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PGR 바둑 이야기 제19회 - 5주차 3일
지난 연재 보기
바로가기 목차
초보자 코너
스피드 수읽기 퀴즈
주말 사활 특집 - 3편 : 귀의 6궁도 - Part 2
PGR 바둑 대회 관전기
어제(4일 금요일)의 바둑 경기 결과
일본 명인전 도전1국
이야마 유타 8단(백) :
장쉬 9단(흑) - 304수 흑 반집승
2009 한국 바둑 리그 - 영남일보 : 티브로드 - 4 : 1 영남일보 승
김지석 6단(흑) : 목진석 9단(백) - 284수 흑 2집반 승
김형우 4단(백) : 안조영 9단(흑) - 290수 백 3집반 승
염정훈 6단(흑) : 김현섭 초단(백) - 213수 흑 불계승
강유택 3단(백) :
조한승 9단(흑) - 흑 불계승
박영훈 9단(흑) : 류동완 2단(백) - 279수 흑 불계승
박카스배 천원전
김영환 9단(백) : 유재성 4단(흑) - 168수 백 불계승
원익배 십단전
류재형 8단(백) :
조혜연 8단(흑) - 234수 흑 4집반 승
루이나이웨이 9단(백) :
서무상 7단(흑) - 267수 흑 불계승
오늘(5일 토요일)의 경기 및 방송 일정
2009 한국 바둑 리그 - 신안 태평 천일염 : 한게임
안형준 2단 : 홍성지 7단 / 강동윤 9단 : 김주호 8단
중국 갑조 리그 -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출전
초보자 코너 제5회
초보 강좌 : 바둑을 두지 않고 바둑을 즐기는 법
Capture Game 즐기기
너굴의 초급 일기
sgf 기보 파일 프로그램 받기 - 초보자 코너 문제 기보 파일(sgf 파일 형식)을 업로드했으니 다운 받으셔서 직접 두어보시기 바랍니다.
지난 연재 읽기
초보자 코너 제1회부터 읽기
이번 회부터는 첫 문제 세트에 다양한 초보 사활 문제를 제시하고, 두 번째 문제 세트에 돌을 잡는 방법에 관한 문제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코너는 강좌 형식이긴 해도 ‘바둑을 가르친다’라기 보다는 ‘바둑 규칙을 간단히 아는 분들이 풀 수 있는 퍼즐을 제공해드린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소 두서가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림 1> 문제 세트 9
1-4번 문제는 흑으로 백돌을 잡는 흑선 백사 문제, 5-8번은 흑으로 자기 돌을 완생으로 만드는 흑선 활 문제입니다. A, B 어느 쪽을 두는 게 옳을지 생각해보세요.
잠깐 바둑 용어 이야기를 하자면, 1번 문제(이제 여러 번 보셔서 익숙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와 같이 백돌이 연속된 빈 공간을 세 칸 둘러싸고 있는 걸 3궁도라고 부릅니다. 네 칸을 둘러싸고 있으면 4궁도, 다섯 칸이면 5궁도, 이런 식이죠. 3궁도는 대충 눈치 채셨겠지만, 먼저 두는 쪽이 이깁니다. 1번 문제의 경우 흑이 먼저 두면 백이 죽고, 백이 먼저 두면 백이 살죠. 4궁도는 두 가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조건 살아있습니다. 이번 문제 세트에서 신경 쓰실 건 이 두 가지입니다.
2번 문제는 어떻게 하면 백을 3궁도 모양으로 만들까가 문제, 6번, 7번 문제는 어떻게 하면 흑이 4궁도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문제입니다.
3번, 4번은 예전에 나왔던 눈이 아닌 눈, ‘옥집’을 만드는 기본 스킬에 관한 문제입니다.
5번, 8번은 단수를 잘 쳐서 돌을 살리는 방법이 되겠네요.
<그림 2> 문제 세트 10
지난 시간에 이어서 장문에 대해.
축이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게 아니었듯이 장문 또한 만능은 아닙니다. 사실 바둑의 모든 수가 그렇습니다. 모든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통하는 수란 없고, 상황에 따라서 좋은 수가 나쁜 수로, 나쁜 수가 좋은 수로 둔갑하죠. 흔히들 고스트 바둑왕에서 접하신 ‘신의 한 수’란 건 모든 상황에서 통하는 절대 만능의 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수가 진짜로 존재하고 우리 인간이 모를 뿐이라고 해도, 그런 수는 그저 바둑의 변화무쌍한 여지를 없애버리는 수일뿐이겠죠. 누구든 그 ‘신의 한 수’를 두면 그 수 이후의 모든 상황이 통제된다는 이야기니까요, 바둑은 그만큼 재미없어질 겁니다. 사실 원작 만화는 보지 않았고, 아직 애니에 관심이 깊지 않던 시절에 대충 애니만 본 거라서 그 작품에서 정의한 ‘신의 한 수’에 대해서는 솔직히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잡설은 이쯤하고, 위의 문제 세트의 네 문제는 전부 장문이 통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장문을 그물을 씌우는 것에 비유했습니다. 그물이 허술하면 물고기는 탈출하기 마련. 장문도 허술하면 상대 돌이 탈출해버립니다. 그런 허술한 그물의 예를 들어보았습니다.
1, 3, 4는 지난 시간에 보신 모양이죠? 무엇이 다를까요. 흑이 지난 시간 문제처럼 장문을 씌우면 무슨 일이 발생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2번 문제는 백돌이 흑돌 네 개에 의해 갇혀 있는 장면. 그러나 탈출이 가능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그림 3-1> 문제 세트 9 - 정해도 1
문제 1은 전형적인 3궁도의 급소.
문제 2는 상대를 3궁도로 만드는 스킬입니다. 흑1로 두 돌을 연결하고 나니 흑돌 석 점이 단수에 몰린 상황. 백2로 좋다고 따내는 백. 그 뒤의 모양이 어떻게 되는지 다음 그림을 참조하세요.
문제 3, 4. 흑1로 흑돌 하나를 희생하는 게 핵심입니다. 백은 이 돌은 잡아도 살 수 없습니다(안 잡는다고 사는 건 또 아닙니다만...;). 그 이유는 다음 그림에.
문제 5. 흑1의 단수가 올바른 방향. 백2로 탈출을 시도해도 여전히 단수라서 흑3으로 따낼 수 있습니다. 그 이후의 모양은 다음 그림에.
문제 6. 백돌이 단수에 걸렸다고 덜컥 따내면 안 됩니다. 일단 흑1로 둬서 4궁도의 모양을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포로가 된 백돌 한 점이 없다고 보고 생각하면 흑이 연속된 네 칸을 둘러싼 4궁도의 모양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문제 7. 흑1로 먼저 둬서 4궁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앞의 그림 6보다 알기 쉬운 4궁도 모양인 것 같네요.
문제 8. 흑1로 둔 순간 흑3의 자리가 백에게는 ‘착수 금지’라는 점. 백2로 바깥쪽 활로를 모두 메워서 흑돌을 단수로 몰 수 있지만, 흑3으로 백 두 점을 따내면서 두 눈을 확보한 모습입니다.
<그림 3-2> 문제 세트 9 - 정해도 2
앞의 수순의 결과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 2의 계속. 백이 앞 그림에서 2로 따내고 나고 보니, 3궁도 모양. 그런데 차례는 흑 차례. 그럼 당연히 흑3으로 백이 죽습니다. 문제 2의 원래 모양은 4궁도였단 점(갇혀있는 흑돌 두 개를가 없다고 생각해보세요). 이걸 흑은 자기 돌을 희생해서 3궁도로 줄여버린 것입니다.
문제 3, 4에서 백이 흑돌을 잡은 결과. 세모로 표시된 자리가 옥집입니다.
문제 5에서 흑이 따낸 이후의 모습. 백이 a로 두어서 흑돌을 따낼 수 있단 걸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때 흑b로 두어야 완전한 두 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림 4> 문제 세트 9 - 실패도
A냐 B냐의 선택을 잘못한 그림. 1-4번은 백이 살아있단 게 알기 쉬운 편이지만, 5-8번은 조금 생각하셔야할 것 같습니다. 특히 8번은 <그림 1>에서 3번 문제와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림 5> 문제 세트 10 - 결과도
1, 3, 4번 모두 지난번처럼 장문을 씌웠습니다. 그런데 1, 3번은 백2를 두고 보니 도리어 흑이 단수에 몰립니다. 흑3으로 자기 돌 살리기 바쁜 틈을 타서 백이 4로 탈출에 성공한 장면입니다. 4번은 탈출한 것도 모자라서 백12까지 오히려 흑돌 넉 점을 잡는군요. 이런 적반하장이 가능한 이유, 바로 백돌을 둘러싸고 있는 흑돌이 각각 백 세모 돌로 활로가 꽉꽉 메워져 있기 때문이죠. 지난 시간 그림과 비교를 해보신다면 차이를 아실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장문이 되는가 안 되는가는 일반적으로 상대가 탈출을 시도하려는 수에 의해 내 돌이 단수에 몰리는가 아닌가를 생각해보시면 됩니다. 장문이 안 된다면 무리하면 안 되겠죠. 그런데 실전에서는 초보자 바둑에서는 이런 무리한 장문을 씌우다가 오히려 망하는 경우가 종종 보입니다(제가 그렇습니다.;;)
2번 문제도 흑의 허술한 포위를 뚫고 나가는 장면입니다. 한 수 한 수 직접 두어보시면 알기 쉬우시리라 봅니다.
직접 마주하고 가르칠 때는 상대가 모르는 걸 이것저것 물어오지만, 이렇게 일방적인 강좌의 형식에선 자칫 저만 이해할 수 있는 쪽으로 흐르기 쉬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이해가 안 가실 때는 꼭 말씀해주시면 보강 설명 해드리고 또 이후로 설명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읽으시다가 이해가 안 가시는 부분이 있으면 댓글, 혹은 댓글이 부담스러우신 분들은 쪽지를 통해서 질문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목차로 돌아가기
스피드 수읽기 퀴즈
지난번 스피드 수읽기 퀴즈의 해답을 공개하겠습니다.
<그림 6> 해답도
우상 - 먼저 3으로 덜컥 끊으면 패가 납니다.
좌상 - 두 점을 희생해서 삶.
좌하 - 흑1에 백4는 흑2, 백A, 흑B.
우하 - 백9 -- 3으로 이단패.
그럼 오늘의 문제 나갑니다.
<그림 7> 문제도
우상 - 백선 활. (Graded Go Problems for Beginners Vol.4 No.372)
좌상 - 흑선 백사. (Graded Go Problems for Beginners Vol.4 No.377)
좌하 - 흑선. (Encyclopedia of Life and Death by Cho Chikun - Advanced No.25)
우하 - 백선. (Go Seigen Tsumego No.9)
목차로 돌아가기
주말 사활 특집 - 3편 : 귀의 6궁도 - Part 2
기본 사활 형태를 유형별로 정리해서 풀어보는 주말 사활 특집 코너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귀의 6궁도과 관련이 있는 형태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주엔 문제 4 세트 총 12문제가 나갑니다. 역시 우상이 기본형이고 나머지가 변형입니다.
<그림 8> 문제 세트 7
우상 - 백선 흑사 / 좌상 - 흑선 활 / 우하 - 백선 흑사
<그림 9> 문제 세트 8
우상 - 흑선 패 / 좌상 - 흑선 활 / 좌하 - 백선 흑사
<그림 10> 문제 세트 9
우상 - 백선 패 / 좌하 - 흑 활
<그림 11> 문제 세트 10
우상 - 흑선 활 / 좌상 - 흑선 활 / 좌하 - 백선 패 / 우하 - 백선 패
해답도 및 변화도는 6주차 1일 연재에 올라갑니다.
목차로 돌아가기
PGR 바둑 대회 관전기
<대진표> PGR 바둑 대회 현황.(승점 - 자신이 이긴 사람의 세트 수의 합, 승승점 - 자신이 이긴 사람의 승점의 합)
1. 단 리그 풍경 - 하극상 실패
단 리그 대진표를 보시고 단 리그 1라운드 대진이 어떻게 짜여졌는지 짐작하신 분도 계실지도 모르겠다. 저단진(4단 이하) 5명, 고단진(5단 이상) 5명 딱 떨어지는 지라, 나눠놓고 가나다순으로 붙인 것. 급 리그 대진 짜면서 주사위로 무작위 랜덤 배치하던 게 귀찮아서 단 리그 배치는 이렇게 한 것이다(대회 운영진 실격감이다). 거기다가 저단진이 고단진을 이기는 하극상 구도를 보임으로서 1라운드부터 이슈를 만들려면 일단 저단진과 고단진을 많이 붙여놓고 볼일 아니겠는가(대회 운영진 실격도 모자라서 대진표 조작, 부커진까지...).
뭐, 현재까지 그 의도는 모조리 빗나간 듯하다. 애당초 3국까지 가는 것만이 목표였던(하지만 그 목표조차 실패한) 필자와 이론보다는 순수 실전 초식파임을 자처하시는 만큼 잔수에 잔뼈가 굵은 애플보요 님이 상대였던 케빈2848 님은 그렇다 치더라도, PGR 공식 해설자 소인배 님에게 한칼을 날리고, 후더기 님의 강력 추천을 받은 레인메이커 님이 결국 남은 2, 3국을 내주면서 패했다는 소식이 오늘 들려오고, 조금 어렵겠다 싶어진다. 타이젬 단 따위 급으로도 안 쳐준다는 기원 바둑에서 살아남으신 수읽기의 대가 후더기 님 상대로 일단 석 점에서 패한 히로317 님께는 죄송하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테고, 그나마 얼핏 기력차가 덜 나 보이는 Elminsis 님과 TheLifer 님의 대국이 있으나(이 두 분 정말 어떻게 되신 건지, 소식이라도 좀...;), 사실은 사이버오로의 최고 단수 7단(별이 붙는지 안 붙는지는 차이가 있지만.)이시라는 TheLifer 님의 단수는 사실 저평가된 감이 많다.
아무튼 남은 두 대국의 저단자 분들이 힘내셔서(이미 끝났다면 어쩔 수 없지만), 승자조가 고단자 잔치가 되어서 ‘내려올 사람은 내려온다’란 말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아, 이 말이 나오려면 일단 올라가고 볼일인가...
2. 바카닉테란 6단 vs 디미네이트 초단 실전기(?) 1편 - 1라운드는 버린 거냐?
자기 바둑 이야기하기, 그것도 진 바둑을 이야기하는 건 좀 어떤가 싶긴 하지만, 일단 그래도 해본다. 아무래도 실전을 둔 입장인지라 필자 관점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점은 양해해주시길.
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좀 유명한 일화를 들춰보자.
지금은 고인이 되신 ‘괴물’ 후지사와 슈코 9단의 유명한 일화. 어느 날 누군가가 후지사와 9단에게 질문하길 “바둑의 신에게 몇 점이면 승부를 할 수 있겠는가?” 후지사와의 대답, “석 점이면 이길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잠시 후, 안색이 약간 붉어진 후지사와가 “만약 목숨을 걸고 둔다면, 넉 점으로 두겠다.”라고 했다는 일화는 제법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리라 본다(사실 필자는 왜 후지사와 9단의 안색이 붉어졌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그때 후지사와 9단이 예상한 흑의 포석이 바로 다음과 같다.
<그림 12> 관전자 분들,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아마 귀를 지키는 가장 튼튼한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이렇게 되고 나면 귀를 건드릴 방법이 없다(물론 주변 상황에 따른 것이니 ‘절대’란 건 없지만).
접바둑에서 놓는 돌이란 것은 사실 집으로서 가치를 따질 수는 없는 돌이다. 보통 화점 한 수에 열 집 가치가 있다고 봐서 넉 점이면 40집 정도 차이가 있다고들 하고, 프로 기사들끼리 시험 삼아 접바둑을 두어도 수치상 크게 차이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넉 점을 놓았다고 해서 이걸 ‘40집 벌고 시작한다’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특히 상대에게 빈 귀를 내주는 두 점, 석 점 접바둑에서 이 사고 방식은 상당히 피를 본다;).
간단히 40집 역덤, 그러니까 백의 집으로부터 40집 공제한다는 룰로 바둑을 둔다고 생각해보자. 넉 점 치수 차이가 나는 상수랑 이렇게 두었을 때, 그 결과는 비슷할까? 아무리 그 정도 실력 차이가 난다고 해도 대마가 잡히지 않는 이상, 백이 40집의 덤을 낼 수 있을까? 접바둑에서는 대마가 잡혀서 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기저기 상수가 침식해서 형세를 맞추는, 즉 40집의 가치가 있는 걸 40집의 가치가 못 나오게 막아서 이기는 경우도 많다. 40집 예상가를 주는 것(넉 점 접바둑)과 40집 확정가를 주는 것(역덤 40집)이 차이, 이건 상당히 크다고 본다.
간단히 비유하자면 넉 점 접바둑은 ‘40집으로 환산할 수 있는 쿠폰’을 받은 셈이다. 이걸 40집으로 환산 받으러 가는 길에 자기 실수로 찢어버려서 40집을 날려먹는 수도 있고(아, 반이라도 남으면 반값은 받는 쿠폰이라고 해둘까), 마음씨 나쁜 상수가 가로채버릴 수도 있는 거다. 그렇다고 너무 쿠폰을 지키려들다간 상수가 먼저 발 빠르게 앞서가서 배급을 다 타가 버릴지도 모른다(아, 갑자기 비유가 공산화 되었다. 전 간첩이 아닙니다, 동무들!).
그런 접바둑에서도 발 빠르게 초반에 40집을 일단 확정가로 환산 받고 시작하는 수법이 있으니, 바로 위의 수법이 그 중 하나다. 물론 40집을 환산 받으면서 상대방에게 그다지 실리나 두터움을 주지 않는 게 중요. 그런 점에서 상당히 깔끔한 방법이다. 일단 찌를 곳을 찾아야할 백의 입장에서도 귀에 찌를 곳이 없어서야 초반에 곤란해진다. 물론 맞바둑에서는 발이 무지 하게 느린 수법. 귀에 이렇게 세 수가 투자하고 있다간 요처는 상대가 다 챙겨간다. 게다가 원래라면 변으로 한 칸 혹은 날일자 뛰어야할 자리를 마늘모로 기어간 것이다. 안 그래도 맞바둑에서 그다지 좋은 정석이 아닌데 마늘모로 기어서 더 안 좋아졌다. 이건 ‘40집 쿠폰’을 미리 들고 있기에 가능한 수법이다.
그러나 이런 수는 한 마디로 말하면 이런 의미다. ‘난 당신에게 한 수 배우는 데엔 관심 없다, 그저 이기고 싶을 뿐이다.’ 후지사와 9단도 신에게 한 수 배우는 입장이라면 이렇게 두겠는가. 목숨을 걸고 이겨야할 판이니 그렇게 두겠다는 것이리. 상수로부터 수를 배우는 접바둑의 본디 목적을 상실한 수법이고, 상수 입장에서도 짜증나며, 사실 바둑도 재미없어진다. 여러분들도 평소에 이기고 싶어서 안달이 난 넉 점 상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자제하시길. 사실 이 수법을 알아도 실전의 필자처럼 운용에 실패하면 지는 건 마찬가지다. 바둑에 ‘필승’이란 없으니. 기왕에 지는 거면 배우고 지는 게 낫지 않겠는가.
그런 걸 잘 알면서도 필자가 이 포석을 택한 이유는 오직 하나. 3국까지 가기 위해서다. 필자가 평소 애플보요 님과 접바둑을 몇 판 두어본 바, 타이젬 6단과는 석 점은 힘들고, 넉 점은 그냥 할 만하겠다는 느낌. 규칙을 만들고 보니 다섯 치수 차는 석 점. 솔직히 막 만든 규칙이 아니라 나름 머리를 짜서 고안한 거라서 스스로 어기긴 좀 그렇다. 그렇다고 2:0으로 지는 건 아무래도 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단 2국을 따고 보자는 식의 배수진이었던 셈이다. 승부 입장에서 보면 ‘설마, 석 점은 버린 거냐?’고, 한 수 배우는 입장에서는 ‘설마, 넉 점은 버린 거냐?’인 셈. 그러나 애당초 ‘설마, 1라운드는 버린 거냐?’였다.
(다음 편에 계속)
**PGR 바둑 이야기에서는 여러분들의 관전기/실전기를 모집합니다. 관전 혹은 대국하면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장면 등을 보내주시면 PGR 바둑 이야기 연재에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자게 줄 수 걱정 없이 편하게 쓰시면 됩니다. 제가 이미 다 채웠으니까요.^^)
**대회 참가자 여러분들도 계속 해서 대국 일정을 알려주시어 PGR의 많은 분들이 관전하시면서 즐길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목차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