았고,
이 곰같은 몸뚱이가 세상에나 이렇게도 가벼운 발걸음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느낌도 받았고,
아무것도 아닌 저의 일상으로 민선이가 한발짝 들어왔음에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민선이도 이런 생각일까요..
이 때 진심으로 이게 궁금했습니다..
민선이와 연락을 시작하고나서 언제나 마음먹은 생각이고 강하게 마음먹은 다짐이지만,
자꾸자꾸 제게 주어진 시간보다 더 빨리 진행하려하는 조급한 마음은 언제나 저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민선이의 마음은, 단지 주말오후 저를 보고싶어 베네베네로 나오는 그 순수한 애정이겠지만,
저는 그 지극히 사실적인 행동을 자꾸 제 생각과 버무려 과대포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마치,
무한도전 정형돈의 요리에서 뜸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유재석이 뚜껑을 열어버려 망해버린 형돈이의 요리와 같지 않을까..생각해봅니다..
제가 지금 여기서 이 뚜껑을 열어버리면, 민선이의 그 요리는 망할 것 같은 예감..
그래도 저는 조급했지만, 애써 느긋함을 가졌고,
이 느긋함이 언젠가 제게 더 좋은작용을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리라..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저 앞에 베네베네가 보입니다..
이제 저는 민선이를 제 일상으로 초대하려 합니다.
화려한 초대장을 만들 능력도,
화려한 미사여구를 적을 능력도,
화려한 장소를 섭외할 능력도 없지만,
최소한 저는 이 화려하지 않은 초대에 기꺼이 민선이가 응해주리라 또한 믿어의심치 않았습니다..
늘 앉던 2층 그 자리에 올라가니, 여전히 그 자리는 비워져 있었습니다..
제게 좋은 기억만 주었던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싶지 않아,
굳이 그 자리를 찾아 앉고 싶었습니다..
민선이가 오면 음료를 시킬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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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베네 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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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을 보냅니다..
.... 확인하지 않네요...
걸어오고 있음이 분명합니다...흐흐..
몇분이 지났을까,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났고,
아.......
아.................
하~얀 얼굴과
가슴라인까지 내려오는 긴 웨이브머리,
와인색 패딩과
검은 레깅스를 입은
너무나 너무나 이쁜 아가씨가...
올라옵니다........
"오빠, 헤헤, 늦어서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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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에서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