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5/24 16:08:57
Name LowTemplar
Subject [일반] [펌]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 - 진중권
진보신당 당원게시판.
http://www.newjinbo.org/board/view.php?id=discussion&no=34478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섰을 때였습니다. 어느날 그의 열렬한 지지자인 이기명씨를 통해 전화가 왔더군요. 제 칼럼을 보고 저를 한번 보고 싶다 한다고. 여의도의 한식집에서 점심을 같이 먹었습니다.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고, 제가 철학을 공부했다는 말을 들으셨는지, 상대주의와 절대주의의 대립이라는 철학적 아포리아에 관한 말씀을 꺼내시더군요. 대화의 결론은, 자기 캠프로 와 줄 수 있냐는 것. 제 정치적 신념은 진보정당을 강화하는 데에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은 데리고 있느니 차라리 밖에서 더러 쓴 소리도 하면서 그냥 놀게 해주는 게 아마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였지요.

두 번째 만남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결정된 후의 일이었습니다. 월간 '인물과 사상'에서 제게 노무현 후보 인터뷰를 해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흔쾌히 응했고, 당시 민주당사로 찾아가서 1시간 반 정도 인터뷰를 했습니다. 두 번째 만났을 때는 같은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약간 차가웠지요. 나름대로 준비를 해 간다고 해갔는데, 질문 몇 개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입니다. "인터뷰를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지요."라고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면서, 가끔 내 물음을 자기 스스로 고쳐서 묻고는 스스로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인터뷰를 풀어 보내준 녹취록을 다듬어서 '인물과 사상'에 실었지요. 그 기사, 다시 한번 읽고 싶네요.

그후로는 만난 적이 없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라크 파병 때에는 '부시의 푸들'이라고 강력히 비난을 하기도 했었고, 김선일씨 참수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여기에 옮기기 힘들 정도로 격한 표현까지 했었지요. 총선 때에는 리틀 노무현이라 불리는 유시민씨와 '사표 논쟁'을 벌이기도 했었고... 그가 한나라당과 싸울 때는 그를 지원하고, 그가 진보운동과 싸울 때는 그를 비판하고... 전반적으로는 그가 내세운 '개혁'의 정신이 퇴색되어가는 것을 비판하는 논조를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끼어 집권 기간 내내 낮은 지지율로 고생을 해야 했지요.

그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공식적 언급을 한 것은 2007년 8월, 그러니까 그가 퇴임하기 반 년 전에 <서울신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그때 노무현 전대통령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지요. 다들 노무현 비난에 정신이 없던 시절, 그 일방적 매도의 분위기가 너무 심하다 싶어 그를 옹호하는 글을 올렸고, 그것은 그토록 투닥거리고 싸웠던 정적(?)에게 보내는 나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
대통령 단상/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지금이야 대통령 씹는 게 ‘국민 스포츠’지만, 한때 그는 희망이었다. 그의 지지자들이 비주류이던 그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아가 대통령으로 만드는 드라마에는 감동적인 구석도 있었다. 케네디가 TV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면, 인터넷의 힘으로 대통령이 된 최초의 인물이 노무현. 그의 당선엔 역사적 의미까지 있다. 노회찬 의원의 말대로 “노 대통령의 유일한 업적은 당선된 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큰 희망을 걸었던 이들은 크게 환멸을 느끼는 모양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에게 희망을 걸지 않았던 나 같은 사람들은 실망할 것도 없었다. 그 역시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라크에 파병할 것이고, 재계와 관료들의 권고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여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동참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민생을 파탄시키는 중요한 정책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늘 공범이었다.

사실 순수한 지표를 놓고 보자면,‘경제를 살리겠다.´는 한나라당의 구호는 무색해 보인다.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만 달러에 달하고, 주가지수가 2000을 넘나든다. 그렇다고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한 것도 아니다. 한나라당이야 자기들이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나,10년 전에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분들이 버젓이 그런 얘기 하는 것을 들으면, 그 얼굴 가죽으로 구두를 만들고 싶은 엽기적 충동을 느끼게 된다.

우울한 얘기지만, 앞으로 경제가 성장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1인당 GDP가 늘어날수록 삶은 불안정해지고, 양극화는 심해질 것이다. 때문에 올해 대선에서 누가 권력을 잡든, 삶이 크게 바뀔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희망이 크면 실망도 크고, 환상이 크면 환멸도 큰 법. 서민의 삶이 힘든 것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나아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정책의 필연적 결과다.

별로 인기는 없지만, 노무현 정권이 한 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권위주의’를 무너뜨린 것은 그의 가장 큰 업적이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상을 바꿔야 한다. 지도자의 명령에 따라 삽질하던 시대의 권위주의는 창의력과 상상력이 곧 생산력이 되는 미래에는 적합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계급장 떼고 토론하려 드는 대통령의 체통 없는 태도에는 평가해줄 만한 구석이 있다.

사실 대통령 씹기가 국민스포츠가 된 것도 그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니 대통령은 너무 서운해할 것 없다. 사실 노 대통령처럼 노골적으로 무시당한 대통령은 없을 것이다. 그를 향해 쏟아 부은 정치권의 험담은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 그들은 자신을 뭐라 평가할지 모르나, 내가 보기에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여야를 통틀어 노무현만 한 교양 수준을 갖춘 사람은 유감스럽지만 단 한명도 없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수준을 보라. 여당은 대통령 보고 탈당하라 해 놓고, 정작 탈당을 하니 자기들까지 덩달아 탈당하는 코미디를 연출한다. 한나라당은 삽질하던 시대의 흘러간 유행가를 경제회생의 비책이라고 내놓고 싸움질에 여념이 없다.2007년 대선은 2002년에 비해 수준이 대폭 떨어질 모양이다. 행사장에서 피켓 들고 폭행을 하는 행각. 적어도 2002년 대선에 그런 추태는 없었다.

초기 노사모에는 건강함이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을 ‘감시’하겠다는 약속을 깸으로써 노사모는 친위대 수준으로 타락해 갔다. 과거에 인터넷은 그의 가장 든든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거기서도 괜찮은 지지자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황우석을 우상으로 떠받드는 정신 나간 이들만 남아 그들 특유의 고약한 매너로 주위 사람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악감정만 부추기고 있다. 대통령의 신세가 참으로 한심해졌지만, 그는 언젠가 다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2007/08/02
----


그가 도덕적으로 흠집을 남긴 것은 유감스러운 사실이지만, 전과 14범도 멀쩡히 대통령 하고, 쿠데타로 헌정파괴하고 수 천억 검은 돈 챙긴 이들을, 기념공원까지  세워주며 기려주는 이 뻔뻔한 나라에서, 목숨을 버리는 이들은 낯이 덜 두꺼운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가신 분의 명복을 빕니다. 다른 건 몰라도, 당신은 내가 만나본 정치인들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분이었습니다. 참으려고 하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




뭐..
키워질을 오오오래전부터 한 사람들이라면 대충은 알겠지만..
진중권은 본격적인 안티조선 운동이 한창이던 21세기 초 '키워질'에 뛰어들어
민주당 개혁세력과 연대하였으나, 곧 결별하고 민주노동당을 지지하면서
그리고 비판적 지지론에 학을 떼면서..
길고 긴 DJ/노무현 지지자들과의 대결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는 아시다시피 진보좌파적 관점에서 '신자유주의 전도사 노무현'을 가열차게 비판하였지요.


글을 쓰는 저 같은 경우는 2002년 선거 당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속는 셈 치고..
'이 표가 마지막이다, 권영길에게 빚지는구나' 라고 하면서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습니다.
(그 빚은 결국 2007년 선거에나 갚게 됩니다. 물론 그 표를 던지면서도 '이 표가 마지막'이라면서 결별하게 됐습니다만.. ㅡ.ㅡ;; )


아무튼, 2002년에 노무현에게 표를 던졌고, 그 이후에 보여주었던 '덜 민중적인' 모습으로 인해 지지를 철회하였고,
정권 내내 가열차게 깠지요.

정치적 관점으론 아래 레닌님과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찌 됐건, 한동안은 그를 추모하고 싶습니다.


우리 부디, 인간의 얼굴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박진호
09/05/24 16:53
수정 아이콘
본문과 관계없는 댓글로 인해 게시물이 논란의 장소로 변질되기에 댓글 삭제하였습니다.
원본 댓글은 삭제게시판에 있으니 회원분들 요청시 전달해드리겠습니다.
abrasax_:JW
09/05/24 20:12
수정 아이콘
제가 어제 올리려고 생각했는데, 올려주셨네요. 한없이 눈물만 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치인 이전에, '사람'이었지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울리는 걸 보니 말이에요...
09/05/24 20:28
수정 아이콘
진중권씨 예전에 정몽헌 회장 자살했을때는 안걸릴줄 알았는데 걸리니 죽는다.
죽을꺼면 자살세 내고 죽어라 이런식으로 좀 험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이런 글을
보니 오히려 씁슬해 지네요.

물론 경제계 인사와 전직 대통령은 급이 다르긴 하지만, 진중권씨가 그때 쓴 글을
스스로 기억한다면 지금은 조용히 있는게 옳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LovE.StorY.
09/05/24 20:55
수정 아이콘
이양반아 당신은 좀 조용히 하시오.
자살세나 걷자 그러고 울었다고 미친X라고 하는 양반이 어딜 감히..
Return Of The N.ex.T
09/05/24 23:07
수정 아이콘
LowTemplar님// 본문과는 상관 없지만 오랜만입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898 [일반] ▶◀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5/24(일) 리뷰 [23] StoneCold추종자3046 09/05/24 3046 0
12895 [일반]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 각종 영상 모음 [5] Arata_Striker5254 09/05/24 5254 0
12894 [일반] 조기를 게양 했습니다. [5] 용용3462 09/05/24 3462 0
12892 [일반] 권위주의 타파는 엄청난 업적입니다 [14] 닉넴고민중4369 09/05/24 4369 2
12890 [일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부제 : 입닥쳐 말포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5] 부처4541 09/05/24 4541 0
12889 [일반] 화제의 본격 까대는 뮤직비디오, 에미넴의‘We Made You' [10] 롤랑바르트4727 09/05/24 4727 0
12888 [일반] 그냥 울고싶어요 [4] 王非好信主2675 09/05/24 2675 1
12887 [일반] [펌]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 - 진중권 [5] LowTemplar5040 09/05/24 5040 0
12886 [일반] [퍼온글] 우리 안에 노무현이 있습니다. 한샤2812 09/05/24 2812 1
12885 [일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야기하겠습니다. [3] groove2656 09/05/24 2656 1
12884 [일반] 참담하군요. [104] BuyLoanFeelBride7800 09/05/24 7800 2
12882 [일반] 노 전대통령의 장례 관련하여.... [38] 깜풍3804 09/05/24 3804 0
12881 [일반] 반전의 변명.. [3] 칼릭3043 09/05/24 3043 0
12880 [일반] 평가는 그만두고 추모하고 싶은 한 노까의 노무현을 위한 변명.... [180] GH_goliath5714 09/05/24 5714 0
12879 [일반] MBC스폐셜 - 대통령으로 산다는것 [2] 슈슈3920 09/05/24 3920 2
12878 [일반] 국민장합의했다는군요..잘했습니다 [18] 선토린3365 09/05/24 3365 0
12877 [일반] 자제합시다. 이제 겨우 하루지났습니다. [18] DeepImpact3347 09/05/24 3347 0
12874 [일반] 이명박 대통령의 롤모델은 전모씨가 아닐까.. [6] 마르키아르4127 09/05/24 4127 0
12873 [일반] 각 지방 분향소 위치라네요 [9] 재수니4007 09/05/24 4007 0
12872 [일반] 그분의,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 몇 가지. [3] 유유히3527 09/05/24 3527 3
12871 [일반] 어떻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우울해지네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4] 데보라2706 09/05/24 2706 0
12870 [일반] 제대로 된 "사람"이라서 안타까운 겁니다. [11] 치토스3674 09/05/24 3674 4
12869 [일반] 우리는 그의 죽음으로서 역설적으로 존경할 대통령을 얻은 걸까요? [11] 거품3080 09/05/24 3080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