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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14 17:35:51
Name BluSkai
Subject [일반]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 ...)
#0.
지금 당신은, 안타깝지 않으신가요?


#1.
밑에 경기도의회 무상급식 전액삭감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그 이야기만 담고 있는 글은 아닌지라 코멘트가 아닌 새 글로 대신합니다.

무상급식 전액삭감을 하면서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들이 내세운 게 '도시쪽에도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많은데, 그 아이들은 어쩔거냐. 극빈층 가정의 아이들부터 먼저 도와주자.'라는 논리입니다. 그와 함께, 차상위계층 급식지원 예산을 증액하고 급식지원 대상의 기준을 도시가구 월 평균소득 120% 이하에서 130% 이하로 확대 했습니다. 네, 좋아보이시죠? 한나라당이 이번에야 제대로 한 건 한것처럼 보이시죠?

말이야 쉽지요. 말이야 쉬워요. 당장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은 밥 공짜로 먹는거, 네 좋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느낄 수치심은, 굴욕감은 생각...








안하셨겠네요 -_-

단계적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김교육감의 이번 조례안은 부자건 빈자건 할 것없이 아이들에게 똑같이 돈걱정 안하고 밥 좀 먹여보자는, '진짜' 무상교육을 실현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겁니다. '진짜' 무상교육? 네, 초등학교에서는 급식시간조차도 아이들에 대한 교육으로 인식하고, 아이들에게 밥먹을때의 예절들을 급식시간에 교육시킵니다. (저도 그런 교육을 받은, 거의 최초의 학교급식세대입니다.) 그런 시간에 먹는 밥을 무료로 모든 아이들에게 먹여주자는 것이 '진짜' 무상교육의 실현 아닙니까?


#2.
중학교 이후로야 얼굴에 아예 철판을 깔고 '쌤ㅡ 나 돈없으니까 운영비랑 급식비 좀 지원받게 해주세요'라고 했지만, 초등학교때야 당연히 달랐지요. 철이 들었겠습니까, 뭐가 들었겠습니까. 부모님 없이 할머니와 같이 산다는 사실조차도 선생님 앞에서 털어놓기 싫어서 거짓말을 하고, 그것도 모른채 제 일기장에 '어머님, 아침 교통정리에 참석하실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라고 쓴 담임을 미워하고...
자기 반에 결손가정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던건지, 6학년때 담임은 반 아이들 모두에게 앞에 나와서 가족소개를 하라고 시키기까지 했네요. 와ㅡ 그 수치심을 어떻게 견뎠는지 제가 다 궁금할 정도입니다.

급식비 문제야 지금 돌아봐선 사소한거지만, 그 때는 똑같은 무게감과 수치심을 느낄수밖에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고 한 달이 지나서였나, 수업시간에 애들 앞에서 저에게 '너 급식비 3만5천원 이체가 안됐더라.'라고 말씀하시는 담임 앞에서는 그냥 다른 곳으로 피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10살짜리 꼬마에게 그런 말을, 그것도 친구들 앞에서 꼭 했어야 했는지, 그 선생님을 다시 뵈면 여쭤보고 싶네요. "꼭 그래야했습니까?"

어쩌면 그 시절 제가 느꼈던 수치심과 굴욕감을, 지금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10년 전의 제가 느낀 수치심을 똑같이 느끼고 있을 아이들의 그 감정이, 안타깝다는거지요 (...)


#3.
가끔 단신 기사로 나오는 '불우이웃돕기에 누가 얼마얼마를 기부했다더라'하는 뉴스를 보고 있자면, "과연 기부하는 사람들은 저걸 자랑스럽게 여기는걸까, 아니면 그냥 의무로 생각하는걸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전자겠지요?

가정형편상, 중고등학교때는 이리저리 외부 장학금 추천을 많이 받았고 또 받으러 다녔는데, 대부분이 가정이 어려운 친구들에게 주는 장학금이었습니다. (당연하죠, 성적으로는 받을수 없었으니까요 낄낄낄~) 여기저기 받으러 다니면서 당장 할머니께 드릴 현금이 생겼다는 생각으로 기쁘게 받았지만, 막상 받고나면 찝찝한(?) 생각이 드는 건 왜였을까요. '에잇 슈발! 이런 건 좀 몰래몰래 주면 안되나, 괜히 수치심 느껴지네.'라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요. 항상 포토타임이 존재했고, 꽃다발과 장학증서가 현금과 함께 있었으니까요...

절정은 중학교 졸업식이었습니다. 관내 농협조합장이 주는 장학금을 졸업식 무대에서 받게 되었는데, 그냥 장학금이라고 하고 주면 될 것을 괜히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학업을 정진해온 어쩌고 저쩌고' 하는 멘트 때문에 승질이 뻗칠 뻔 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조합장으로부터 받는 장학증서를 받자마자 냅다 찢어서 버리고 싶었지만!!!!!! 저는 나약한 소시민인지라 (낄낄낄) 그냥 굽실굽실거리며 현금 20만원을 받아들었지요.

결론은ㅡ 어려운 애들 도와주면서 그게 무슨 은혜를 하사(?)하는 것마냥 생각하지 마시라는겁니다. 애들이 그런 거 받고 싶어서 받겠습니까, 당장 목구녕이 포도청이니 눈 딱 감고 받는거지.




+울산에서 해임과 정직처분을 당한 전교조 선생님들 이야기를 쓰려고 했습니다만, 그냥 말겠습니다. 얼마전 항의집회 때, 무려 한 학교의 분회장까지 되신, 중3때 담임선생님을 뵙고 깝깝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위에 쓴 아이들 이야기와 같이 쓰려고 했는데, 그냥 말겠습니다. 다만, 경기도나 서울이나 울산이나 교육청이 상식으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ㅡ 딱 이것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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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두미키
09/07/14 17:42
수정 아이콘
교육청 뿐만 아니라 이 사회가 상식으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지요.....휴....

부모가 부유하건 부유하지 않건 그 기준을 두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우리들의 아이들에게 급식을 나라 세금으로 하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생각인 것인지..에휴....
아류엔
09/07/14 17:44
수정 아이콘
저도 ..중학교를 장학금 고등학교를 학비지원금을 받아서 공부했습니다.
어린마음에는 안받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아버지 잠든 얼굴보고 신청했었는데..
수치심 굴욕감.. 없다고는 할수없죠.

무엇이 아이들을 돕는건지 모르는 행정이네요
가끔 저런것들이 가난보다 더 아픕니다.
信主SUNNY
09/07/14 18:03
수정 아이콘
그저 교육감이 한일에 딴지는 걸고, 그러면서 뭔가는 해야겠고... 그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라 생각이 나빠서 저들이 매우 싫습니다.
09/07/14 18:06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학위과정 학생은 원할 경우 극빈자로 스스로를 분류할 수 있습니다. 세금이나 학비(제 학비 말고 자식의 학비) 등에 혜택이 조금 있지요. 나중에 영주권 신청할 생각이 있는 사람들은 저게 약점이 될까봐 하지 않지만, 물론 저는 했지요.

하여튼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미국에서도 전체 무상급식은 안하고 극빈자의 자녀에게만 무상 급식을 합니다. 다만 그 방법이 훨씬 세련되었는데, 급식비를 학교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당국에서 처리를 합니다. 따라서 제 자녀가 보조금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는 선생님도 모르고 친구들도 모르고 본인도 모릅니다. 저만 압니다.

뭐 이런 자잘한 것에 신경을 좀 쓴다면야 한나라당도 이쁘겠지만, 절대 그런 일 안생기겠죠.
Noam Chomsky
09/07/14 18:08
수정 아이콘
나이 들고 가족들과 모두 모여 대화할때에 큰누님이 학창시절 수업료를 늦게 낸 적이 있다더군요.
담임이 학생들 다 있는데서 수업료 안 낸 사람 명단을 불러주고, 급기야는 학교 방송으로 명단을 발표까지 했답니다.
누님은 이제는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그 때 그 정말 부끄럽고, 가슴 아팠다고 얘기해 줬습니다.
생각해보면, 사춘기 여고생이 감당하기에는 무리였을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지금은 그 정도로 집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막내 아들이었던 저는 풍요롭지는 않지만, 남 들 하는건 대부분 하면서 자랐으니까요.
저 얘기 큰누나가 할 때 어머님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자식에게 못 할 짓을 했다는 표정,
하긴 생각해보면 수업료를 못 내준 어머님의 고통이 더 클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견 필요성이 없어 보이는 무상급식 문제를 보며 우리 가족의 대화를 떠올려 봅니다.
과연 실효성 없는 정책일까? 서른 중반이 된 누님이 여태 간직하는 씁쓸한 학창시절의 기억, 그리고 어머님의 상처.

아이들이 밥 만큼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맘 편히 먹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시레
09/07/14 18:41
수정 아이콘
좀... 뻘짓좀 하지 말고 쓸데에나 제대로 쓰면 좋겠어요...
I.O.S_Lucy
09/07/14 19:24
수정 아이콘
교육청이 정신줄 놨죠.

무상급식 예산 삭감... 똑바로 일하는 데는 도대체 어디란 말입니까.
어딘가에 쓸 22조가 복지로 돌아가면 좀 좋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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