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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21 04:30:11
Name 박루미
Subject [일반] 논쟁
오늘도 언데드 타임에 찾아뵙는 박루미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논쟁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 시절에는 왜 그리도 많이 싸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프라인에서도 맘에 안들면 대학주점의 구석탱이에 자리잡고

술잔을 붙잡은 뒤 나의 사상을 이해(?)시키기 위해

친구나 후배들과 밤새도록 논쟁 아닌 논쟁을 벌였고

온라인은 말할것도 없었지요


지금까지 거쳤던 커뮤니티는 인터넷 방송을 했던 라그나게이트

샤이닝게이트, 모기(다솔), 고무림(현 문피아), 커그 였는데 그 중에서도

조아라 라는 소설 연재 사이트가 있습니다.

한 때 그쪽에 있을 때는 <나의 생각> 이라는 게시판과 <토론마당> 에서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사람들과 엄청나게 티격태격질을 했다지요

말이 혓바닥만 가진 사람이었지 이건 뭐 키보드 PRIDE 출전선수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전화로 욕설도 오가고 .. 그 사람의 연재글에 쫓아가서 악평을 남기고

워매.. 거의 수시로 그랬지요, 일상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경우도 많았고

보복에는 보복으로 대응하고


한참 주관을 배워나가는 시기라서 그랬을까요?

왜 그 당시에는 나와 생각이 맞지 않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anti 플을 달면서

하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온갖 정보력을 습득하던 모습도 있었습니다.

거기엔 나는 누구에게도 꿇리지 않는다는 자만감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까, 그냥 부끄럽기만 힙니다.

무엇보다 시간낭비, 체력소모도 그만한 소모가 없었는데 말이지요


60억의 생각은 모두가 다릅니다.

하물며 나와 가장 친한 친구나 동생 하나 설득하는게 힘든 이 바닥에

다수를 상대로 자신만의 엉뚱한 논리나 주관을 내세운다는 것이

잘못된 것을 알게 된 시기는 바로 차단과 삭제로 인해 텅텅 비어버린

MSN 창 때문이었다지요, 그게 5년 전 정도였습니다.

시기는 한 지금 쯤이었고, 비오는 새벽 2시에 누군가와 군 가산점 때문에

한참 열전을 토로하고 있을 무렵, 그 당시 인터넷에서 만나

친했다고 생각한 어떤 사람이 이렇게 MSN 창을 띄워놓고

사라지더군요 알고보니 그 말을 던지고 차단-삭제한 것을 알게 되었는데

<네 혀가 불쌍하다 쯧..> 였습니다.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을까?"

라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싸움이고 나발이고 그냥

브라우저를 종료시킨 뒤 샤워기의 찬물을 오랫동안 맞으며 생각했지요

'걍 신경 끄자' 라고


이후에는 이상하리만큼 웹 생활이 루즈했습니다. 하지만 그 때부터

웹생활을 차근히 정리하고 아예 인터넷 상에서 논쟁꺼리는 그냥 본문만 읽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만 간다는 진리였고

시간이 가면 잊혀지는 사건, 사고처럼 토론주제들도 비슷하게 해묵은 주제들은

금방금방 잊혀지고 쉬어버린다는 것을요(잊지 말아야 할 주제도 있습니다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더군요, 특히 사건 사고와 관련된 아고라의 각종 토론주제들)


20대 중반의 녀석이 알게 된 진리 치고는 참으로 하찮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빠져들 새로운 테마를 물색하다가

우연히 네이버 키워드에 있는 "임요환의 드랍쉽" 이라는 검색어를 클릭하면서

지금까지 E-sports 라는 환경에 흠뻑 빠져 살게 되었다지요


그러다 보니 사람이 변했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중요한 사안과 관련된 토론 주제도 가끔 보이지만

예전엔 그런 토론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겁쟁이> 라고 불렀던

제 자신이 너무나 옹색하고 부끄러웠던지라

지금은 내용만 보고 그냥 끼지 않고 지나쳐 버립니다.

하지만 네이트온과 친인들의 미니홈피, 블로그만 왔다갔다 하는 것이

너무 따분해서 파코즈와 SLR에도 있어봤지만, 그 두곳도 너무 변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작년에 탈퇴! 눈팅만 하고 있었던 PGR에 가입 신청을

하게 된 것이지요


어쨌건 토론과 논쟁의 사이에서 고민하고 다투고, 방황했던

인터넷의 미아도 사람내음이 나는 커뮤니티를 찾아

결국 이 PGR까지 흘러들어와 버렸네요

저는 여러분들 기준으로 봤을 때는 무엇 하나 내세울 수 없는 뉴비입니다.

그렇지만 그 반성의 의미가 지금까지 블로그를 운영하며 새로운 재미를

던져준 E-sports 에 대한 제 최소한의 경의가 된 것 같아서

지금은 고개를 들고 글 다운 글을 조금씩 끄적일 수 있어서 너무 기쁘기도 합니다.


4시 29분이네요~

오늘은 춘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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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kypapa
10/03/21 05:10
수정 아이콘
요새는 흙탕물에서 같이 뒹굴지 않으면 자신의 의사를 이해시키기가 힘들지요.
워낙 서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지라... 실제로도 네티즌들이 인터넷 어딘가에서 얻어온 지식의 양은 엄청나기도 하고요.
저도 언제부터인지는 그냥 제 의견만 적당히 밝히고 논쟁거리는 딱히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10/03/21 05:22
수정 아이콘
이글을 추게로!
10/03/21 06:31
수정 아이콘
저도 newbee인데...^_^;

글쓴분이 쓰신 지혜에 공감합니다. 사실, 수천만의 사람들이 평생 이해 못 하는 것도 소수의 몇 몇 사람들에게는 엄연한 진리이고, 또 그들은 굳이 이해시키려고 애쓰지 않죠. 잘 검증된 수학 논문들이 그 예죠. 전 여기서 '아, 이게 맞다고 생각되면 굳이 상대를 강제로 납득시킬 필요는 없겠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lost myself
10/03/21 10:09
수정 아이콘
PGR이 제가 다니는 커뮤니티 중 거의 유일하게 키보드배틀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논쟁'이 가능한 싸이트인 것 같아요.
물론 여기서도 감정 상할 때가 있지만 재밌고 저에게 도움이 되는 논쟁이 더 많았거든요.
직접 참여는 안해도 다른 분들의 리플을 읽으면서 많이 생각하게 되더군요.
오히려 저는 오프라인에서 누군가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일이 줄어지더군요. 다들 각자 살기 바빠서;;;

그냥 누군가를 완전히 설득시키려고 하지 않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야기를 나누며 나 역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주장을 가다듬고 사태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거 잖아요.
단지 그 사람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켜 줄 수 있다고만 한다면 그 논쟁은 대박친 것일 겁니다.
겨우 몇 시간의 대화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겠죠.
10/03/22 11:42
수정 아이콘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 것..
남의 생각을 그대로 두는 게 자신에게 해가 될 거라고 믿는 것..
이게 논쟁의 근본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남의 생각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걸 잘 안다면 상대를 배려하면서 토론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다만 진짜로 내가 죽느냐 상대가 죽느냐라는 이권싸움의 경우에는..이건 정말 답이 없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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