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 F-14 톰캣교도들의 성지 VFA-103 졸리 롸져스의 중심에서 소녀시대를 외치다)
안녕하세요.
현역 미 해군으로 미 해군 대서양 함대 8 항모 비행단 141 전자전기 대대에서 대대 예산관리자(OPerating TARget Fund Manager)로 복무 중인 미 해군 3등하사 크리스입니다. 자게에 글로써는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오늘은 일이 없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침에 느즈막하게 일어나 핸드폰에 남겨진 음성 메세지를 체크하는데 중사님 한분이
"너 일어났니? 급하다, 이거 받는 즉시 빨리 전화해."
라고 하시는 바람에 간밤에 국방성 산하 예산 관리소에 보낸 예산 사용 보고서가 잘못 된줄 알고 식겁해서 전화를 했습니다.
'이럴리가 없는데, 분명히 체크했는데..'
1센트 단위까지 맞춰놓은 보고서 였기때문에 잘못될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내심 불안한 기색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더니 대뜸
"축하한다"
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뭔가, 했더니 이번 3월 달에 치룬 진급 시험에서 합격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아..진짜 뭐라 말이 안나올정도로 기쁘더라구요.
그렇게 저는 오늘로 미 해군의 2등 하사로 진급했습니다.
(정확하게는 Selectee 즉 예비 2등하사이지만, 임명장은 앞으로 수일내로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진급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로 여기고 있습니다. :D )
미 해군에서는 매년 3월과 9월달에 대대적으로 진급 시험(Advancement Exam)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어느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계급이 자동으로 올라가는데 비해 시험을 치루고, 그 시험에서 합격선 점수에 들며 지정된 Quota 에 해당하는 점수 이상을 획득했을 시에 진급을 하는 시스템이죠.
이 시스템의 장점은 아무것도 아는 것도 없고 능력도 별 그지같은 인간들이 시간만 때우며 진급해 높은 계급에 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함과 동시에 전 해군 병사들로 하여금, 그러한 사람들보다 빨리 진급해 위에 설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해줍니다. 물론 계급이 올라감에 따라 월급도 높아지고 대우도 달라지긴 하죠. 단점으로는 필드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보다는 소위 말하는 Book Smart 즉, 책만 파고드는 부류의 사람들이 진급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인데요,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점수를 최종적으로 합산하는 Final Multiple 에서는 부대내 수행평과(EVAL average)와 복무기간(Time In Rate), 그리고 군에서 받은 각종 상 (AWARD)등의 요소도 포함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진급 시험 점수이죠.
병과와 계급마다 분류가 되어있는 이 시험은 어떤 병과는 진급 합격률 99%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병과는 0.2 %의 살인적인 합격률이 나오는 수준입니다. 제가 속한 군수과(LS: Logistics Specialist)는 전체적으로 합격률이 15%~22% 수준으로 나오는 병과이고, 특히나 2등하사 (2nd Class Petty Officer: PO2 / E5) 시험은 합격률이 작년 통계로 평균 16%정도가 나왔습니다.
저는 미 해군에 E-1으로 입대하면서 주특기 학교(A School: Apprentice School) 에서 이미 E-4 로 특별승진(AAP: Accelerated Advancement Program)을 한 경우였기 때문에, 남들과 비교해서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지금까지 총 5번의 E-5 시험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시험에서 2008년 3월과 9월, 2009년 3월과 9월 총 네번의 시험에서 낙방을 맛보았습니다.
첫번째 시험은 첫 시험이었기 때문에 합격 점수였지만 Quota 에 20점 차이로 들지 못해서 탈락..
두번째 시험은 그 전날 무리하게 일을 하는 바람에 시험내내 졸다가 Fail (제 인생 처음의 F 였습니..)
세번째 시험은 절치부심으로 치루고 고득점을 이루긴 했지만 최종합산 후 합격선에서 2점 차이로 미끄러지며 탈락.
네번째 시험은 여러가지 개인사정 때문에 좀 설렁설렁 보았지만 0.99 점 차이로 탈락.....;;;;;;
이렇게 총 네번 쓴맛을 보았기 때문에 이번년도 3월달에 치룬 진급 시험에서는 나름 이를 악물고 있었습니다.
같은 시기에 부대에 들어온 동료들 중 이미 2등하사로 진급한 친구들도 있었고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심하게 부끄럽게 되더라구요. 3년은 3등하사로 복무하면서 쌓은 경험과 독학으로 배운 능력으로 스스로의 능력은 1등하사 못지 않다고 자부했지만, 계급 상 오는 불이익은 물론이거니와 대체적인 평가에서도 손해가 상당했습니다. 처음 입대할 때는 계급 같은 거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역시 계급사회의 일원으로 지내다보니깐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되더라구요. 하하.
그래서 나름 공부도 한층 더 열심히 했고, 그래서인지 총 세시간 주어지는 시험시간에서 50분만에 종료하고 나올 정도로 문제를 수월하게 풀 수 있었니다. 시험장을 나서는 발길이 가볍다고 느껴지긴 했는데..사실 네번을 낙방하고 나니깐 다섯번째로 시험을 치루고 나서는 좀..뭐랄까 해탈한 듯한 기분도 있어서 될대로 되라..라는 심정도 있었습니다.
보통 5월달과 11월달에 점수가 발표되기 때문에, 이제 조만간 점수가 나오겠거니..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간밤에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진을 다 빼버려서 그것에 대한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더니..이렇게 좋은 소식을 알게 되었네요.
이제는 아직도 기쁜 마음은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책무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조금 앞서기도 합니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대대 내에서 한 병과를 책임지는 위치에 오르게 되었으니 밑의 후임들도 한층 더 훈련시켜야하고 그들의 대대 내 안위를 책임져야 합니다. 실질적인 일보다는 각종 행정일에도 관심을 쏟아야하고, 그들의 수행평가 보고서도 작성해야 하니, 그것에 대해서도 스스로가 공부를 해야합니다. 또한 이제 3년동안 대대 내에서 맡고 있었던 예산 관리직도 다른 이에게 넘길 때가 되었고, 앞으로 1년 내로 다가온 7~8개월 짜리 항해를 대비해 대대의 준비 태세도 플랜을 짜서 차근차근 100% 까지 끌어올려야 하구요.
하지만, 점점 일에 대해서 매너리즘에 빠져들어가던 단계였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거리가 생겼다는 것 하나만큼은 매우 기쁩니다. 3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한 계단 더 올라서 하는 일은 무언가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불어 이제 1년 반 후에 보게될 1등하사 시험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구요. (또 네번 정도 낙방할 수도 있죠 물론. 하하)
우리가 사는 삶은 시험의 연속이라고들 흔히 얘기합니다. 제가 예를 들은 진급시험처럼 사회에서 어느 한 계단 위로 오르기 위해서 있는 시험들도 물론이거니와 사실 살아가면서 겪는 매 하루하루가 시험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름신의 강림과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지를 시험하게되는 인터넷 쇼핑몰
사람들과의 대인관계에 있어서의 진솔함.
친구와 혹은 직장 동료들과의 우정.
비상식적인 말들과 끝이 없는 유치함으로 무장한 사람들과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는 인터넷 게시판.
돈 몇백만원에 본좌에서 쓰래기로 추락할 수도 있는 양심의 시험.
혹은 솔로인 저와는 무관한;; 사랑하는 연인과의 밀당.
등등 수많은 시험으로 점철된 우리네 일상은 그야말로 "시험의 연속"이라는 사람들의 평이 딱히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피지알의 쓰기 버튼 역시 일종의 시험이잖습니까? 크크) 이런 시험에서 해방되는 것은 "죽음"뿐인 이 세상에서, 매 시험마다 스스로가 흡족할만한 결과를 낼 수 있기를 오늘도 바라고 또 그러기 위해 스스로가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합니다.
..겨우 진급 시험 하나 꼴랑 붙은 제가 이런 말을 하기에는 좀 주제넘을 지 모르나..매사에 시험을 치루는 시험의 연속성 안에서 살고 계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대박"의 결과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말미암아, 연아신이 어머님과의 통화에서 '올림픽 별거 아니네' 했던 것처럼, 우리 모두 '시험 그거 별거 아니네' 라고 할 수 있는 날들이 왔으면 합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추신: 저는 이제 2011년 10월 달이 되면 부대를 옮기게 됩니다. 목표는 한국 혹은 일본으로 가는 것인데요. 한국의 CNFK로 갈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내심 기대가 됩니다. 군수과는 사실 전세계 어디든지 수요가 있기 때문에 어디든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직업이거든요. :D
한국에 가면, 할 일이 많겠네요. 무엇보다 이제 소녀시대도 직접 두눈으로 볼 수 있고..;;;
...또한 그것보다는 덜 기대되지만(?) 피지알 정모도 갈 수 있으면 합니다. XD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