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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1/13 17:20:16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헌법?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관련기사를 링크합니다.

한나라당이 야간 옥외집회.시위 금지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오전 6시까지로 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당론으로 제출키로 했다고 합니다. 뭐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 전패, 세종시 문제 걸려 있는 충청도에서 참패한 다음 '선전했다'라고 정신승리를 시전한 이후 '재보궐선거를 아예 없애자'라는 주장이 당 내에서 논의될 만큼 민의도 법도 뭣도 안중에 없는 집단이 한나라당이라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지만,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자기들 멋대로 이렇게 호도하는 꼬라지를 보노라니 정말 웃기지도 않습니다.

물론 그들은 말로는 "집시법TF는 그동안 헌법재판소가 집시법 제10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를 존중, 개정안을 만들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9월, 집시법 10조가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이유는 사실 매우 간단합니다. 헌법 제 21조 2항인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에 위배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한나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 이전부터 상당히 해괴한 논리로 야간집회 금지가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집회, 시위에 대한 권리와 사람들의 '행복 추구권'이 충돌한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쉽게 말해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니 집회, 시위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당시 어떤 언론은 사설에서 이런 소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집회는 참가자들이 모이기 쉽고 남들에게 집회를 보여주기 쉬운 장소와 시간을 택하는 게 상식이다. 인적이 드문 시간의 옥외집회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은 없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의 논리는 일견 그럴듯해 보입니다. 사실 집회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보여주는 데에'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유 의지를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요. 하지만 설령, 그런 목적에 부합하는 게 시위와 집회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절규'를 내보낼 시간을 법으로 또다시 제어하겠다는 것은 "그런 '절규'를 내보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입을 다물어라"라는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까요? 그리고 자신들의 통치 편의가 국민들의 '절규'와 헌법 위에 자리잡겠다는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까요?

자기의 권리를 외치는 것이 절실할 수 있는 어떤 이들에게 왜 그들을 위한 '법익'이 없어져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자. 지금 대한민국의 집회는 어떻습니까? 기자회견이나 문화제를 한다 해도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는 '집회'의 굴레를 씌워서 막아버리고 취소시키고 연행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시간대별로 1명씩 나와서 시위를 하자 릴레이 1인시위는 1인시위가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로 1인시위도 봉쇄합니다. 정부에 반하는 목소리를 낸다는 이유로 영장 없이 시민들이 연행되고 조사받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그런 자의적인 법 집행을 하는 주제에 집회를 '선진화'시키겠다는 이유로 '평화시위구역'을 지정하기까지 합니다. 경찰이 막지 않는 집회는 제 1공화국 시절의 '민중자결단'을 연상케 하는 수구단체들이 와서 깽판을 놓습니다.

한술 더 떠, 영장 없이 시위 참가자들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복면을 착용하면 폭력시위 범죄 예비자로 취급, 처벌하도록 하고,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위해기구의 제조·보관·운반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데 오히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시위 상황에서는 위해기구의 제조·보관·운반행위로 보이는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하는 집시법 개악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말로는 "이같은 법안들을 야당과 대화를 통해 절충과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라고 하나 그들의 노력이라는 것은 미디어법 때에 이미 충분히 본 상황이고. 미디어법과 관련하여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하지 않는다'식의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들의 폭정과 독재에 날개를 달아줄 것입니다.


얕은 꾀로 헌법을 기만한 당론을 내세우면서 그들은 늘 즐겨쓰는 적반하장의 미덕까지 보입니다. "한나라당에서 제출한 집시법 개정안은 분명히 복면을 금지하는 법안이지 일반인이 착용하는 마스크까지 금지하는 법안이 아닌데도 야당이 국민을 호도하기 위해 `마스크 금지법'으로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들이 복면과 마스크를 구분할 만한 수준이 되는 자들인지도 의문이거니와, 설령 마스크와 복면을 구분할 줄 안다고 해도 그들이 그런 것을 안중에 두지 않을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그리고 실제로 안중에도 없지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를, 아무리 자기들이 난리 부루스를 쳐서 만든다 한들 분명히 헌법 아래에 있을 또 다른 '법'을 만들어 허가 및 금지하려 하는 '하극상'을 벌이겠다고 공공연히 떠드는 그들이 한낱 국민들의 권리나, 절규나, 안전 같은 것을 생각하기나 할까요.


에라, 이 위아래도 없는 것들아.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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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폐허
09/11/13 17:24
수정 아이콘
행복추구권을 위해서라면
그리고 혹여 저에게도 그 행복추구권이 있다면 제 행복을 위해 투표하겠습니다..
그림자군
09/11/13 17:26
수정 아이콘
위 아래만 없으면 좋겠어요.
얘들은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막 나가는데...

아 국방부 시계도 돌아가더라... 제발 시간아 어여 가다오...
가면서 혼자가지 말고 쟤들도 좀 몽땅, 깡끄리 싸잡아가다오....
The xian
09/11/13 17:28
수정 아이콘
그림자군님// 위아래 '도' 없으니 문제고 큰일인 것입니다.
나두미키
09/11/13 17:32
수정 아이콘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이 우리에게 물어볼 겁니다....
"대체, 그때 뭐하셨어요?" 라고..
굿데이 그만둬
09/11/13 17:40
수정 아이콘
한나라당은 '한나라'를 위한 당인가요, '한나라당'을 위한 당인가요??
꼬마산적
09/11/13 17:55
수정 아이콘
http://media.daum.net/society/media/view.html?cateid=1016&newsid=20091113134709469&p=mediatoday

이 기사 보시면 재미있는 말이 나옵니다
엄연히 마스크 착용은 막아놓아놓고 마스크 법이 아니라 복면 금지법이라 하는군요
신종플루는 어쩔건데??
信主SUNNY
09/11/13 18:02
수정 아이콘
게임의 룰도 모르고, 불리한 룰은 그때그때 바꿔버리는 애같은 발상의 전형이네요. 철이 없다고 이야기하죠.

어쩌면 100년전처럼, 이제는 국내가 아니라 외국에서 독립운동하듯 집회해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세우실
09/11/13 18:07
수정 아이콘
제일 무서운 건 아직도 통한다는거지요.
위가 아니라 주위를 둘러볼때 더 큰 공포심이 밀려옵니다.
아아 뭐 그렇다고 무릎 꿇거나 멈추겠다는 건 아닙니다.
09/11/13 18:39
수정 아이콘
자신의 사상을 글로 쓰는 것이야 자유주의 국가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만

'헌법재판소의 판단까지 자기들 멋대로 이렇게 호도하는'은 아닌것 같습니다. 뭐 한나라당이 잘했단 얘기는 아닙니다만

우리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6명의 정족수가 채워져야 효력을 발휘합니다.

글쓴분이 말씀하시는 의견은 5명의 재판관이 해당하는데 6인이 채워지지 않아 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판결이 내려졌지요. 결국 시간대 없이 광범위하게 정한 것은 헌법 37조 2항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가 판결의 내용입니다.

결론은 헌재의 판결은 시간대를 정당하게 정한다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 입니다.

결국 한나라당이 헌재판결을 자기멋대로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진나라
09/11/13 18:42
수정 아이콘
한나라당의 논리대로라면,
국민 다수의 행복 추구권을 위해 한나라당을 안드로메다 저 멀리 보내버리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런 희망사항일 뿐.... 억지 논리는 힘 있는 자의 전유물이니까요.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09/11/13 20:02
수정 아이콘
해밀5님의 말씀을 부언하자면,

일단 헌법재판소 판결에는 기속력이 부여됩니다. 기속력이란건 '헌법재판소 판결의 효력이 모든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따라서 야간옥외집회금지에 관한 집시법 10조 헌법불합치 판결에 대해서도 국회는 이를 존중해야 할 법적인 의무가 있습니다.
다만, the xian님이 말씀하신 부분, 즉 "집시법10조가 헌법 21조 2항의 사전검열,허가제의 금지에 위반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건 판결의 주문이 아니라 판결 이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판결의 이유란, 판결의 결론이 아니라 결론을 도출해 내기 위한 논거로써 사용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는 재판관 5인의 찬성이 있었습니다. 다른 재판관 2인은 21조 2항 위반이 아니라, 37조 2항 위반이다 라는 취지의 별개의견을 제시했구요.

판결 주문이 기속력을 가진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으나, 판결 이유까지 기속력을 가지느냐에 대해서는 헌법학자들 간에 견해의 대립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판결이유에 대해서도 기속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으나,
설사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판결 주문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부분에 관한 것으로서, 위헌결정의 정족수인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은 있어야 할 것이다' 라고 했었죠.
이러한 헌재의 판례에 비추어 볼 때, 5인 재판관이 제시한 '21조 2항에 위반된다'는 의견은 기속력이 없습니다.

따라서, 야간옥외집회 금지의 범위를 합리적인 범위 내로 축소시킨다면, 금지의 형식을 유지한다고 해서 헌법재판소 판결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것은 법적인 차원에서 '적어도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일 뿐이고,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the xian님 말씀대로 비판이 있을 수 있음은 당연한 것이겠죠...
The xian
09/11/13 21:03
수정 아이콘
해밀5님// ryu131님//

21조 2항만 예로 든 것은 저의 실수입니다. 실수를 인정합니다. 37조 2항을 말씀하셨는데, 말씀하신 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는 조항이군요.

저는 한나라당이 내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집회 금지가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본문에 이미 들었습니다. 그들이 '절규'를 내보낼 시간을 법으로 또다시 제어하겠다는 것은 "그런 '절규'를 내보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입을 다물어라"라는 이야기와 다를 바 없는 말이고. 위정자들의 통치 편의가 국민들의 '절규'와 헌법 위에 자리잡겠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회가 오후 10시에서 오전 6시에 일괄적으로 사람들의 활동이 멈추는 사회이던가요? 대한민국 사회는 열시 취침, 여섯시 기상이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군대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저는 같은 판결이 또다시 이루어질 경우 5:4의 아슬아슬한 합헌 정도를 노리고 위헌과 합헌 사이에서 외줄타기식의 꼼수를 쓴 한나라당이 헌법재판소의 말을 존중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헌재의 판결은 시간대를 정당하게 정한다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식의 시각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시간대가 아니라 집회금지가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느냐 아니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다른 목소리'를 인정하기는 커녕 찍어누르기에 바쁜 한나라당과 위정자들이라면 그들이 본질을 생각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09/11/13 21:17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넵. xian님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
사실, 그런 식으로 '적법하게' 개정한다고 해도, 위헌성 시비가 다시금 생길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언젠가 다시 헌재의 도마위에 올려지게 되겠지요.
09/11/13 21:28
수정 아이콘
The xian님//

집회의 권리에 대해서
너무나 넓게 잡고 계십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11시 이후의 야간집회는 금지한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집회의 자유를 더 넓게 보장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The xian
09/11/13 22:05
수정 아이콘
zigzo님//

- '어떤 부분을' 너무나 넓게 잡고 있으며 그런 부분이 '왜 제어되어야 하는지' 말해 보십시오. 그리고 권리에 대해 넓게 잡고 있다 하셨는데 백번 양보해서 님 말처럼 제가 권리에 대해 넓게 잡고 있다고 간주한다 해도 마스크만 써도 폭력시위 가담자로 간주해 잡아넣어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게 만드는, 허무맹랑한 한나라당의 집시법 개악안만큼 범위가 넓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 해외의 사례는 참고대상이지, 우리나라가 다른나라보다 집회의 자유를 더 보장받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아닙니다. 설마하니 '프랑스는 11시 이후 야간집회 금지 국가인데 우리나라는 프랑스보다 집회보장이 덜 되어 있는 나라라 10시 정도면 적절하다'는 식은 아니시겠죠. 그런 식으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사례에 '얽매여' 우리나라의 법규가 만들어진다면 우리나라의 권리 보장은 항상 외국의 사례 안에서 맴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09/11/13 23:53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집회의 자유가 특별히 보장되어야 할 만한 기본권이라는 점에는 수긍합니다.
다만, 집회의 자유 또한, '헌법 37조 2항에 의거 법률에 의한 제한이 가능한 기본권'이라는 점에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따라서, 전 집회의 자유가 절대적으로 제한불가한 신성한 권리라는 주장에는 (현행 헌법에 입각해 볼 때) 동의할 수 없습니다.
(물론 xian님이 이런 주장을 하셨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zigzo님의 말씀에 대한 보충의견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되겠네요.

폭력시위 논리를 확대하고 포장해서 재생산하는 현 정부, 한나라당의 태도는 분명히 비판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그 기저에 놓인 맥락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전 '적어도' 폭력시위가 근절되어야 할 문화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루크레티아
09/11/14 00:42
수정 아이콘
시간만 보면 통금이군요.
ryu131님이나 zigzo님 말씀대로 집회의 자유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우선시되는 자유가 아니라는 것에는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한나라당의 꼬라지로는 그런 근거를 들어서 멀쩡한 집회도 탄압하는지라 옳은 말씀이라도 지금 당장의 설득력은 떨어져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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