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초복날, 띵동하고 일을 마치신 엄마가 오셨다.
어 왔어, 얼굴만 내밀고 다시 컴퓨터만 하는 아들을 보시곤 딸깍 렌지에 불을 키셨다.
나 안먹어, 어젯밤새 엄마가 해놓으신 전복삼계탕을 방금 먹었기 때문에 이제 슬슬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해야한다.
게임내내 부엌에서 탁탁 소리가 난다. 내일 아침은 뭘까 생각하며 게임을 한판 끝냈지만 부엌에서의 소리가 멈추지않아
거실로 나가보니 진작에 버린줄알았던 며칠전 김치찌개의 김치만 골라드시고 계신 엄마가 힘없이 앉아있었다.
평소 늦저녁을 하지않는 엄마가 오늘따라 이상하네.
무슨일이야, 생각없이 내뱉은말이었는데 엄마는 긴 한숨속에 '이제 일을 그만해야할거같아' 하셨다.
나이어린 지점장이 그랬단다.
여자친구가 힘든 일이생길때면 이런저런말을 해대며 위로하고 웃겨주었던 나지만
엄마의 힘듦에 놀라 멍하니 있다가 다시 방에 돌아와 앉았다.
이게 무슨일이지 생각하다 몸이 갑자기 덥다.
복날 치고 유난히 오늘이 더 덥네. 밖에나 나가야지.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가려는 찰나 뒤에서 엄마가 입에 공진단 하나를 넣어주신다.
엄마 드시라고 선물받은 공진단을 왜 나를 줘, 더 더워진 몸에 걸친 가디건 하나를 벗고 나서는데
어디선가 또 쵸콜렛하나를 가져오신다
'써'
부끄럽게도 나름 성인이 된 지금도, 여전히 엄마와 가끔 다툼이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돌이켰을 때, 엄마와 현실이 분리되면서 오롯이 엄마만 보이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내가 미워한 건 우리 엄마가 아니라 나를 감싸고 있는 엄마, 그 밖의 현실이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