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철이 되면서 질게에 심심치않게 자기 등급을 거론하며 입시에 대한 상담을 하는 글이 올라오는군요.
답답하다기 보다는, 주위에 얼마나 물어볼사람이 없으면 게임싸이트(라고는 하나 PGR질게는 성역이죠...)에 물어볼까 싶어서 이렇게 쓰기버튼을 눌렀습니다.
예비대학생&예비재수생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엄청나게 씁니다. 소태처럼 쓸 거에요.


일단 첫번째로는 수고하셨습니다.

두번째로는 그러게 공부좀 하지 그랬어요...점수가 그게 뭡니까 -_-

혼내려는건 아니니, 계속해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_-;
시작하기에 앞서, 수능친 사람들이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진실 1. 전국의 60만 수험생들 중 수능이랑 관계없는 수시합격자, 저 위에 말도안되는 점수로 sky를 노리는 고득점자, 입시에 빠삭한 재수생을 제외한 모든 수험생은 수능을 망쳤습니다.

진실 2. 자신의 등급과 대학을 인정못하고 대학에 들어가면, 앞길은 이등병의 전역날짜와 같이 깜깜할 뿐입니다. 당신의 성적표는 현실이며 살면서 처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세상의 가혹함입니다.

진실 3. 빵꾸나는 과도 많고 덕분에 운빨로 좋은 대학을 들어가는 사람이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넌 아니에요.

진실 4. 정확도가 얼마이든, 당신이 의존할 수 있는 것은 대학배치표뿐입니다. 믿으세요.


이 진실과 관련한 몇 가지 이유 또한 있습니다.

이유 1. sky를 노려보는 점수대까지 가지 않은 이상, 당신이 목표로 하는 대학과 학과 위에는 당신이 가고 싶어하는 대학과 학과가 항상 존재합니다. 수능을 보고 점수를 매기고 등급이 나오는 그때까지도 당신은 자신의 성적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취하고, 그 근거없이 크기만 한 기대가 무너졌을 때 좌절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수능성적이 평소 모의고사와 얼마나 차이가 나든, 만족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유 2. 정말로 수능이 뽀록나서 대학을 잘간 케이스의 경우, 상당수가 학교진도와 학점을 따라가지 못하고 학고맞거나 휴학합니다. 머리속에 든게 차이나다보니 어울릴만한 대학 친구도 딱히 없고, 높은 점수에 눈이 멀어 적성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전공에 관심마저 생기지 않습니다. 장담컨데, 제일 운이없는 인생꼬인 수험생은 바로 '수능대박난 사람' 입니다.

이유 3. 당신 인생은 로또가 아닙니다. 그래도 갓 성년이 된 사람들에게 덜 가혹하기 위해, 재수란 제도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대학 원서 선택이 '모아니면 도다!!' 가 되면 아니됩니다. 도박해서 실패하면 리셋을 누를 수 있는 게임이 아니기에, 도박또한 할 수 없고, 빵꾸를 노리는 원서전략은 어불성설입니다.

이유 4. 대학배치표가 정확도가 낮은 이유는 입시구조상 뚜껑열기전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대학배치표에 의존해야 하는 이유는 그런 입시구조때문에 어느 누구도 높은 정확도를 가진 예상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딜 가서 "2234인데 어디갈수있나요?" 라고 물어봤자, 어느 누구도 대학 배치표에 써있는 대학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는 못합니다.


다음과 같은 진실을 인정하고, 이유를 이해하면서, 당신의 마음가짐은 이렇게 변해야 합니다.

"내가 시험을 망쳤든 안망쳤든 내 수능 성적표는 그 자체로 존재하며, '어딜 갈 수 있었는데...'나 '두달전엔 여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같은 생각은 접어두고 내 적성과 조건 내에서 갈 수 있는 '최선' 이 아닌 '최적' 의 대학을 찾아야겠다."

'최선'의 대학을 찾는 것은 수능치기 전, '최선'의 대학을 노려볼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할 때나 하는 짓입니다. 지금은 이미 끝난 시험, 이미 나온 성적가지고 이리저리 조합해서 최선의 대학을 노려보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실제로 당신이 평생 노동을 해야 하는 직장에 직결된 대학의 과를 선택하는 시점입니다. 이제와서까지 부모님의 자랑거리, 네임밸류 간지를 찾는건 아직 현실감각이 없는 겁니다.

다시 말합니다. 자기 점수대로 어떻게든 높은 대학과 과를 가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그시간에 자기 점수대로 갈 수 있는 대학 중 내 적성에 맞는 과가 무엇인지 찾으세요.


이 대원칙을 고수한다면, 당신이 지금 해야할 일은 여기저기 커트라인 전망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점수선상에 놓여있는 학과에 대한 정보를 찾으러 대학 홈페이지를 뒤지는 일입니다.
유명 학원에서 나온 대학배치표는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그건 나중에 입시끝나고 나서 결과론에 불과합니다. 유일하게 의존할 수 있는 불확실한 자료라면, 의심하지 말고 의존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오르비를 비롯한 여기저기서 '올해는 여기가 빵꾸가 난다더라, 저기가 낮아질거라더라' 같은 루머에 휘둘리기 전에, 배치표부터 보고 지원대학을 정하세요.
저도 압니다. 배치표에서 자기 점수대를 보면 절대 자기가 안 갈것 같은 대학들만 몰려있지요. 현실을 외면하고 여러가지 루머들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지금은 좀더 강해질 때입니다. 현실을 정면으로 보고 대응하세요.



...이제 좀 정신을 차리셨으면, 이제 실제 입시로 들어가겠습니다. 막연한 기대는 여기까지 읽으면서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을거라 기대합니다.

1. 입시요강은 절대로 봐야합니다. 각 대학별로 과목에 주는 가산점/비율이 다릅니다. 표준점수의 단순합산이 아닌, 자신이 알아보고자 하는 특정 대학, 특정 과의 점수계산 방식으로 자신의 점수를 계산해 배치표와 대조하세요.
학교 홈페이지에도, 대학 배치표에도 이 과목별 가산점/비율은 명시되어 있습니다.

2. 논술에서 뒤집을 생각은 하지 마세요. 수능도 못본사람이 논술이라고 잘볼것 같습니까. 수능 다음날부터 진탕 놀아제낀 사람이 논술공부라고 열심히 했을 것 같습니까. 논술은 딱 수능만큼 봅니다. 이것도 다음의 원칙이 성립합니다. 논술대박으로 대학가는사람이 물론 있지요. 근데 넌 아니에요. 논술의 비중이 큰 것을 변수가 많이 존재하는 거라 생각하지 마세요.

3. 재수라는 선택지가 자신에게 어느정도로 다가오는지 확실히 하세요. 우리집 사정과 내 사정으로 재수는 절대 무리다!! 라면 하향1.은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나와 가족은 재수할 각오가 되어있다! 라면, 점수대 보지말고 원하는 대학/과에 원서넣으세요. 어영부영하다가는 죽도밥도 안됩니다. 재수가 절대 안되는데 꼴랑 안정1.넣고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기대하고 있으면 정말 최악의 상황에서 울기밖에 못합니다. 재수할 생각이 있었는데 미지근한 과에 합격한다면 다니면서도 계속 재수할걸...하는 후회가 남을 겁니다.

4. 그렇다고 루머에 신경을 끄라는 말은 아닙니다. 입시는 정보전입니다. 제가 강조한 것은 '막연한 기대를 버려라', '자신의 적성을 찾아라', '1/100의 확률에 사활을 걸지마라' 입니다. 그 원칙을 지킨 채로 습득하는 정보는 당연히 다다익선입니다.


제 조언은 이것으로 끝입니다. 냉정해야 하는 입시전쟁에서 여기저기 절박한 질문글을 올리고 비관조의 댓글은 다 무시하고 그중 하나 있는 희망의 댓글에 사활을 걸고 1년의 인생을 꼴아박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