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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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0/01/25 21:37:55
Name 폭창이
Subject [일반] ☆ 2ch, 그리고 '2ch유머'
[0이 붙은 부분은 전에 제가 올린 글을 읽지 않으신 분이면 건너 뛰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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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어느덧 3주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논 건 아니라고 변명을 해봅니다. 나름 고3 페이스로 공부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핑계를 대면서 꾸준히 글을 올리겠다고 했던 나와의 약속을 져버린 건 맞아요. 제 반딱반딱한 계획대로라면 이미 이 글이 소설을 제외하면 제 세번째 글이어야 했겠지요.

'쪽팔려. 게다가 나 별로 글도 잘 못쓰는 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어차피 내가 게으르고 한 두 번 삐딱선 탈 것이라는 건 이미 생각해 둔 게 아닌가?'

저는 저를 잘 아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지금 이렇게 글을 써 봅니다. 제가 원하는 제가 될 수 있기를.

해피님// 신발로 존재를 말한다라. 혹시 글을 올리셨습니까? 읽어 보고 싶네요. 고3이니까 시간이 없지만..이라는 말을 달려다가 말았습니다. 만화책, 소설책, 인터넷 틈틈히 하는 시간이 분명히 있으니까요. 변명이겠지요.

jjohny님// 저랑 같은 고민을 하시는 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왠지 기운을 얻습니다. 리플 감사합니다.

abrasax_:JW 님//추천 감사합니다. 힙합이란 장르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가사 속에 담겨있는 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다른 장르의 좋아하는 노래들 에서는 초콜렛처럼 달고 씁쓰름한 감성을 느끼지만, 힙합을 이따금씩 들을때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ryu131님// 같은 고민을 하셨던, 하시는 분이라니, 반갑습니다. 글 한 줄 한 줄이 제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하네요. 고맙습니다.

飛上님//리플 감사합니다.

가을바람님// 한방에 바뀌겠다는 마음이 들어 있긴 했었나 봅니다. 다시 흔들릴 뻔 했으니까요.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KID A  님/감사합니다. 저런 글을 써놓고 2주만에 등장하니 쑥쓰럽기는 합니다.

Valentian  님// 저는 인생과 영화, 나아가서는 이야기의 격차에서 괴로움을 느끼고는 합니다. 그들은 결국 행복해지건 불행해지건 자신의 삶을 마주할 '기회(혹은 위기)'를 얻지만 현실의 나는 그저 묻혀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지요. 지금도 많이 생각해보고 있는 점입니다.

Gidol님// 왠지 마지막 리플 즈음에서는 작게 미소를 짓고 있는 저를 발견해 버렸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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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h라는 일본에서는 최대 규모의 익명 게시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몇 블로그나 게시판들을 위주로 위주로 그 번역물이 올라오고 있었지요. 번역 전문 사이트들이나 번역을 주로 하는 블로그들이 등장한 것은 물론, 기존에 인터넷에 존재하던 사이트에도(pgr도 물론) 2ch게시물이 링크되거나 심지어 2ch식 말투/스레문화를 크건 작건 모방하려는 모습이 있었거나 지금도 있으며, 코챈(http://korchan.com/), threadic.com(http://www.threadic.com/) 등의 게시판 구조, 이름 등에서 명백히 2ch(정확히는 번역된 작품들)를 모방한 사이트들도 보입니다.

고작 일본의 한 인터넷 게시판이 어떻게 이런 영향을 보이며, 한국인들의 반일감정이라는 정서의 틈새시장을 뚫고 일종의 모방게시판도 생기며, 인터넷 계 한 구석에 이렇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이에는 먼저 2ch 번역 게시물이 유행한 구조와 그 내용들을 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블로그, 전문 번역 게시판이 생겼습니다. 이들은 일명 '2ch(www.2ch.net)'라는 일본 최대 규모의 익명 게시판의 글들을 번역해 올리기 시작하지요. 그 밖에 전문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한 두 개의 게시물을 번역해서 올리거나, 아니면 기존 사이트들의 유머 게시판 따위에 링크되거나 복사된 번역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올라오는 글 들 중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부류는 '개그'와 '연애'입니다.

2ch의 개그 스레(2ch에서 게시글)는 인터넷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인터넷판 '쪽팔려' 같은 내용, 인터넷 오타쿠 컬쳐를 반영한 내용들, 아니면 때로는 만담과 같은 내용 등이 번역되어 올라와 있습니다. 2ch는 인터넷 게시판보다는 가볍고 일반 채팅보다는 무겁다는 느낌일까요. 이런 독특한 느낌의 스레들을 번역하는 분들이 '개그'라는 코드로 갈무리해서 올리거나, 아니면 일반 유머에서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편 연애 스레는 익명게시판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야하거나 아니면 성생활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많이 담긴 스레도 흥미를 끕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흥미를 끄는 거지요. '익명이지만, 이 세상의 어떤 사람이 진짜로 겪고 있는'이야기. 즉, 아주 쉽게 감정이입(혹은 동일시)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지요.
이러한 연애글은 초기에는 주류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나 개그류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앞에서 인터넷판 '쪽팔려'와 같은 내용이라 말했던 '지령수행스레'(스레를 올려서 번호를 지정하면 그 번호의 답 게시물을 올린 사람이 말하는 것을 실행하는 형태)로 여자애에게 장난을 쳤는데 사실은 걔도 스레주(主)를 좋아하고 있었고, 인터넷 사람들의 지령이 오히려 그녀에게 (어떤 형태이건) 과감히 다가간 결과가 된 글.과 같은 것들이었죠. 지령수행과 같은 개그류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은 이러한 스레들을 통해 연애 스레에 편입되고 위와 같은 익명게시판의 특성을 통해 성립되는 연애스레만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인 겁니다.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삶(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스레또한(대표적으로 마지막편은 이글루스 이오공감에 올랐던 '블랙회사'스레 등)힘을 얻고 있으며 저는 이것이 또 큰 흐름을 차지하게 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익명이기에 말할 수 있는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은 2ch글이 아니더라도 이미 인터넷에서는 많은 글들이 이런 형태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글들이 어느정도 글로 말하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들의 글이(즉, 인기 스레들) 번역자들에 의해서 선택되고, 번역과 함께 갈무리까지 되어서 인터넷계 작은 한 구석에 파장을 일으키게 된 것입니다. 즉, 갑자기 친일감정에 눈뜨거나 관대해진 게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넷의 특성에 맞게 재미있게 노는 한 방식'(개그), 혹은 '내 삶에 대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연애 혹은 인생류)등에 대한 [욕망]은 이미 있는 것이지요. 그저 유머글로 소개되는 '2ch 스레'라는 놀이문화를 통해 그런 [욕망]의 한 표출방식을 찾아낸 사람들이 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추구하기 위해 그 방식을 흉내내거나, 더해서 2ch 유사 사이트를 만들게 되는 것에 이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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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nation
10/01/25 21:44
수정 아이콘
'스레'가 일본어식으로 'thread'를 발음한건가보네요?
2ch 때문에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1인입니다.. 다소 와일드해보이지만 그만큼 툭 까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바닥인듯 해서요..
10/01/25 21:46
수정 아이콘
thread가 맞습니다.

근데 2ch 유머가 2ch 전체가 아니듯 그들은 우리가 접근하기 힘든

인터넷의 혐한 중심지란 사실도 간과해선 안됩니다.

...그 부분만 빼면 저도 개인적으로 2ch의 vipper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만 심각할 정도의 한국 혐오증을 보면

마냥 좋게만 보기도 힘든것 같습니다.
10/01/25 21:49
수정 아이콘
일본의 DC죠. 실제로 DC vs 2ch 도 몇번 있었고...사이트 구조상 2ch에 많이 졌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니코니코동도 2ch 계열인가요?
폭창이
10/01/25 21:49
수정 아이콘
Mynation님// 저도 그렇게 알고 있어서 thread라고 적으려다가 문득 영어사전을 찾아보고 관련 뜻이 없어서 혼란스럽네요.
저는 Mynation님 같은 생각을 하신 다른 분들이 이곳에서 직접 그런 공간을 만들려고 한 게 코챈, thread.com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폭창이
10/01/25 21:52
수정 아이콘
EZrock님//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다루고 싶었지만, 주어진 주제로만 글을 쓰기에도 버거운 몸이라, EZrock님처럼 시각을 넓혀줄 댓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도 확실히 있지요.
legend님// 오타쿠라고 말 들으면 반박할 거리는 없는 그런 몸이지만(..) 그런 부분을 잘 모르겠네요.
Ms. Anscombe
10/01/25 21:59
수정 아이콘
양이 많으면 어떻게든 뭐라도 나오긴 하지요..

딱히 재미는 모르겠더군요..
abrasax_:JW
10/01/25 22:03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폭창이님도, 글 내용도 반갑네요.
글을 굳이 자주 올릴 필요는 없고-그것도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가끔 껀수(?)가 있으면 올리셔도 될 것 같습니다. 편하게 생각합시다.

예전 유게에 2ch에 올라온 '심령터널' 스레가 올라온 적 있습니다. 그 후로 2ch어비스(http://snm1945.tistory.com/)라는 블로그에 가서 공포관련 스레만 보곤 했는데, 금방 빠져버렸지요.
낚시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모 주최해서 스너프 필름을 찍었다던가. 누가 돈을 숨겨놓고 힌트를 주면서 장소 찾아보라는 스레를 올렸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그 장소에서 대기하다가 살인할 계획이었다던가.
무서운 이야기가 꽤나 많더군요.

'한국판 2ch' 사이트들을 알게 되서 신기하네요. 스레를 보면서 디시의 코갤, 막장갤 등을 떠올리곤 했거든요... 더한 것도 하고도 남을 사람들인데.
폭창이
10/01/25 22:13
수정 아이콘
Ms. Anscombe님// 그럴 수 있지요. 번역장르 전반에 적용되는 법칙이라고 할까요.(장르소설이든, 2ch스레건) 재미라면, 저는 이야기를 보는 느낌에다가 그 이야기가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라는 점을 즐깁니다.
abrasax_:JW님// 반갑습니다 :) 2ch어비스는 정말 좋아합니다. (..이제 고3 이지만) 그쪽은 공포물도 재밌지요.
DC..는 끊느라 정말 힘들었지요.
킹왕짱킥
10/01/25 22:19
수정 아이콘
2ch 글모음 블로그는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한국형 2ch이라는 저 싸이트를 한번가보고

아...2ch은 이런식이구나라는게 흥미로웠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주제에 관련되어서

여러사람이 글은쓰지만 제목으로 요약되는것없이 이런저런 불필요한 이야기까지

한화면에 다 나타나니 불편하더라구요 역시 한국인은 게시판!(?)

번역에 깔끔하게 정리까지 해주시는 블로그 운영자분들이 대단한거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 수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 덧글이라도 하나씩 놔드려야겠습니다.
어진나라
10/01/25 22:34
수정 아이콘
legend님// 2ch 폐쇄소동이 떠돌던 때에 2ch인들은 대체 보금자리를 찾다가 갓 오픈한 니코니코동화가 눈에 띄어 대거 이동했다고 합니다.
그 후 니코니코동화는 각종 애니 매드물, 기이한 재주들, 미쿠를 필두로 한 보컬로이드, 아이돌 마스터, 동방 프로젝트 등의 영상으로 가득한 성지가 되죠....

참고 : 엔하위키(http://nang01.cafe24.com/wiki/wiki.php/%EB%8B%88%EC%BD%94%EB%8B%88%EC%BD%94%20%EB%8F%99%ED%99%94?action=show&redirect=%EB%8B%88%EC%BD%94%EB%8B%88%EC%BD%94%EB%8F%99%ED%99%94)
10/01/25 23:53
수정 아이콘
폭창이님// 영미권에서는 post라는 글에 thread 댓글 여러개가 달린 형태지요 :) 그 스레가 thread 맞습니다
ThinkD4renT
10/01/26 01:29
수정 아이콘
아~ 인터넷에서 2ch 하길래 그냥 일본 사이트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폭창이님 글과 댓글 들에서 많이 배우네요...
감솨합니다... 꾸벅....
부엉이
10/01/26 03:45
수정 아이콘
2ch은 사이트입니다..... 스레드형식을 창조한곳도 아니구요. 스레드형식의 사이트중 가장유명하다라면 모르겟지만...
예루리
10/01/26 08:26
수정 아이콘
legend님// 2ch 설립자와 니코니코 동화 설립자가 동일인물입니다. 김유식씨가 mncast 같은 동영상 사이트를 차렸더니 거기 DC 사람들이 몰려온 분위기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거북거북
10/01/26 09:55
수정 아이콘
예루리님// 제가 이 위에 히로유키 씨 이야기를 분명 리플로 달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없네요 ;; 암튼 예루리님 말씀이 맞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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