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결의도 없이 국책사업을 발주한 것을 비롯하여 이른바 '가카의 영도 아래' 밀어붙이기를 시전한 끝에 갖은 탈법과 은폐, 부풀리기 속에 시작된 4대강 사업. 별별 이슈 속에서도 음험하게 착착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가장 먼저 착공된 지역 중 하나가 바로 낙동강입니다. (만일 누군가가 저에게 '당신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처음부터 왜 이렇게 국가의 사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들어가냐'라고 물으신다면,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는 것입니다'라고밖에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소식을 듣자 하니 낙동강에서 문제가 연일 제기되고 있더군요.
첫째 문제는 낙동강의 함안보 설치와 관련된 침수피해 문제를 놓고 정부 대 지역 주민·환경단체·학회 간 대립이 벌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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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함안보 설치에 따른 침수 피해를 처음 제기한 박재현 교수는 최근 대한하천학회 주최 학술토론회에서 최초 정부안처럼 함안보 관리수위를 7.5m로 하면 40㎢의 침수위험 구간이 발생하고 5m로 낮추더라도 4.1㎢(135만평)의 침수위험 구간이 생긴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관리수위를 3m 이하로 낮추거나 위치를 낙동강과 남강의 합류지점보다 상류로 옮겨야 침수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나아가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은 함안보를 설치해 강 수위가 높아지면 주변 지하수위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는 함안보에만 해당되는 문제가 아니라 낙동강 8개 보 전체의 문제인 만큼 낙동강 전체 보에 대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지역 주민·환경단체·학회 등의 주장에 함안보 관리 수위를 낮추고 지하수 상승 영향을 받는 농경지는 성토를 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관리 수위를 낮추게 된 시기가 좀 꺼림칙합니다. 당초에는 이런 문제 제기에 꿈쩍도 하고 있지 않다가 함안보 높이를 당초 계획했던 13.2m에서 10.7m로, 관리수위도 7.5m에서 5m로 각각 2.5m씩 낮추면 지하수로 영향을 받는 면적이 0.7㎢에 지나지 않는것으로 나타났다고 입장을 선회한 것이 이번달 초라는 것이죠. 국책사업으로서, 거기에 강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계획된 사업에서 이런 식으로 보의 높이와 수위를 갑작스럽게 바꾸겠다고 선회한 것은 원안이 침수위험이 크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뭐 저는 이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니 의심까지는 할 수 있어도 이렇게 양 측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쪽의 주장에 손을 들어줘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는 듯 합니다. 바로 주장이 맞서고 있는 양 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이야기하는 자세입니다. 정부의 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교수님이나 단체 쪽에서는 학회 등을 통하여 자신의 주장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 및 근거를 내세우면서 그에 따른 주장을 하는 반면, 정부측인 수자원공사는 주민설명회를 가졌지만 참석한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정부 관계자는 무조건 정부의 안을 믿어달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주민들에게 주는 자료 한 장 준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누구를 믿어야 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어떤 의견에 있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태도와 근거는 그 의견의 당위성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아니, 어쩌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의견을 내세우는 태도와 근거가 충분치 않아 사람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리 그 의견이 옳다 한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란 힘들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둘째 문제는 낙동강 달성보, 함안보 등의 공사지점에서 잇따라 오염된 진흙층이 발견된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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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환경단체의 주장에 의하면 이 오염된 진흙층은 과거 낙동강이 심하게 오염되었을 때 만들어진 퇴적층으로 보이며, 중금속이 함유됐을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를 무시하고 준설작업을 하게 되면 추가 오염이 우려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혹, 4대강 사업을 옹호하시는 어떤 분들께서는 이런 진흙층이 공사 중에 발견된 것을 보면서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 봐라. 강이 이렇게 썩었으니 다 파내고 공사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 더 파내서 싹 긁어내야 한다"라고요.
예. 썩은 부분이 있다면 긁어내고 도려내서라도 살려야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면에서 오히려 정부와 지금의 위정자들을 더더욱 책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정부가 밝힌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는 총 22조원의 사업 비용 가운데 4조원 이상을 골재 판매로 충당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준설토를 농경지 리모델링이나 공공토목사업에 사용할 예정이었고요.
그렇게 되어 있다면, 당연히 파내는 곳의 준설토가 공사에 쓸만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이루어졌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를 했다고 하는데, 막상 삽질을 시작하니 오염된 토양이 얇은 것도 아니고 쌓아 놓으니 몇미터 이상씩이나 쌓일 정도로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건 뭥미'를 외치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래서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환경 전문가들이 준설지점의 퇴적층에 대한 지질 조사 등을 요구했음에도 정부가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를 하면서 낙동강 바닥 표피층만 조사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일어났다"라는 말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몰랐다고요? '모르면 맞아야죠.'
특기가 '삽질'인 정부이고(오해는 사절합니다. 이 정부는 원전도 해외에서 수주했으니 특기가 '삽질'이라는 것은 절대로 비하의 뜻이 될 수 없으니까요.) 건설에서 잔뼈가 굵었다고 하는 분이 행정부의 머리 위에 있는데 정부가 왜 이런 어이없는 행동을 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갑니다.
'삽질'하나 제대로 못하는 것들. 정말 봐주기도 어렵고 믿기도 어렵고, 나라가 앞으로 갈 길이 정말 어려워 보입니다.
- The xian -
P.S.
몇몇 분들께서 '쓴소리'로 MBC게임의 1.23 만행에 대해 다루어달라는 요청을 저에게 하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쓴소리'는 이미 저 대신 많은 분들이 해 주셨기 때문에 제가 굳이 또 그 글을 써야 할 당위성이 그다지 크지 않고, 공언한 대로 결승을 비롯한 Nate MSL의 전 경기 시청을 보이콧해서 본방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제가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이미 벌어진 논란들을 정리하기는 커녕 소모적 논란이나 감정싸움을 낳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쓰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청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P.S. II.
국장 명의의 사과문에 격분하여 MSL에 대한 쓴소리를 쓰고 말았습니다. 면목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