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태 정치인 입니다.
여기서 정치인이라는 말은 정치가라는 말이 아니라 정치를 취미로 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여기 pgr분들이 그러듯이 손스타도 하고 입스타도 하는 것과 비슷하게
가끔 정치 관련 행사에 나가고 이슈에 대해 옆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즐길 뿐입니다.
모태라고 하는 것에서 아셨겠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막내 삼촌은 노동운동을 하고 계시고
아버지는 보수 교단 소속 목사임에도 검찰총장 청문회 생방송 같은 걸 full로 보시는 분입니다...;;;
저번주에는 동문회 참석하러 서울에 올라오시면서 봉하마을에 들리셨다는 군요.
외가도 이에 못지 않습니다. 비록 정치에 직접적인 활동을 하시는 분은 안계시지만
집안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심층적인 토론이 매번 벌어집니다.
게다가 전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신문을 읽었.....죠
그때 선생님께서 신문을 스크랩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는데
숙제를 하다가 신문 읽기에 재미를 느낀 나머지 고2때까지 매일 2~4시간을 정독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제가 서울권 대학의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다른 학교에서의 면접에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보다 더 뛰어난 저서를 남긴 정치학자가 되겠습니다."라는 말까지 했을 정도로 정치학을 공부하고 싶은 열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향수병(물갈이 때문에 첫 학기에 6kg 빠졌어요)이 심했던 데다가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학점에서 크나큰 좌절을 겪었습니다.
현재도 학고가 될까말까한 수준이구요....
두번째 해에는 워낙 여러 활동을 동시에 하느라 정작 제 학업을 챙기지 못해 중도 휴학을 했구요
휴학하면서 제가 무력하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감에 빠져있던 와중..........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이 일에서 현 정부에 대한 분노를 느끼신듯 합니다만
이 사건은 저에겐 정치에 대한 허무감으로 제 마음을 채우게 한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내 삶도 저렇게 비극적으로 마무리 될지도 모르겠다.'라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1년이 지난 지금도 제게는 허무감이 가슴 깊이 남아있습니다.
오히려 희망을 찾아보려 하면 할수록 허무해지더군요,....
학점도 좋지 않은 주제에 의욕은 넘쳐서 사회학, 종교학까지 복수전공하겠다고
그동안 이것저것 수강해왔는데
다전공을 한 덕분에 시야는 좀 넓어진듯 하지만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갖추는 것은 늦춰지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아버지께서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하신 말씀이
"네가 학자로써 일하려면 한가지에 집중해야 한다.
더군다나 정운찬, 조순 같은(이건 다른 뜻이 아니라 유명 학자 - 정치입문을 뜻합니다) 루트라면 더더욱 말이다."
학점이 좋지 않다는 건 부모님께서도 잘 알고 계십니다....
같이오신 어머니께서는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꾸는 건 어떻겠냐고도 하시고....아니면 시민단체에 들어가라고 하시고....
모르겠어요...
저와 마찬가지로 세상을 바꿔보겠다며
행시를 공부하고 있는 친구는
시험을 공부하면서 우울증세에 빠진 데다가 아버지께서 최근에 돌아가셨습니다.
다행히도 고향에 내려가서 좋아진 것 같긴 하더군요.
같은 목표를 향하여 유사한 길을 가던 두녀석이 비슷한 어려움에 빠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요새 느는 건 자학개그 뿐 입니다.
스타경기 시청이나 축구, 야구 같은 것도 흥미가 없어요....흑...
그래도 정치는 제게 애증의 대상입니다.
오늘도 동방에서 다른 사람의 노트북으로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오빠 그런 거 정말 좋아하나 봐요."(동아리에서는 제가 정치 관련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라는 말에 정신차려 보니 제가 한명숙과 오세훈의 서울 시장 토론회 관련 기사들을 보고 있더군요.
현재는 정치에 대해 완전 짜증이 나 있는 상태라 그쪽에 대한 말은 하고 싶어하지 않는데도 말이죠....
아리따운 후배를 놔두고 그런 뉴스에 몰입해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하아...저는 정치를 정말 사랑합니다.
그렇지만......................모르겠어요..........
"우리 집안 사람들은 대학교 때까지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대학원 이후로는 영 아니었다. 학문에 재능이 없는듯 하다."
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를 맴돌아요.
제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는 뛰어난 학업 성적을 거두었음에도 신학자로서는 그닥이거든요.
현재 제가 정치 보다는 신학이나 종교학 같은 다른 분야에 더 신경을 쓰고 있기도 하고....
모르겠네요............
가능한 한 지금의 다전공 체제를 유지하면서 졸업하고
그 다음부터 정치학에 집중하고 싶은데
지금은 성적 때문에 졸업이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이니......하하하.....
P.S
저희 학교 총학에서 부재자 투표를 받았는데
신청자 600명중 신청서에 결격사유(생일 불명확, 주소 미기재 같은)가 없었던 사람은 267명 뿐이었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부재자 투표를 하는 이유를 체크하지 않았어요....;;
아..... 설마 이것 때문에 투표를 못하진 않겠지...
앞으로 부재자 투표하실 분들은 꼼꼼하게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사실 부재자 투표 용지나 부재자 투표 신청 방법은 간단한데 말이죠...
어쨌든...
사명감만으로 공부하거나 일하는 데는 한계가 있더군요.
그 일을 하면 행복하거나 보상이 주어지거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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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oto 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하나의 궁금증이 있습니다.
님에게 있어서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글을 읽으면서 저는 그것이 정치라고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정치란 것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에 일 것입니다.
정치 활동이란 수단이 삶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요?
만약 수단 그 자체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그렇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닌 "정치학", 즉 정치 활동을 분석하는 학문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학문으로서의 정치학에 관심이 없다면, 그래서 학점도 잘 안나오는 것이라면, 과연 그 길을 걸을 때 행복할 수 있을까요?
반대로, 정치"꾼"으로서의 인생을 꿈꾸신다면 저는 과연 "수단"을 목적으로 하는 삶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 지 한번 되짚어 보셨으면 합니다.
정치인으로 꿈이 크신것 같습니다.
한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전문 정치인 코스를 택하는것 보다,
딴 직업을 가진뒤 정치인으로 갈아타는게 더 비젼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미래에 가야될 방향이기도 하구요.
윗 분 말씀처럼 정치가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될 때 희망이 있는 사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