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
2009/05/24 15:45:58 |
Name |
groove |
Subject |
[일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야기하겠습니다. |
우리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할 때,
삼가란, 삼가다의 부사형으로써, 예의를 차리어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시나 말로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하며,
정작 자신이 뭐라고 말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 write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
길게 글을 썼다가 지웁니다.
부질없죠. 얼굴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노 전 대통령은 자살이 현실도피니, 착시니 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의 대통령이었으니까요.
하려고 했던 말은,
그저 상식이 통하고, 소통하려고 했던, 책임질줄 아는 대통령을 조용히 추모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답답합니다만, 90년이 지난 이후, 지금까지
우리의 정치인들과 우리 자신은 누구를 닮아가고 있습니까?
저주받을 악행을 저질러 놓고, 사과하지 않는 일본과
매번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화해의 장을 열자", 라며 과거를 청산하지 않는 우리들은
어쩐지 매우 흡사해보입니다.
1919년 1월 22일 덕수궁 함녕전에서 갑작스레 승하한 고종황제.
수많은 민초들이 황제의 승하를 슬퍼하였으나
일본제국주의 순사에 의해서 애도는 철저히 통제됨.
식민지 노예들이 동요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일제.
2009년 5월 23일 갑작스레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서거하셨다.
서울 대한문 일대에서 전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길 마저
전투경찰에 의해서 분향소 천막이 압수당하고, 시청 지하철 입구마저 봉쇄됨.
서민들이 동요되는 것을 폭력으로 진압함.
이런 상황에서 그저 조용히 추모하고 싶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비정상적으로" 이성적인 것입니다.
이성적이라는 허울 아래 비겁해지고 있지요.
회사에서 일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대한문으로 조문하러 갑니다.
그저 진심으로 추모하고 싶을 뿐입니다.
진심을 담아 추모합시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