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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1/25 22:50:45
Name RedStrAp
Subject [일반] 이래서 다들 친구사이로 지내자고 하는건가요..
제가 처음 그분을 만난건 소개팅이나 회사, 동창모임이 아니라
나이트였습니다.
저보다 세살 위에다가 , 나이트에서 만났다는걸로 오래 못갈꺼라는 주변 말들과는 달리
나름대로 서로에게 충실히 , 큰 싸움 없이 200일이 넘는 시간동안 꽤 좋은 연애를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의 나이는 한해가 다르고 , 그다음한해는 또 다르더군요
제가 25일때는 별로 몰랐는데 , 한해가 지나서 그분의 나이가 서른에서 한살 밖에 안남은 시간이 되자
조금씩 내가 붙잡고 있어도 되나 ,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사자로부터는 서른전까지는 하고싶은대로 살고 싶으니까 신경쓰지말라는 말을 전부터 해왔지만
당장 결혼할 생각도 , 경제적인 사정도...... 같은 핑계거리도 있지만 단적으로는 1~2년내 결혼을 전제로 만날만큼
그분을 좋아하지는 않은것 같아 오늘 이별을 고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고 여자친구로만 붙잡을수도 없고 ,
책임질 마음도 없으면서 연인으로 지내다 혼기를 놓치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습니다.

위선이다 생각이 들어 이런저런 이유 다 치우고 저런 고민들을 다 날려버릴 정도로 빠져있는건 아닌것 같다 라는 결론을 냈습니다.

하루전날 그분을 만나 이야기 하려고 했지만 데이트 하는 내내 얼굴을 보니 차마 입이 안떨어지더군요,,
어느정도 예상할수 있는 뉘앙스를 주며 , 결국 오늘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쩐지 그말 할 것 같았다며 처음에는 밝게 이야기했지만 결국 울먹거려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사랑으로 사귀고 나중에는 정으로 사귄다고 하던가요 , 저는 그녀와 더이상 연인으로서의 감정은
남아있지 않지만 , 그동안 만나고 했던 이야기들과 , 힘들때 서로 의지가 되어주던 일들을 떠올리면 참 괴롭습니다.
서로 안좋은일들이 몇번 생길때 다독여주고 , 외로울때마다 전화로 내곁에 누군가 있다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원래 남녀지간의 친한선후배 사이라던가 , 오빠동생 , 친한친구사이로 지내는 가능성에 대해 항상 아니오로 답해
왔습니다. 남녀간을 못믿는것이 아니라 , 제 자신이 컨트롤이 안된 경우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제"경우에 남녀지간에 단순한 이성친구는 불가능했습니다. 제가 선을 넘거나 , 상대방이 그래왔기때문에..
그래서 제주변엔 남자녀석들만 한트럭이고 , 연락하고 가끔 만나는 여자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 그녀와 완전한 단절을 하는것이 정말 옳은가 싶습니다.
왠지 여자친구와 , 친한 벗을 동시에 잃는것 같은 기분입니다.
가끔 연락하며 그때를 추억하고 , 그때 너로인해 행복했고 , 너도 나로인해 좋았다는 사실이 송두리채 사라지는것 같아
아쉽습니다. 어쨋든 , 서로의 젊은 날 좋은시절을 함께 보냈기 때문일까요..


이전까지의 이별은 저에게 곧 그 이성과의 단절이었습니다.
제가 이별을 고하면 그녀가 더이상 연락하지 않길 바랬고
그녀가 이별을 고하면 저는 눈물을 삼키며 전화번호를 지웠습니다. 번호를 외웠지만 잊기위해 꽤나 노력했습니다.
왜냐면 남녀지간의 친구사이는 제겐 없었으니까요.. 친구사이로 만나는 명목으로 제가 헛된기대를 품다 괴로워하는게 싫었고
반대의 경우에는 상대방도 그럴까봐 조바심이 났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왠일인지 그녀와 완전히 단절하는게 싫습니다.
날 좋아하는 여자에게 나랑 사귀는건 안되지만 친구는 가능하다.. 라는 지나치게 이기적인 , 가혹한 소리라고
생각했던 소리를 제가 오늘 하고 말았습니다.
그녀가 예전의 저처럼 마음정리가 되고 난 이후 [적당한 거리]의 저를 감내할수 없어 만나지 않겠다고 해도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요 , 하지만 가능하다면 서로 시간맞을때 가끔 보며 , 서로 힘들때 제 친구들처럼 토로할수 있는 사람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럴때 서로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길 간절히 바라며,,



이태까지는 좋으면 사귀고 , 안좋으면 헤어지고 다신 안봤는데
좋아하는 감정 , 혹은 정이 꽤나 쌓여서 그런지 이전과는 다른 바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그사람에게 어쩌면 너무한 제안이 될수도 있어서 , 두번괴롭히는게 아닐지 모르겠습니다만..
평소에 [저런 식상하고 뻔한 멘트를 요즘에도 하는걸까]라고 생각했던 말이 제입에서 나와보니..
다들 저와같은 마음이었을까 하고 문득 생각이 드네요.


가능하면 앞으로 다른 연애 안해도 좋으니 결혼할 여자만 만나서 연애하고 , 결혼하고 싶습니다.
못난놈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 헤어지자고 하는 주제에 마음이 아파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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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25 22:53
수정 아이콘
아직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헤어지시는게 이해가 안가네요.

마음 잘 추스리시길...
겨울愛
10/01/25 22:55
수정 아이콘
저도 연상과 연애하고 제쪽에서 끊어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글쓴이께 심히 동감이 가네요.
좋은 결정 하신겁니다! 힘내세요!!
cutiekaras
10/01/25 22:57
수정 아이콘
저도 많은 이성과의 만남을 겪다보니
결론이 딱 하나 나오더군요
'아 다음엔 결혼하는거 아니면 사귀지 말아야 겠다'
저렇게 가슴 아프고 헤어지고 이런 과정들이 너무 힘들더군요
아무튼 힘내시길
Ms. Anscombe
10/01/25 22:57
수정 아이콘
'관계'를 정도와 종류의 문제로 인식하면, 많은 문제들이 해소가 되는데 좀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태반의 사람들이 '합리성 가정'에 맹목적임에도 불구하고)
10/01/25 23:27
수정 아이콘
그런게 연인사이입니다. 그 이상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자 자기합리, 순간의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함일 뿐입니다.
Minkypapa
10/01/26 00:11
수정 아이콘
20대후반/30대초반 여자상대할때는 그냥 결혼계획짜던지 아니면 놔주던지 둘중 하나죠. 특히 결혼할 생각도 없이 2년 이상 사귀는 것이야
말로 피해야할 시기...
스피넬
10/01/26 01:42
수정 아이콘
사람이 좋으면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고요.
연인으로 끝나도 세상에는 많은 인연이 존재하니까요.
나중에는 정말 잘 살았으면 좋겠다하고 행복 빌어주는 그런 사이도 가능하더군요. 힘내세요
페페냥~
10/01/26 03:32
수정 아이콘
그 분이 정말 다른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기를 바란다면 최소한 1년간은 관계가 단절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는 의미가 없겠지요....
만약 1년동안 서로 단절된 관계로 지낸 후에도 다시 친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부터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부터 바로는 그냥 한없이 흔들리면서 사이만 망칠 뿐이죠...
여튼 여자분이 지금이야 힘드시겠지만 나중에는 고맙게 생각할 결정이군요-
10/01/26 10:21
수정 아이콘
글쎄요...
여자 입장에서는 지나친 배려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조금 더 일찍 놔준다고 해서 여자가 조금 더 일찍 결혼하느냐, 그건 또 아니니까요.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란 무시할 수 없는 제도지만 그 제도가 여자를 옭아매는 경향이 있어서 씁쓸하단 생각마저 드는군요.
서른까지는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살겠다고 분명 여자 분이 말씀하셨는데도, 그놈의 나이 때문에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같은 여자로서 그냥 기분이 그렇습니다.
RedStrAp
10/01/26 12:17
수정 아이콘
답변 달아주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Artemis // 님 , 저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 그분을 좋아하지만 결혼을 근시일내 생각할정도로 사랑하진 않았기에

그런 어정쩡한 감정상태로 그분을 계속 붙잡고 싶지는 않더라구요. 한살더 들었다고 그분의 매력이 없어졌다거나 , 무시하진 않았지만

단지 저로인해 사라져갈 다른분과의(물론 결혼을 전제로한 만남이겠죠) 가능성이 사라져 간다는 생각... 머리에 맴돌며 괴롭히기에

그 가능성의 길을 열어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런 이성을 무시할 정도로 제가 그분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이렇게 된 것이긴 합니다만..
10/01/26 12:49
수정 아이콘
RedStrAp님// 그분께 가능성을 열어주고 싶으시다면 그분과 단절하시는 것이 예의인 것 같습니다.
RedStrAp님의 현재 감정 때문에 그분을 완전히 놓아주지 않으신다면 오히려 그분의 가능성을 빼앗아 가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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