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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18 19:21
이 영화의 또다른 진가는 착륙 이후에도 있다고 봅니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탈출의 순간이 대기권에 도달하면서 끝을 맞이하는데요. 떨어진 곳은 우주만큼이나 위험한 사람 없는 바다 한가운데였고 자칫 잘못하면 그 고생해서 지구까지 왔는데 익사할 뻔했죠.
영화에서 카타르시스의 순간을 지연시켜서 "지구에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만들지 않고 앞으로 삶에 대해서를 숙고하게 만들더군요. 말씀하신대로, 아바타 이후에 또다른 의미로 영화가 무엇인지 정립해낸 수준의 엄청난 영화였다고 봅니다.
13/12/18 19:22
저도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불곰같은게 나와서 잡아먹히면서 끝나면 되게 웃기겠다 이런생각이 자꾸 들더라고요 흐흐.
13/12/18 19:25
그런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할 수 밖에 없는 구성이었죠. 지구 상의 인공위성이 전멸할 수준의 사고 속에서 유일한 생존자니 정글을 돌아다니는 것만큼 대단히 피곤하고 위태로운 삶을 살 겁니다?
13/12/18 19:23
예. 무중력의 공포를 벗어났다니 중력의 압제에 짓눌리죠. 그걸 의지^^로 이겨내고요. 저도 그게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귀환하는 순간 땡일 줄 알았거든요. 양수로부터 인간이 태어나는 느낌도 들고...여러 모로 의미폭이 다양했던 것 같습니다.
13/12/18 19:28
그래비티의 특이한 점은 그거였죠.
러닝타임 동안 엄청나게 재밌게 보고 점수도 높게 주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영화 어땠어? 라고 물어봤을 때 대답할 게 많지 않은 영화[...] 어떤 의미로는 영상의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현세대의 극한을 보여준 작품이자, 어떻게 보면 잘만든 놀이공원 어트랙션 같은 작품이었어요.
13/12/18 19:30
예. 삼공파일 님 리플처럼 산드라 블록의 fetal postion이나 정자마냥 끈 달린 채 우주를 헤쳐나가는 코왈스키와 스톤의 모습이나 양수를 연상케하는 바다 등등 자연스럽게 그런 해석이 나올 법 하죠.
13/12/18 19:59
다른 매체와 차별점을 주는 영화만의 특징은 시각적 테크놀러지의 최선두라는 점이라고 봅니다. 비슷한 영상매체인 TV에는 영화에 투입되는 규모의 자본이 들어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영화만이 같는 가장 큰 장점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관객의 가상체험이라는 부분에서 그래비티는 역대의 영화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야 마땅한 영화이죠. 우주의 적막함, 무중력의 체험, 주인공이 느낄 막막함과 공포, 절망, 희망을 관객에게 너무나 생생하게 전해줍니다. 이것만으로 이 영화는 걸작의 반열에 가깝게 있는 영화죠.
13/12/18 20:01
네. 더불어 청각적인 측면도 이야기할 수 있겠죠. 영화의 특질로서, 그리고 그래비티의 강점으로서 음향에 대해서도 논해보고 싶었는데..영화 본 지가 좀 되어 어떤 음향이 나왔었는지 도통 기억이 안 나더군요. 관람 당시에 청각적으로 엄청난 압도감이나 감흥을 받은 기억은 분명한데 -_-;
13/12/18 20:04
그래비티에서의 음향은 정말 압권이죠!! 우주의 묵음 속에서 들려오는 통신 신호소리, 숨소리, 독백, 울음소리, 지구와의 마지막 통신 등등..
그래비티는 오감을 만족시킬만한 영화였다고 생각됩니다.
13/12/18 20:03
영화는 결국 카메라의 예술이죠 개인적으로 단순히 시나리오를 영상으로 풀어헤치는 영화들은 형식적으로는 문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보고있습니다 아예 2류라고 낯춰 평가하기도 하더군요 물론 전 뭐가 됐든 재밌으면 장땡이긴 합니다
어쨌든 정말 고평가받는 영화들은 카메라로 이야기 하는것들이곤 합니다
13/12/18 20:06
예. 영화만이 줄 수 있는 미감을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이야기할 때 영화로서의 가치가 있을 테니까요.
그 점에서 PGR에서는 이 리뷰 https://ppt21.com../?b=8&n=47176 가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단지 글자나 설명을 통해 감독이 하고싶은 이야기와, 주제를 표현한다면 그 영화는 1류는 될 수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13/12/18 20:07
말씀하신 영화만의 어필요소라는 것이야말로 종합예술의 꽃이라는 이 매체가 가진 위대하고도 큰 장점이 아닐까합니다.
사실 영화 시나리오 각본을 보면 명작이라는 작품들도 텍스트적으로는 상당히 심심하고 심지어 허접하기까지 하니까요.(내면 묘사가 거의 없이 대화 위주다 보니..) 하지만 이게 영화라는 단순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와 사운드의 체험으로 이뤄지는 순간 어느 문학작품보다 훌륭한 서사와 어느 철학서보다 성찰을 어느 음악들보다 유희를 느끼게해준다고 봅니다. 가령 존 브라이언의 스코어만으로 '조스'에선 대가들의 장르소설 못지않은 훌륭한 서스펜스를 손쉽게 이루어내고 '남주와 여주가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라는 소설에선 초중딩들도 쓰지 않을 법한 한줄짜리 문장도 영화에선 배우들의 눈빛과 행동만으로 관객들에겐 감정선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그 어떤 장황한 설명보다 쇼트에서 사용된 조명과 공간의 배치를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상태를 잘 보여주며 훌륭한 촬영과 미술만으로 극의 전체적인 톤을 나타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가장 '고차원'의 예술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영화라는 매체가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식은 종합적이고 다양하니까요. 그런면에서 '그래비티'는 영화라는 매체의 이미지와 사운드로 형성된 훌륭한 서사와 철학을 '체험'하게 해준 아주 수준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13/12/18 20:11
네. 특정한 상황에서 다른 거 하나도 안 하고, 언행 전혀 없이, 카메라가 왔다갔다하면서 인물을 번갈아가며 조명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의미를 담아낼 수 있으니까요. 물상을 직접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들 입장에서는 언터쳐블하죠.
13/12/18 20:09
잘봤습니다. 감상후기가 저와 비슷하군요.
언젠가 피쟐에서 전에 그래비티가 서사가 빈약해서 (영화가) 별로였다..라는 글을 보고 '아니 영화가 소설도 아니고...'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비티는 영상 예술이라는 영화의 장르적 특징과 장점을 극대화 시킨 마스터피스라고 생각합니다. 3인칭 시점과 헬멧-주관과 객관-을 넘나드는 천재적인 카메라 워크, 군더더기 없이 개연성 확실한 카운트 다운 그... 그 사운드 없는 폭발 장면에 얼마나 전율했는지 모르겠네요. 3대 영화제 수상작들 최근 20여년어치 다 챙겨봤고 옛 영화들 다시 챙겨보고 하는 나름 영덕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영화가 10년안에 다시 한편 나올까...] 할만한 수작이였습니다. ...이번주 토요일 또 보러 갈것 같습니다. 용산 CGV 아직 하더라구요;
13/12/18 20:15
공감합니다. 불고기를 먹을 때는 젓가락을 써야하고 된장국을 퍼먹을 때는 숟가락을 써야하는 법이듯, 영화를 소설처럼 읽으려 하면 안 되겠죠. 각각의 매체에는 각각의 감상법이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13/12/18 20:26
저도 정말 근래 최고의 영화였다고 하고 싶네요. 왕십리 아이맥스까지 찾아가서 본 영화로는 아바타 이후 두번째였고요. 본문에도 언급하신 것처럼 스크립트 자체도 정말 세련되게 쓰인 시나리오이고, 기술적으로도 참 대단한 영화였어요. 롱테이크라는 촬영기법이 정말 필요한 곳에 완벽한 효과를 주도록 쓰였고, 라이트박스라는 기술은 촬영자체를 위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촬영중인 배우들마저 해당 공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는 점도 참 대단하죠.
개인적으로는 아이맥스관에서 내리고 나서 그래비티를 다시한번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고해상도 HMD 도 사고 싶어질 것 같네요. 다른 시각이 완전히 차단된다는 점에서 영화관만큼의 해상도가 아니더라도 더 몰입해서 감상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3/12/18 21:23
저는 영화 설국열차를 보고 마음이 얻은 감흥을 문자로 적어서 피지알에 올려 볼까 하다가 영화 매니아의 댓글이 두려워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디테일한 내용이 잘 기억 나지도 않고 사람들의 관심도 옮겨간 상태고 그래서 그냥 쓰지 말아야겠다 결심했는데 마지막 대목이 저랑 반대입니다. 크크
13/12/18 22:02
다시 말하지만 이건 '우주를 아는 사람' 이 봐야 재밌는 영화입니다.
뭣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열에 열이 죄다 '이 영화 뭐냐' 라는 반응 나오더군요.
13/12/18 22:04
서사만을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 바보같은 것이듯 영상기술의 진보를 느끼는 것이 영화감상의 전부는 아니겠죠. 명작이라 불리는 영화는 적어도 그 두 가지를 놓치지 않고 잡아낸 것들이 많은데, 그래비티도 이런 면에서 충분히 명작반열에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그나저나 영화보고 극장 나서면서 든 생각은 "맨 처음 우주에 갈 생각을 했던 놈들은 정말 미친x구나"라는...크크크크크 저는 이제 억만금을 준다해도 못갈 것 같습니다
13/12/18 22:58
감상 잘 읽었습니다. 공감이 가는 면이 많네요. 그리고 글을 올리신 시기도 언급하셨다시피 적절한 것 같습니다. 개봉 직후의 열광에서 다소간 거리를 둔 이 시기에 이런 리뷰를 읽으니 영화를 봤을 때의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네요.
제 개인적으론 이 영화가 할리우드의 존재이유에 대해서 웅변해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이런 영화는 할리우드가 아니면 만들 수 없을 것 같아요.
13/12/18 23:16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영화만이 줄 수 있는 영화적 경험이라는게 영화를 보는 이유랄까... 영상매체가 많이 발달하면서 과거 스크린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TV와 모니터, 핸드폰 등이 하고 있지만, 영화관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구요. MP3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공연장이 사라지지 않는 이치랄까요. 그런데요, 스토리가 참 중요하긴 합니다. 문학 작품들과는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충분한 영화적 경험을 위해 필요한 것이 서사거든요. 테크놀로지가 영화 속에서 녹아들면서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은 정말 대단하지만, 관객들이 그저 영화관에서 우주 가상 체험을 하기 위해 <그래비티>를 보러 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단정지어 말하긴 어렵지만 서사 = 문학, 비주얼 테크놀로지/영상과 음향 미학 = 영화라고 따로 갈라놓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 담겨있는 서사를 문학은 텍스트를 읽음으로서 경험한다면, 영화는 영상과 음향을 통해 경험하기 위해 영화를 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래비티>에서 우주를 스크린 위에 재현한 비주얼을 걷어낸다면 무엇이 남는가 떠올렸을때, <그래비티>가 가지고 있는 서사는 참 짧고 명확하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큰 대서사극보다 훨씬 더 살아있습니다. 오히려 <그래비티>는 관객들에게 의도적으로 우주 공간을 경험시켜주고 싶은 목표가 너무 또렷합니다. 타 장르, 타 영화같았으면 한 시퀸스에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를 90분가량으로 늘려서, 시간적으로도 실시간 중계를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굉장히 디테일한 상황들, 매순간 수없이 변화하며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의 묘사... 관객이 기대하는 거창하거나 많은 함의를 담은 서사 대신 단순하지만 소소하지만 활력이 있는 서사에 대해 조금만 너그럽게 받아들인다면 즐길거리는 정말 풍부한 영화죠. 좀 다른 의미에서 영화 속 서사에 대해 접근을 해보자면 구밀복검님 글의 3.의 해석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제가 앞서 단순한 서사라고 언급했지만, 이것조차도 보는 사람에 따라 여러가지 시각으로 해체되고 분석되어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이것은 영화 자체가 직접적으로 표현했다기보단, 영화에 대한 해석을 읽을때 얻을 수 있는 재미죠. 물론 거기에 영화라는 것이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모든 관객이 영화평을 보는 것은 아니니 영화 자체가 주는 재미라기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 영화관 밖으로 나설때 내가 왜 표값을 내고 영화를 봤는가 다시 떠올려 보며 아쉬운 점을 꼽아본다면, 딱히 무언가 이야깃거리도 될 건덕지가 없는 이야기. 그냥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영화를 기대하고 상영관에 입장한 많은 관객들이 아쉬워하고 있는 부분이 이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애초에 표값을 내면서 <그래비티>가 어떤 점을 지향하는 영화인지 충분히 인지하고 접근한 관객이라면 표값이 아까울 리가 없겠죠. <그래비티>가 서사가 단순하고 일반 관객들이 별 재미를 못느끼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없겠죠. 애초에 모든 영화가 획일화되어 단발적 흥미요소와 흥행만을 위해 만들어진다면 그것만큼 재미없는 대중 예술은 없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찬찬히 살펴보면 그렇게 재미를 찾기 힘든 영화도 아니구요. 충분히 재미있고 감탄이 터져나오는 대단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흥행 영화들이 담고 있는 거대한 서사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다니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흥미롭고 신명나는 캐릭터와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들을 기대했던 일반 관객들과 매 순간이 살아 숨쉬는 우주 속 상황 체험의 극한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그래비티>의 지향점은 조금 다르지 않나 싶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3/12/19 00:22
저도 강추하고 다녔던 작품이에요
사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은 영화인데 (90분? 요새 기준에 의하면 뭐...) 암튼, 90분 내내 텐션을 유지하는 영화가 몇 없잖아요 더불어 산드라 블럭 다시 봤습니다 저는 그렇게 높게 치던 배우가 아니었거든요 거의 1인극에 가까운 영화를 이렇게 소화할 줄 몰랐습니다 게다가 역시 조지 클루니는 멋지더군요...; 4D로 보면 더 재밌다는 말을 들은 영화인데 아쉽게도 다시 보지는 못 했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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