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고 있는 책 중에 중국과 관련해서 정말 뛰어난 책 한 권을 발견해서 이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저자는 영국인이고 런던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사람인데, 역시 세계사를 중점으로 하다보니 중국을 정말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습니다.
그가 소개하는 중국은 평면적인 피해자가 아니며 중화주의에 찌든 오만한 국가도 아닙니다. 그가 소개하는 중국은 살아 숨쉬는 수많은 중국인들의 이야기이며, 고립된 중국이 아닌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영향을 받은 중국의 이야기입니다.
기존의 많은 통념들을 부수면서 중국의 실체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입니다.
책의 목차는 이 책을 소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합니다.
각 챕터의 특징을 간략히 언급하자면..
프롤로그: 제국
동시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력했던 제국, 대청제국의 영광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를 소개할 때 반드시 등장해야만 하는 대목이죠.
1. 변모
-아편전쟁의 충격과 이로 인한 중국의 사상적 변화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2. 제국주의
-서구열강의 본격적인 침투와 이것이 중국에 끼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영향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3. 일본
-중화질서가 완전히 무너지는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메이지 일본이 중국에 끼친 사상적 영향에 대해 정말 자세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청일전쟁의 충격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근대>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설명이 인상 깊습니다. 근대 시기 중국과 일본의 조우가 어떻게 중국의 운명에 영향을 끼쳤나를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4. 공화국
-청조의 멸망, 신해혁명과 그 주역들, 그리고 그들이 꿈꾼 중국에 대해 압축적이면서도 상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4000년간 이어진 왕조를 허물고 '공화국'을 출범시킨 것은 중국역사로 말하자면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죠. 전근대와 근대를 가르는 가장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5. 중국의 외국인
-제국주의 시기의 중국은 서구열강의 피해자이기만 했고, 외국인들은 착취자이기만 했다는 통념을 부수고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다양한 목적으로 중국에 와서 중국의 근대화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에 온 많은 이들의 동기가 순수하지는 않았지만, 서구의 경영방식과 금융제도를 중국에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이식시키는 데는 성공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지금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HSBC이죠(홍콩에 놀러갔을 때 놀랐던 점은 HSBC가 아직도 홍콩의 화폐발행권을 갖고 있다는 것...). 그리고 선교사들, 또는 순수한 열정의 혁명가들 모두 중국의 교육과 중국의 공화국 혁명에 가담했던 것 흥미로운 사실입니다. 한편 중국 공산당과 중국 국민당 양측에서 독일인 고문들이 활약했다는 사실도 참 아이러니...
6. 해외의 중국인
-위 사례와는 반대로 외국인들이 중국에 오기만 한것이 아니라 1800년대 중반부터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중국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로 나갔다는 사실을 많은 사례를 통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해외 중국인들이 중국과 세계 간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 새로운 문화, 새로운 경영방식, 새로운 사상을 들여왔던 것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쑨원의 신해혁명도, 그리고 현대 중국의 개혁개방도 이런 화교 네트워크의 자본력으로 가능했다고 합니다. 한편 15,000명에 달하는 중국인들이 제1차 세계대전 때 유럽 서부 전선 최1선에서 전시노동자로 투입되었다는 사실도 꽤 흥미롭습니다.
7. 전쟁
-국가는 전쟁을 만들고 전쟁은 국가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본과의 긴 전쟁이 현대 중국에 남긴 충격과 영향, 그리고 그 잔상을 밝히고 있으며 그것이 현대 중국의 역사기억에 얼마나 큰 족적을 남긴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8. 공산주의
-현대 중국의 모태, 중국공산당의 주역들과 그들의 성장, 그리고 그들이 중원을 차지하고 중국을 통일하는 데까지를 서술하고 있으며 공산주의 사상이 어떻게 중국인들의 마음을 빼앗았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은 결코 평화적이지 않았지만, 동시에 중국 공산당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입니다.
9. 고립된 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은 건국 초기 세계와 단절되었고 미국과 소련 모두를 적으로 돌리면서 완전히 고립되었습니다. 마치 지금 북한처럼 고립된 중국이 어떤 정치적 및 사회적 변화를 거쳤는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10. 중국과 미국
-어떻게 보면 미국은 중국 역사에서 중국에게 가장 우호적인 외국이었습니다. 신해혁명을 도왔고, 항일전쟁을 도왔으며 심지어 고립된 중국을 다시 국제무대로 복귀시켰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한국전쟁에서 싸운 적이었고 지금은 세계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상대입니다. 70년대 이래 이 둘 간의 미묘한 관계에 대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11. 중국과 아시아
-아시아를 호령하던 중국, 아시아에서 고립된 중국, 그리고 다시 아시아를 재패하려는 중국. 현대 들어 중국과 아시아 이웃들 간의 갈등과 협력을 서술하고 있고, 아시아와 관련해서 중국의 고민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종합해서 보건대, 이 책은 <중국>과 <세계> 간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가장 간략하면서도 상세하게, 가장 지엽적이면서도 동시에 포괄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책인 거 같아요.