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글을 올리는 카페에 쓴 것을 옮기는 것이기에 약간 공손치 못할지도 모릅니다. 먼저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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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아주 예전에, 이 소설을 읽은적이 있다. 그 뒤로는 이 작가에게 빠져서 나오는 책이란 책은 죄다 보았지만, 이번에 리뷰해보려는 이 작품처럼 '충격적'이고 '유쾌한'소설은 없었다. 둘 중의 하나를 만족시켜주는 책은 많았지만.
이 작가는 사실 GO 라는 재일조선족, 재일교포의 정체성 문제를 다룬 소설로 우리에게 상당히 유명해진 작가이다. 심지어 본인도 재일교포3세인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는 그 다음에 출판하는 소설들에서 완전히 스타일이 바뀌어 버렸다. 유쾌한 모험기와도 같은 소설들, 그러나 그 안에는 분명히 날카롭게 서린 가시들이 들어있었고, 나는 그 많은 가시들 중에도, 이 소설에 박힌 가시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일본의 아주 평범한 샐러리맨인 스즈키씨는 평화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이 평화로움이 우리가 생각하는 '평화'와는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의 인생은 평탄하고, 순조로웠다. 적당한 직장, 융자가 아직 조금 남아있는 우리 집, 내 눈에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 하루코. 그야말로 일상적인 가정에서 따뜻함이 가득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릴 일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딸 하루코는 그저 평범한 여학생이었다. 조금 귀엽긴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그녀의 친구와 가라오케에서 놀고 있었는데, 건장한 남학생들이 '헌팅'을 한 것이다. 당연히 하루코와 친구는 그것을 거절했으나- 하필 헌팅한 남자들은 질이 나쁜 놈들이었다. 부잣집 아들이자 기대받는 복싱 유망주인 학생챔피언 이시하라는 그 나쁜 놈들의 우두머리였고, 그는 반항하는 하루코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결국 그녀는 커다란 상처를 입었고- 그녀의 아버지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가해자에게 항의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곳은 마치 치외법권과도 같은 곳이었다. 사회적 강자로 이미 자리매김한 '이시하라'에게 있어서, 그가 이제껏 믿어왔던 공권력과, 이성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는 딸의 얼굴이 엉망이 되도록 맞아서 실신해 병원밖으로는 공포때문에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가 믿어왔던 '제도'는,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는 복수를 결심했다. 이시하라를 옹호하던 교감선생과, 그 체육관의 관장이 내민 위자료 몇 푼을 받고 물러나야 했던 스스로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가야할 회사 대신에 품속에는 나이프를 들고, 이시하라가 있는 학교로 찾아갔지. 어라? 그런데 학교를 잘못 찾아왔고, 그곳에는 그를 도울 넷의 말썽꾸러기 '더 좀비스'가 있었다. 말썽꾸러기이자 비주류로서 타 학생들과는 다른 신나는 삶을 살아가던 그들은 사정을 듣고는 '재밌겠다'라고는 하지만 꽤나 진지하게 그를 돕기로 결정한다. 비록 그가 칼을 들고 설쳤기에 쓰디쓴 충고를 받긴 했지만, 스즈키에게 있어서 복싱챔피언인 이시하라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상대인 것이다.
"목숨을 던져도 좋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이시하라를 죽이면 되는 거야. 칼 같은 건 쓸 필요도 없이."
"........"
"폼 잡지 말란 말이야, 아저씨. 당신은 결국 자신이 중요한 거야. 자기 몸은 다치기 싫은 거야. 무서우니까 칼 따위나 들고, 자기 몸에는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이기고 싶은 것뿐이야. 비겁한 겁쟁이에 지나지 않아. 당신은 소중한 걸 지킬 수 없어."
그러나 스즈키는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제안한다. '박순신'이라는 캐릭터는 스즈키를 단련시켜주기로. 그는 매우 귀찮아 하지만, 결국 그는 이시하라를 이기려고 맘 먹은 스즈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을 위해 스즈키는 이제까지 쌓아왔던 모든것을 던졌다. 바보같게도. 그러한 그에게 그의 친구는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도 그렇지. 나이 40이 넘은 중년이 직장에 두달짜리 휴직서까지 내가며 하는 복수극이라니. 멍청한 짓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스즈키는 그런 그에게 대답한다.
"자네는 아버지로서 자식에게 멋지게 보인 순간이 있었다고 생각해?"
"...."
"난 있어. 딸이 태어나서 여덟달 지났을 때 경기를 일으켰지. 한밤 중에 갑자기 울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숨이 멈추고 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가는 거야. 증상은 금방 가라앉았지만 나는 당황했지. 아내는 급한 일로 친정에 가서 집에는 아무도 없었어. 나는 딸을 끌어안고 무조건 병원으로 달렸어. 차도 없었고, 택시도 잡히지 않았지. 평생 그렇게 빨리 달린 적은 없었을거야. 하늘을 나는 듯이 달렸지. 눈 깜짝할 사이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에게 보였더니 아기에게 흔히 일어나는 경기라고 하면서 말야 약도 필요없다고 귀찮다는 듯 말하더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에 나는 아버지가 된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지.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야.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때까지 나 자신을 좋아할 수 없을 거 같아."
그렇다. 스즈키는 당연히 알고있다. 그가 낸 2개월의 휴직서가 앞으로 그의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많은 수입을 뺏아갈지. 사회적 위치가 하락할 수도 있을테고, 안정적인 생활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즈키는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을 알고있었다. 제도도 보호해 주지 못했고, 돈으로도 보호해 줄 수 없는 딸의 상처, 마음, 공포. 사회적 마이너리티로 조명되는 그와 그의 가족, 그리고 더 좀비스는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다. 스즈키는 나이먹은 중년에, 소심하고 약한 남자였으나, 적어도 그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의 꿈.
딸의 행복.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나의 생명보다도.
그리고 그는 순신과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들어간다. 무식하리만치 하드한 트레이닝 이건만, 그는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 순신에게 존댓말까지 써가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견뎌낸다. 그러한 과정속에서 어른을 못 믿던 순신과 소심하고 용기없던 스즈키는 서로 조금씩 기댈 수 있게 된다.
"나는 이상이 없는 놈에게는 가르치지 않아. 아저씨는 어떤 식으로 이기고싶은거야? 이시하라를 어떻게 하고 싶어?"
"이상이 없는 놈은 금방 잘못을 범하고 말아. 그리고 안이한 방법을 선택하지. 칼을 들거나."
"이시하라랑 싸워 이기면 뭐가 바뀐다는거야?"
"자신의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겠지. 애석하게도 말이야. 고작 자신의 반경 1미터 정도만 생각하고 태평하게 살다가 죽으면 행복할텐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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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달린 시간은 고작 3,40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사이에 두 번 환각을 보았고(한 번은 가보지도 않은 하와이 바다가 보였고, 두 번째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였다), 다섯 번정도 도망칠 생각을 했고(주소와 전화번호를 가르쳐준 것을 후회했다), 그리고 박순신에게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저주를 퍼부었다.(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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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만 물어보겠어. 아저씨는 이시하라에게 폭력을 휘두르려 하고 있어.
폭력에는 정의도 없고 악도 없는 거야. 폭력은 그냥 폭력일 뿐이야.
그리고 사람에게 휘두르는 폭력은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어."
박순신은 왼팔을 약간 들어올리고, 붕대를 나에게 보여주려 했다.
"되돌아온 폭력을 다시 되돌려 주려고 폭력을 휘둘러.
그런 반복이야. 그러므로 폭력의 사슬에 휘말려 들고 싶지 않다면,
가능한 한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이긴 다음,
폭력 세계에서 산뜻하게 도망치는 거야.
그리고......"
박순신은 왼팔을 내리고 아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중요한 것을 지키고 싶은 거지? 아저씨."
이기기 위해서는 상상을 해야 해
자신의 상상력을 믿을 수 없으면 싸우지 않는게 좋아
아저씨는 죽을때까지 누군가의 상상에 꼭두각시처럼 춤을 추며 살아가면 그만이야
어떤 사람이라도 싸울 때는 고독해
그래서 고독마저도 상상을 해봐
그리고 불안이나 고뇌가 없는 인간은 노력하지 않는 인간일 뿐이야
정말 강해지고 싶으면 고독이나 불안, 고뇌를 물리치는 방법을 상상하고 배워보는 거야
자기 힘으로.
'높은 곳에는 타인의 힘으로 올라가서는 안된다 남의 등에 머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 by 니체 ,책 중 인물 "박순신"
박순신은 강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는 강한 타이틀 뒤에 따라오는 폭력의 그림자에 노출된 사나이였다. 그래서 그는 스즈키에게 분명히 경고하는 것이다.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 폭력은 절대 근본적인 원인해결을 해주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을 그런 방법으로 밖에 지킬 수 없었다면, 본질이 그곳에 있다면, 가능한 깔끔하게 벗어날 수 있는 승부를 해야한다고 말한다. '더 좀비스'들은 그래서 그 아저씨를 위해 멋진 무대를 준비한다. 학생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서, 누구도 도망칠 수 없는 링을. 깔끔한 승부밖에 결말이 존재하지 않는 그런 장소를.
나의 세계로 들어오라!
'기초는 필요 없는 걸 버리고 필요한 것만 남기는 것.'
이제 기초는 준비되었다. 박순신과 스즈키 하지메의 45일간의 트레이닝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배불뚝이 중년 남성은 어느새 근육질의 날렵한 몸매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복싱 3년연속 챔피언. 중년의 아저씨가 그와 싸워서 이길 확률은 제로. 그러나 그의 최대 약점은 그가 복싱 챔피언 이라는 것이다. 복싱 챔피언과 복싱으로 싸울 수는 없는 법. 순신은 스즈키에게 그동안 다진 기초를 발판으로 유도의 조르기 기술을 가르쳐 준다. 왼손잽을 피하면서 적을 나의 세계로 끌어 들이면 되는 것이다. 45일간 그는 그것만을 연습했고,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이시하라를 준비된 무대에서 조르는데에 성공한다.
"목조르기는 7초를 넘어가면 안되. 7초가 넘어가면, 아저씨는 이쪽으로 돌아올 수 없어. 폭력의 그림자에 빠져버릴거야. 그러니까, 멋지게 딸을 다시 보고싶다면, 7초야. 7초에서 끝내야해."
박순신의 말처럼, 그는 7초가 되어 이시하라가 기절하는 순간 팔을 푼다. 관중들은 이 중년의 아저씨가 해낸 기적과, 예상외의 사건에 환호하지만, 사실 그것은 기적이 아니었다. 그것은 충분히 준비된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페이지에 이 중년의 아저씨는 다시 '아버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루카.
나는 아직 솔개는 아니지만, 지금, 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왜 그럴까?
당장 너를 보고 싶어.
조금만 기다려줘.
지금,
날아갈거야.
바보같다. 바보같고 멍청하다. 그러나 유쾌하다. 그리고, 이것이 정답이라고 '느낀다'.
딸에게 있어서 그가 아버지가 되기 위해, 그는 스스로가 가진 비겁함의 껍질을 깨야했다. 비록 껍질을 깰 수 있도록 도운 '더 좀비스'가 있었지만, 결국 그는 마지막 한 줌의 공포를 스스로 이겨냄으로서 '날아오른'것이다. 사회적 마이너리티인 그들의 복수극은 고작 이정도다. 사실, 현실적으로, 위자료를 받는게 더 나았을 수도 있다. 딸은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다시 가족다운 느낌으로 어느정도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그는 이시하라보다 스스로의 가정을 유지하는게 더 중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나. 그러나. 아버지는 그럴 수 없다. 아버지는 그런것이다. 딸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고, 딸을 다친 자에게 직접 사과조차 받지 못하는 아버지란, 아버지가 아니다. 나는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그의 복수극이 비현실적이고, 바보같고, 제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할 지라도.
이 소설은 우리에게 말한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현실을 두려워하는 약자인 우리들에게. 이상을 가지고, 날으라고. '영웅'이 되라고. 비록 그것이 어떤 일이든간에, 우리는 돈이나 제도나 어떤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가슴속의 어떤것을 외면한 채 살아왔을지도 모른다. 스즈키는 그러한 '외면'을 하게 하는 저 너머의 공포, 비겁함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것이다.
이상을 갖고 변하라. 두려워 말라. 가장 중요한 것을 위해 아직 겪어보지도 못한 공포와 비겁함에 좌절부터 하지 말라.
무작정 변하라는게 아니다. 철저한 준비, 단련, 최선을 다하는 몸부림을 통해 스스로 날라는 것이다. 이상을 잃지 말고, 스스로 자유를 얻어라.
사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은, 사실은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없도록 사회 제도자체를 개선해야함이 맞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에 있어서, 스즈키는 그 사회제도를 개선할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와 그의 딸에게 있어서, 그리고 그 가족의 평화를 다시 찾아오는데에 있어서, 스즈키가 다시 아버지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우리를 비겁하게 만드는 것으로부터
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