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5/24 16:33:20
Name 王非好信主
Subject [일반] 그냥 울고싶어요
절대 잊혀지지 않을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항상 어려웠던 글쓰기이지만, 지금은 정말 어렵네요. 몇번이나 쓰고 지워서 그 시간이 아깝기까지 합니다. 아마,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감사하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 대해서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싫어'라고 말하는 글이라서 그런 것이겠지요.

왜 너무나 힘들어서 놓아버린 생명 앞에서, '좀 더 잘 죽을 수 있지 않았냐'라면서 죽음을 채첨하는 건가요. 죽음까지도 낙제점을 주어서 작은 묘비 앞에 침뱉고 싶으신 건가요?

전 대통령이라는 권위를 무시하고 두드릴 수 있는 것이 누구 덕분인지도 모른채, 생각보다 빨리 망가져 버리자 당황해서 어떻게든 남탓하며 자기위안 삼고 있는 저들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원래 그런 놈들이고, 그 놈들의 말들 덕분에 귀를 닫는 능력까지 가질 수 있었던 저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사람 앞에 와서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혹자는 너무 울어 기운이 없어서 화를 못내고, 혹자는 고인 가는 장례에 시끄러워 폐끼칠까바 참고 있는 것을 보며 맘 놓고 행패부리는 당신은 누구인가요? 하루도 지나서 기운도 차렸고, 다른 분들처럼 마음의 수행이 깊지 못하니 지금 물어보고 싶네요. 왜 그러나요?

그러지 마세요. 지금도 많이 아픈데 더 아프게하지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 울고 있는 사람에게 굳이 찾아와서 '울만한 가치가 있냐?'라면서 계산하지 마세요. 태어나서 한번도, 이럴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계산하며 울어 본 적 없으니까요.

그렇게 열심히 흠집내지 마세요. 그렇게 하지 않으셔도, 이미 더 크신 분들이 하고 있답니다. 억울해서 소리지르고 싶은 사람들도 우선은 그의 가는길 마지막까지 지켜드리려고 소리내지 않고 있으니까, 제발 그만해주세요.

부탁드릴게요.




PS. 어느 시골 할아버지께 - 가시는 길, 이런 글로 흐리고 싶지 않았지만, 그저 보기싫은 글 한칸 더 뒤로 미루는 것에 위안삼으며 글을 올립니다. 이제 볼 수도 없을텐데 철없다 뭐라하지 마시고, 편히 가세요. 그간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당신이 뿌린 씨앗이 언젠가는 열매맺을 거라 희망하면서 그때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그곳에서는 너무 힘내시지 마시고 편히계세요. 꼭이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09/05/24 16:41
수정 아이콘
전 이미 속세에 찌들었나 봅니다.
눈물 한방울도 나지 않네요. 단지 착잡할 뿐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알겠습니다. 적어도 그의 업적을 평가하기 전에
그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09/05/24 17:14
수정 아이콘
너무나 동감합니다.
상이라도 조용히 치르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글쓰신 님과 더불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아우디 사라비
09/05/24 17:44
수정 아이콘
저도 울고 싶습니다... 집에서 우니 마누라가 주책 맞다고 타박이고 직장에선 담배만 꼬나물면 눈물이 나는데
참아야만 합니다

돌아가신분이 어떤분이라는건 저도 잘 압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들도 잘 알게 될거라고 믿습니다

그 분에게 퍼부운 저주의 댓가를 달게 받고 싶습니다

다만 다만 지금은 그저 울고 싶습니다
노란당근
09/05/24 21:47
수정 아이콘
분향소에서 오랜시간 기다려 헌화라도 하고 온 걸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제 뒤로도 길게만 늘어서있던 사람들의 조용하고 침울한 얼굴이, 그래도 위안이 되더군요.
그분이 대통령이 되던날, 희망을 보는 듯 기뻐했던 우리 모두를 기억한다면, 이러시면 안되는 거였는데, 내 손으로 직접 뽑았다고 뿌듯해했던 그 날의 기억때문에 더 슬프고 괴롭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898 [일반] ▶◀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5/24(일) 리뷰 [23] StoneCold추종자3045 09/05/24 3045 0
12895 [일반]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 각종 영상 모음 [5] Arata_Striker5254 09/05/24 5254 0
12894 [일반] 조기를 게양 했습니다. [5] 용용3462 09/05/24 3462 0
12892 [일반] 권위주의 타파는 엄청난 업적입니다 [14] 닉넴고민중4369 09/05/24 4369 2
12890 [일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부제 : 입닥쳐 말포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5] 부처4541 09/05/24 4541 0
12889 [일반] 화제의 본격 까대는 뮤직비디오, 에미넴의‘We Made You' [10] 롤랑바르트4727 09/05/24 4727 0
12888 [일반] 그냥 울고싶어요 [4] 王非好信主2675 09/05/24 2675 1
12887 [일반] [펌]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 - 진중권 [5] LowTemplar5039 09/05/24 5039 0
12886 [일반] [퍼온글] 우리 안에 노무현이 있습니다. 한샤2812 09/05/24 2812 1
12885 [일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야기하겠습니다. [3] groove2656 09/05/24 2656 1
12884 [일반] 참담하군요. [104] BuyLoanFeelBride7800 09/05/24 7800 2
12882 [일반] 노 전대통령의 장례 관련하여.... [38] 깜풍3804 09/05/24 3804 0
12881 [일반] 반전의 변명.. [3] 칼릭3043 09/05/24 3043 0
12880 [일반] 평가는 그만두고 추모하고 싶은 한 노까의 노무현을 위한 변명.... [180] GH_goliath5714 09/05/24 5714 0
12879 [일반] MBC스폐셜 - 대통령으로 산다는것 [2] 슈슈3920 09/05/24 3920 2
12878 [일반] 국민장합의했다는군요..잘했습니다 [18] 선토린3365 09/05/24 3365 0
12877 [일반] 자제합시다. 이제 겨우 하루지났습니다. [18] DeepImpact3347 09/05/24 3347 0
12874 [일반] 이명박 대통령의 롤모델은 전모씨가 아닐까.. [6] 마르키아르4127 09/05/24 4127 0
12873 [일반] 각 지방 분향소 위치라네요 [9] 재수니4007 09/05/24 4007 0
12872 [일반] 그분의,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 몇 가지. [3] 유유히3527 09/05/24 3527 3
12871 [일반] 어떻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우울해지네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4] 데보라2706 09/05/24 2706 0
12870 [일반] 제대로 된 "사람"이라서 안타까운 겁니다. [11] 치토스3674 09/05/24 3674 4
12869 [일반] 우리는 그의 죽음으로서 역설적으로 존경할 대통령을 얻은 걸까요? [11] 거품3080 09/05/24 308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