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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01 13:19:26
Name kimera
Subject [일반] 그래 운명이다.
그래 운명이다.

내일이다.
이 글을 공개하고 나서 24시간도 안 지나서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운명이다.

우편으로 날라온 내일의 운명을 건 자들의 설명서를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문뜩, 내일 운명을 걸고 있는 자들이 그들 만이 아니란 걸 알았다.

누구를 지지한다 누구를 지지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겠다.

나는 내일 나의 운명을 확인하기 위해서 투표소로 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던가?

내가 선택한 운명이 질 것 같기에 내가 선택한 운명이 실패할 것 같기에 그 선택 자체를 피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실패나 패배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내일 나는 운명을 바꾸러 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운명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다.

만약 내가 지지하는 이가 나의 투표로 원하는 자리에 오른다면 그것은 그것으로 행복한 것이겠지마는 그렇지 않다면 나는 아름다운 패배를 하겠다. 추악한 비겁자는 되지 않을 생각이다.

만약 상대가 나보다 강하다는 이유,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는 다는 이유로 경기를 포기해야 한다면 2002년 우리는 그 달콤한 4강의 추억을 가질 수가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9%였다. 전세계의 어떤 나라도 우리가 이탈리아를 꺾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 어떤 축구 팬도 우리가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올라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실질적인 전력이 떨어지고, 절대 다수가 원하지 않기에 월드컵을 포기했다면 어떤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상대가 강하다는 이유로 경기를 포기하는 사람을 우리는 비겁자라 한다.

나는 비겁자가 되지 않을 생각이다.

내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뽑히는 3000여명의 사람만이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을 뽑은 나도 선수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만약 경기장에서 뛰는 단 11명만의 경기였다면 우리는 그 경기 승패에 그렇게 기뻐하고, 그렇게 슬퍼하고, 그렇게 행복해하며, 그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이 뛰는 그 경기장에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의 감정을 그토록 소리쳐 토해내는 것이다.

내일 일어나는 일은 뽑히는 이들만의 행사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뽑히는 자들은 작은 상품에 불가하다. 진정한 운명을 놓고 승부하는 플레이어는 그들을 뽑는 나다.

내일 운명이 결정된다.

비록 언론에서 내가 지지하는 이의 승리 확률이 떨어진다고 말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그 언론이 나에게 직접 물어본 적은 없지 않은가? 나는 그들이 모르는 비밀 병기인 셈이다.

나의 한 표가 나에게 의견을 묻지 않았던 이들에게는 비수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내일 운명을 결정지으러 경기장으로 갈 것이다.

그래, 운명이다.

경기에 질 것으로 알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질 때 지더라도 경기장에 서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운명을 함께할 이가 조금이라도 많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From kim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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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01 13:25
수정 아이콘
전 뭐.. 별로 거창하게 생각 안합니다. 그냥 '선'과 '악'의 대결로만 보고 있습니다.
'선'이란,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또는 끼칠 것' 이라고 생각하고,
'악'이란, '나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거나 또는 끼칠 것' 이라고만 생각합니다. 전 이기적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선'쪽에다가 표를 주려고 합니다. 다른 판단기준은 없어요.
여자예비역
10/06/01 13:34
수정 아이콘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즉에 전입신고해서 서울 투표권을 얻어 놓을걸 그랬나 싶구요..ㅠㅠ
(지역인구가 감소하는게 괴로워서 몇푼 안되는 지방세라도 동네에 보태볼려고 여태 전입신고 안하고 버텼지요)
저의 운명이 남의 손으로 결정된다는 기분이 듭니다..
이왕이면 저와 생각이 비슷하신 분들이 투표 많이 하셨으면 좋겠는데..ㅠㅠ
껀후이
10/06/01 13:41
수정 아이콘
멋진 표현이십니다! 너무나 역사적으로 역행을 해왔죠.
토크빌이 말한 '민주주의 내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걸맞는 정부를 가진다' 라는 거...실감합니다.
지역감정도, 반공주의도, 그것들에 기생하는 기생충들까지...
이젠 보여줘야죠. 수동적인 민주공화국의 국민이 아닌
자발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의 모습을~!
켈로그김
10/06/01 13:45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결과가 이상하게 나온다고 해서 크게 실망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일상이 정신없이 돌아가기도 하고..

그래도 혹시 모르기 때문에 투표를 하는거죠..
10/06/01 13:47
수정 아이콘
좋네요!
Who am I?
10/06/01 14:12
수정 아이콘
회의적인 입장이긴 하지만....

정말 혹시 몰라서 투표를 합니다.(2)

로또맞추는 기분이랄까요..;
10/06/01 14:29
수정 아이콘
무관심층 투표독려 전화만 한 10통은 한듯하네요

제가 지지하는 후보가 이기면 좋겠지만 뭐 져도 할수없는게 민주주의 아니겠어요^^

이런거 하나씩 쌓여가는거겠죠.

내일이네요. 모두들 꼭 주위사람들 손 붙잡고 투표하러가보아요~
10/06/01 18:18
수정 아이콘
제 주위의 반응만 보면 확실히 이전과 많이 다릅니다.
적어도 제가 본 사람 중에 투표 안할 거 같은 사람은 하나도 못봤네요.
내일 의외의 일격에 뒤통수를 잡고 쓰러질 놈들 여럿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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