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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24 21:53:25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주옥같은 역사의 한 페이지
- 사이좋게 한 사람이 몇몇 의원들의 전자투표를 대신 해주고, 심지어는 회의장 내에 없는 사람의 투표까지 대리로 했다는 증거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민주당 의원 투표를 한나라당이 한 사실까지 보도되고 있다.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의 어떤 막장 드라마도 이렇게 토악질이 나는 시나리오를 쓸 수는 없을 것이다. '아내의 유혹'도 '트리플'도 모두 고개를 조아려야 할 것이다. 이승만, 이기붕을 당선시키기 위해 표를 바꿔치고 사전투표를 하던 못된 자유당 정권에서나 볼 법한 투표 조작이, 카메라가 버젓이 자리잡고 있는데도 눈 앞에서 벌어졌다.

단언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자유당 정권 시절로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라고.


- 뭐니뭐니해도 백미는 방송법 때에 정족수 미달로 부결된 것을 다시 표결처리 해서 가결시킨 것이었다. 부의장이 '표결을 마감한다'라는 선언을 혹시나 입으로 안 했다면 국회 사무처의 "방송법 표결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재석의원이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는 수에서 투표종료 버튼이 눌러져 표결로서 성립하지 못했다"라는 엿같은 변명이 설득력이 조금이나마 있을지도 모르겠으나(그 변명마저도 박계동이라는 자가 어떤 자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한낱 변명밖에 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부의장이 자기 입으로도 그렇게 선언한 이상 투표 종료 이후 부결이 되어버린 것밖에 안 된다.

전자투표 장치가 다른 법 투표 때에는 아주 잘 되었던 건 뭐라고 설명할 것이며 부의장이 자기 입으로 대놓고 말한 투표 종료 선언은 뭐라고 할 것인가. 설마 부의장의 주둥아리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그런 말을 내뱉은 것인가? 나는 처음 그 이야기 들었을 때 무슨 경기 중 키보드 오작동이라도 난 줄 알았다.


- 가진 자들이 막으려고 애를 쓰건 어쨌건 간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조폭에 의해 짓밟힌 이 일은 후세에 길이길이 기억될 것이다. 과반 이상의 의석을 가지고 개헌 가능한 합의체를 구성할 수도 있으며 공영방송의 이사진도 바꿀 수 있는 거대 여당이 거짓 근거와 거짓 증거와 거짓말로 점철된 쓰레기를 오로지 '머릿수'를 무기로, 법이고 원칙이고 모두 무시하고 '법안'으로 둔갑시킨 국치일(國恥日)이기 때문이다.

어떤 시민논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 그를 향한 탄핵이 임박했을 때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그들을 신뢰한다는 것은 '어린애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만큼 위험하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이 기억나는데, 그 말 고쳐야겠다. 한나라당이 권력의 곁에 있는 건 어린애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보다 100배는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어린애에게 칼을 쥐어줬다고 해서 그 어린애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 부모를 칼로 찌르는 예는 없기 때문이다.


- 재투표와 대리투표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 가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나는 여기에 큰 기대를 걸고 싶지 않다. 이유는 아주아주 간단하다. 그렇게 법과 원칙이 제 기능을 하는 사회라면 이런 일이 애초에 일어났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조금 싫은 소리 한다는 이유로 나 같은 듣보잡 블로거에게까지 쓸데없는 압력을 넣을 정도라면 제도권을 위협한다고 알려진 개인 혹은 세력에게 가해지는 법 이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 무엇 하겠나.

참. 정신나간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원천무효된 마당에 의원직 사퇴는 의미 없지 않느냐"라거나, "정치쇼로 비춰질 수 있다"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고 들었는데,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지금 이 사회는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사회라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러는 것인가. 그렇게 지리멸렬하게 '정치 쇼' 조차 하나 딱딱 못맞추니까 10년 동안 정권 잡은 것 제대로 못 지키고 개헌 저지선도 못 얻었을 만큼 대선과 총선에서 연이어 참패했다는 것은 왜 생각을 못 하는 것인가. 혼자 틀리는 띨파니는 귀엽기라도 하지, 이건 그냥 손발이 오그라든다.

이런 말이 나오면, 나는 오히려 한나라당보다, 이런 식으로 초를 치는 민주당 의원들의 귀싸대기를 갈겨 주고 싶다.


- 퇴근해서 피곤한 몸을 잠시 누이고 일어난 다음 컴퓨터를 켜고 일어나 뉴스포털에 들어가보니 주옥같은 어록이 하나 올려져 있다.

MB "서민들 돕는 게 내 삶의 가치"

정말 나는 주옥같은 세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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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아
09/07/24 21:56
수정 아이콘
지금 한나라당 국면전환 할려고 발버둥 치고있고..

오늘 뉴스보고 기가막혔습니다. '이제는 민생을 둘러볼때' 어쩌고 하는데 바로 티비를 향해 가운데 손가락 올렸습니다.

민주당은 총사퇴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진작에 좀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우리나라 역사의 말기에는 언제나 어지러웠었죠.. (통일신라 말기, 고려 말기, 조선 말기)

지금 대한민국의 말기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군요.
09/07/24 21:58
수정 아이콘
'주옥'을 좀 다르게 읽어도 상관없습니까? 흐흐
LunaticNight
09/07/24 22:03
수정 아이콘
마지막 줄에 공감하네요.. 이것 참.

근데 방송법 헌재에서 뒤엎을 가능성이 있을까요? 어림없겠죠..? 휴.. 그냥 지푸라기 희망이라도 좀 쥐어보고 싶네요.
루드비히
09/07/24 22:06
수정 아이콘
참 주옥같군요.
언어유희
09/07/24 22:08
수정 아이콘
한나라당이 대리투표 의혹을 제기한 야당 의원과 언론노조, 동영상 유포 네티즌 등에 대한 고소·고발 등으로 논란의 진화를 시도한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 어찌 주옥같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현상황에 차갑게 눈돌리며 주가 1500P 돌파를 탑뉴스에 세운 KBS의 메인뉴스 보도편성 또한 주옥같더군요.

너무도 주옥같아서 오늘도 눈물이 흐릅니다.
09/07/24 22:14
수정 아이콘
언어유희님// 그거야말로 언론독재 탄압이네요 진짜.. 있는 그대로의 영상을 퍼다나르는게 그게 고소 고발할 꺼리인가..크크크 정말 정치인이 제일잘하는게 거짓말이라더니 정말 이렇게 웃기는 코미디가 어디있습니까
예쁜김태희
09/07/24 22:33
수정 아이콘
추게로...

후...요 근래들어 늘 짜증이 넘쳐 흐릅니다.
marchrabbit
09/07/24 22:40
수정 아이콘
마지막 문장 공감 200%입니다. 언제쯤 우리는 더나은 사회를 살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을지.
09/07/24 22:40
수정 아이콘
[이 시대의 흐름. 냉전 종식으로 온전히 시작된 신세계질서new world order.

시장이 최우선이 될 체제를 만들고, 그 체제를 국가가 보장하고, 시민사회는 자각도 못하게 우매해져 그 체제는 영속되어야 한다.
주권국가는 점점 무의미해지고, 초국적, 아니 세계자본이 사회, 그리고 세계를 장악하고, 국제금융시스템이 그것을 지지한다.

일단은 국가라는 틀안에서 살아가는 국민은 돈이라는 환상에 목매며 살아가야 하는 과정은 이미 완성되었고,
그 환상은 (본질이 있다고 가정하면) 본질을 못보게 만들고 순간에 목매달게 하고 현재를 잊게 만든다.
이 인간의 의식구조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완연하게 할 것은 '언론mass communication'.

이 체제는 세계 지배체제들이 그러했듯이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확산되고 종국에 일어난 혁명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를 방지하고 희박한 가능성으로 만들어 줄 것은 단순한 체제의 공고화가 아닌 밑으로부터의 이 체제에 대한 지지다.
신세계질서의 본질이 알려지고, 이 시대에 눈을 뜬 몇몇이 있어도 대다수를 침묵하고 무관심하게 할 것은 '언론'.

그것이 말하는게 진실, 말하지 않음에도 공론화 된 것은 음모, 중요히 다루지 않으면 사소한 것trivial이 되는 사회가 완성이다.]


이제 이 내용도 진부한 것이 되버렸을지 모르지만, []안의 내용을 처음 들은 것은 제 아버지와 몇몇 분들의 모임에서였고 시간으로는 몇년전이야기 입니다. 세계에서 언론의 힘으로 시민들을 장악해야 할 국가에서는 거의 완성된 듯 한데, 심지어 한국에서는 법으로 지지하려 하는군요.
적울린 네마리
09/07/24 23:02
수정 아이콘
무슨 복날의 개소리가...... 어이없는 곳에서 반복되는 군요...

12년동안 도망다니며 병역의 의무를 무시한.....
여당 원내대표 안상수 얼굴볼 때 마다...
싸이 데리고 가서..
제발 군대나 다시 가라고 하고 싶네요.
사상의 지평선
09/07/25 14:19
수정 아이콘
아니 도대체 어떤 성장과정을 거치면 그렇게 될수 있는건가요 상식이 통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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