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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08 19:31:44
Name swordfish
File #1 Midshipman.jpg (23.4 KB), Download : 69
Subject [일반] 역사) 후견인 제도- 전근대적 정책 속에 합리성


사관 후보생 표시 뱃지

나폴레옹 전쟁 당시 유럽 군대는 두가지 인사 제도가 존재 했습니다.

하나는 나폴레옹이 지휘하는 프랑스 대육군(Grand Armee)가 가진 합리적이고 근대 적인 완전한 능력제 진급방식
다른 하나는 영국 육군이 시행하고 있는 후진 적인 매관매직 제도.

전자는 능력이 뛰어나면 원수까지 될 수 있어요 하는 제도이고. 실재로도 쟝 란 원수의 경우에는 척탄병 병사 출신으로
원수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영국 육군의 경우는 돈을 주고 계급을 사는 제도였습니다. 물론 실재로 사는 건 아니고, 퇴직하면 돌려주는
보증금 형태의 돈이었지만요. 이런 제도 하에 탄생한 대표적인 인물은 나폴레옹 전쟁에는 아서 웰즐리라는 사람
이었습니다. 형님이 인도 총독이라 보니 미친 듯이 돈을 주고 계급을 사서 단 30살만에 대령의 자리에 오릅니다.
그리고 유능한 마이소르의 술탄 티푸와 싸워서 결국....

이겨. 장군이 반열에 오른 다음, 소장으로 에스파냐에 파견 어느 정도 성공한 후 , 다시 포르투갈에 중장으로
파견 이베리아에 프랑스 군을 축출합니다. 그리고 웰링턴 공작의 위에 오른 다음. 워털루에서 나폴레옹과
싸우게 되는 인물입니다.

뭐 이렇게 쓰니까 선직적인 인사 정책이나 전근대적인 제도나 별 차이가 없이 보입니다. 실재로도 최상의 인물
은 그렇습니다만, 전근대적인 제도에서는 하위 레벨에서는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영국 육군도 결국 매관 매직
제도를 폐지 합니다.

그럼 영국 해군은? 영국이니 육군 처럼 매관 매직 제도일 것 같지만, 해군은 프랑스에 가까운 능력 제였습니다.
이 때문에 하류층 사람들 중 어느 정도 머리가 있으면 해군 장교를 지망하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아예
돈이 없으면 장교가 못되는 영국 육군과 하늘과 땅 차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죠.(뭐 소설 샤프 처럼 돈 많은
사람이 유능한 젊은이의 계급을 대신 사줄 수도 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해군 역시도 전 근대적인 제도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후견인 제도. 한마디로 양성화 된 빽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소년이나 젊은이가 장교를 지망하면, 친척이나 아는 사람 가운데 해군 내의 유망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후견인 됩니다.

그럼 후견인은 뭘 해줄 수 있냐?
가장 기초적인 건 사관후보생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실재 수병이나 선원으로 최소 경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었습니다. 아예 서류상 배를 탄 것 처럼 속일 수도 있고, 거의 일을 않고 손님 대우를 받아 가며 선원 생
활을 해 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관 후보생 시절에서도 보다 편하게 후보생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교가 되기 위한 임관 시험 때는 보다 쉽게 합격시켜 줄 수도 있었습니다.
위관 장교가 되어 서도 공을 쌓으면 쉽게 함장으로 진급 시켜 줄 수도 있었고, 함장이 되면 보다 좋은
배를 탈 수 있게도 해주었습니다.
즉 후견인만 잘 만나면 해군내에서 진급은 원터치 였습니다.
넬슨 제독도 자기 외삼촌이 해군내 권력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런 혜택을 엄청 많이 받았습니다.

이런 점만 봐서는 아주 전근대적인 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능력과 관계 없이 후견인만 잘 만나면
만사 ok이니까요. 그리고 실재로 후견인이 없는 사람은 능력이 있어도 진급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근대성에도 합리성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일단 후견인을 맡은 사람은 이들 젊은이들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보살펴 주는 것이었습니다.
만약에 이들 젊은 이들이 무능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다닌다면 자신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만약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피후견인을 부탁했는데, 그가 무능한 행동을 할 경우 평판은 물론 자신의
진급에도 악재가 됩니다. 반면 피후견인이 유능하다는 평판을 받을 경우 평판도 좋아지고, 자신이 직접
피후견인을 자기 휘하로 불러 올림으로써 진급 가능성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즉 이렇기 때문에 후견인은 피후견인으로 유능한 젊은이를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피후견인이 되는 젊은이들에게도 이 제도는 단지 진급 문제를 제외하고도 좋은 점이 있었습니다.
후견인이 자신의 멘토가 되어 줄 수 있다 점에서 말입니다.

결국 이 전 근대적인 제도가 유능한 젊은이를 빠르게 진급 시킬 수 있다는 장점과 훌륭하게 교육시킬 수
있다는 장점을 불러 온 것이죠.

하지만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제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전쟁이 많았기 때문
입니다. 바로바로 피후견인의 성공과 실패를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후에
사실상 영국 해군의 패권 시대가 되면서 이렇게 좋은 장점을 살리기 어려워 집니다. 또한 민주주의 시대에
이런 비민주주의 적 제도를 공공연하게 나눈다게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영국 해군도 합리적인 사관 생도 체제와 완전 능력제 진급제로 바꿀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관 후보생이라는 단어(Midshipman)랑 그 표시는 아직까지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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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09/10/08 20:42
수정 아이콘
전 전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후견인 제도가 그러한 합리적 후견인 선택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그들만의 리그 아닌가요. 혹시 영국 해군 장교중 완전 평민 혹은 귀족 출신이지만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으로 후견인을 구해서 자신도 이름을 떨치고 후견인도 이름을 떨친 사례을 소개 시켜주신다면 이 합리성을 이해하는데 좀 도움이 될 듯 합니다만..
내일은
09/10/08 21:48
수정 아이콘
제한된 합리성으로 봐야죠. 혈통이나 작위, 엽관제나 여타 능력 이외의 것이 중요한 사회에서 전쟁같이 능력만이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사람을 뽑기 위해 만든 여러가지 보완제도 중 하나로 봐야 할 듯 합니다. 후견인 비슷한 제도들은 역사상 꽤나 흔한 관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능력주의라고 보는 진급제도 완전히 합리적인 제도는 아닙니다. 능력만 있으면 19살 신검대상자도 대장이 되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연공서열제, 군계급제, 전문관료제 등이 채택된 사회에서 '합리적'으로 고위장교를 선발하기 위한 제도가 지금의 진급제입니다.
우리가 지금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는 진급제 등은 인류 역사로 볼 때 기간으로 한정한다면 굉장히 드물고 희귀한 제도 입니다.
09/10/08 22:26
수정 아이콘
기업의 효율성을 위해서라면 제왕적 재벌총수 시스템이 좋을 수 있다는 면과 어느 정도 통하는 것 같군요.
하지만 효율성이 전부가 아니기에 재벌이 까이는 것 처럼 후견인 제도 또한 사라지는 것이 운명일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

여담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보면 과거제도를 까대면서 인맥을 활용한 등용을 주장하는데요, 처음 그 글을 봤을땐 '이 아줌마가 X쳤나...'하고 생각했더랬죠. 현대의 미국에서도 일부 활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조선시대로부터 유구하게 내려온 당파싸움에 시달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는 어이가 없는 주장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뭐 지금도 사람보다는 시스템을 믿기에 평등경쟁을 하는 편이 유능한 사람을 몇 놓치더라도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이적집단초전
09/10/08 22:29
수정 아이콘
우리야 과거제가 오래된 전통이니 현대적 관료제도의 역사성에 대해서 별다른 생각이 없지만 유럽에서는 절대주의 시대에 도입된 첨단제도였습니다. 거기에 유럽의 봉건문화의 근간은 군사문화니 군대가 그렇게 구체제를 유지할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런 맥락으로 보아야겠지요.

그러고보니 많은 문화권의 봉건제도는 기본적으로 군사력 중심의 제도긴 하군요. 고대 중국에서나 일본에서나 유럽에서나. 우리나라 고려때도 그렇고. 왠지 정예군, 특히 이민족을 막기 위한 지방정예군이 군벌화 되는 경향도 있고 사실 이런 군벌체제가 군사적인 면에서는 더 뛰어난 경우도 많았구요.
09/10/08 23:48
수정 아이콘
ljchoi님// 로마인이야기 몇권에서 그런이야기가 있었는지 좀..
읽은지가 오래되서 제 기억이 희미해서 그런건지 궁금합니다
제 기억에는 인맥을 활용한 등용을 주장했다기보다는 도제식 세습제의 장점을
그 당시 과거의 상황에 맞추어 이야기했을뿐이었는데 말이죠..
과거 택했던 방법에 대해 현재의 상황과는 전혀다른 여건하의 과거상황이었음을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현상황의 기준으로 비판함이 옳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시각입니다..
swordfish
09/10/09 00:18
수정 아이콘
몽키.D.루피님// 농담으로 이야기 하면 소설 속의 혼블로워는 능력으로 후견인을 얻죠.
저도 정확한 레퍼런스는 없지만, 현재 읽고 있는 책에서도 '후견인으로써 사관후봉생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도중에 유력자의 후원을 받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위관이나 준함장 시절 중에 전투에서 용맹을 보이거나 해군성 등의 주목을 끌면 됐던 것이다.'
라는 언급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아예 없다고 이야기 하기도 힘든 거죠.
(좀더 레퍼런스를 찾아야 겠습니다만)
단 능력 없는 사람은 비록 공작의 자식이거나 제1 해군경(현대의 해군 참모총장), 그리고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라도 후견인을 얻기 힘들었다는 건 그만큼 불합리한 제도는 아니었다는 걸 의미하는 거겠죠.
swordfish
09/10/09 00:35
수정 아이콘
그리고 과거이야기를 덧 붙이자면 과거 제도 현대 관점에는 엄청 합리적인 제도입니다.
시험으로 관리를 뽑으니까요?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죽 했으면 청말에 개화파들이 과거제도 철폐를 들고 나왔겠습니까?

그 이유는 두가지 입니다.
유교 경전을 달달 외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일하지 않는 유산자 계급만 사실상 시험 응시가 가능했습니다.
또한 문제 출제와 채점이 절대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누구 제자냐? 어떤 가문이 냐?가 당락에 중요한 요인이 되었죠. 또한 지역적인 차별도 은근히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홍경래의 경우)

즉 합리적인 제도가 전근대 사회에서는 전근대적인 후견인 방식보다 더 한심하게 움직인 거죠. 적어도 영국 해군
내에서 후견인이 없어도 전공만 세워도 장교는 하니까요. 그런 매력이 있기 때문에 가난한 집 자식 중 머리 좋은
사람은 해군에 들어 간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과거 제도는 석학 이익도 좌절해 버렸죠. 결국 이익 선생이 벼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전근대적인
추천인 제도였습니다. 결코 지금 관점에서 생각하시지 마시길.
09/10/09 09:03
수정 아이콘
지금도 공채까지만 능력제이지 일단 조직에 들어가고 나면 후견인 제도라능...
09/10/09 16:07
수정 아이콘
제가 좀 심한 어투를 쓴 것 같군요. 저도 사실 로마인 이야기를 읽은지 오래라 대략의 기억으로 썼는데, ph님께서 기억하시는 것이 맞지 싶습니다. 사실 시오노 나나미의 열렬한 카이사르 사랑에 이은 제정 옹호에 대해서 별로 맘에 들어하지 않는지라, 그에 따른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하네요.
물론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시대 당시에는 제정이 최선의 선택이었다라는 뉘앙스로 글을 썼다면 그렇겠네 하고 넘어갔겠지만, 제가 보기엔 단순히 그 시대에 국한해서 평가한 것이 아니었거든요. 종종 현대의 사회상을 언급하면서 쓰는 것이 '이사람은 카이사르같은 인물이 나와서 독재권력을 손에 쥐고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건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민주정을 옹호하는 제 입장으로서는 맘에 안들 수 밖에 없었지요. 유능한 1인에 의한 통치가 우매한 다수에 의한 통치보다 훨 낫다는 책이 청소년 필독서로 꼽힌다는 것이 아직도 불만이라면 불만으로 남아 있습니다.
09/10/09 18:55
수정 아이콘
ljchoi님// 그 유능한 1인이 카이사르라면 굳이 민주정을 해야하는가?에 대해선 저도 선뜻 대답하기 힘든문제 같군요
정치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편안하게 해주면 된다는 시각으로 보면 사실 민주정이든 군주정이든 중요한 건 아니죠..
군주정이 국민의 정치참여를 막는다고 하지만 지금의 민주정이라고해서 모든국민의 정치참여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 문제는 넘어가더라도 로마인이야기 내용이 군주정의 옹호(근데 카이사르의 경우 군주보다는 원수정이라고 봐야하죠)
을 이야기한거냐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시오노 나나미씨는 로마와 미국을 비교하면서 제국주의라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님을 이야기했고..
더불어 카이사르보다 더한 절대군주인 콘스탄티누스대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사유를 들어 꽤나 비판적으로 썻죠..

저 개인적으로는 군주정과 민주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군주정보다 민주정이 더 효율적인 체제라고 봅니다..
카이사르같은 인물 기다려봤자 그런 인물이 10년에 한명이라도 나오기가 어려운데..
그보다 못한 인물들이 군주가 되면 그 부작용은 감당할 수 없을정도가 되니까요..
아직도 전 군주정이 민주정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더군요..
09/10/09 20:12
수정 아이콘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벌은 어마어마한 대학살이었는데, 그 얘기는 싹 빼고 이후 갈리아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카이사르는 참 위대했다고 말하는 나나미 할머니는, 적어도 카이사르에 대해서만큼은 별로 객관적인 서술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만..
09/10/09 21:26
수정 아이콘
의사결정에서 설득과 토론, 그리고 최종적인 결론의 도출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과정이 필요한 민주정보다 최고권력자 한사람의 명령으로 행해지는 군주정이 효율적이라는 뜻이겠지요. 결론 자체가 최선인가 아닌가를 따지기보다 그 과정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효율'이라는 말의 일반적인 쓰임새니까요.
효율로만 따지자면 재벌의 의사결정구조처럼 1인통치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다만 그 1인이 어떤 인물이냐에 따라 지옥으로도 떨어질 수 있는 것이 군주정이므로 최소한 끝도 모를 추락은 피할 수 있는 민주정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역량보단 시스템이 훨씬 믿을만 하다고 할까요.
09/10/10 07:50
수정 아이콘
OrBef2님// 하지만 그 이전에 로마가 갈리아에 침공을 당했던 것도 사실이죠..
그리고 대학살이라는 이야기는 전쟁중이었던 상황하에서 과연 맞는 단어일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구요..

ljchoi님// 일반적인 쓰임새라는 건 압니다만..
어차피 그 의사결정과정을 위한 효율도 결국 '결론'을 내리기 위한 도구이니..
최선의 결론이 나오는지 아닌지를 굳이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님이 말씀하신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바로 효율적인거라고 보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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