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5번째 시리즈입니다. 이번 팀은 바로 두산베어즈. 원래 공식 명칭은 두산베어스지만 저는 두산베어즈로 표기합니다.
그리고, 이번 회가 벌써 50번째 이야기입니다. 현대유니콘스 12년사, 삼성라이온즈의 역사, LG트윈스의 역사, 한화이글스의 역사를 정신없이 쓰다보니 어느덧 50회까지 도달했군요.
두산. 원래는 OB베어즈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원년부터 존재한 유삼한 구단입니다. - 팀명까지 바뀌지 않은 구단은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만입니다. -
원년우승이라는 누구와도 바꾸지 않을 대 위업을 달성한 팀. 최강타자 "우동수"를 보유했던 98 ~ 00년에 이어 현재는 상대 내야진을 휘젓는 발야구로 언제나 변화무쌍하게 변신을 시도하는 팀. 유일하게 마스코트를 웃는 모습으로 만들었던 팀.
그리고, "뚝심"과 "미라클"이라는 두 단어가 절대 어색하지 않은 팀. 그 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절취선----------------------------------------------------------------------------------------------------------------------
원래, 프로야구가 시작될때, OB의 연고지는 충청도였습니다. 하지만, 충청도를 연고지로 삼은 이유는 KBO에서 약속했던 3년내 연고지 서울 이전이라는 조건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원래 서울을 연고지로 삼은 MBC와 서울출신 선수들을 2 : 1로 뽑게 됩니다.
MBC는 국가대표 유격수 김재박과 국가대표 외야수 이해창을 지명했고, OB는 연세대출신으로 마이너리그 더블A에서 활동한, 그 유명한 투수 "불사조" 박철순을 지명합니다.
OB의 원년 라인업은 대략 이렇습니다.
투수 : 박철순, 박상열, 선우대영, 황태환, 강철원, 계형철
타자 : 김우열, 윤동균, 신경식, 김유동, 구천서, 유지훤, 양세종, 조범현
그 당시 우승후보로 꼽혔던 "국가대표 OB" 삼성라이온즈나 또다른 "준국가대표" MBC청룡등에 비하면 약간 부족해보이는 라인업이었습니다.
물론, 70년대를 주름잡았던 홈런왕 김우열이 있었지만, 그때, 그의 나이는 30대 중반으로 접어들었고, 신경식등의 타자는 무명의 선수였으며, 박철순 역시 설마하는 기대로 뽑은 선수였습니다.
그래도, 또다른 국가대표급 선수 윤동균등이 버티고 있어 최소 3위는 할 수 있는 그러한 전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전기리그 40경기중 무려 29경기를 승리하며 삼성라이온즈나 MBC청룡을 제치고 전기리그 1위에 오르게 됩니다.
전기리그 29승 중 무려 18승을 박철순이 따냈으며, 나이가 들어 더이상의 활약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 김우열은 11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대활약합니다. 1루수 신경식은 "학다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긴 팔과 긴 다리를 길게 뻗어 여차하면 빗나갈 수도 있었던 내야수들의 송구를 잡아내면서 공수겸비형 1루수로 이름을 날립니다. 특히, 프로야구 진기명기라는 프로그램의 단골 레퍼토리가 바로 신경식의 포구장면이었을 정도로 그는 프로야구 원년, 최고의 아이콘중 한명이었습니다.
박철순.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마구로 불릴 그의 팜볼. 그리고 140Km대를 오가는 강속구. 웬만한 타자들은 그의 공을 때려낼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전무후무한 22연승.
후기리그가 시작되었고 전기리그 1위의 기세를 몰아 후기리그마저도 1위를 하려던 OB베어즈와 후기리그 1위를 차지해 한국시리즈에서 결판을 내려는 삼성라이온즈의 순위싸움이 점점 더 불꽃을 튀었고, OB는 아쉽게도 단, 1경기차이로 2위에 머무릅니다.
결국, 한국시리즈는 OB베어즈와 삼성라이온즈의 대결로 이루어졌습니다.
1차전 : 대전구장에서 열린 1차전. OB가 1회말 2점, 5회말 1점을 얻으며 일찌감치 앞서나갔지만 6회초 삼성의 함학수가 2점 홈런을 때려내 추격의 발판을 놓더니 결국 9회초 삼성이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갑니다. 그리고, 프로야구 최초의 한국시리즈 경기는 3 : 3 무승부로 기록이 됩니다.
2차전 : 대구구장에서 열린 2차전. 삼성의 특급 투수 이선희에게 타선이 틀어막히며 무득점으로 침묵한 가운데, 선발로 나선 계형철이 2회말 삼성의 타선에게 무너지며 6점을 허용. 0 : 9로 패배합니다.
3차전 : 동대문 야구장에서 열린 3차전. 대구에서 술을 먹다 지방 주먹패들과 시비가 붙어버린 OB의 OB들 - 김우열, 윤동균, 유지훤, 이홍범등 -. 다행히 구속은 되지 않았지만, 물의를 일으켜버린 그들은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으로 사죄를 하려 했는지 연신 불방망이를 뽐냈고, OB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OB는 3회말 1점, 5회말 2점, 6회말과 7회말에 각각 1점을 얻어내며 4회초 1점, 8회초 정현발의 2점 홈런으로 추격한 삼성을 물리치고 5 : 3으로 승리합니다.
4차전 : 삼성의 장태수에게 3회말 2점 홈런을 허용해버리며 맥빠지는 출발을 한 OB. 4회말에도 2점을 허용해버리며 패색이 짙어져갔습니다. 하지만, OB의 OB들이 지난 경기의 활약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려 합니다. 4회초, 김우열이 1점 홈런으로 추격의 발판을 놓았고, 5회초, 정종현이 1점 홈런을 날리며 2점을 추격한 OB.
그리고 운명의 7회초. 2점을 따라붙으며 동점을 만든 OB. 그리고 2사 2, 3루 상황에서 등장한 타자는 4회초 홈런을 때려내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김우열.
김우열은 상대투수 황규봉의 공을 퍼올렸고, 그 공은 어이없게도 마운드로 높이 솟아오릅니다. 하지만, 그 뜬공을 잡기 위해 삼성의 포수 이만수와 투수 황규봉이 서로 달려오다가 그만 부딪혀 버렸고 그 행운의 타구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OB쪽으로 뒤집어버렸습니다.
7회초, 타자일순하며 5점을 얻으며 역전한 OB는 이어진 7회말 2점을 잃었지만, 3차전에 이어서 마무리로 출격한 박철순이 더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며 7 : 6으로 승리합니다.
5차전 : 1회말, 김유동이 2점 홈런을 날리며 먼저 3점을 선취한 OB. 3회말에도 지난 4차전에서 역전타를 때려낸 김우열이 솔로 홈런을 쏘아올리며 먼저 4점을 달아납니다. 하지만, 삼성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고 5회초, 오대석의 2점 홈런, 7회초, 박찬의 2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또다른 OB. 유지훤이 9회말, 상대투수 이선희로부터 끝내기안타를 뽑아내며 5 : 4로 승리. OB는 한국시리즈 우승에 한걸음 가까이 가게 됩니다.
6차전 : 절박한 상황에서 삼성은 1회말 2점을 먼저 얻으며 달아났고, 기세를 몰아 승부를 여기서 마무리지으려는 OB는 2회초와 3회초 연속으로 1점을 얻으며 동점을 만듭니다. 삼성이 3회말 또다시 1점을 얻으며 달아났지만, 5회초, OB가 또다시 1점을 얻으며 3 : 3으로 양팀이 팽팽하게 맞선 상황.
9회초, 지난 5차전에서 등판해 유지훤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던 이선희는 만루를 만들었고, 신경식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 OB가 4 : 3으로 역전합니다. 그리고 등장한 타자는 김유동. 이번 경기에서 2회초, 홈런을 때려낸 그는 이선희를 상대로 첫 한국시리즈 만루홈런을 때려냅니다.
그리고, 9회말 박철순이 무실점으로 삼성의 타선을 봉쇄하며 8 : 3으로 승리. OB는 프로야구 원년우승이라는 대 위업을 달성합니다.
여담으로 한국시리즈 6차전, 9회말에서 박철순은 상대타자의 타구를 수비하려고 뛰어올랐으나 착지를 잘못하며 - 큰 대자로 누웠다고 합니다. - 그 전까지 갖고 있던 허리디스크가 크게 악화되어버립니다.
첫 한국시리즈 MVP로는 1승 2세이브를 올린 박철순 대신 6차전에서 만루홈런을 때린 김유동이 차지합니다.
원년우승을 달성한 OB베어즈. 그 첫해의 선수들의 성적을 살펴보겠습니다.
타자
유지훤 : 80경기 출장, 타율 0.252, 299타석 274타수, 69안타, 4홈런, 38타점
신경식 : 77경기 출장, 타율 0.334, 320타석 293타수, 98안타, 4홈런, 54타점
윤동균 : 77경기 출장, 타율 0.342, 334타석 284타수, 97안타, 8홈런, 47타점
김우열 : 62경기 출장, 타율 0.310, 255타석 210타수, 65안타, 13홈런, 41타점
구천서 : 76경기 출장, 타율 0.308, 316타석 266타수, 82안타, 3홈런, 45득점
양세종 : 76경기 출장, 타율 0.269, 336타석 301타수, 81안타, 7홈런, 38득점
투수
박철순 : 36등판, 19선발, 224.2이닝, ERA : 1.84, 24승(16선발승, 8구원승) 4패 7세이브, 108K
박상열 : 25등판, 10선발, 111이닝, ERA : 4.30, 10승(2선발승, 8구원승) 5패, 35K
선우대영 : 27등판, 20선발, 138이닝, ERA : 3.39, 7승(7선발승) 6패, 65K
황태환 : 27등판, 6선발, 86.1이닝, ERA : 3.86, 6승(1선발승, 5구원승) 5패 3세이브, 42K
강철원 : 8등판, 4선발, 45.1이닝, ERA : 2.18, 5승(3선발승, 2구원승), 15K
계형철 : 21등판, 19선발, 90.1이닝, ERA : 4.88, 4승(4선발승) 4패, 42K
박철순의 눈부신 활약입니다.
이제 주요부문 순위를 알아보겠습니다.
타자
홈런 : 김우열(4위), 윤동균(16위), 양세종(18위)
타점 : 신경식(3위), 윤동균(9위), 김우열(12위), 유지훤(16위), 양세종(19위)
타율 : 윤동균(2위), 신경식(4위), 김우열(8위), 구천서(9위)
도루 : 김우열(13위), 신경식(13위), 유지훤(16위), 양세종(16위)
득점 : 윤동균(3위), 구천서(16위), 김우열(17위)
투수
다승 : 박철순(1위), 박상열(7위), 선우대영(11위), 황태환(17위)
탈삼진 : 박철순(2위), 선우대영(11위)
평균 자책점 : 박철순(1위), 선우대영(11위), 황태환(15위), 박상열(19위)
세이브 : 박철순(3위), 황태환(4위)
박철순이 승률부문에서 1위를 놓치면서 첫 투수부문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실패합니다. 하지만, 22연승을 비롯한 대 위업을 달성한 박철순입니다.
이제 각 팀간 상대전적을 살펴보겠습니다.
vs 삼성 : 9승 7패, vs MBC : 9승 7패, vs 해태 : 10승 6패, vs 롯데 : 12승 4패, vs 삼미 : 16승
도합, 56승 24패로 정확히 7할승률을 기록했군요. 여기서 특기할 사항은 바로 vs 삼미전 16승 입니다. 이것은 유일무이한 한 구단이 타 구단을 상대로 전승을 기록한 것입니다. 1986년에 삼성이 vs 청보전에서 17승 1패를 기록하면서 아깝게(?) 실패합니다. 청보는 삼미를 인수한 구단입니다.
이제 팀 성적을 살펴보겠습니다.
득점 : 399(3위), 실점 : 318(5위), ERA : 3.20(2위), 타율 : 0.283(1위), 홈런 : 57개(4위), 도루 : 106개(4위)
평범하지만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원년우승이라는 대위업을 달성한 OB의 다음해의 모습은 어떠했을까요?
다음회에 계속됩니다.
모든 기록은 아이스탯(www.istat.co.kr)에 있습니다.
P.S : 벌써 50회라니...... 감회가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