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비통함에 잠겨있던 지난 주, KBS의 구성원들은 전임 대통령을 잃은 슬픔에 더해 참담함과 굴욕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국민과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빌어야 할 시간에 오락프로그램과 코미디 영화가 나가고, 어이없는 축소 보도와 방송사고 들이 잇따른 후,
KBS의 PD, 기자, 스텝들 그리고 중계차들이 현장에서 쫓겨났다.
취재진들에는 물건들이 날아들고 멱살잡이가 이어졌지만 어떻게라도 방송을 메워야 했기에 KBS 로고를 숨겨야 했다.
광화문 돌담길과 인터넷에는 KBS를 비난하는 문구들이 가득 찼고, 시청자들은 TV에서 KBS를 지워나갔다.
9시 뉴스의 시청률은 MBC에 추월당했고 KBS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민심을 외면하고 왜곡하는 정권의 방송, 관제방송으로 낙인찍혔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지난 10년간 각고의 노력으로 "땡전뉴스"의 오명을 씻고
"신뢰도 1위, 영향력 1위"라는 금자탑을 이룬 KBS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 첫 번째 책임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핑계로 부당한 지시와 압력에 쉽게 굴복하면서 스스로 나약한 월급쟁이일 뿐이라는 자괴감을 변명으로 삼아 온
우리 자신의 비겁함을 통렬히 반성한다. KBS의 주인인 국민과 시청자 앞에 우리는 이에 대한 어떠한 비판과 채찍도 달게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이병순사장과 경영진이 져야 한다.
이병순사장과 경영진에 묻는다. 도대체 왜 당신들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후배 기자, PD들이 돌팔매를 맞아가며 취재를 해야 하는가?
왜 중계차와 카메라 사우들이 날아오는 의자를 피해 도망가는 치욕을 견뎌야 하는가?
만일 자리 욕심을 위해 KBS를 이렇게 망가뜨린다면 그것이 바로 해사 행위이며 배임 행위다.
시선을 낮춰 후배들의 슬픈 눈들을 찬찬히 보라.
당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 처절히 망가진 KBS를 물려줘야 되겠는가? 당신들은 정권에 빌붙어 몇 년 만 버티면 될지 모르지만,
십년, 이십년을 KBS 이름 아래 "공영방송이라고 우기며" 살아야 할 후배들은 무엇으로 버텨야 하는가?
한번 무너진 국민의 신뢰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 우리가 외면한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국민들의 철저한 외면과 응징이 두려울 뿐이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KBS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에게 정중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우리는 사장과 경영진에게 요구한다.
- 이병순 사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공식 사과하라!
- 이번 사태를 몰고 온 편성, 제작, 보도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라!
우리의 이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운동을 포함한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향후 발생할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은 이병순 사장과 경영진에 있음을 밝혀 둔다.
어제(6월1일) 저녁에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여 소식을 접하지 못 하신 분들이 많지 않겠나 싶어서 글 등록을 합니다.
많은 분들의 우려와 더불어 많은 분들께서 생각 하셨던대로 윗 선들의 압박이 가해졌고, 더 이상 그 행위를 참을수 없었나 봅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겪어보고 나서야 뼈저리게 느꼈던것일까요?
그러나 솔직히 경영진과 사장의 지금까지의 행보를 봐서는 큰 기대를 거는것이 무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구나 제작본부 수뇌부들은 PD조합원이 만들려던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KBS스페셜을 취소시키는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던데 말이죠.
당연한 일이 이렇게 놀라운 일이 되는게 참 놀라운 사실이지만 KBS의 PD협회의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이번 성명서를 계기로 해서 제발 좀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KBS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방송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어떻게 변화 하는지 마지막으로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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