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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7/15 01:33:40
Name 화이트데이
File #1 movie_image.jpg (281.3 KB), Download : 64
Subject [일반] <나를 찾아줘> - 진정한 '무서운 장면'없이 무서운 영화(스포없음)


<포스터만 보고 뒤통수맞기는 딱 좋은 영화다.>


2013년, 제임스 완 감독의 영화 <컨저링>은 공포영화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무서운 장면 없는 무서운 영화' 란다. 이 말의 뜻은 우리가 기존에 알았던 무서운 장면의 틀을 깨겠다는 것이었다. 이 영화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는 '재료를 다 공개하고도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같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이 영화의 무서운 장면은 굉장히 뻔했다. 언제 나올지 예측 가능했지만 사운드와 분위기는 그 예측이 무색하게할만큼 관객을 압도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에 좀 실망했다. 첫 번째로 '무서운 장면 없는 무서운 영화'라는 말은 일부 거짓이었다. 이 영화는 실제로도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가 수없이도 등장하며, 귀신 또한 서너번 나온다. (때문에 이 영화를 본 일부 관객은 '무서운 장면 없다며, 귀신 나오는구만!' 이라고 외쳤다.) 두 번째로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와 결말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패를 다 보여주고도 게임은 승리하였지만 그 승리는 내가 원한 대박이 아니었다. 대놓고 땡인 척 티를 내서 호구 한 놈 잡고 경기가 끝나버린 느낌이었다. 사실 이런 스토리라인에서도 그 정도 공포를 끌어낸 것만으로도 격찬을 받아야하지만 뭔가 좀 아쉬웠다.

그리고 데이빗 핀처 감독의 영화 <나를 찾아줘>는 진정한 '무서운 장면 없는 무서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이 영화는 귀신 따위는 나오지 않는다. 사지멀쩡한 사람들만 계속 나온다. 영화 내내 선혈은 단 한 번만 등장한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는 더더욱 나오지 않는다. 앞서 말한 선혈도 앞에서 뻔히 패를 보여준다. 웅장하면서도 스산한 사운드로 관객을 압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도 관객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패를 다 보여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를 읽어내지 못한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스토리의 개연이 어떻게 보면 뻔하기도 한데, 이상하리만큼 수를 읽을 수가 없다.

이 영화의 극찬할만한 점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장르의 전환과 압도>, <주연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력>을 꼽겠다. 이 영화는 한 번의 장르적 전환을 겪는다. (스포일러를 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장르의 전환이 어떤 부분인지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장르의 전환이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는 수사극을 벌였는데, 알고보니 범인이 귀신이더라. 귀신 무서워 힝." 을 해버리면 관객은 순식간에 긴장을 잃게 된다. 두 개의 장르를 하나로 연결시키는 징검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데이빗 핀처 감독의 연출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내가 과연 하나의 영화에 두 개의 장르가 있었나" 의심할 정도이다. 두 번째로 꼽은 로자먼드 파이크의 연기력은 소름끼칠 정도이다. (하지만 이 역시 스포일러 때문에 더 말할 수 없다.) 그녀의 연기력은 역할 상 과잉되서는 안된다. 침착해야하며, 과잉은 모조리 페르소나여야한다. 그 것이 관객에게 느껴질 정도이다. 정 궁금하면 영화를 보는 수 밖에.

공포영화의 기점은 변했다. 2000년대가 이른바 '관절귀신'의 전성기였다면 2010년의 공포영화 키컨셉은 '분위기' 이다. 분위기란 귀신을 등장시켜 휘저어놓는 것이 아닌, 사운드와 배경만으로 관중을 압도하는 공포이다. 제임스 완은 전성기를 주도하였으며, 데이빗 핀처는 전성기를 향해 완벽한 리시브를 날렸다. 이제 누군가가 스파이크 한 번만 화끈하게 때려주면 되는데…. 핀처의 리시브가 헤어핀이 되어버리지 않게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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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ndris
15/07/15 01:36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이 영화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될거 같은 영화였는데 별 말이 없더라요. 예전부터 좋아하던 배우인 로자먼드 파이크(지금은 나이가...음...)가 드디어 제 물을 만났구나 하는 생각에 만족하고는 있긴 하지만...
15/07/15 01:39
수정 아이콘
<인터스텔라> 2주전에 개봉을 해서... 묻힌 감이 있죠.
개봉 초기에는 좀 화제가 되었었습니다.
케타로
15/07/15 01:44
수정 아이콘
혹시나 공포영화를 못보시는 분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영화를 보고 무섭다는 생각은 안했습니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은 아니지만 흔한 어거지성 반전보다 더 놀라웠고
그냥 스릴러라는건 이런 영화라고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5/07/15 01:44
수정 아이콘
정상적으로 보이는 평범한 사람의 내재된 광기가 만들어내는 극단적인 모습에서 미져리가 생각나는 영화였어요.

결론은 여자를 잘만나야해..?
마스터충달
15/07/15 01:49
수정 아이콘
<나를 찾아줘>는 저도 참 재밌게 봤고, 쓴 글도 맘에 들어서 저에겐 참 의미 깊은 영화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에이미는 정말 무서웠어요...전 와인병이 진짜 무섭더라고요;;

다만 이 영화를 공포 영화의 범주에 넣는 것은 다소 회의적이네요.
공포 영화는 나름 장르적 견고함을 갖추고 있어서 공포 영화 팬에게는 <나를 찾아줘>가 공포 장르로 비집고 들어오기엔 부족해 보일것이고,
공포 영화를 B급이나 하위 문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보니 그들에겐 <나를 찾아줘>를 공포 영화라고 하면 영화를 폄훼한다고 할수도 있을겁니다.

전 공포 영화 팬의 입장인데, <나를 찾아줘>를 공포 영화로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뭐랄까... <나를 찾아줘>의 공포는 생각해봐야할 공포랄까요?
대게의 공포영화는, 나쁘게 말하면 말초적이지만, 본능적인 공포를 건드리려고 하거든요.
<나를 찾아줘>가 무섭긴 한데... 싸늘~한 느낌이지 털이 곤두서는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15/07/15 01:50
수정 아이콘
(특히 결혼을 앞둔) 커플에게 항상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무시무시한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죠.

...그리고 군대를 앞둔 후배들에게는 스파이크 리의 [25시]를 추천합니다..
세인트
15/07/15 08:49
수정 아이콘
나를 찾아줘를 볼 때쯤 결혼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었습니다.
애정전선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크크크크크
15/07/15 01:55
수정 아이콘
제임스 완이랑 데이빗 핀처가 동일선상에서 비교된다니 매우 흥미롭네요.
제임스 완의 연출력은 인정합니다만, 비슷한 소재와 연출로 너무 자주 비춰지는 느낌이에요. 소모되는 느낌이랄까.
대표작이 <쏘우>, <인시디어스>, <컨저링>인데, 셋 다 시리즈물이죠. 제임스 완 본인이 연출한 건 소수 작품이지만, 영화들이 비슷비슷하다보니 피로도가 많이 쌓여있어요.
괜스레 연출폭이 좁아보인달까. 데뷔 년도 생각하면, 연출폭이 좁은게 아니라, 활동량이 많아 노출도가 높은거지만, 대중들은 제임스 완 스타일에 질릴법도 해요.

<나를 찾아줘>는... 일종의 '거장 인증'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막장도 내가 쓰면 작품이다, 뭐 이런...
스무디킹
15/07/15 02:03
수정 아이콘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정말 무섭게봤는데 컨저링은 그냥 그 아류작 정도로밖에 안보여서 무서운줄 모르겠던데 말이죠..
파라노말은 혼자보고 컨저링은 여자사람이랑 봐서 안무서웠던 건가?
낭만토스
15/07/15 02:50
수정 아이콘
유부남인데 심야로 보고 집에 들어와서
베개 밑으로 손이 슥 들어가더군요 -_-;;
王天君
15/07/15 03:04
수정 아이콘
헌티드 하우스( + 오컬트 + 엑소시즘)의 장르와 스릴러 장르를 비교하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죠.

컨져링이 환장하다가 해소하는 느낌이라면 나를 찾아줘는 환장하다가 더 환장하고 끝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를 찾아줘를 다섯번? 쯤 보고 있는데 안들어왔던 장면들이 계속 들어와서 재미있습니다. 에이미와 닉이 달콤하게 키스하는 씬 바로 다음에 경찰서에서 구강조사를 하는 씬이 이어진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죠.
花樣年華
15/07/15 03:12
수정 아이콘
길리언 플린이 글을 재미나게 잘써요.
쭈구리
15/07/15 03:15
수정 아이콘
먼저 컨저링에 대해 변호하자면, 감독인 제임스 완이나 제작사 측에서 '무서운 장면 없는 무서운 영화' 같은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이건 우리나라 수입사측에서 제멋대로 집어넣은 홍보 문구죠(그 문구 덕분인지 몰라도 공포영화치고 우리나라에서 엄청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컨저링은 [기존에 우리가 알았던 무서운 장면의 틀을 깨는 영화가 아니라] 뻔하고 뻔한 귀신들린 집 설정과 기존 공포영화에서 사용된 아이디어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충분히 재미를 느낄만한 롤러코스터에 태워주겠다고 말하는 영화인 겁니다. 컨저링은 신선한 아이디어에 대한 야심은 전혀 없는 영화에요. 기존 재료를 가지고 얼마나 잘 배치하고 잘 써먹는 것에 집중한 영화죠.

화이트데이님이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줘를 공포영화로 생각하는 관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것을 컨저링 같은 '정통' 공포영화와 나란히 놓고 공포영화의 흐름에 영향을 주었다고 하는 건 쉽게 공감하기 어렵네요. 컨저링 홍보 문구에 사용된 '무서운 장면 없는 무서운 영화'라는 문구를 나를 찾아줘라는 영화에 사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컨저링과 공포영화라는 장르를 대입한 느낌입니다.
박보미
15/07/15 03:18
수정 아이콘
진심 소름 돋았던 영화였습니다.
킹이바
15/07/15 03:32
수정 아이콘
<컨저링>의 장점이라면 기존에 존재했던 클리셰나 소재, 이야기를 가지고도 꽤 그럴듯하게(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스토리가 뻔한건도 맞는 비판이지만 역설적으로 컨저링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나를 찾아줘>는 굳이 장르로 따지면 스릴러라고 해야겠죠. 데이빗 핀처 본인이 가장 잘 써먹던 장르기도 하고요. 메인 캐릭터에게서 공포를 느낄 순 있지만 이걸 흔히 말하는 정통 공포영화로 분류할 수 있을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장르란게 딱딱 구분되는 것도 아니니 그렇다고 하면 할 순 있겠지만. 다른 (정통적인 의미의)공포영화와 비교하면서까지 쓰일 정도인지는 ...

본문의 말씀하신 최근 공포영화의 트렌드는 분위기라는 말에는 공감합니다. 아무래도 맥락없는 '귀신'보다는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거든요. 개인적으로도 흔히 있을법한 일상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더 무섭더군요. 그러다보니 공포영화보단 스릴러 장르가.. 허구보단 <실화>를 강조하는 이야기들이 더 흥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빠나추워
15/07/15 05:04
수정 아이콘
전제가 잘못 된거 같습니다. 사람 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싸이코패스가 사람을 칼로 찌르고 죽이는 장면은 충분히 무서운 장면이라 생각 합니다.
python3.x
15/07/15 07:09
수정 아이콘
이 영화 새벽에 혼자 보러갔다가 택시 타기도 무서웠어요 덜덜덜...
공포영화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쨋든 무섭습니다.
역시 제일 무서운건 사람이에요.
singlemind
15/07/15 07:35
수정 아이콘
공포영화라고 보진 않습니다만 2014 최고의영화 라고 생각합니다
아스트랄
15/07/15 08:20
수정 아이콘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첫대사를 들었을 때 장면의 분위기랑 너무 안 어울려서 잘 못 들었나 했었는데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소름이..
python3.x
15/07/15 13:10
수정 아이콘
지금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토다기
15/07/15 08:55
수정 아이콘
전 중반까지는 뭐지 했었는데 그 중반 이후로 미칠듯이 재밌어 지더라구요. 신기한건 뭐지 했던 초반부까지 영화 전체가요
한달살이
15/07/15 08:59
수정 아이콘
작년에 봤던 영화중에 젤 머리속에 뚜렷하게 각인된 영화.
Move Shake Hide
15/07/15 09:32
수정 아이콘
2014년 최고의 영화입니다. 2015년은 위플래시였다가 인사이드 아웃으로 바뀌었네요 크크
15/07/15 09:38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죠.
공포영화는 아니라고 봅니다만 공포영화보다도 더 공포감을 준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입니다.
특히나 이 역할은 로자먼드 파이크가 9할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고 봅니다.
그래도 애엄마와 동치하긴 애엄마는 직설적으로 무서운지라... 크크
세상의빛
15/07/15 11:20
수정 아이콘
쫄깃했던 영화였습니다 보는 내내 그리고 보는 이후로도 여운이 강한 그런 영화요 뒷맛은 개운치 않지만 생각해볼 만한 점도 있었구요
와이프가 에이미랑은 퀘이사 만큼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제가 와이프에게 '에이미'같은 사람이어서는 안되겠다는 경각심이 같이 들었습니다
옆에 있는 사람을 아끼고 사랑해라가 주제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말해봅니다
이쥴레이
15/07/15 11:46
수정 아이콘
첫화면과 마지막 장면을 볼때
느낌이 달라지는 장치는 노린거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대단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15/07/15 13:00
수정 아이콘
집에가서 식칼꽂이 어디있나 한번 쳐다보게 만드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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