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09/05/24 13:56:10
Name 칼릭
Subject [일반] 반전의 변명..
알림 :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생각하다 주절거린 글입니다..
         뭐.. 영화평이나.. 소설평.. 그런거 아닙니다.. 아.. 스포일러.. 미리니름.. 그런 것도 없습니다..
         글도 무척 짧으니 가볍게 읽어주세요.. 하하..;;

..

반전.. 이것이 소설이건 영화이건 간에 작품의 재미에 있어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작품들을 음식에 비유한다면..
과연 반전이 재료의 주 재료로서 음식의 맛에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면 다른 부수적인 요소로서 영향을 미치느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스테이크로 비유하자면 반전이라는 요소는 접시의 인테리어.. 혹은 소스..
혹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스테이크 사이에 녹아들어 있는 향신료.. 그 중 하나일테지요..
하지만 누구도 예쁜 접시 꾸밈을 보려고.. 혹은 소스의 맛을 분석하거나 들어간 향신료를 찾아내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가며 맛있는 스테이크를 주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스테이크를 시키는 것은 소고기를 먹기 위해서죠..
소고기의 맛을 더 맛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들의 개입도 무척이나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먹는 것이 소고기 자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반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겠죠..
우리가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취하려는 것은.. 그리고 취해야 하는 것은 작가나 감독이 영화를 통해
우리들에게 말하려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에게 보여주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지
반전이 안 먹혔네.. 구리네.. 뻔하네.. 눈에 다 보이네.. 이런 것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뭐..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사람들마다 다를 수도 있겠죠..)

..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을 책으로 처음 접했을 때.. 막판의 반전에 '이야..!!'라고 감탄했지만..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남아 있었던 것은 작품 속에 표현된 등장인물들 간의 섬세한 감정적 교류..
지나칠 수도.. 머무를 수도 있는 선택의 계기들에서 왜 그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느냐에
독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의 전개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이건 영화건.. 결국은 사람의 이야기이고..
그렇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의 일상적인 호흡과도 같은 자연스러움과..
그 일이 진짜 있을 수도 있겠다고 독자.. 혹은 관객이 생각할 수도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전은 일종의 부수적인 곁들임이죠..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볼만한 곁들임을 준비할 수도 있고..
최고의 미식가들만 알아볼 수 있는 곁들임을 넣을 수도 있고..
음식의 맛을 확 바꿔버리는 곁들임 한 가지 만으로 음식을 내 놓을 수도 있는 것이고..
눈에 한꺼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잔잔한 곁들임으로 기분 좋은 음식을 내 놓을 수도 있는 것이겠죠..

중요한 것은 음식이 맛있느냐.. 맛없느냐이지.. 곁들임이 어떤지는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주변에는 음식 맛보다 곁들임을 더 따지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슬플 따름..

..

아는 후배하고 영화평 가지고 티격태격하다가 몇 줄 적어봤습니다..
괜히 비유를 스테이크로 했나.. 고기 땡기네요.. 츄릅..

총총..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날씨꾼
09/05/24 14:06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용의자 X의 헌신을 재미있게 읽어서 재밌는 비유 잘 봤네요 ^^

저도 고기 땡기네요.. 츄릅.. (2)

음식도 맛있고, 게다가 곁들임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어요?
음식의 맛과 곁들임 두가지 중에서는 저도 음식의 맛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네요~
zephyrus
09/05/24 14:42
수정 아이콘
식스센스 이후로 영화들이 너무 "반전" 이라는 것에 목을매는 경향들을 자주 보여줍니다.
반전이란것 역시 자연스러운 전개속에 나와야 하는 것인데 말이죠.

특히 홍보 카피에 "상상도 못할 반전" 이런 문구 적어놓는건 정말 재미를 반감시키죠.(저만 그럴수도 있습니다-_-;)

전 개인적으로 쏘우1을 봤을 때 정말 실망을 했었는데, 그 이유가 보기 전에 이미 주위 사람들이
너무나도 놀라운 반전이 마지막에 있다고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주었기 때문이죠.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든 생각이 "에이 설마 저건 아니겠지" 라고 했던게 마지막에 그대로 나오더군요-_-

반전이 매우 중요한 영화에서는 반전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의 스포일러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알렉-손사래
09/05/24 16:05
수정 아이콘
제가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은...
책의 띠표지에 쓰여진 문구처럼...
추리소설임과 동시에 사랑의 기록입니다...

읽기 쉬운 문장으로 풀어 쓴...
치밀한 상황 그리고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이후의 사건이 과연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궁금증 유발로...
읽는 사람의 몰입도를 한껏 높여놓은 상태에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을 때의...
가슴이 꽉 막힌듯한 먹먹함이란...
(기발한 반전에 대한 감탄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영화는 책의 구성 순서도 따르지 않았고...
이시가미와 사장님(이름이 생각나지 않네요)의 캐스팅도 별로였고...
뜬금없는 오프닝 미사일 신이나 등산 에피소드를 비롯한 전체적인 연출도...
전형적인 뻔한 반전영화의 그것을 따랐기에...
높은 점수는 줄 수가 없더군요...
차라리 책의 장면장면을 충실히 옮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글의 주제인 반전영화들이 요즘 자기가 친 덫에 허우적거리는 경우는...
반전영화 매니아인 저도 안타깝다는 생각이드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2898 [일반] ▶◀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05/24(일) 리뷰 [23] StoneCold추종자3045 09/05/24 3045 0
12895 [일반] [故 노무현 전 대통령님] 각종 영상 모음 [5] Arata_Striker5254 09/05/24 5254 0
12894 [일반] 조기를 게양 했습니다. [5] 용용3462 09/05/24 3462 0
12892 [일반] 권위주의 타파는 엄청난 업적입니다 [14] 닉넴고민중4369 09/05/24 4369 2
12890 [일반]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 -부제 : 입닥쳐 말포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5] 부처4541 09/05/24 4541 0
12889 [일반] 화제의 본격 까대는 뮤직비디오, 에미넴의‘We Made You' [10] 롤랑바르트4727 09/05/24 4727 0
12888 [일반] 그냥 울고싶어요 [4] 王非好信主2674 09/05/24 2674 1
12887 [일반] [펌] 노무현 대통령의 추억 - 진중권 [5] LowTemplar5039 09/05/24 5039 0
12886 [일반] [퍼온글] 우리 안에 노무현이 있습니다. 한샤2811 09/05/24 2811 1
12885 [일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야기하겠습니다. [3] groove2655 09/05/24 2655 1
12884 [일반] 참담하군요. [104] BuyLoanFeelBride7799 09/05/24 7799 2
12882 [일반] 노 전대통령의 장례 관련하여.... [38] 깜풍3803 09/05/24 3803 0
12881 [일반] 반전의 변명.. [3] 칼릭3043 09/05/24 3043 0
12880 [일반] 평가는 그만두고 추모하고 싶은 한 노까의 노무현을 위한 변명.... [180] GH_goliath5713 09/05/24 5713 0
12879 [일반] MBC스폐셜 - 대통령으로 산다는것 [2] 슈슈3919 09/05/24 3919 2
12878 [일반] 국민장합의했다는군요..잘했습니다 [18] 선토린3364 09/05/24 3364 0
12877 [일반] 자제합시다. 이제 겨우 하루지났습니다. [18] DeepImpact3347 09/05/24 3347 0
12874 [일반] 이명박 대통령의 롤모델은 전모씨가 아닐까.. [6] 마르키아르4127 09/05/24 4127 0
12873 [일반] 각 지방 분향소 위치라네요 [9] 재수니4006 09/05/24 4006 0
12872 [일반] 그분의, 가슴 먹먹해지는 이야기 몇 가지. [3] 유유히3526 09/05/24 3526 3
12871 [일반] 어떻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우울해지네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4] 데보라2705 09/05/24 2705 0
12870 [일반] 제대로 된 "사람"이라서 안타까운 겁니다. [11] 치토스3673 09/05/24 3673 4
12869 [일반] 우리는 그의 죽음으로서 역설적으로 존경할 대통령을 얻은 걸까요? [11] 거품3079 09/05/24 3079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