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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25 16:09:00
Name 50b
Subject [일반] 이해 할수 없는 일들의 증가
"누군가 내게

당신이 내게

이해 하는 법을 말해 줬더라면

나느으은 당신만으으은 이해할수 있었을 텐데"

                                    이해 할수 없는 일들 , 50b 1집 타이틀



1.

친구 동생의 졸업작품 전시회에 간적이 있다.

"정밀 묘사가 제일 잘 그리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미술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가서 무얼 하겠냐만은 20살이
넘기 시작하면서 부터 종종 봐왔던 탓에 "초대"를
거절할수가 없었다.

물론 거절을 하고 녀석과 나 사이에 담을 쌓으면 되긴 하지만

친구 동생이기 때문에 그럴수가 없었다.


거대한 액자 위에 한달동안 그렸다며 가로 방향으로 선이 3개가 죽죽
그어져 있었다.

선이 자로 잰듯이 반듯하게 평행한 것도 아니였다.

그것을 보면서 '아 나도 예술을 할수도 있겠구나' 라고 희망을 가지기도 했는데

이런 생각과는 별개로 도저히 이해할수 가 없었다.

"이건 무슨 뜻이지?"


"내면속에 가지고 있는 창작의 고통을 끄집어 내서 표현해봤어"

이 대답을 듣고

미술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렵고
미술을 이해 할수 있다면,

모든 사물의 이치를 다 이해할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을 했다.

(아마도 예수나 부처는 미술을 조금씩 하지 않았을까.)


2.

친구와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위반을 했다.

창문이 내려가고 당당한 경찰관이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했다.

"학생이니 조금 싼걸로 끊어 주세요"


아주 이쁜 여자였다면 상황이 조금 바뀔
가능성이 있었겠지만 경찰의 대답은 확실한 No였다.

신분증을 다시 받고 창문이 올라가는걸 보며 옆에 있던 친구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물어봤다

"대체 뭐가 고마운데?"

"그러게 말이다 습관인가봐"

우리는 그후에도 이 일에 대해서 우스갯소리의
하나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여전히

난 습관이라고 대답했던 녀석을 이해할수 없었다.

3.

"나를 특별하게 생각해줘" 라고

아주 다정하게 말했다가

"대체 무얼 바라는데?" 라는 대답을 듣고 헤어졌다던가.

약속시간에 매번 늦게 나오는 친구 라던가.

삼일장을 치르고 발인을 하러 가는 엄숙한 분위기의 차안에서

부조금을 덜 받았다고 욕을 한다던가 하는

이해할수 없는 일들이 조금씩 조금씩 늘어 나고 있다.

(물론 이런것들 말고도 아주 많다)


혹시나

나이를 먹고,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해 못할일들이 증가하는 것과도 조금은 상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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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랄
09/11/25 16:51
수정 아이콘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건 인간의 오만 아닐까요?
자기 자신조차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요.
저는 그래서 이해는 못 하더라도 인정은 하려고 노력합니다.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라는 정도로요.
09/11/25 17:58
수정 아이콘
아스트랄님// 그렇군요 다양성을 인정하시나봐요? 음 멋지십니다 박수 세번 짝짝짝
자몽주스
09/11/25 18:25
수정 아이콘
나이가 있으신 분들한테 들으면 세상엔 이해못할 일이 없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나........ 이해못할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네요...
겨울愛
09/11/25 19:17
수정 아이콘
1번 같은 경우는 미술 전공하는 입장에서 말씀드리자면 그 친구 동생분 작업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흔히 거장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빈 캔버스를 작품으로 내거나 흰색 캔버스에 점하나 찍고 그 작품이 수억원을 호가할 수 있는
것은 그 작업의 베이스로 그 거장이 그 이전에 해온 수십년의 작업들이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 동생분의 작업 같은 경우는 거장 작업의 뿌리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 겉보기에만 현혹되어 따라한것 같은 느낌이고, 사실 그런
작업에 "내면속에 가지고 있는 창작의 고통을 끄집어 내서 표현해봤어" 라고 말하는 것은 미술 전공자인 저도 이해가 되질 않네요.
단순히 자기 합리화에 불과한 작업인 것 같네요.(여튼 절대로 졸업작품 전이라는 시작점에서 얘기 될 수 없는 종류의 작업인 것이지요)
현대미술이라는게 언듯 보기에 난해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기실 얘기를 들었을때 누구나가 다 납득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인데 그 친구
동생분이 하신 작업 같은 것들을 통해서 50b님 같은 일반 관객들이 미술을 어렵다고 생각하고 마는 경우가 많은것 같아 참 안타깝네요.
켈로그김
09/11/25 22:13
수정 아이콘
설사 이해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 이해로 인해 나 자신을 변화시켜야 하는 두려움이 그걸 방해 할 때가 있습니다.
또는 이러나 저러나 매한가지겠지... 라는 [ 이해 할 수 없는 ] 자기합리화도..

마음으로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걸 표출하기는 점점 힘이 듭니다.
무엇이 두려운걸까요..
09/11/25 23:51
수정 아이콘
대학 4학년이 입체파스러운 추상화를 그려서 거장에게 보여줬더니 <자넨 뎃생부터 다시 해야겠네> 라는 대답을 들었다죠. 폴록의 물감 뿌리기도 다른 사람이 따라하면 뭔가 다르다고 하구요. 겨울愛님 말씀처럼, 괴상한 그림들일 수록 그 작가의 수십년의 이전 작업의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09/11/26 11:20
수정 아이콘
세상이라는게..정말 알면 알수록 더욱 모르는 것들만 더 많아지기만 하니..ㅠㅠ
현실은 내 자신조차도 내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고..
언제쯤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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