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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19 03:46:29
Name 깜풍
Subject [일반] 그래 넌 그정도야....
2남 5녀중  장남이신 아버지는 올해 예순 다섯이십니다.
바로 아랫 동생으로 예순 하나의 작은 아버지가 계십니다.

작은 아버지의 아들은 저보다 한 살이 많습니다. 제 사촌형입니다.
즉  제 할아버지 할머니의  손주는 서른 셋 먹은 저와 서른 넷 먹은  사촌형 둘 뿐입니다.
할아버지께선 6년 전 돌아가셨고...3년전 부터 대소변 가리기 조차 힘들어지신 할머니는  그 때부터 저희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십니다.
할아버지도 마지막 6개월 노인병원에서 보내신 거 빼면 저희집에서 인생의 마지막 2년을 계셨습니다.

솔직히 지금 저희 집에 계신 할머니의 경우 아주 벽에다 바르는 중증도 아니며 크게 정신의 혼미도 없이
그저  때 되면 기저귀 갈아끼우면 되는 정도이긴 하지만  ... 그 뒷 수발을 해야하는 엄마의 입장에선  이게 사람 사는 게 아닙니다.
장남이랑 결혼 한 죄로.....맏며느리가 7할은 책임지더라도   나머지  1남 5녀가  3할은 책임져 줘야 하는게  기본적 도리 아니겠습니까?
이게 장남의 아들...인 제가 제 작은 아버지 내외 및 5녀인 고모들에게 가지고 있는 생각입니다.

할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생긴 지난 7-8년 전 이후...
(좋습니다. 당시 할아버지 나이 여든 셋 이셨습니다. 평생을 술과 담배와  단  한끼라도 상에 고기가 없으면
밥을 자시지 않았던 할아버지 였기에 그거 깔짝 한 2년 병 치레 하셨지만
여든 다섯에 돌아가셨고 ...... 호상입니다.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가진 전답을 이미 진작에  상속하셨던 할아버지셨고  
원래 명절때도 잠깐 얼굴만 비추고 가던 작은 아버지 내외 및 그 아들 딸....제 사촌 누나와 사촌형의 모습은 그 후로 볼 수 가 없었습니다.

이게 믿기실런지 모르겠지만
5년전 결혼한 제 사촌형의 마누라를  제 할머니는 보신적이 없습니다.  
제 사촌형이 3년전 아들을 낳았는 데 그 아들...즉 증손주를 제 할머니는 보신적이 없습니다.

할머니는 아마 본인의 장례식때나  그들을 처음 보실 듯 싶습니다.  
설마 제 아무리 막장이라도  지 할머니 장례식조차 쌩까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요.

그런데  그 사촌형이 며칠 전 저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잘나가는 좋은 회사를 다니는 데...  뭐 그건 오래전 부터 알 고 있었는데....결론은 저보고 뭐 어려운 일 있으면 전화하랍니다.

그거 있잖습니까!! 거만한 그 거..마치 정부 부처 국장급? 삼성전자의  과장급?  현대차의 실장급? 네이버의 팀장급? 만석꾼 지주의 집사급?
지는 갑측의 발주책임자  나는 을측의 하청업체 ...나는 소작농....이런 냄새를 아주 풀풀 풍기며
너 살다가 힘든 일 있으면 전화하라는데.....

<<<<<<<<<<<그동안 참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아마 사시는 게 힘들어서  하나뿐인 아들내미한테 1년전부터인가 매주 2차례  전화하시는 울 엄마...

서른 세살 쳐 묵도록 장가도 못 가고 혼자 서울서 살고 있는 못난 아들 놈이  엄마가 전화했을 때 ...
"밥 먹었다! 술 안 먹었다!  담배 끊었다!"  (엄마!! 김치..  굴은 생굴로 조금...어리굴젓 만든거 조금 .. 꼬막도 좀 무쳐서 보내고 과일은 이빠이...쌀 엥꼬났으니까  쌀도 보내고  ..아 몰라  일찍 안가...차 막혀  추석 전날 갈거야....설날 아침에 갈거야 )

이딴 소리만 지껄이고  전화 끊는게 미안해  언제부턴가 미주알 고주알 까발린  지 회사일...

이런 연유로 울 엄마는 주워 들은 내가 최근  맡은 일...(전 을의 입장이며  갑의 결정에 내 자리가 왔다 갔다하는...
그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는 일) 에 대해   고모들 중 누군가에게 말을 했고...

고모들 중 그나마 작은 아버지네와 친한  고모가  그 얘길  작은 아버지측에 전했을 것이며...
나름 갑측에서 어줍잖은 영향력 좀 행사하는 제 사촌형은 아싸 이거 큰 건더기네  싶어  저한테 전화한 거 같습니다.
  
참 더러웠습니다.

나  솔직히  청렴결백한 놈 아닙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출마 연설에서  
야 이놈아 그만둬라..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야 이놈아 바람부는 대로 살아라
라고 가르칠 수 밖에 없었던 지난날의 비굴한 우리 역사를 청산해야 한 다 하셨을 때....

REAL  세상 얄팍하게 나만 잘 살면 장땡이라 생각해왔던 그저 그 평범한 돌맹이였던 내가 받은 충격은 정말 컸으며
그 우리 지난 노인네들의 가르침에 따라 비굴함 그 자체 였던 내 지난 날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아가고 싶었지만....
실제로 거기에 맞서는 모난 돌이 될 용기는 없는 놈이  바로 나 입니다.

..............................................................................................

띠리리링....내 전화는 울리고....어라?? 못 보던 전화번호가 뜨네 누구지?

아 형님!!!
그거 제가 맡은 프로젝트인데...형님 알고 계셨네요!!
예   형님!!  A사랑 B사랑 저희랑 붙었는데   골치 아프네요!!!
예 형님  작은 아버님은 잘 계시죠?   형수님은 잘 계시죠!!  곧 한 번 찾아 뵐께요!!

<<<<<<<그 동안 참아왔던 제 분노는 사라졌습니다>>>>>>>>>>>>

난 역시  허울만   번지르르 하나 봅니다.
이깟 일에  노통의  연설까지 들먹이며 마치 내가 뭐나 되는 것처럼 포장하고 싶어했지만.....
기껏해야   이 정도 입니다.  

형님과 그 형수 앞에서 뭔가 따끔하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던 제 마음은 덧 없는 망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형아 잘 봐주세욤!!  이랬다는 것도 부끄럽고....
똥기저귀 차고 계신 니 할머니는 언제 찾아가 뵐래? 라고 말 못 한 것도 부끄럽습니다.
속으로는 니가 사람 새X냐  생각하면서도  그거 밥줄에 좀 보탬이 된다는 것 때문에   찍 소리 못하는 것도 부끄럽습니다.
어줍잖게  글 싸질러 놓고  적절하게 마무리 지을 필력도 없는게 부끄럽습니다.


PS/ 여긴 노총각들 꽤 많은건데요...
노총각 피지알러들  새벽까지 술 쳐먹다  9시까지 출근하려면 힘듭니다. 얼른 장가가세요
아직 20대 중후반 남 피지알러들....난 안 그럴꺼야 싶죠?  님들도 금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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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nvaltz
10/03/19 03:59
수정 아이콘
친척들에 대해서 가진 불만은 저도 많습니다.
저와 글쓰신분의 차이는 아마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뿐인것 같군요.
전 노력해서.
......나중에 반대로 보여주렵니다.
10/03/19 04:09
수정 아이콘
이런 상황에서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없죠. 글쓰신 분의 선택도 하나의 선택이고, 거기에서 질러버리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님보다 더 힘들게 살고 계신 어머님께서, 그 꼴보기 싫은 고모님들한테 빈정 상해가면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 마음을 생각하면, 님의 선택이 올바른 것 같습니다.

근데 저라면 말이죠, 고마운 건 고마운 거고, 이 기회에 인사차 만나서, 좋게 좋게 '할머니 좀 찾아뵈라' 라는 말 정도는 할 것 같습니다.
10/03/19 04:16
수정 아이콘
저희는 외가, 친가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는게 당연스럽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이게 저희 가족이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소중한 것이엇다는걸 pgr에서 느끼고 갑니다.

이런 상황을 겪어보지 못해서 뭐라 할 입장은 아니지만, 전 글쓰신 분이 현명한 선택을 하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10/03/19 04:24
수정 아이콘
아...이게 두어번 읽었음에도 발견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Cazellnu
10/03/19 08:40
수정 아이콘
집안의 분위기가 이래서 중요한가 봅니다.
저희는 친가도 친가지만 외가쪽에서 어머니를 위시한 이모형제들끼리 우애가 남다른편인데요.
그게 예전부터 쭉 이어져 내려오는 진짜 말그대로 가족의 무언가 분위기가 있습니다.
10/03/19 10:06
수정 아이콘
저도 제자신이 속물근성이 발휘가 될때 한심함을 많이 느낍니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재산 상속은 빨리 하지 말아야 겠다라고 생각이 드네요(모아놓은 돈은 없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깜풍님 어머님께서는 대단 하십니다.정말 존경스럽습니다.
내려올팀은 내
10/03/19 12:31
수정 아이콘
그냥, 바라지 않는 것이 편합니다.
괜히 해 주지도 않을 사람한테 바라고 있으면 바라는 사람만 힘들거든요.
누울 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야 하듯이 친족간의 우의를 찾는 사람만 찾으면 됩니다.
그것이, 남을 편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편하게 해 주는 길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가족간이라 해도, 기본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사는 것이 맞지요.
저는 자식들에게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고 교육은 하겠지만(내가 아닌 자식들이 편해지는 길이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봉양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편하니까요.
켈로그김
10/03/19 13:04
수정 아이콘
저는 주변 친척들이 모조리 공중분해 되어서..
힘들 때 아쉬운 소리를 할 일도 없고, 다른 이유로 분노하거나 기분나쁠 일도 없습니다.

아.. 행복해라...;;
장군보살
10/03/19 15:03
수정 아이콘
저는 해주지도, 바라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되버리더군요. 제 개인적으로 친척은 타인과 거의 비슷합니다.
와룡선생
10/03/19 15:14
수정 아이콘
노총각 피지알러들 새벽까지 술 쳐먹다 9시까지 출근하려면 힘듭니다 <== 이부분 훅!!! 와 닿는군요..
저랑 비슷한 연배에 서울에서 혼자 살고 비슷한점이 많군요..
화이팅입니다..
wish burn
10/03/19 17:58
수정 아이콘
잘 행동하셨다고 말씀드리면,너무 속물적인게 될까요?
제 생각에도 글쓴분이 현명하게 행동하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달
10/03/19 18:38
수정 아이콘
흠...어머니 입장에서 보시면 아마도 그 사촌형님이라는 분 덕에 님 사회생활 잘되고 그런게 더 큰 마음편해지는 소식일거에요.
사촌형님께 마음에 있는 소리 해봐야 그들은 달라지지 않더군요. 어머님이 정말 걱정하고 계시는건 님의 안위일겁니다.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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