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6/02 14:50:05
Name Geni
Subject [일반] 각성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한 글자 적어보았습니다.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제는 제 자신을 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다양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어느 순간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인생의 1/3은 살았다고 생각하는 데 지난 날의 나는 어떠하였을까?

  가정이 어려웠었다. 집 없이 남의 집 생활도 했고 판잣집에서도 살아봤다.
  전세700짜리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곳에서 살기도 해보았다.
  어려운 삶 속에서 막내인 나는, 그래도 가능한 많은 혜택을 받았었다.
  잠시나마 6개월 동안 학원도 다녔었고, 방학 때 보충수업비도 지원 받았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나는 우리 집, 가정을 생각하기보단 오락 좋아하고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는 철부지였다.
  다들 일나가서 없는 빈 집에 친구들을 끌여들여 도박판을 벌이기도 하였고 짧지만 가출도 했다.

  대충 공부해서 대입재수도 하였는데
재수시절 우리 어머니는 내가 다니는 학원의 청소부이셨다.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어머니가 청소하시고 아이스크림을 쥐어주셨는데 학원의 여자친구가 보고 있었다.
나는 자신있게 어머니를 소개하지 못하고 받는 둥 마는 둥 허둥지둥 자리를 피했다.
정말로 비겁했었다...

남들이 좋다는 대학도 갔다.
집안 사정으로 등록금 문제에 부딪혀 한 동안 휴학하고 군대를 선택했다.
재수학원 다닐 시절 중간부터 도매시장에서 야식장사 하시는 어머니를 도왔다.
그러면서 새벽 하늘을 보며 인생한탄을 했었다.
" 이런 생활의 끝은 어디일까?"
한 때 학과대표로도 추대되었었는데 장사를 돕고자 뜻을 접어야만 했고
가게일때문에 정상적인 대학생활도 하지 못했다.
뭔가의 미련이 남아 있었는 듯 하다.
가난과 밤낮을 거꾸로 사는 삶에서 좋아하는 여자도 있었고 고백도 받았지만 남들과 같은 남자친구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리고 군대를 갔고 제대를 했다.
군대를 간 동안 변변한 인력지원도 없이 2배로 고생하셨던 어머니는 피로누적으로 몸이 망가져
오래지 않아 돌아가셨다...

하늘을 보고 울기에는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나마 군대에서 배웠던 반야심경과 금강경의 간단한 공부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됐다.

슬픔도 잠시,
다시 대학생활로 돌아가 1년 동안 꿈에도 그리던 즐거운 캠퍼스 생활을 했다.
학교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돈되는 아르바이트는 다 해보았다.
처음으로 통장에 잔고도 늘리고 적금도 들고 소액이지만 주식투자도 했다.
돈 모으는 즐거움에 빠져 담배도 끊고 학교에서도 점심을 굶거나 학교식당에서만 밥을 먹었다.
소득의 90%는 저축을 했다.
돈모으는 목적때문에 남들이 많이 하는 연애에는 관심도 없었다.

풍요로운 삶에 대한 그리움이었을까?
풍족한 돈을 보장하고 적당한 근무시간을 보장하는 한 회사의 요구 앞에서
나는 공부의 즐거움을 조금 포기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는 원하는 것은 다 이루어진 시절이었다.
공부도 순위권이었고 돈도 잘 모았으며 자격증도 잘 따고 뒤쳐지는 것이 없었다.
스타도 당시 남들이 잘 안하던 매카닉을 연마해 1:1이든 팀플이든 고승률을 찍었었다.

삶에서 오만했었나 보다.
너무 많은 것을 무리해서 이루려한 나는,
하나씩 계획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고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해 하나씩 하나씩 인생에서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쓰기 시작했고 난생처음 F와 학고도 맞았다.
회사도 주 80시간 이상의 고강도 일에 시달렸고 피곤을 게임과 잠으로 달랬다.

이루는 것은 뼈를 깎는 인내와 성실함이 필요했지만
잃는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계속 추락하고 있는데 밑바닥도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학교에서 제적통보를 받았을 때 그제서야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충격이었고 당연한 결과였다.

복학하기 1년 간 인생에서 술을 가까이 한 것은 처음이었다.
소주가 콜라만큼 달았고 술친구들이 늘어났다.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를 겨우 졸업했다.

인생의 하루는 짧지만 그 누적된 데이터는 계속 남는다.
특히 돈과 지혜는 그렇다.
지혜를 계속 갈구하지 않으면 빙하가 녹듯 사라지며 엎지른 돈은 다시 모을 수 없는 것이리라.

2년 동안 자신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비전을 가진 동호회에 가입했고 열심히 학습하고 활동하고 있다.
운이 좋아서 연봉 3,500 이상의 제의도 2~3번 받았고 인생을 건 새로운 모험도 진행하고 있다.
평생 1권도 어렵다는 책도 유명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썼다.

하지만 지난 15년 간의 삶을 돌이켜 보면 나 자신이 변한 것은 별로 없고 헛똑똑이였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맨날 새로운 일을 벌이기만 하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것이 태반이며
목표를 집요하게 달성하려고 한 적도 별로 없고
내 가정보다는 외부의 사람들, 친구들에 80% 이상의 신경을 썼다.
가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지식을 꾸준히 쌓는 데 게을리하고 잡담과 토론에 많은 시간을 썼다.

가정의 위기상황에서 나 몰라라 놀았던 한 남자,
자신이 위기인 줄도 모르고 다른 외부활동에만 신경쓰다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한 한 남자,
사랑하는 줄 알면서도 끝내 사랑을 외면하고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한 남자,
이것 저것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는 한 남자,

그런 남자의 모습의 십여 년간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젠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다. 간절히...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이젠 각성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낍니다.
아직 어떻게 바꿔어야 하는 지 무엇부터 손을 대어야 하는 지 감을 잡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명왕성
09/06/02 14:59
수정 아이콘
음... 정말 죄송합니다만, 힘든 시기 잘 극복하시고
인생 잘 풀리시고 있는거 같은데요...
09/06/02 15:04
수정 아이콘
명왕성님// 덧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죽도록 바꾸고 싶어요.
임요환의 DVD
09/06/02 16:1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귀감이 되었습니다.
즐거운하루
09/06/02 16:41
수정 아이콘
벗어나고 싶은 자기 모습을 사랑해 보면 어떨까요. 바꿔야 할 대상인 나의 모습에서 사랑할 수 있는 이유를 찾아보면?
연휘군
09/06/02 17:37
수정 아이콘
참 중요한게 진실이죠.
09/06/02 18:48
수정 아이콘
자기자신을 더욱 사랑해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님 고맙습니다!
켈로그김
09/06/02 22:23
수정 아이콘
Geni님// "내 가정보다는 외부의 사람들, 친구들에 80% 이상의 신경을 썼다." 라는 대목.
예전 제 아버지였던 사람이 오랜 세월을 그랬었고, 결과적으로 불행과 부채를 떠넘기게 되었던 행동입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자라면서,
"가족에게 충실하자.. 다른 어떤 유혹이 있더라도 내 처자식 마음 편하게 살게하자" 라는 인생의 목표(?)가 서게 됐고,
이제 그런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언제나 곁에 있는 가족을 생각해주시고 가족의 말에 귀를 기울이시면,
답은 자연스레 나올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행복하세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3343 [일반] 각성 [7] Geni2982 09/06/02 2982 0
13341 [일반] 세계의 으스스한 명소 3~1위까지.. [18] Anti-MAGE7952 09/06/02 7952 0
13340 [일반] [안구정화] 인도양의 라디그섬 [10] 와이숑5602 09/06/02 5602 0
13339 [일반] [인증해피] 누군가는 영웅이 되어야 한다! 그 영웅이 나일지도 모른다. [7] 해피5817 09/06/02 5817 0
13338 [일반] 세계의 으스스한 명소 8~4위 [15] Anti-MAGE7798 09/06/02 7798 0
13337 [일반] 왜 연애 질문을 질게에 할까? [73] 스프링필드5444 09/06/02 5444 1
13336 [일반] 세계의 으스스한 명소 13~9위 [31] Anti-MAGE7192 09/06/02 7192 0
13335 [일반] 군대라는곳. [19] 치토스4243 09/06/02 4243 0
13333 [일반] [세상읽기]2009_0602 [6] [NC]...TesTER3945 09/06/02 3945 0
13332 [일반] PSP Go 추가소식 [21] 중년의 럴커3141 09/06/02 3141 0
13331 [일반] KBS 기자/PD협회가 이병순사장 퇴진 투쟁을 예고 했습니다. [14] 꾹참고한방3902 09/06/02 3902 0
13330 [일반] E3에서 선보인 '엑박360 Project NATAL' [23] 사미르나스리3039 09/06/02 3039 0
13329 [일반] 군대에 갑니다. [46] 삭제됨3713 09/06/02 3713 1
13328 [일반] 놀러와 윤상현 노래 [11] 로사5809 09/06/02 5809 0
13327 [일반] 잠실 야구장 다녀왔습니다. ^^ [16] Zakk Wylde3669 09/06/02 3669 0
13326 [일반] 말디니 스페셜. [4] 밀란홀릭3528 09/06/02 3528 0
13325 [일반] 음모론.... [42] FastVulture4509 09/06/02 4509 0
13324 [일반] PSP 신기종 PSP Go가 E3 게임쇼에서 발표될 전망입니다. [17] 중년의 럴커3418 09/06/02 3418 0
13323 [일반] 아랫글을 읽고 저도 소녀시대에 관한 추억...... [11] 서재영3526 09/06/01 3526 0
13322 [일반]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6/02(화) 프리뷰 [28] StoneCold추종자2891 09/06/01 2891 0
13321 [일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8] 플레이아데스3345 09/06/01 3345 0
13320 [일반] 노정연씨의 호화 아파트? [56] 이카루스테란6041 09/06/01 6041 0
13319 [일반] 소녀시대에 얽힌 즐거운 추억 [9] 세느4354 09/06/01 435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