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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3 18:15:22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게임 개발자가 '늙으면 허옇게 말라 죽는 거미'라고요?
문제의 칼럼 링크

이인화라는 사람이 글쟁이로서 악평이라든가 표절시비라든가 하는 논란들이 많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는 있지만 사실 그건 솔직히 말해 내 알 바 아닌 일입니다. 그래서 바츠해방전쟁사를 비롯하여 이 분이 제 영역인 게임과도 관련이 있는 글을 쓰는 것도 알고 있지만 별로 상관은 안 했죠. 하지만 정말 외람됨을 무릅쓰고 이 분이 게임 쪽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평을 누군가가 요청했을 때 저는 이렇게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인화라는 분에 대해 평하자면, 게임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해석'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몰라도 그 분이 '정론'이나 '게임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부터냐면, 바츠해방전쟁 가지고 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 운운하며 ‘순간의 미학’이나 ‘숭고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썼을 때부터이다. 게임에서 게이머들에게 제공하는 세계 안의 스토리와 게임의 규칙(Role)안에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전혀 구분하지 않고 같은 '스토리텔링'에 뭉뚱그리는 사람이 스토리텔링 운운한다는 것은 게임에 대한 중대한 모독행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이 교수님이 위에 링크한 더게임스의 칼럼에서 게임 개발자들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언급했더군요.

그 부분을 옮겨와 봅니다.

"그 시절 한국의 게임 개발자들은 반지하 스튜디오의 습기를 막기 위해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누렇게 때가 낀 냄비에 휴대용 가스 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도 눈빛이 살기등등하게 송곳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과거를 부정하고 새로운 게임을 만들겠다는 창조적 도전의 눈빛이었다......(중략) ......젊은 게임 개발자들에게서 연봉 자랑을 듣고 회사 자랑을 들을 때마다 나는 거미의 눈빛을 떠올린다. 거미는 앉은 자리에서 거미집을 짓는 것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한 자리에 붙어서 날아오는 사냥감을 잡아 먹다가 늙으면 허옇게 말라 죽는다."


뭐 저는 이 교수님이 얼마나 배부른 개발자들을 보고 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름 메이저에 계신 분이니 저 같은 듣보잡보다는 훨씬 더 유명하신 분들 많이 봤을 수도 있겠고 어쨌건 저보다 많은 분들을 보셨을 가능성이 높겠죠. 하지만 저는 제가 7년여 간 일한 이 바닥에서 "자리에 붙어서 날아오는 사냥감을 잡아 먹다가 늙으면 허옇게 말라 죽는 거미"와 같은 정도로 배부른 개발자들은 대한민국에서 1%가 될까 말까라고 생각합니다.

나머지 99%의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배를 곯고 같은 경력의 일반 기업 사원보다 박봉에 시달리며 임금 체불과 언제 짤릴지 모르는 위협 속에 평생직장의 꿈 따위는 가지지도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죠. 교수님이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만큼 게임을 만들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기를 좋아하는데도 말이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교수님이 자기의 이름을 건 칼럼에서 현실을 도외시한 채 대한민국의 불특정 다수의 게임 개발자들을 일컬어 "자리에 붙어서 날아오는 사냥감을 잡아 먹다가 늙으면 허옇게 말라 죽는 거미"에 비유하였고 그 칼럼이 기사화된 것은, 어떤 방송에 나와 - 그게 대본이든 아니든 - 키가 작은 남자들은 루저(Luser)라고 말하고 그것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낸 것만큼 막돼먹은 발언이고 막돼먹은 언론 폭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람됨을 무릅쓰고 한 가지 넘겨짚어봅니다.

혹시 교수님 자신이, "자리에 붙어서 날아오는 사냥감을 잡아 먹다가 늙으면 허옇게 말라 죽는 거미"는 아니시던가요?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쓰레기통에 담겨진 수많은 쓰레기들 중 하나처럼 일반화하지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 The xian -


P.S. 추가로, 이 교수님의 칼럼에 제가 '더욱' 분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분이 '게임물 등급 위원회' 위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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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애인이 없다
09/11/13 18:20
수정 아이콘
딴지는 아니고 Luser 가 아니라 Loser...

왜 한국 IT 회사들은 월화수목금금금과 야근을 당연시 여길까요?
사장이나 이사들이 그렇게 해와서 그런거겠죠?
The xian
09/11/13 18:20
수정 아이콘
난 애인이 없다님// 지적 감사합니다만 Luser라고 쓴 것은 의도된 표현입니다.
난 애인이 없다
09/11/13 18:24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그렇군요.. Loser + user 인건가요?
아무튼 주변이나 티맥스 사태를 보면서 느끼는건 "교수가 사장인 회사는 가지말자." 요고...
하얀마음 밟구
09/11/13 18:27
수정 아이콘
음 글쎄요. 전 이분이 지금의 개발자들의 '창의성' 에 관점을 두고 딴지를 거시는 거라고 보는데요.
The xian
09/11/13 18:33
수정 아이콘
난 애인이 없다님// 미수다 사태와 관련 있는 의도된 표현입니다.

하얀마음 밟구님// 만일 그런 의도라면 저는 이 분이 '헝그리 정신'운운하는 고리타분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주는 창의적 센스쯤은 갖추셨어야 한다고 비평하고 싶습니다. 배부름과 배고픔을 창의성의 유무와 연관짓는 것도 무리수이지만, 실제로 과거 배고프던 시절의 게임이 창의성이 지금보다 '월등히' 나았던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지금의 게임의 창의성이 '무조건' 예전보다 못하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소인배
09/11/13 18:48
수정 아이콘
원래 이 양반 극우발언으로 줄창 까이던 양반이죠.
정지율
09/11/13 18:50
수정 아이콘
남의 사정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부를, 그것도 아주 소수의 일부를 가지고 전체라고 판단하는 바보네요.

혹 영원한 제국 쓴 그 분인가요? 실망인데..
WizardMo진종
09/11/13 18:56
수정 아이콘
불특정 다수를 대놓고 모욕할수 있는 계층은 나이를 똥꼬으로 드신분들이 많습니다. 금뱃지 단생명체들 포함해서요.
바나나 셜록셜
09/11/13 19:03
수정 아이콘
이 분 예전에 리니지 관련해서도 저렙유저들의 영웅적 삶 운운하는 이상한 칼럼 하나 썼던 것 같은데....
abrasax_:JW
09/11/13 19:05
수정 아이콘
정지율님// 맞습니다. 이 사람이 교수라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09/11/13 19:06
수정 아이콘
일본도를 들고 전차부대에 뛰어들고선 천황 반자이를 외치면서 할복하는 미학이
철철 넘치는 스토리의 작품을 만들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Go2Universe
09/11/13 19:30
수정 아이콘
극우발언으로 줄창 까였었나요? 정확히 박정희에 대한 소설인 인간의 길때문이었던 걸로 아는데말이죠. 그리고 과도한 니체애호가다보니 철인을 꿈꾸고 박정희를 그 철인으로 오도한다고 해서 많이 까였던 거였겠죠.

바츠 해방전선을 열독했던 사람으로 그 이야기가 열렬하게 까여야하는 부분은 모르겠습니다. 그 글이 재미있었던 것은 게임세계의 현상이 현실세계의 그 것처럼 재연된 것에서 오는 것이었고, 게임의 시스템이 그러한 현상을 만들어낸 현상에 대한 감탄사 같은 글이었기 때문이죠. 게임내의 에피소드같은 퀘스트보다 바츠 해방전선 같은 현상이 훨씬 훌륭한 스토리텔링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요즘 애들 버릇없어' 류의 '요즘 애들 예전에 비해 너무 의지 박약이야' 라는 투의 꼰데스로운 말은 지탄받아야하겠지만 그냥 저정도 말은 요즘 꼰데들이 너무 자주 하는 말이라 저런 거까지 문제 제기하는건 에너지 낭비일꺼 같습니다. 꼰데니즘 답이 없거든요.

덤으로 NC에 있다보니 저런말이 나왔나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양반 NC에서 아이온관련된 일 하셨던 걸로 아는데..
필리온
09/11/13 19:43
수정 아이콘
맛의 달인의 냄비 대결이 생각나네요.
이 아저씨가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는 이해가 가지만, 방법이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연봉이 많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 떨어졌다니요... 밥을 굶겨서 개를 훈련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오히려 이제는 게임 개발자도 (좀 허세라도...) 물이 새는 지하에서 라면을 끓여먹는 이미지를 지양할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그래야 좋은 인력들도 계속 유입이 될 텐데 말입니다. 저희 팀의 형 하나가 장인 어른에게 (결혼 전에) 그래도 변변한 직장은 있어야지, 라는 말을 들었다는 얘기가 생각나네요. 가뜩이나 이공계가 기피당하는 이 현실에...
게임 개발자들이 어떤 열정으로, 어떤 자세로 자신의 삶을 이 분야에 걸고 있는가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말라죽은 거미에 대한 비유는 감히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Daywalker
09/11/13 20:06
수정 아이콘
정말 짜증나는 발언이군요.
저 역시 이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제일 듣기 싫은 소리가 '예전에는 말이야.. 창고나 주차장에 PC를 세팅해서 테스트 서버머신 연결해서 만들고 어쩌고...' 이런 소리입니다. 그 소리를 아주 당당하게 적어놨군요. '반지하 스튜디오의 습기를 막기 위해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누렇게 때가 낀 냄비에 휴대용 가스 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도 눈빛이 살기등등하게 송곳처럼 빛나고 있었다.'
저런 생활이 무슨 열정과 창의력의 상징이라도 된단 말인지.. 게임을 만들고 싶으면 저런 생활을 감수해야 한다는 건지.. 그게 게임개발의 로망인지..
그놈의 헝그리정신, 못하면 배가 불렀다 말하기 신공, 아니 무슨 우리가 체중조절해야 하는 복서도 아니고 왜 저런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저런 쓰레기가 교수를 할 수 있고 게등위 위원이 될 수 있으니 게임이 더 빨리 발전 못하는 것 같은데 말입니다.
저는 오히려 저런 생활에 열정과 창의력이 사라져서 회사를 옮겨버린 사람입니다.
하루빨리
09/11/13 20:13
수정 아이콘
난 애인이 없다님// 지금 이 댓글 보실진 모르겠습니다만 설명을 하자면,,, 홍대 루저녀가 올린 사과문에 루저를 'Luser'라 적엇습니다. 한번도 아니고 끝까지...... 이것 때문에 홍대 차석이 이런 실수를 하겠느냐고 '사과문 낚시설'이 돌았죠.
09/11/13 20:16
수정 아이콘
하루빨리님// 그거 낚시설이 아니라 낚시입니다.
Zakk Wylde
09/11/13 20:17
수정 아이콘
제가 다른곳에서 봤던게 합성이 아니라면... Luser는 이도경씨가 쓴 단어지요.. 한참 웃었는데 말이죠..
하루빨리
09/11/13 20:28
수정 아이콘
TORCS님// 낚시인가요? 낚시가 아니라고들 하던데...
09/11/13 20:34
수정 아이콘
하루빨리님// 사과는 사과고 아직도 180 미만은 남자로 안보인다던지. 악플러는 고소하겠다던지. 뭐 그런 글은 낚이고 싶어도 낚이기 힘들잖아요..
09/11/13 20:51
수정 아이콘
아우 이건 정말 짜증나다 못해 때려죽이고 싶어지네요 진짜..
배고파야 창의성이 나온다는 건 무슨 개드립입니까..
저런 생각들이 모여서 아직도 게임업계가 찬밥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거 아닌지..
다른 건 몰라도 제 희망직종에 대해 저딴 발언으로 뒤흔들려고 하다니 이제부터 저인간은 철천지 원수입니다. 퉷.
루크레티아
09/11/14 00:48
수정 아이콘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이 분은 저런 배고픈 시절의 프로그래머 경험이 있는 겁니까?
아무리 찾아봐도 그냥 글쟁이에서 어쩌다가 게임쪽에 다리를 걸친 사람으로 보이는데요...
사실좀괜찮은
09/11/14 10:50
수정 아이콘
헉... 이인화씨가 게임물 등급 위원회에 계셨군요 - _- 갑자기 등골이 싸늘해지는데...
09/11/16 11:30
수정 아이콘
게임업계는 아니지만, 윈도 소동을 벌인 모 회사에서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처지이다보니 남의 얘기로 안들리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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