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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5 23:19:45
Name 리콜한방
Subject [일반] 8년만에 다시 들은 노래 -미련한 사랑-
<미련한 사랑>

넌 아무렇지 않은 듯 내일 일을 알수 없다고 말하지
마치 언제라도 나를 떠나버릴 수 있을것처럼
농담인 줄은 알지만, 그럴거라고 믿고있지만,
힘없이 웃고있는 나는 널 떠나보낼 자신이 없어

미련한 사랑이지 답답한 사랑이지
내일은 아직 멀리 있는데

알고있지만 나는 두려워.
느닷없이 다가온 그 어떤 우연이 너를, 내가 모르는 아주 먼곳으로 너를 데려갈까봐
너는 내일을, 나는 미련을.
지금 함께 있다는 것 마저 잊은채
헤어날 수 없는 미련한 사랑에
조금씩 빠져가고 있어 이렇게...
이렇게

돌아갈수는 없을까? 처음 우리가 만난곳으로..
어느새 잃어버린것들.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 곳.

미련한 사랑이지 답답한 사랑이지
어제는 이미 멀리 있는데

(2002년作, 작사 박창학 작곡 이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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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20833364&q=%B9%CC%B7%C3%C7%D1+%BB%E7%B6%FB
(노래 감상은 위 주소 클릭~)

2002년 발표 하자마자 한 번에 반했던 노래.
처음 JK김동욱을 알게된 사람 누구라고 그랬었듯이, 나도 일단은 한국 땅에선 듣도 보도 못한 목소리에 놀랐었다.
허나 목소리 하나만으로 좋은 노래가 된다는 건 대단히 힘들다.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한 건 조금은 특이했던 멜로디의 역할이 컸다.

1절과 2절 Verse 부분의 음를 살펴본다면 1옥타브의 음계를 전부 사용하고 있다.
2옥타브 '도'를 맨 처음부터 내세우면서 시작된 노래는 조금씩 하강하다가
저음 영역으로 몇 발 내딛은 후 가장 낮은 음, 1옥 '도'에서 마무리 된다.

원래 Verse 부분의 멜로디는 복잡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게 한국대중가요의 암묵적인 룰이고,
그 이유는 처음부터 저렇게 음역을 넓게 쓰게 되면 노래가 즉시 귀에 꽂히지 힘들기 때문이다.
허나 '미련한 사랑'은 노래의 목표가 처음부터 '낯설게 하기'인 양, 그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JK김동욱의 몹시 낯선 목소리와 함께 말이다.

Bridge 부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단 4마디에 불과한 브릿지인데도 한 옥타브의 음계를 다 쓰고 있다.
Verse와 다른 점은 음의 다양함 보다는 저음을 영역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1옥타브의 음들은 1옥 '도'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실 아주 낮은 저음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여기서 김동욱의 보컬은 노래의 포인트를 하나 살려준다.
1옥타브보다 더 낮은 음을 내는 것 처럼 들리게 하여서 [답답한 사랑]을 제대로 강조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성량이 살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소리라고 생각한다.

후렴구의 멜로디는 저음과 중음을 한 번씩 교차해가면서 사용하다가 고음 부분을 한 번 넣은 후
고음과 중음의 주고 받기로 채워가고 있다.
사람들이 가장 기억을 많이 하는 부분이지만 아주 특이할 만한 사항은 없기 때문에 길게 적고 싶진 않다.
하나만 이야기한다면 2절 후렴구 후반부 반복 이후 김동욱의 에드립이 나오는데
[조금씩 빠져가고 있]는 미련한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을 잘 묻어내었다.

2002년 발표 당시 내가 이 노래를 좋아한건 위에서 말한 멜로디와 목소리였는데 이제는 가사가 들린다.
어제 1년 만에 만났던 친구와 노래방을 갔었고 오랜만에 이 노래를 불렀었는데 첫 구절부터 내 마음을 흔들어버렸다.
[넌 아무렇지 않은 듯 내일 일을 알수 없다고 말하지]
어떻게 대중가요, 그것도 무조건!!! 히트하기 위해서 만드는 한국 드라마 OST 주제곡의 첫 문장에 저런 말들을 써놓았을까?
화면 속의 저 자막을 보면서 순간 '이 노래가 사랑노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노래가 발표된 지 8년 만에 가사를 '보았'던 것이다.

사실 가사의 전체를 본다면 그냥 흔해 빠진 사랑이야기에 불과하다,
허나 1절에선 관계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언급하고 있고
2절에선 그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과거'를 추억하며 대칭 구조를 이루고 있다.
(후렴구에서도 [너는 내일을, 나는 미련을.] 이 나오면서 생각이 다른 남과 여를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과거를 생각하는 것도 모두 [멀리 있는데] 라고 자책하고 있고
멀리 있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지만] 이 사람을 잃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이렇게 가사를 음미하며 노래를 부르고 난 후 작사가를 찾아보니 역시나 박창학이다.
문학이라는 것은 어찌되었건 1인칭의 이야기이고 그러기 때문에 글을 쓰는 작가,
딱 한 사람의 생각과 배려만을 우리는 볼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이렇게 한 사람의 입장만 이야기할 수 있는 판이 만들어 질때
가장 자신의 감성적 상황을 잘 표현하는 작사가 중 하나가 박창학이고,
'미련한 사랑'에서도 한 사람의 걱정어린 마음을 제대로 나타내주고 있다.

허나 윤종신이나 정석원의 작사와 다른게 박창학은
몰입된 감정 상황의 아주 세세한 묘사를 즐기지는 않는다.
이 노래에서도 자신의 마음 상태를 표현한 구절은 [두렵다], [빠져가고 있다] 정도 밖에 없다.
대신에 마치 상대방에게 자신의 가슴 아픈 상황을 조금은 절제하면서 고백하듯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마음 속은 김동욱의 에드립 부분처럼 타들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조금은 낯선 멜로디 작법, 정말로 신비롭게 들렸던 김동욱의 목소리,
그리고 대중가요의 틀 안에선 그래도 '철학적이게' 보이는 박창학의 가사가 함께 어울어져서
괜찮은 발라드 곡이 탄생했다고 이제 8살이 된 노래에게 칭찬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제 밤과 오늘은 계속 이 노래의 반복이다.

여러분들의 생각과 느낌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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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환
10/01/25 23:30
수정 아이콘
저는 이노래 초딩6학년때 처음 듣고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진짜 좋아하는 노래 입니다 . 노래방 가서도 부르고요

가사가 참 좋죠.

담담한 듯이 내뱉는 김동욱의 창법도 참 좋고.
유유히
10/01/25 23:56
수정 아이콘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밸러드 곡 중 하나를 여기서 보니 반갑군요.

의외로 키가 높아서 소화하기 어렵지만 가끔씩 중얼거리는 곡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이렇게...." 담담하면서 절제된 창법과 메시지, 도대체 절제라는 걸 모르는 무분별한 표현의 홍수보다 백배 천배 가슴을 울립니다.

과거 그리고 최근 양산되어 온 드라마 OST와 품격이 다른 곡이죠.
LowTemplar
10/01/25 23:57
수정 아이콘
어느 날 머리 속에서 마구 맴도는 멜로디와 가사 때문에 대체 이게 무슨 노랜가 한참 괴로웠는데
우연히 라디오에 이 노래가 나오게 되어 드디어! 무슨 노랜지 알게 됐죠. 으아 그 때의 희열이란..

참 이 노래 좋았는데, JK 김동욱씨 요새 어떻게 사시나요..?
10/01/25 23:59
수정 아이콘
처음 듣고서는 정말 이런 목소리도 있구나.. 했어요.
한동안 정말 많이 들었구요..
제대로 따라 부를 수만 있다면.. 많이 불렀을건데.. -_-;
서늘한바다
10/01/26 00:0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듣는 노래...
문득 오래된 레코드 가게앞을 지나다가 우연히 들은 추억의 노래에 가슴이 멍해져서... 길가에 우둑커니 서있는 듯한 기분이 잠시 들었습니다.
가사... 참 애절하네요...
10/01/26 00:20
수정 아이콘
전 리오와 함께한 쿵팍 라이프가 왜 그리 좋던지. 늘 끼고 살고 있지요.(딴소리인가..)
데미캣
10/01/26 00:27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좋은 노래지요. 제 마음 속 올타임 넘버원입니다.
WizardMo진종
10/01/26 00:33
수정 아이콘
정말정말 좋아하는 가수입니다. 이 분 재즈쪽 전공한걸로 알고 있고 부친도 음악이였나 예술쪽 하는분으로 알고있거든요.
굉장히 좋아하는 색을 보여주는 분입니다. 모든 노래 추천합니다.
노력, 내 유일
10/01/26 00:40
수정 아이콘
처음 들었을때 무척 파격적이었는데 나중에 아류(?)들이 나오더군요.
이 노래가 나오면 황신혜씨와 신성우씨 모습이 떠오르네요. 박미선씨가 그 둘이 서있는걸 봤는데 그 자체로 그림이더라고...

김동욱씨 라디오에 나온걸 들었는데 특유의 노래톤 때문에 자신이 가면 그 곳 분위기가 다운된다는 얘기를 하더군요.
이런 저런 얘기 들어보니 무거운 분위기가 나는 노래와는 다르게 재밌는 분인듯 했어요.
10/01/26 00:58
수정 아이콘
음색과 가사가 너무 맘에들어서 듣기도 많이 들었고 노래방에서 부르기도 엄청 불렀습니다.
JK김동욱님의 음색은 흉내조차 내지 못하지만 가사에 감정이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불러지더라구요.
10/01/26 01:02
수정 아이콘
박창학씨 가사 너무 좋습니다.
윤상옹의 곡을 몇배 돋보이게 하는 멋진 그의 가사...
Two Thumbs UP!!!
10/01/26 02:28
수정 아이콘
'돌아와 제발'과 함께 언제나 노래방 가면 부르는 곡들...

돌아와 이 미련한 사랑아........
나두미키
10/01/26 08:2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한국 가요 중에서 가장 귀에 잘 감기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감상 1순위 구요..
노래를 너무나 잘 부른다는 느낌이죠.. 덕분에...JK 노래로 하루를 시작해야겠군요...
공업셔틀
10/01/26 09:19
수정 아이콘
전 이 노래 버스에서 처음 들었는데 그때 "어? 임재범 신곡 나왔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듣다보니 뭔가가 오묘하게 임재범씨랑은 목소리가 다르더군요.
이 노래도 정말 좋아라 했지만
아마도 같은 판에 있는 <다신 없겠죠>(제목이 맞던가?)
이 노래가 정말 가슴 아리더군요.
가사가 정말...가사가...
10/01/26 10:55
수정 아이콘
팟사지오 음역대를 살짝살짝 건들면서 1옥대의 음역부터 가성까지 물 흐르듯이 넘나드는...
개인적으로 강우진씨 임재범씨와 함께 이런목소리 쪽에선 3top이라고 봅니다 정말.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방착학씨 가사는 별로 안좋아 해요 ~.~;
윤종신씨 가사가 좀더 몰입도 있게 마치 그을음 없이 완전연소 한다고 표현한다고 치면,
방착학씨 가사는 마치 뒤에 여운을 남기듯이 뭔가를 남기는듯 해서 잘 않듣는 편입니다 ㅜ.ㅜ;
10/01/26 15:26
수정 아이콘
제 18번중 하나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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