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택 시리즈'(MBC ELECTION)는 당시 최첨단 방송 기술이었던 매직 시스템이 선보인 1992년도 부터 시작된 개표방송의 총칭입니다. 선택 92, 95, 96, 97, 98, 2000, 2002, 2002, 2004, 2006, 2007, 2008 등 총 12개의 개표방송이 방영되었고, 2010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통해 열세번 째 개표방송 '선택 2010' 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럼 KBS, SBS, MBC 3개의 개표방송 중에 굳이 MBC 개표방송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어떤 개표방송보다 새로운 시도를 자주하며,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억대에 가까운 투자를 불사하며, 특히 고급스럽고 시원한 프로그램 패키지는 예술이라고 불러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개표방송을 단지 개표방송으로만 두지 않고 스포츠 프로그램 처럼 박진감과 긴장이 넘치고, 오락 프로그램 처럼 재미가 넘쳐나는 하나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방송화 시킨 것 또한 MBC 선택 개표방송이 최초입니다.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고, 진중한 면도 동시에 엿볼 수 있죠. 이를 구현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점은 바로 KBS의 공영방송적 특성, SBS의 상업방송적 특성을 고루 겸비한 방송사가 바로 MBC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MBC 선택 시리즈의 역사에 대해서 알아볼텐데, 매직 시스템-가상 스튜디오-현실 증강기술로 이어지는 기술 발전을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글을 쓰면서 모아둔 개표방송 자료들을 보고 있는데, 다시봐도 참 재미지네요.) 참고로, 제가 MBC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터라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니 이해부탁드립니다.
선택 시리즈의 시작이자, 매직 시스템의 시작 - 선택 92
종래의 개표방송 그러니까 1992년 대통령 선거 이전의 개표방송은 명칭부터 '투개표 방송' 이라는 다소 평범한 이름을 붙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개표상황을 단지 단편적으로 보여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1992년 대통령 선거 부터 '매직 시스템' 을 위시로 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개표방송을 선보이는데요.
선택 92, 바로 MBC 선택 개표방송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개표방송이 단편적인 2차원 개표방송 방식이었다면, 선택 92는 개표 결과와 함께 다양한 분석 예측 정보를 생생한 입체화면으로 보여주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매우 투박해 보이나, 당시에는 충격에 가까운 그래픽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앵커가 방송 진행 도중 바로 바로 불러낼 수 있는 첨단 정보전달 체계인 매직 시스템은 앞으로 진행될 선택 시리즈의 기본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직 방송기술이 미숙한 단계라 타사의 개표방송과 구체적인 차별화는 주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매직넘버는 당선 확실자가 당선까지 남은 표수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으로 현재까지 대통령 선거에서 잘 활용되고 있는 요소였습니다. 선택 92에는 개표방송 최초로 화면 하단에 현재 개표상황을 올려놓고 그래픽을 마련하여 시청자들이 아무때나 현재판세를 편하게 확인 할 수 있었으며, 현재까지 모든 방송사의 개표방송에서 활용하고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매직센터는 이후 개발된 매직 스튜디오의 전신으로 본스튜디오와 따로 매직센터라는 장소를 마련해 아나운서 옆에 생생하게 그래픽을 보여줄 수 있게한 요소로 당시 최신 방송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프리즘 플러스 영상' 이라고 해서 전국 308개 개표소에서 보내오는 개표 결과를 그대로 받아서 앵커가 방송 진행 중에 단말기를 조작해 막대그래프 등으로 보여주는 등 여러 혁신적인 요소요소가 배치되어 개표방송의 새로운 장을 열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개표방송이기 때문에 많은 시청자들이 다소 생소하거나 불만스러울 부분이 있는지라 종합 스튜디오 안에 함께 설치된 시청자 여론센터를 도입해서 시청자들의 의견을 받아 직접 방송에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개표방송은 국내 7개 주요 일간지와 평화방송, 그리고 데이콤과 포스데이터에 자료를 제공하고 일본 후지TV와 TBS에 개표상황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선택92는 좋은 반응을 일으키며 끝을 냈으며, 이 여새를 몰아 MBC는 개표방송 전문 연구에 착수하기 시작합니다.
사실상 최초의 출구조사, 최초의 3단계 당락 시스템 마련 - 선택 95
선택 92의 성공 이후 개표방송 연구에 착수한 MBC는 1995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기획단을 발족하고 철저한 보안 속에 일명 '깜짝쇼'를 준비합니다. 개표방송을 진행하는 엄기영 앵커 조차 방송 시작 불과 몇시간 전에 보고 깜짝 놀랐던 그것은... 바로 '투표자 조사' 입니다. 당시는 '출구조사'가 선거법에 저촉되었기 때문에, 고민하던 MBC측은 ARS 전화 조사라는 다소 편법적인 방법으로 출구조사를 하게 됩니다. 선관위에 경고 조치를 받기는 했으나 언론에서 '개표방송의 최대 화제' 라는 기사를 낼 정도로 화제를 모으게 되었으며, 특히 당락 여부를 정확히 맞혀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방송 3사는 지난 92년 속보 경쟁에 따른 출혈을 피하고자 중앙선관위 공식집계 만을 이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하지만 불과 방송 2시간 만에 합의를 깨고 자체 집계 자료를 내보내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습니다.) 보다 차별성있는 개표방송을 보여주기 위해 다소간 어두웠던 개표상황 그래픽을 밝고 원색에 가깝게 설정했고, 동시다발로 쏟아지는 정보를 눈여겨볼곳, 격전지 등으로 나누어 200여가지 3차원 그래픽을 준비했습니다. 또한, 지난번 MAGIC 시스템을 'MAGIC 2'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는데 지금은 아주 당연한 '당선유력' '당선확실' '당선' 3단계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기에 이릅니다. 선거방송의 새로운 이정표 제시한 선택 95. 이제 더이상 개발할 것이 없었다고 생각하실 지 몰라도 다음 개표방송에서는 엄청난 것이 개발 되는데요...
국내 최초의 3차원 가상 스튜디오 매직 스튜디오를 개발 - 선택 96
선택 95에서 100% 적중률로 선거방송의 새장을 연 MBC 개표방송은 또 다시 새로운 시스템을 국내 최초,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해 냅니다. 그것은 바로! NATE MSL 결승전에도 나왔던 3차원 영상의 가상 스튜디오 '매직 스튜디오' 입니다. TV카메라와 컴퓨터의 조합이 만들어낸 신비한 입체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었으며 개표방송에서는 2004년까지 계속 사용되었으며, 특히 현재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이용되고 있는 기술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에 담을 개표정보는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우선순위별로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입체화돼 한눈에 생생하게 알아볼 수 있게 전달했는데, 선택 95와 불과 1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지만, 3D가 좀더 많이 사용되었으며 좀 더 깔끔해졌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지금도 많이 쓰이고 있는 '매직 스튜디오'의 첫 시작을 알린 개표방송! 하지만, 선택 96 개표방송은 하나의 큰 오점을 남기는데요. 바로 방송 3사가 합동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가 크게 틀리면서, 비난 여론이 컸습니다. 정당별 의석수에 대한 예측은 신한국당 압승에서 결국 여소야대라는 판이한 결과로 빗나갔고 무려 30곳 이상에서 1, 2위가 바뀌는 사태가 벌어졌는데, MBC는 이에 대해 방송사 최초로 자체 출구조사를 진행했는데, 방송 2사의 방해로 무산되는데, 자체 출구조사는 실제 결과와 거의 맞아서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러한 큰 아쉬움을 남긴 채로 내년 대통령 개표방송을 준비하는데요. 과연 작년의 굴욕을 씻어 낼 수 있을지, 다음 편에서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