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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28 01:29:43
Name 아침싫어은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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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국민과의 대화'와 '대통령과의 대화'의 차이


'국민과의 대화'와 '대통령과의 대화'의 차이


* 이 글은 오늘 토론(이라고 쓰고 일방홍보라고 읽는다)을 보지않았으며, 특별히 다른 증빙 자료들을 찾지 않고 급 떠오른 생각들을 기초로 쓰는 순전히 주관적이고 비과학적인 코멘트입니다. 틀린 팩트 등이 있으면 나중에 추가 수정 하겠습니다.




1.
국민과 대통령의 토론이 시작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였다. 박정희 이후 군사정권은 보통 일방적 대국민 담화를 했다.
김영삼은 토론을 할 줄 몰랐다. 알아듣지를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질의 응답과 토론이 가능한 대통령을 둘 가졌는데 그것이 김대중, 노무현이었다.

그 10년이 그래도 마음이 편안했던 이유는
그들이 좌파여서도 진보주의자여서도 아니고, 대화가 가능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고 정상적으로 반응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2.
김대중, 노무현 정권은 이 비정기적인 토론(질의 응답에 가깝지만)을 '국민과의 대화'라 불렀다.
매우 자연스러운 명칭이다.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하려는 시도였기 때문이다.
풀어 말하면....'나, 대통령은 국민과 대화를 하고자 합니다'라는 의식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된 작명이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토론의 주도적 중심적 주체가 가진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MB 정권부터 이게 이름이 바뀌었다.
'대통령과의 대화'

이것은 참으로 부자연스럽다.
얼마나 부자연스러운가 하는 것은,
정식명칭이 저러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국민과의 대화'라고 쓰고 말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안다.  

대통령과의 대화나, 국민과의 대화나.....뭐가 그리 다르냐,
결국 같은 이야기인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말과 글에는 언제나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은밀한 부분들이 부지불식 간에 배이기 마련이다.
이 토론이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마련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면,
'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제목은 청와대와 방송국의 작품일터, 시스템 상 90% 이상 청와대의 요구였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제목에는 '나, 대통령이 국민과 대화를 원한다'가 아니라, 니들 국민들은 나, 대통령과 대화를 해봐라...라는 미묘한 함의가 내포되어 있다.

조금 더 비약하자면, 매우 권위주의적인 타성에 의한 작명이라는 말이다.
대단하신 대통령과 대화를 하는 시간이라는....
전제부터 토론이라기보다는 나에게 들어라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배어있다.



3.
더 기가 막힌 것은 어쩌면 청와대는 이러한 권위 의식을 노린 작명을 일부러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번 첫 토론 제목도 '대통령과의 대화' 였다고 기억한다.

이미 저잣거리에서는 정권과 대통령의 실질적 권위는 땅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쓰레기 마냥 하찮아진 마당인데
무슨 놈의 권위의식이냐고 할 지 모르지만....

그럴수록 이런 정권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이미지'와 '프레임'이고 '권위'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 총합인 '가오'는 저잣거리의 중론과는 무관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가오'는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얻어지는 모종의 결과다.
여론조사의 인기 따위는 신경안쓰겠다는 발언 역시 그런 배경을 갖는다. 이건 통상 독재자들의 전술이다.
'두려움과 권위'를 '비판과 비난'에 에둘러 휘감음으로서 그걸 희석화 시키고 존재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정통성과 대중적 기반이 미약해질수록 이 권위주의적 주입방식은, 정권에 있어서는 더욱 절실해지기 마련이다.
역사는 이걸 잘하는 자들이 욕을 먹되 대중을 찬/반으로 갈라 싸우고게 하고 정권을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 하며,
정권 이후에도 나름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두환이 가장 비근한 예다.
무식하기 이를 데 없으며 안하무인이며 가장 저열한 종류의 대통령이었지만, 그 통치시절의 권위주의 덕분에 아직도 그를 추앙하는 자들이 공원 만든다고 '지랄'을 하는 형국이다. 박정희도 마찬가지다.
반면 노태우 같은 개량주의자를 보라. 역사적 평가도 못받고 현실적으로 파산했다.
독재자의 실체를 가진 자가 정치 대중의 비판이 두려워 변화하고자 하면 밀리게 되고,
밀리기 시작하면 본전도 못찾고 아작난다는 사실을 이들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4.
이야기가 조금 많이 나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 정권에게 남은 것은 권위와 이미지를 부지하는 것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미지 마케팅들이 더욱 활개를 칠 것이다.
외국 한 번 나갔다 오고, G20 회의 같은 거 하고..이러면서 미디어 홍보전에 열을 올리 것이며,
대통령 =  그래도 범인(凡人)이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진 사람 이라는 이미지을 만들기 위해 더욱 애쓸 것이다.

똑똑한 이들이 거기 청와대에도 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인가 하는 사람. 똑똑한 사람이다. 꽤 오래 버티는 모양인데...그 사람이 붙어있는 한 아마 이런 대중 친화적인 척 하면서 동시에 권위를 만들 수 있는 일들을 계속 벌일 것이다.

각설하고....
나는 이런 종류의 토론에...서슴없이 '국민과의 대화'라고 이름 붙였던 두 대통령이 그립다.
일말의 특권의식도 없이 자신을 낮추고 대중과 호흡하고자 했던 두 대통령이 그 때는 그렇게 소중한 것인지 몰랐다.
더불어 저 간단한 작명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대화'의 시대에...
패널과 눈도 한번 제대로 못맞추고, 질문의 요지 따위는 알아듣지도 못하고 횡설수설하며,
혓바닥으로 입맛만 다시는 '공구리 신념' 칠순 할아버지의 무의미하고 무식이 넘쳐나는 말들을
'토론'이나 '대화'라 이름 붙이는 것은 정말 ...
쪽팔리고 서글프다.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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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거북
09/11/28 01:37
수정 아이콘
twitter에 청와대 머 관련하시는 분이 있었는데 그 분 왈,
방송은 국민의 것이지, 대통령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과의 대화'이지, '국민과의 대화'가 아니다.
라고 하시더군요. ... 말은 됩디다;;
릴리러쉬
09/11/28 01:37
수정 아이콘
추천합니다
아우디 사라비
09/11/28 01:41
수정 아이콘
노무현 대통령이 말 잘한다구요...

아닙니다.... 콕 집어서 아픈말이나 난감한 질문하면 부끄러워서 당황해서 더듬더이다 정말 "바보"스럽더군요
오늘 또 그 "바보"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사무치게....
아침싫어은둔
09/11/28 01:54
수정 아이콘
아우디 사라비아님// 노대통령 말잘한다고 쓰진 않은 것 같은데...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 토론에 있어 노대통령은 달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달변이어서가 아니라...주변의 보좌관들도 대부분 인정하지만, 오랫동안 논쟁에 익숙해왔고, 집요한 학습이 있으며 거기에 결정적으로 '솔직'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지요.
그 솔직함 때문에, 그는 많은 곤경에 처했고, 또 그를 대통령으로까지 이끌기도 했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할수록 범인의 언어로 대화가 가능한 대통령이란게 이렇게 소중했던 것인가 싶네요.
웃기지도 않는 로봇물고기 X드립이 아니라....진짜 생활에서 나오는 유머 때문에 이야기하며 웃을 수 있었던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의 대화가 다시 생각나는 밤입니다.
적울린 네마리
09/11/28 02:12
수정 아이콘
아우디 사라비아님// 부끄러워서 당황한다는 건 질문의 요지를 안다는 거겠죠..
참 그 '바보'가 저역시 그립습니다.

시간과 전파의 낭비가 어떤건지 실감하게 된건 가장 큰 수확이라 봅니다.
어륀지.. 영어교육보다 국어교육의 우선 필요성도 실감하구요...
09/11/28 02:22
수정 아이콘
거의 눈팅만 하다가 야심한밤에 이렇게 댓글을 달게 되네요. 밑의 코멘트 잠긴글의 댓글을 읽다 보니 이런생각이드네요..

'자신이 믿고 있는것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것은 상당히 두려운일이다'

설득의 심리학 책중에 이런이야기가 나오죠. 지구종말을 믿고 있던 광신도들은 문제의 그날, 종말이 일어나지 않자. 자신의 신들이 자신들을 살려주었다 믿는 일화.. 결국 그 믿음의 대상이 깨지더라도 내가 그것을 인정하는순간 나 자신도 무너지게 되기에 그 믿음이 허상이라는것이 극명하게 드러나더라도 버릴수 없는는 심리.. 그 심리에는 어떠한 논리도 설득력을 잃어버리지요.. 해석이란건 주관적이라 자신이 믿고싶은것을 믿게되고 보고싶은곳만 보게되죠.. (이게 동일시와 함께 되버리면 효과x2)

안타깝네요.
09/11/28 04:26
수정 아이콘
Design+님// cognitive dissonance theory라고 하죠 크크 그냥 가끔 친구들 앞에서 잘난척 하고 싶으실 때 저 용어를 들먹이시면 됩니다
steellord
09/11/28 05:24
수정 아이콘
어제 방송을 봤는데 예상의 범주를 벗어난 발언은 없었네요.

아무래도 대통령을 앞에두고 하는 토론(?)이라 그런지 깊숙히 파고들긴 좀 힘들었을거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진행된감이 적잖았습니다.
그리고 몇몇 눈에 띌정로도 연출된 장면은 좀 부담스러웠네요.

이대통령의 정책지지율엔 약간의 상승이 있을것으로 보입니다.(그걸 노리고 왔겠죠)

사족으로 mb는 정말 목소리/어투 때문에 많이 깎아먹고 들어가는거 같네요. 2시간동안 듣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정치/종교에 관해서는 왠만하면 그냥 상대방을 인정하고 넘어가는게 좋습니다. 진짜 어지간한 지성이 아니라면 거의 90% 그냥 승리를 위한 말싸움이 되버리더군용. 누가 옳은지를 가릴수 있는 분야도 아니구요
오가사카
09/11/28 09:32
수정 아이콘
노전대통령님도 PGR뿐만아니라 모든댓글에서 무차별적으로욕먹고
MB도 무조건욕먹고
다음에도 누가 대통령이되던지 맨날까이겠죠...
여지것 국민맘에쏙들게한 대통령이 있었나 생각해봅니다
Benjamin Linus
09/11/28 11:11
수정 아이콘
오가사카님// 노무현 전 대통령은 pgr에서 거의 욕먹지 않았고 욕한 사람이 있다면 집단 다굴당했습니다.
무슨 무차별적으로 욕먹었다고 하나요?
09/11/28 11:53
수정 아이콘
Benjamin Linus님// 아마 일반 대중들에게서 그런 인식을 받았다는 말이겠죠.

오가사카님// MB는 무조건 욕먹는게 아닙니다. 자기가 욕먹을 짓을 하고, 대화도 안하고, 또 그의 말을 들어보면, 논리의 부재는 차지하고라도 국어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대통령과의 대화라 마치 예전 대통령 담화를 보는듯 하더군요. 국어교육 중요하지 말입니다.
09/11/28 16:03
수정 아이콘
Benjamin Linus님// 욕 많이 먹었습니다. 대통령을 하실 때에는 욕 많이 먹었고,(물론 그에 비해서 옹호 세력도 만만치 않았지만) 대통령을 그만 두시고 나서는 생각하시는 것처럼 옹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죠.

대통령을 욕하는 사람은 그 때나 지금이나 많았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른 점은 그 때는 옹호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옹호할 용기를 내기도 힘들 정도로 별로 없다는 것이겠죠.
도라귀염
09/11/28 16:46
수정 아이콘
김대중 대통령이 참 대단한 분이였단 생각이 드는 요즘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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