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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6/01 22:59:20
Name 플레이아데스
File #1 George_lakoff.jpg (123.7 KB), Download : 69
Subject [일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과제를 하는데 인용할만한 자료가 있나 하고 자게를 둘러보다보니 평소보다 꼼꼼하게 글을 읽게 되네요.

그러다가
https://ppt21.com../zboard4/zboard.php?id=freedom&page=1&sn1=on&divpage=2&sn=on&ss=off&sc=off&keyword=애국보수&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11183
애국보수님 글의 두번째 그래프(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종부세 폐지를 더 지지하는 등의 내용)들을 봤는데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작년에 서평 과제가 있어서, 있는 줄을 알았던 책인데요^^;

안 읽으신 분들이 계실까 해서 제가 작년에 과제 하면서 써본 줄거리를 조금 올려보겠습니다.
주관적으로 간추린 것이라 원 책의 내용과 같은 것을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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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문_어떻게 공론을 되찾아 올 것인가

내(조지 레이코프 George lakoff)가 버클리에서 ‘인지과학 입문’이라는 수업을 진행하며 프레임 연구를 강의할 때, 처음으로 하는 일은 학생들에게 한 가지 과제를 내주는 것이다. 그 과제는 바로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이 과제를 성공한 학생을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다. 이 단어는 여러 가지 프레임에 의거하여 정의되어 있다. 우리가 그 프레임을 부정하려면, 우선 그 프레임을 떠올려야 한다.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프레임의 기본 원칙이다. 예로, ‘세금 구제’라는 단어는 철저히 우익의 단어이다. 구제라는 단어가 가져오는 프레임은 세금은 고통이라는 은유를 탄생시킨다. 이 단어를 민주당 당원도 쓴다는 사실은 보수주의자들이 놓은 말이라는 덫―우리를 자기들의 세계관으로 끌고 들어가는―에 걸려들었다는 사실밖에 되지 않는다.

각 쟁점에 대한 보수주의의 입장들은 단순한 입장의 합산으로써는 그 연결고리를 파악할 수 없다. 그것은 민주당의 경우에도 유효하다. 이것들을 설명해줄 근본적인 답은 ‘가족의 가치’에 의거하여 이해하는 방식이다. 우리에게는 국가를 한 커다란 가족으로 보는 은유가 존재한다. 국가를 이해하는 방식이 두 가지―민주당과 공화당의 시각―있다면, 가족을 이해하는 방식도 두 가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엄격한 아버지의 가족(strict father family)’과 ‘자상한 부모의 가족(nurturant parents family)’모델이다.

● 엄격한 아버지 모델은 근본적으로 세상을 험하고 악이 존재하는 공간으로 본다. 이곳은 생존을 다투는 공간이며 규율을 갖추고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시된다. 부유함은 선한 것으로 간주되고 이 맥락에서 사회복지 프로그램은 비도덕적이다. 그것은 사람들을 의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런 프레임을 내재하고 있고, 그 상황에서 무엇이 옳은지 아는 도덕적 권위자인 데다가 대통령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그 권력을 이용할 것이다.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그들은 현재의 최강국인 미국을, 부유한 나라이고 선함의 표상이며 저개발국들과 대조되는 ‘어른 국가’로 은유한다.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 중 언급된 ‘부모 동의서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말은 정확히 그들의 프레임을 반영하고 있다.

● 반면 '자상한 부모' 모델은 성선설적인 입장을 취한다. 세상 또한 더 나은 곳으로 바뀔 수 있으며, 또 바꾸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서로간의 책임과 신뢰가 강조된다. 수평적인 관계가 우선이며 열린 쌍방향 의사소통이 작용한다. 이 진보주의적 모델에는 몇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그것은 사회경제적 진보주의, 정체성 정치 진보주의, 환경주의, 시민 자유 진보주의, 영적 진보주의, 반권위주의이다. 문제는 이 중 한 가지 유형의 생각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더 보편적인 이념의 한 가지 특수한 형태에 불과하며 이 모든 유형의 진보주의가 하나로 수렴됨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진보주의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들어진다. 우리는 이 편견을 벗어나야하고, 보수주의자들은 이미 그 일을 해냈다. 보수주의자들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서로를 싫어했다. 그러나 그들은 ‘윌리엄 버클리 주니어’를 중심으로 결집하기 시작했고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여 잡지를 창간하고 두뇌 집단을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을 미디어에 노출될 기회를 많이 만들어내고 투자하여 가시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자기네 두뇌 집단을 통해 프레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모든 쟁점을 프레임으로 구성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현명하지 못할 뿐더러 스스로 실패를 불러오는 길이다.


• 더욱이 리버럴(현대 미국의 민주당 이념을 지지하는 진보주의적 성향이나 그러한 성향이 있는 사람)과 진보주의자들이 믿고 있는 신화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계몽주의와 함께 탄생한 이 신화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라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인지과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진실을 아는 것만으로는 옳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다. 진실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려면, 그것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프레임에 부합해야 한다. 만약 진실이 프레임과 맞지 않으면, 프레임은 남고 진실은 버려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개념들은 시냅스에 구체화되어있다. 이 시냅스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실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가 그대로 밖으로 나간다. 진보주의자들이 단순히 ‘보수주의자들에게 진실을 들이댔을 때’,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사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프레임을 지니지 않는 한, 이런 방법은 효과가 전혀 또는 거의 없다. 한편으로 진보주의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생각들을 보수주의자들은―그들의 관점에서―진실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그들이 진실로 믿는 것을 순전한 왜곡이나 거짓말로부터 구별해야 한다.

• 계몽주의로부터 유래한 신화는 또 하나가 있다. 그것은 ‘자기 이익에 반하여 행동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따라서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기 이익에 기초하여 사고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원들은 유권자들이 자기 이익에 반하여 투표하는 데 충격을 받거나 당혹스러워 한다.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말은 틀리지만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기의 정체성에 투표한다. 사람들이 언제나 단순히 자기 이익에 따라서 투표한다는 가정은 심각한 오해이다.

• 또 다른 오해는 선거 운동을 상업적 마케팅과 동일시하는 은유이다. 단순히 쟁점만을 가지고 싸울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내세워야 한다. 프레임을 이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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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물론 미국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조지 레이코프가 민주당을 위해 쓴 글이고요.

그런데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니다 보면 '내 주위에 누구는 나중에 잘 살게 될때를 생각해서 종부세는 폐지해야된다고 하더라'라는 식의 댓글을 몇 번 본적이 있거든요. 이른바 '엄격한 아버지 모델'의 효과가 우리나라에도 있는것 같아 보이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글을 써봅니다. 여담이지만 이게 첫 글이라 괜한 긴장이 좀 되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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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
09/06/01 23:16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내용이군요. ^^ (길게 썼다가 다 날려먹어서 하하..)

진보진영은 원래 저런 법이죠. 태생적으로 이해시키기 쉽지 않고, 이해하는 사람들 본인도 뭘 해야 할지 갈피잡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통 상대의 거대한 실책 (미국은 부시, 한국은 과거 IMF)이 있어야지만 결집과 홍보가 쉽죠.

그래도 이번 미국 민주당은 많이 노력했더군요. Trickling Down?(경제성장을 통해 부가 모두에게 다 흘러내려 혜택을 본다는 신자유주의 성장이론) 그런거 없다. 공화당은 구라를 멈춰라! 라는 등 몇 가지의 주제로 잘 압축해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한국은.. 걱정스러운 대목이죠.

아, 이 책도 한 번 읽어보겠습니다. 흥미롭네요
부엉이
09/06/01 23:37
수정 아이콘
정말 정치따위는 싫습니다만....이제 좀알아야 겟습니다. 기말이끝나면... 한번읽어보겟습니다.
스타바보
09/06/02 00:21
수정 아이콘
우왕~ 저 이 책 읽어봤는데 괜찮았어요~
Vonnegut
09/06/02 02:47
수정 아이콘
조지 레이코프의 책이군요.
얼마 전에 동작가의 <프레임 전쟁>이란 책을 읽었는데 내용을 보니 거의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마 위 책이 먼저 출간된 듯싶어요.
30대 초반까지 정치에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독서 습관을 가진 뒤부터는 조금씩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프레임 전쟁>도 제 사고를 넓히는 데 일조를 했구요. 언제 기회를 만들어서 소개하신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
몽키.D.루피
09/06/02 07:18
수정 아이콘
"진보주의자들이 단순히 ‘보수주의자들에게 진실을 들이댔을 때’, 바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 보수주의자들이 그 사실을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프레임을 지니지 않는 한, 이런 방법은 효과가 전혀 또는 거의 없다. "
완전 공감합니다. 큰아버지, 아버지랑 대화할 때 답답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상대편에 반대하는 주장을 펼치려면 상대편의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 프레임의 기본 원칙이다."
이것도 제가 얼마전에 올린 질게 글의 답이 될 수 있겠네요. 책을 한 번 봐야겠습니다.
https://ppt21.com../zboard4/zboard.php?id=bug&page=10&sn1=&divpage=1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6593
나두미키
09/06/02 07:49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책이지요...음..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08년 이후 부터 한나라 당에서는 '프레임'이라는 단어를 종종 사용하더군요..
09/06/02 10:04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습니다~ "아메리칸 드림의 문제는 사람들이 모두 자기가 부자가 될 때를 미리 걱정한다는 것"... 이익보다 정체성에 투표한다는 예가 되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 내 이익을 누가 대변하는지 알아도, 그 사람을 지지하면 내가 (있고 싶지 않은) 거기에 있다는 걸 스스로 확인하는 꼴이 되죠...
Into the Milky Way
09/06/02 11:45
수정 아이콘
참 재미있게 본 책입니다. 단어의 선택의 중요성을 말하는 부분이 있는데 왠지 요즘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던 "슈퍼"추경이란 말에서
그 냄세가 납니다.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을 민주당이 아닌 한나라당이 잘 이해하고 있는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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