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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12 23:50:58
Name 착한밥팅z
Subject [일반] 벌써 일년
글이 반말체 인것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
일년만이구나, 너에게 이런 인사를 건네는게.
너와 그렇게 끝나 버린 후로, 매일 밤마다 난 날 자책했어.
"너... 변했어." 란 말을 내뱉었던 내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서, 그래서 견딜수가 없더라.

니가 변한걸 몰랐던 것도, 니가 나에게 애정이 식은걸 몰랐던 것도 아니었어.
오히려 그걸 알면서도, 아니, 알면 알수록 난 니가 더 좋아졌어.

왜 그런 심정 있잖아.
제사때 피웠던 향이 타고 나면 재가 기둥을 이루고 있잖아.
그걸 안 무너뜨리고 싶어서 조심조심 옮기는 그런 기분.
종이를 태우는데 까만 재가 되어서 모양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때,
그걸 바스라뜨리고 싶지 않은 그 기분.

벼르고 별러 나온 휴가로 널 만날때 내 심정이 그거였어.

그래서 평소보다 더 많은 선물을 들고 널 만났고,
시험기간 내내 숨죽이고 니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더이상 내 옆에 오는 것도, 사람들 앞에서 애정표현 하는것도 싫어하는 티가 많이 나는 니가
내 옆에서도 다른 곳을 쳐다볼때,
나와 눈 마주치는것 조차 부담스러워할때.

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밝은 척 했던 거였는데.

그날 저녁때 한잔 했던 소주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힘내라고 해 주고 싶어서 노란 장미 한송이를 사 갔던 내 손이 부끄러웠었는지.

또 내 앞에서 틱틱대기 시작하던 널 보다가
한숨 비슷하게 뱉은 말이었어. 너, 변했다는 말.

그 순간, 모든게 산산조각 나 버리더라.
한쪽 인간관계를 버리면서 맺었던 너와의 인연도,
내 알량한 자존심 따위 내 스스로, 내 발로 짓밟아가며 꼬옥 붙잡고 있었던 너와의 마지막 끈도.

어떻게 해주길 바라냐는 내 말에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사랑받는 느낌을 줘서 너무 고맙다고, 행복했다고 말하는 너에게
그래, 그러자고 쿨한척 돌아서고는 등으로 울었던, 그날이 어느덧 1년 전이라,
오늘 그리스전 승리에도,
삼성이 넥센한테 이겼어도,

나는, 오늘이 기쁘지가 않다.

너와 헤어지며 내 맘 속으로 했던 맹세,
앞으로 딱 1년만 더 널 사랑하겠다는 맹세를 지킨것만으로 난 이제 만족하니까,

그러니까 이제 그만 널 놓아주려고.
지금 그 형이랑 행복하길, 그 형이 너에게 잘해주길, 이젠 진심으로 빌어 줄 수 있을것 같다.
아니, 그래야 할 것 같다.

사실 좀 두려워. 이제 복학하면 너랑 그 형, 계속 봐야 할 테니까.

내가 먼저 인사할 일은 없겠지만, 니가 먼저 인사한다면,
글쎄, 내 속이야 어쨌건 환히 웃으며 받아주는 날 볼 수 있을거야.

건강하고, 행복하길.






그리스전 승리로 다들 기분 좋으실텐데, 이렇게 우울한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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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flying
10/06/12 23:58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이말론 도움이 안될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은 이 슬픔이 인생의 전부인 것 같지만
잠깐입니다. 이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담담히 이겨내시길.
그리고 더 좋은 미래가 있을거란걸 믿고. 이겨내시길.
긍정의 힘. 이것만큼 강력한 힘은 없다고 봅니다.
힘내세요 화이팅.
10/06/13 00:31
수정 아이콘
좋은 오빠 동생으로만...ㅠㅠ
mylittleLoveR
10/06/13 00:32
수정 아이콘
토닥토닥..
맥주귀신
10/06/13 02:31
수정 아이콘
정말이지... 토닥토닥(2)입니다.
기운내세요.
글에서 느껴지는 글쓴님의 느낌만 봐도 정말 좋은 사람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실례일지 몰라도, 회원정보(나이) 봤습니다. 세상은 넓고 여자는 많습니다. 쿨하게 넘어가셔요~
위로가 안되는 거 압니다. 아무리 주위에서 좋은 말 해줘도 받이들여지지 않더라구요. 저도 26살 때... 어느정도 나이들고 나서였어도 5년 만난 친구랑 헤어지고 울고불고 난리쳤답니다. 크크.
어쨋든 힘내시고, 쿨하게 진짜 쿨하게 멋지게...... 넘어가시길 바랄게요.
영웅의물량
10/06/13 02:52
수정 아이콘
내가 먼저 인사할 일은 없겠지만, 니가 먼저 인사한다면,
글쎄, 내 속이야 어쨌건 환히 웃으며 받아주는 날 볼 수 있을거야.

란 말... 너무 와닿네요.
힘내세요!
전 그래요. 쿨한 척 하는 사람도 쿨한 사람이라고..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란 노래가 생각나는 새벽입니다.
abrasax_:JW
10/06/13 10:16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좋은 오빠 동생으로만... 같은 이름을 가진 바이브의 노래가 생각나네요.
이끌림
10/06/13 22:36
수정 아이콘
일 년이나 잊지 못하셨던 마음이라면... ... 얼마나 깊었을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어요.
하지만 한 번 깊게 새겨진 마음이니까- 다음엔 더 큰 사랑을 담을 수 있겠죠.
멋진 남자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잘 될 거에요.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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