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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20 12:22:28
Name 동네슈퍼주인
Subject [일반] 지붕뚫고 하이킥 결말에 대한 단상(스포있습니다.)
  세경양은 마지막에도 예뻤습니다.. 그냥 짧은 생각입니다. 홈피에 올린 그대로라 경어체 사용 하지 않은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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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라기 보다는 해체에 가까운 마지막이었다. 분분했던 논란과 시청자들의 소망을 뒤로하고 지붕뚫고 하이킥(이하 지뚫킥)은 지뚫킥이 쌓아올린 가장 핵심적인 관계를 스스로 부수고 끝이났다. 해피엔딩에 대한 열망이 비등했고 김병욱PD의 전작 '거침없이 하이킥'이 그럭저럭 해피엔드였단 점을 생각해보면 죽음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여 참 고집스럽게도 세드엔딩을 지킨 것이다.

보통 즐거움으로 기억되는 '시트콤'에서 슬픈 결말은 늘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할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현실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는데 꼭 시트콤까지 그래야 하냐는 아쉬움이다. 특히 대학동기나 같은 사무실직원 사이처럼 이미 맺어진 관계에서 시작하는 다른 작품들과 달리 애당초 전무한 관계에서 차곡차곡 나아가다 그 관계가 완성될 때 쯤 와륵 무너뜨리는 김병욱표 시트콤에서는 이런 아쉬움이 더 짙게 남는다.

행복할 수 있었다. 굳이 슬픈 결말이 아니더라도 지뚫킥은 할 이야기가 많았다. 해리와 신애. 인나와 광수, 이순재와 김자옥, 오현경과 황정음. 이런 '자잘한' 관계들에게도 스토리를 부여하는 점이 김병욱표 시트콤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지뚫킥은 이런 점을 분명히 포기했다. 다른 이야기를 배제하면서까지 마지막에는 황정음-이지훈-신세경-정준혁의 4각 라인에 힘을 주었고 결국 그 한 축을 마지막 순간에 가까스로 무너뜨림으로 슬픈 결말을 창조했다. 그러다보니 지뚫킥의 '세드엔딩'은 김병욱PD의 작가주의적 고집, 세드엔딩의 트레이드 마크화 심지어는 김병욱PD가 웰-메이드는 세드엔딩이라는 공식에 사로잡힌 건 아닌지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가. 삶이란 원래 슬프고 계층차이같은 현실은 뛰어넘지 못 할 벽이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 보자. 만약 슬픔이 예정된 것이라면. 만약 슬픈결말이 예정되어 있었다면 사실 그 슬픔을 이룩하는 방법은 어느 한 사람의 죽음밖에 없었다. 이지훈과 황정음이 여전히 좋아하고 준혁과 세경역시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는 상황에선 한쪽 일방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한 모든 개연성은 관계의 지속, 우리가 바라는 해피엔딩을 향한다.

결국 신세경과 이지훈의 죽음은 슬픔으로 가는 마지막 한 수였다. 마지막 회에서 황정음은 독백처럼 이야기한다. '그렇지 않았더라면'이라고. 그날 이지훈이 황정음을 만나러 가지 않았더라면, 가더라도 신세경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혹은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김병욱PD는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사실 우리가 견디고 있는 삶은 우리가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며'하고 생각하는 일들의 연속이라고. 그렇게 꼭 하나만 아니면 되는데, 그렇게만 되지 않으면 되는데 그러면 행복해질 수 있는데, 아니 최소한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데 삶은 여지 없이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 우릴 슬프게 한다고. 하지만 현실이 이렇더라도 3년 후 황정음과 정준혁처럼 또 벚꽃이 활짝 피길 기다리며 우린 또 삶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닐까.  

지뚫킥 종방 후 인터넷엔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그러나 사나흘 후엔 또 자연히 사그러들 것이다. 거보라고 당신이 분노할만큼 슬펐던 이야기도 이렇게 잊힌다고. 김병욱PD는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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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anumToss
10/03/20 12:37
수정 아이콘
이해가 안 되는 점.
세경이는 지훈을 마음에 두고 있으면서 왜 준혁이랑 키스를 했는가?
지훈은 정음을 사랑하면서 왜 막판에 세경이에게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는가?
뒤늦은 자각이라는 게 세경이는 지훈과 준혁이를 모두 사랑했고 지훈이도 정음과 세경이를 모두 사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인가?
아니면 정음과 준혁이가 짝이 될 거라는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봐도 완전 병맛 결말.
매딕천하
10/03/20 12:52
수정 아이콘
굳이 결론에 대해 이러저러한 설명이 필요한 것일까요?
분명하건데, 대부분의 명작, 걸작의 그 결말은 몇마디, 몇줄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아마추어도 비평가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말하지않고 가슴에 담아줄뿐이죠.
점박이멍멍이
10/03/20 13:09
수정 아이콘
어제의 충격적 결말에 왜 이런 결말을 냈을까 하고 이런저런 글들을 읽다보니
저 역시 동네슈퍼주인님과 기디지비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도록 되는 군요... 그 무수한 장면들이 결말을 향한 복선이었다니...
잊지 못할 작품일 것 같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
10/03/20 13:34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제 생각엔 몇주 결방(번외편,주조연 인터뷰라고 쓰고 결방으로 읽어도 무리 없었던 그...) 이 크리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것때문에 연장은 못 하겠고 그걸 또 압축하려다 보니

엔딩은 작가가 생각한데로 끝낸 것 같은데 같은 엔딩이라도

제 생각엔 연출이 너무 성급하게 짜맞쳐져서 그런 듯 싶네요...

그것 땜에 저 '엥? 뭐야? 끝? 이렇게 그냥 끝?' 이생각 들 정도였으니까요
승리의기쁨이
10/03/20 20:30
수정 아이콘
글을 보니 저도 왜 죽게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모두가 해피엔딩이 돼는 세드엔딩이 된것 같네요
10/03/21 13:51
수정 아이콘
지훈이의 어정쩡한 태도가 제일 맘에 안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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