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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18 02:30:40
Name 럭키잭
File #1 but_i_am_alone.jpg (178.6 KB), Download : 74
Subject [일반] 독해력을 훈련 해 볼까요.


제목 : 두 사람

이런, 형편없는 솜씨군.

누구에게 하는 말입니까.

당신 머리에 있는 거, 아무도 모를거요. 그런 흐릿한.... 생각? 좋지 않은 표현이군. 그런 모호한 이미지들을
어설픈 재주로 적어 내려가 봐야 말이야. 당신은 녹이 슬었어. 기름을 좀 쳐야 할겁니다. 녹도 떼어내고.

섭섭하군요. 그는 말했다. 그가 말했다고 해서, 어떤 표정임을 설명하지 않음은 곧 내가 불안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요, 나는 과시하고 싶어해요. 무엇보다 저 자신에게 말이죠.

그걸 '스스로에게'가 아닌 '저 자신에게'라고 쓴 것은 제법 훌륭합니다. 만족하고 있어요.
다만 '가 아닌'과 '쓴 것은' 또는 '제법'의 남용은 당신의 사기를 꺾기에 충분하죠. 형편없거든.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모르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이런 말투는 좋지 않군요, 그리고 우리 지금. 대화만 하고있어요 지문도 없이.
이제 뭔가 행동을 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그런 말 마십시오. 그는 말했다. 지문은 간략할수록 좋습니다. 당신은 지금 과시하는게 목적이 아니니 말이에요.

'과시하는 게'라는 표현은 좋지 않아요. 다른 건 또 없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지금 당신 생각은 알겠군요. 당신 지금 우리들이 하는 말에 A와 B, 그런 식으로 기호를 달고 싶어하죠?

그렇게 하고 싶군요. 지문은, 고작 두개니까. 누가 이걸 알아보겠습니까?

겁내지 마세요, A. 당신의 이름은 어느새 A가 되어버렸군요. 여하튼, 당신은 독자의 능력을 과소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가 B라는 점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이후로는 저를 벤이라고 불러주세요.

만약 이글이 지문이 빼곡한 일반적인 글이었다면, 당신 지금 그런 긴 말을 온전히는 못했을겁니다. 그렇게 장황히 주절거려 대면
나 또는 저 빌어먹을 작가나 다른 상황들이 두어 번은 끊어먹기 쉬울테니까.

말 흐리지 말아요. '테니까'표현, 지나치게 남발하고 있고 지금 내가 말한 두어마디가 전부 '고'로 끝을 맺었다는 사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리고 당신 말이 훨씬 긴 걸, 보통 그래.

당신 말이 곧 내 말이니 그런건 의미 없어요.

황당하군.

실제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나는 말했다.

시점이 바뀌었군요, 이제부터 헛갈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요, 당신은 누구죠? A, 혹은 벤?

나도 모르겠는걸. 그 차례말이야. 적어도 지금 난 벤이에요. 다만 내가 말할 차례인지는 모르겠군요.

빌어먹을, 그렇다면 그만 둡시다. 나는 말했다.

황당하군, 방금 순서 틀렸어.

그래요, 우리가 다른건 성격뿐입니다. 순서는 상관없어요.

그래 네가 나고, 나는 너니까.

반말이지만 용서하겠습니다. 당신 말대로 제가 당신이고, 네가 나니까.


리뷰 역시 나 홀로 :

이 글의 전반적인 내용은, 곧 독백입니다. 다만 두 사람의 목소리를 빌어 글을 적는 일에 관한 걱정이라든가,
기본적인 호불호와 충고 등의 쓸 데 없는 이야기를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죠. 두 사람은 곧 글을 적는 자신이므로
생각이 연결되어 있으나 별개의 캐릭터로 존재하여 고유한 성격은 다릅니다. 다시 말해, 곧 글을 적는 지금 이 시점의
제 이야기일 뿐이죠.

작가주의의 일종이라 생각합니다. 다소 형식해체적인 구성이며 그러한 실험적인 글이나 작품들은 역시 철저히 작가를 위해
존재하는 일이 잦으므로 '소통'이라는 덕목이 결여된 점에 있어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글이 못 되죠. 바꿔 말하죠
연습장이나 벽 따위에 끄적이면 딱 좋을 휴짓조각이나 다름 없다 할까요.

제 생각에, 본래 해체주의란 '형식'을 갖추는 일이 불편하며 귀찮고 필요치 않을 때 탄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형식'을 충족한
좋은 글을 완성하기란 또 그리 쉽지 않은 일 인만큼 그 자신에게도 의지가 되며 성취감이 큰 것이 사실이니, 그런 점을 미루고도
굳이 실험적인 해체작을 끄적인다는 것은 자신감의 결여거나 일종의 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개중엔 이런 걸 좋아한다며 굳이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않을 별종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체로 이런 글은 쓰레기입니다. 휴지통에 버리면 딱 알맞아요. 왜나하면
-읽기가- 어렵거든요.

또한 소통의 기능이 결여된 글로 소통을 시도한다는 일은 결국, 오만이거나 장난이거나. 아무래도 건방진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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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 회원
09/08/18 03:19
수정 아이콘
이 글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그분...
09/08/18 08:08
수정 아이콘
갑자기 기억이 안나는데.. 고교시절에 배웠던 문학중에서 천재이자 알수 없는 작품으로 읽기 어렵게 만들었던 그 작가가 생각나네요...아 이름이 뭐였지. 2글자였던거 같기도 하고... 갑자기 기억이.. 띄어쓰기 없는 글, 암호문 같은 글 아주 신선했는데 그건 쓰레기라고 보기엔 어려웠을 뿐이라고 생각함...알고나면 엄청 짜릿했으니.
사실좀괜찮은
09/08/18 08:50
수정 아이콘
음... 형식파괴, 무형식은 해체주의적 맥락의 한 수단일 뿐이지 동일한 어떤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지 않나 싶습니다만...

nickyo님// 이상 말씀이신가요...
사실좀괜찮은
09/08/18 09:02
수정 아이콘
해당 글무더기가 가치가 없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건 작가주의적이라거나 해체주의적이라서가 아니라(겉보기에는 해체주의적인 글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죠), 글 자체가 부족한 때문이겠죠. 말씀대로 소통이 결여된 말들은 독자들에게 가혹한 평가를 받아 마땅하지만(가치없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고, 어쨌든 독자 입장에서는 말이죠), 소통이 부족한 건 그냥 소통이 부족한 것이고, 그건 글 자체에 들인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합니다.
데이빗 린치의 영화가 짜집기에 중구난방이라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런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단 말이죠.

그리고 전 '별종'이라서... 이런 것도 재미있게 잘 읽습니다 ㅠ
09/08/18 10:26
수정 아이콘
사실좀괜찮은밑힌자님// 아 네!!이상이요 크
WizardMo진종
09/08/18 12:06
수정 아이콘
제가 독해력이 많이 떨어지는걸 깨달았습니다;;
Freedonia
09/08/18 12:34
수정 아이콘
잘읽었습니다. 재미있는 설명이네요.

해체주의 라는게 결국 기존의 방법이 아닌 어떤 정의되지 않는 방법의 새로운 구축이 아닐까 생각되요.
물론 소통이 전혀 안된다면 실패된 시도로 기록되겠지만.
럭키잭
09/08/19 23:49
수정 아이콘
아무도 확인할 분이 없을 것을 기대하며 살짝 고백을 하자면, 저 리뷰란 것도 결국 '두 사람'이란 구분 모를 글의 일부로서 되는대로(다시 말해 손 가는대로/일부는 분명 제 의견과 다르기도 합니다) 작성한지라 사실 저도 뭔 말인가 알 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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